-* 결혼 20주년 기념일을 킬리만자로에서 *-

결혼20주년기념일을킬리만자로에서

20주년결혼기념일을맞아킬리만자로에가자고남편이처음말했을때깜짝놀랐다.그것도일행없이둘이서가자며책으로,인터넷으로여기저기알아보고있을때더욱더그랬다.남편과단둘이네팔ABC와키나발루산도트레킹을다녀오긴했지만감히내가그높은곳에오를수있을까미심쩍었다.아프리카에둘이서그것도킬리만자로(5,895m)에가다니.

처음엔왜산장이있는마랑구루트로가지않고마차메코스로가느냐고남편에게물었다.마랑구는하루에고도를많이올려고산병이올확률도높고코스도단조롭지만마차메코스는야영을하는반면업다운이있어고소적응에유리하고,또등산과하산코스가달라경치도아름답다고했다.

▲결혼20주년기념일을맞아킬리만자로정상우후루피크에남편과함께우뚝섰다.

첫째날:마차메게이트(1,640m)→마차메캠프(2,850m)
마차메게이트에도착해입산신고를하고오전10시쯤가이드와함께등산로를따라천천히걷기시작했다.무거운짐들을지고도포터들이앞서거니뒤서거니따라온다.길은대체로평탄하고숲은굉장히울창했다.3시간정도지났을까.먼저간포터손에들려있던점심도시락이너무반갑다.도시락을맛나게먹고또출발이다.

쉬엄쉬엄올라가다보니사람소리가들리면서곧마차메캠프에도착했다(16:00).포터들이우리가지낼텐트와식당텐트를미리쳐놓았는데식당텐트에들어가보니우리가마실커피와차,과일까지준비해놓았다.나중에는씻을따뜻한물까지데워주었다.저쪽에서포터들의경쾌한‘잠보송’노랫소리가들렸다.이렇게약11km,6시간을걸은첫날킬리만자로에서의야영의밤은깊어갔다.

둘째날:마차메캠프(2,850m)→시라캠프(3,810m)
자고나니가뿐하다.오늘은간단한간식을미리배낭에준비했다.능선길이계속오르막이다.적당히오르다,간식을먹고계속산행을하다보니바위위에멋진전망대가있다.위로는키보분화구가자태를뽐내고,뒤로는메루산(4,566m)이오라며유혹한다.좌측에는킬리만자로에서제일먼저화산폭발이있었다는시라봉과시라분화구가있다.시라캠프에도착해보니주변경치가너무아름답다.휴식을한후시라동굴과시라분화구가보이는능선까지주변을2시간정도고소적응겸해서워킹을했다.이날은5km거리를약5시간30분걸었다.

셋째날:시라캠프(3,810m)→라바타워(4,630m)→바란코캠프(3,976m)
오늘이가장어려운등반이라고한다.08시10분에출발하여계속오르막이이어지고시라분화구를뒤로한채폴레폴레(천천히천천히)걸었다.이곳에서는폴레폴레가굉장히중요하다.폴레폴레하지않으면곧고산병이오니까.라바타워에도착하니눈,비가조금씩내렸다.

라바타워이후내리막길이더라도천천히걸어야하지만차츰굵어지는비때문에서서히발걸음이빨라졌다.3,000m이상킬리만자로에서만자생한다는세네시아나무가곳곳에널려있지만비가많이내려제대로보지못한것이아쉽다.오늘은고소적응을위한중요한날이다.새들도노래하는이곳캠프장이너무아름다웠다.10km에7시간10분걸렸다.

넷째날:바란코캠프(3,976m)→바란코월(4,200m)→카랑카캠프(3,995m)
08시10분에캠프를출발하자곧나타나는바란코월을넘기위해스틱을배낭에꽂고,두손으로기다시피올랐다.조금만서둘러도숨이찼다.항상폴레폴레를명심하며바란코월능선에서휴식을충분히취했다.악어바위도보고계곡을지나능선에도착하니카랑카캠프장이다.이곳엔물이없다.그래서포터들이계곡까지내려가캠프장으로물을떠온다.짐을갖다놓고다시물을뜨러가는모습이안쓰럽다.

