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재정선·구암허준만나고봉수대와한강나루터지나쳐
야트막한산은기본적으로고개를갖고있다.서울에는문헌상으로230개이상의많은고개가있었던것으로전한다.현재서울은택지나도로개발로상당수의고개가없어졌으나아직도예전그대로혹은흔적이남은고개들이있다.
북악산에서남쪽으로뻗어있는산줄기에고개가많다.삼선교에서혜화동으로넘어가는동소문고개,서울대부속병원과창경궁정문북쪽사이에있는박석고개(薄石峴),동대문경찰서부근에서종로5가로넘어가는배오개고개(梨峴)등이다.인왕산서사면에서뻗어나와북서쪽통일로로통하는무악재외에도풀무재,미아리고개,망우리고개,진고개등이있다.
이러한고개들은세월이흐르면서많이변모되었지만무악재,남태령,미아리고개,망우리고개등몇몇큰고개는그면모를유지하고있다.고개들은없어졌지만그이름은지금도동네이름으로,또는지하철역이름으로남아우리에게친숙한느낌을준다.
고개이름이동명으로남아있는것은인현동(仁峴洞)·송현동(松峴洞)·아현동(阿峴洞)·만리동(萬里洞)·무악동(毋岳洞)·망우동(忘憂洞)등이다.지하철역이름으로는3호선무악재역,4호선남태령역·당고개역이있다.5호선의애오개역,6호선의버티고개역,7호선의장승배기역등도지명유래를전한다.
고개는기본적으로도적떼나호랑이가출몰하기쉬워길손들에게공포의대상이다.그래서고개를넘을때모여서가거나군인들의호위를받으며넘곤했다.따라서고개주위에는주막이있었다.길손들은고개를무사히넘게해달라는기원을담은서낭당을만들어빌었다.이서낭당이나중엔마을의안녕과풍요까지기원하는장소로확대됐다.지방에가면서낭당을쉽게볼수있으나서울에서현재흔적을찾을수있는서낭당은12곳으로전한다.서낭당이고개,서낭당고개,사당이고개,도당재등으로그자취를알수있다.
유난히야트막한산이많은서울시계종주제5·6구간을이번에도거인산악회·54트레킹동호회회원들과같이했다.
이번구간은강북에서만나한강을건너는대장정구간이다.대장정이라고하기엔가소로운거리지만한강을건넌다는,그것도북쪽끝에가까운지축역에서만나한강을건넌다고하기에굉장히먼거리로느껴졌다.지축역에서오전9시에일행을만났다.모이는회원들은구간이지날때마다점점더줄었다.1구간을시작할때는그추운날씨에도30명이넘었는데,지금은10명이채안된다.대단한사람들이다.다들60세를바라보거나60세를훌쩍넘겼는데….아마‘걷기의달인’경지에오른분들같다.
3호선지축역을등지고남쪽으로향했다.한마음미용실의커다란간판이눈에들어온다.기준점으로삼을만한곳이다.조금내려오니주변은온통공사판이다.이곳도뉴타운건립예정지라허허벌판에각종건축자재들이쌓여있다.그사이에있는시경계도로를따라걸었다.2차선도건너고,4차선도로도넘고,통일로도지나서앵산자락임도로접어들었다.야트막한앵산이서울과경기도고양의경계를이룬다.앵산자락오른쪽(서쪽)으로는골프장과서오릉이있다.
서오릉(西五陵)은5개의왕릉으로구성된사적제198호로지정된유적지다.세조3년(1457)세자장(璋:후대에덕종으로추대)이사망후풍수지리설에따라이곳에모셔진것이시초다.덕종과소혜왕후의경릉(敬陵),8대예종과계비안순왕후의무덤인창릉(昌陵),19대숙종과제1계비인현왕후·제2계비인원왕후의명릉(明陵),숙종의원비인인경왕후의무덤인익릉(翼陵),21대영조원비정성왕후의무덤인홍릉(弘陵)까지다섯왕과왕후의능을모셨다.경기도구리에있는동구릉다음으로큰조선왕실의가족무덤이다.
조선시대에는품격에따라왕과왕비의무덤은‘능’,왕의생모·왕세자빈의무덤은‘원’,대군·공주등의무덤은‘묘’로구분해불렀다.서오릉에는5개의능외에도조선왕조최초의‘원’으로명종의첫째아들인순회세자의무덤인순창원이있으며,숙종의후궁으로많은역사적일화를남긴희빈장씨의무덤도있다.
서오릉방향으로는능선에서철제펜스로문화재구역을보호하고있다.앵봉과응봉(244m)을거쳐벌고개로가는길이시경계다.벌고개엔서울시와경기도를가르는이정표가있다.
사실서오릉뒷산의명칭은조금애매하다.잘닦인등산로덕택에많은주민이이용하고있지만이산의이름을정확히아는사람은없었다.어떤사람은“이산전체가앵봉산”이라고하는가하면또다른사람은“응봉과앵봉의구분은…”이라며얼버무렸다.여하튼야트막한봉우리들은벌고개가있는서오릉을지나수색까지계속되며,서울과경기도의경계를이룬다.
벌고개는갈현동의옛자연부락인궁말에서서오릉으로넘어가는고개를말한다.풍수지리상이고개는덕종과덕종비소혜왕후한씨의능인경릉의좌청룡줄기에걸쳐있다.그런데지반이낮고약해사람이지나다니면더욱낮아질염려가있어통행을금지시켰다.만일지나는사람이있으면큰벌을준다고해서벌고개(罰峴)라이름을붙였다.
응봉에서내려오면서오릉로와접한다.도로를건너기위해서는서울방향으로50m쯤내려와횡단보도를지나다시시경계를찾아올라가야한다.그렇게올라가다다르는산이일반지도에표시된봉산이다.
봉산(205m)은정식명칭이덕산(德山:일명거북산)으로알려져있다.서울의서북쪽마을을병풍처럼둘러싸고있는산이다.앵봉,응봉을거쳐벌고개에서끊어진산은다시덕산에서일어나갈현동,구산,역촌,신사등으로이어져수색까지약7㎞연봉으로이어진다.
덕산은서울서북부주민과고양동남쪽주민들의휴식처이면서체력단련장이기도하다.능선을따라걷다가쉴만한곳에이르면정자와운동기구가구비돼있어많은주민이활용하고있다.이용주민은대부분서울시민인데고양시에서정기적으로검사하는약수터도10곳이넘는다고했다.처음나온정자인‘봉수정(烽燧亭)’에앉아쉬고있는등산객들에게이산이름이뭐냐고물어봤다.
“전체산형세가거북이모양을닮아서거북이산이라고한다”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