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여 만에 한국 100명산 완등 *-
BY paxlee ON 5. 11, 2010
3년여만에한국100명산완등
어제경기도포천명성산을등반하고인근이동면어느모텔에서아내와하룻밤을보낸후아침일찍포천백운산계곡옆흥룡사주차장에도착하니이른시각이라한적하다.흥룡사는나중에참배하기로하고곧장백운산정상으로향했다.
오늘은드디어한국의100대명산중마지막완등을하는날이라산행시작부터마음이설렌다.3년전어느날나이들어무사안일에빠져들어가는나자신에게변화도주고무엇인가목표도설정하고도전해보고싶은마음에결정했던한국의100대명산완등목표!정상에도착하면기분이어떨까?감격의눈물이날까?
앞서가는어느등산객이어디서왔느냐고묻기에경남마산에서왔다고하니마산인근에는좋은산이없냐고한다.난속으로웃음이나왔다.내가이곳먼곳까지온사연을모르니그럴수밖에.
발아래밟히는푹신한낙엽은양탄자를밟는듯하고아름다운단풍은정상으로올라갈수록말라비틀어져깊어가는계절은덧없이흘러가는세상사사람의얼굴과같다.계절은바뀌고다시찾아와내년가을이면또다시예쁜단풍으로피겠지만사람의얼굴은한번늙어쭈그러들면옛모습으로돌아오지않으니….
이런저런생각도하고가을의정취를만끽하며걷다보니드디어백운산정상!막상마지막100번째명산정상에서니마음이그저담담하다.3년간의기나긴목표가달성된기분이이런것인가.완등의기념을멋지게남기려고아내와난현수막을들고카메라를삼각대위에세우고기념사진을10여장찍었다.
주위의다른등산객들이우리를유심히바라봤다.어떤이는부러워할수도있고,또어떤이는바보스럽고별난사람이라고도하겠지.난목표달성의기쁨에친구들에게문자메시지도보내고정상에서완등기념을위해가져온이동막걸리에어제저녁식당에서얻은김치로한잔했다.이술맛은정말두고두고잊을수가없겠다.
나보다먼저100대명산을완등한지인의기록은산행높이9만6,787m,산행거리951km,산행시간468시간,산행기간1087일(약3년)이라고했다.돌이켜보면정말긴여정과힘든산행이었다.목표를달성하니감개무량하기도하지만한편으론무리하고바보같은목표같기도해만감이교차했다.
▲포천의백운산정상에서100명산완등을아내와함께자축했다.
하루2개산오를때도2번이나
갑자기100대명산산행의추억들이내머릿속에주마등처럼스쳐갔다.일요일이면편히쉴텐데평일보다더일찍첫새벽에일어났고,경기도·강원도등먼지역의산행이면버스로왕복10~12시간이나소요되어차타는것이산행보다더힘들때도있었다.
80번째이후는산악회산행으론가는기회가없어승용차로장거리를달려가2박3일에4개의명산을등반하여하루에2개산을등반할때도2번이나있었다.지금생각하면내가목표달성을위해미쳐있었다는생각도들었지만어려운목표달성은분명미쳐야달성하는것이다.
강원도인제점봉산에선한치앞을못보는짙은안개속에서혼자길을잃고죽음의두려움을느꼈던일,산행하면서뱀도수없이만났었다.때로는무더운여름에땀을비오듯흘리고,추운겨울이면장갑끼고벌벌떨며밥먹으면서‘따뜻한집에서편히있지왜이고생하는가?’하고후회하던일등지나간산행의순간들이파노라마처럼지나갔다.또하산하여전국방방곡곡가는곳마다그고장동동주한사발하면그맛이어찌나좋던지.
나는산에서배우고깨달았다.이세상가장맛있는밥은그어떤진수성찬보다도산정상에서먹는밥이고,가장시원한바람도정상에서불어오는미풍이며,산속의오솔길을걷거나산능성에올라서면내발아래가온통내꽃밭이요,정원이었다.산행을하고있노라면세상사근심걱정다잊어버리게되고,큰욕심이없어지며올라가는힘든길이있으면내려오는편안한길이있어우리의인생사와같고,정상에서맛보던그희열은이세상어떤것과도비할바아니다.땀흘려힘든산행을하고계곡에서발담그고앉아있노라면한없이편안하여시간가는줄몰랐다.
100대명산산행의추억들을생각하며내려오니어느덧도로가보이고많은사람들의소리가들려왔다.광덕고개다.여긴경기도와강원도경계지역이다.시골장터가열리고구경하는사람도많다.아내와난시외버스를타고내차가있는흥룡사주차장앞에내렸다.흥룡사에들러100대명산완등까지아무런사고없이무사히마칠수있게도와주신부처님께감사의절을하고,절앞오솔길을내려오니봄에피는꽃보다지는단풍으로더아름다운가을이조용히깊어만갔다.
앞으로또어떤새로운목표설정과도전을해볼까생각하며영원히잊지못할경기도포천백운산을떠났다.
-글/박영식경남마산시월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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