오늘의산행시간은길지않다.그래서바라푸캠프까지가는등산객도꽤있지만우리는내일을위해,고소없이안전한산행을위해오늘은쉬는마음으로카랑카캠프에서야영을했다.또포터들의잠보송이들렸다.

“잠보잠보하쿠나마타타킬리만자로하쿠나마타타~.”
킬리만자로오르는데아무문제가없다는노랫말이다.또한줄기비가내렸다.킬리만자로의텐트속에서듣는빗소리가제법운치있고낭만적이다.어차피한차례지날비일뿐산행에는지장이없다.5km에4시간20분소요.

영원히기억될6박7일의산행


다섯째날:카랑카캠프(3,995m)→바라푸캠프(4,673m)
08시30분.어제와비슷한길을폴레폴레오르다보니12시에바라푸캠프에도착했다.점심을먹고이날밤에있을산행을위해충분한휴식을취했다.잠을자두어야하는데걱정이다.고도가높아서인지화장실을다녀와도호흡이가빠졌다.이제까지잘왔으니오늘밤도고소없이잘올라야할텐데.밤에오를준비를모두해놓고잠을청했다.4km에3시간30분소요.

여섯째날:바라푸캠프(4,673m)→우후루피크(5,895m)→바라푸캠프(4,673m)→음웨카캠프(3,068m)

적당히자고일어나차를마시고산에오를준비를했다.밤12시에출발했다.제법길이가파르고발이미끄러웠다.천천히지그재그로걸었다.조심조심걷다보니땀은전혀나지않고굉장히춥다.바람도많이불었다.두꺼운장갑을껴도손과발이시렸다.조금씩쉴때마다따듯한차를마시니추위해소에한결도움이됐다,

걷고또걷다보니가이드가스텔라포인트(5,756m)에도착했다고한다.이제조금만가면우후루피크정상이다.키보분화구안에있는눈을보며계속걸었다.

6시15분쯤일출이시작되고우리는우후루피크에도착했다.너무나감격적이다.남편과가이드모두얼싸안고함께기뻐했다.정상에서일출과킬리만자로의만년설을동시에추운줄도모른채바라보며감회에젖었다.키보분화구에서열심히사진을찍었다.

이제키보분화구를뒤에두고,킬리만자로의눈을뒤로한채바라푸캠프로다시하산이다.밤에오를때와달리햇빛이나니덥다.내리막은흙길이라미끄러지듯빠른속도로내려왔다,마음이너무가뿐하고즐겁다.멀리캠프에남아있던우리포터들이나와서손을흔들며환영해준다(09:10).그들을보니너무고맙고눈물이나왔다.무사히잘다녀와서감격하고또감격했다.폴레폴레가굉장히중요한것같다.밤에잘때머리에모자를쓰고잔것도도움이되었다.17㎞에14시간소요.

일곱째날:음웨카캠프(3,068m)→음웨카게이트(1,800m)
오늘아침에마지막으로포터들이만들어준음식을먹었다.6박7일동안정말맛나게먹었다.혹시입에맞지않으면어쩌지싶었는데전혀아니었다.숲이우거진평탄한길을2시간30분정도걸어서음웨카게이트에도착했다.우후루피크에다녀왔다는정상등정증을받고포터들과함께기념사진을찍었다.10㎞에2시간30분소요.

우리가산행을잘마칠수있도록도와준그들이너무고맙다.한사람한사람악수하며아쉬운이별을했다,그들에게늘행운이있기를빌면서.

안녕,안녕.킬리만자로여안녕.6박7일킬리만자로에서의시간들이나에겐영원히기억될것이다.킬리만자로로가기위해처음부터세심하게모든것을준비한남편도너무고맙다.

-글/이영주부산시부산진구전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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