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시스템(ecosystem)’이 주목받는 이유 *-
BY paxlee ON 5. 16, 2010
‘에코시스템(ecosystem)’이란?
애플이바꿔놓은기업전략
애플성공요인은제품경쟁력못지않게콘텐츠·앱,소비자네트워크의힘…
승부관건은기업간의경쟁이아니라팀워크만드는’연결’의끈끈함에있다
요즘한국의IT산업은’애플쇼크(AppleShock)’를겪고있다.애플아이폰(iPhone)은5개월만에60만대이상이팔려나가면서국내스마트폰시장의70%이상을점유하기도했다.지금까지한국에서팔렸던어떤휴대폰도이렇게빨리시장을잠식해나간적이없다.세계시장의상황도비슷하다.모바일광고업체애드몹(AdMob)에따르면지난2월말현재전세계에서스마트폰을쓰는사람중에아이폰을쓰는사람이50%에이른다.경쟁자인구글의안드로이드폰은24%,윈도모바일폰은2%에불과하다.애플의성공을보면서’IT강국’을자처해온한국의자신감은허상(虛像)이었다는비판까지나온다.
도대체이처럼압도적인애플의성공요인은뭘까?흔히애플만의감각적인디자인이나편리한사용자인터페이스(UI)등이많이거론되지만,전문가들은애플의강력한‘에코시스템(ecosystem)‘에주목한다.
에코시스템이란원래생물학용어로,자연환경과생물이서로영향을주고받으면서함께생존해나가는자연계의질서를말한다.이것을1993년미국하버드대연구교수인제임스무어(Moore)가비즈니스에접목해’비즈니스에코시스템’이란용어를만들었다.주로IT분야의여러기업이몇몇리더기업을중심으로경쟁과협력을통해공생(共生)하고함께발전해나가는모습을지칭한것이다.
- ▲애플CEO스티브잡스./신화연합뉴스
에코시스템이란용어는한때수면아래로잠복했다가최근애플쇼크와함께다시널리회자되기시작했다.애플의성공요인이단지아이팟이나아이폰,아이패드와같은제품의경쟁력에있는것이아니라그제품에연결되는음악·영상콘텐츠와응용프로그램(app·앱),주변기기,나아가소비자네트워크의힘에기인하는바크다는것.다시말해개별적인기업간의경쟁이아니라,여러기업이팀을짜서팀대팀으로벌이는경쟁이라는것이다.
승부의관건은팀워크를만들어내는’연결’의끈끈함에있다.애플의비즈니스모델이꽃을피울수있었던것은애플이모든것을독식하는것이아니라,협력업체들과수익을배분하고상생(相生)하는환경을만든데기인한다.그런모습이자연계의공생모델과닮아있다는의미에서에코시스템이란말을쓰는것이다.
결국지금애플의아성을깨려면,애플이구축한견고한에코시스템의벽을넘지않으면안된다.삼성전자나LG전자,SK텔레콤이지금껏그래왔듯"값은더싸면서디자인이나성능은뛰어난"제품을내놓은것만으로는’타도애플’은불가능하다.경쟁의판이이제개별제품에서에코시스템으로바뀌었기때문이다.
■에코시스템의경쟁력이제품의경쟁력
예를들어방금아이폰을구매한어떤소비자가있다고치자.이사람은곧바로아이폰을편리하게충전할수있는크래들(거치대)을사고,애플의콘텐츠판매사이트인아이튠즈(iTunes)에접속해음악몇곡을다운로드받는다.그리고아이튠즈를뒤져최신게임도내려받는다.이과정에서애플은아이폰을팔아돈을벌고,중국제조업체와국내유통업체는크래들을팔아서돈을벌며,미국의소프트웨어개발업체와음반업체는앱과콘텐츠판매수익을얻는다.콘텐츠를다운로드받기위한무선인터넷접속료는통신업체가받아간다.문자그대로공생이다.
허순영KAIST테크노경영대학원교수는"이러한애플의에코시스템은스스로발전해나가는선순환구조를갖고있다"고말했다.아이폰이용자들이늘어나면서점점더많은콘텐츠,응용프로그램업체들이자사제품을앱스토어에팔기위해애플의에코시스템에뛰어든다.우수한앱과주변기기들이쏟아지면아이폰의매력은더욱높아진다.이는더욱더많은아이폰가입자들을끌어들이고,나아가더많은기업의참여를이끌어낸다.이런식으로애플의에코시스템은점점더커지고,진화해간다.
애플은이처럼진화하는에코시스템을구축하기위해크게두가지전략을구사했다.
첫째,애플은’닫힌정원(walledgarden)’을’열린정원(opengarden)’으로바꿨다.아이팟과아이폰은소프트웨어를개발할수있는기술을외부에공개하고,콘텐츠다운로드사이트인아이튠즈도개방함으로써,외부콘텐츠업체와앱개발사가애플이제시한규칙을지키는것만으로자유롭게자사제품을만들어팔수있게했다.애플은나아가이들업체에판매수익의70%를제공하고,나머지30%만수수료로받는다.
이는통신업체나휴대폰제조업체와콘텐츠업체간의관계가수평적으로변화했다는점에서큰의미를갖는다.애플이등장하기전까지국내휴대폰시장환경은공급자와제조사,소비자가위계적질서에따라독점적으로연계된수직적구조였다.휴대폰에콘텐츠를제공하는업체들은이동통신업체의허락을받아야만콘텐츠를판매할수있고,이동통신업체들은이러한독점적권한을무기로판매수익의절반이상을가져갔다.콘텐츠업체들은통신업체의하청사에불과한셈이었다.
둘째,애플은제품간에동일한운영체제(OS)를사용해소프트웨어가호환되도록했다.이를테면아이팟터치에서사용가능한콘텐츠는아이폰과아이패드(iPad)에서도약간의변경만으로사용가능하다.콘텐츠와앱개발업체입장에서는한번에여러제품을위한소프트웨어를개발할수있는셈이다.또제품간에사용방법이동일하기때문에아이팟을써본사람은아이폰,아이패드도쉽게이용할수있다.그래서한번애플에익숙해지면다른회사제품을쓰기어렵다.
현재애플의에코시스템은규모면에서경쟁자들을월등히능가하고있다.애플의아이튠즈사이트를통해내려받을수있는멀티미디어콘텐츠는1300만개,소프트웨어는20만개이상이다.아이폰주변기기와액세서리의종류도2000여가지가넘는다.아이팟·아이폰사용자의수는전세계적으로8500만명에이르는것으로파악된다.
■과거의실패에서배운애플
그렇다면애플이이처럼성공적인에코시스템을구축할수있었던비결은뭘까?아이러니하게도,과거애플의쓰라린실패덕분이다.애플은1990년대에매킨토시컴퓨터를내세워마이크로소프트(MS)와인텔을상대로개인용컴퓨터(PC)시장주도권을놓고싸움을벌였다가처참한패배를맛봤다.
양진영의성패를가른것이바로에코시스템이었다.애플이매킨토시하드웨어와운영체제의효율성에집착한나머지지나치게폐쇄적으로가면서다른기업들과의에코시스템육성에실패한반면,인텔과MS는PC의기술과시장을다른기업들에널리공개하고사업의에코시스템을키웠다.
20여년이지난현재전세계에서사용되는개인용컴퓨터중99%가MS와인텔의기술에기반한PC제품이다.매킨토시는출판이나디자인분야에주로쓰이는전문제품으로전락했다.와신상담하던애플은아이팟과아이폰비즈니스를플랫폼화함으로써과거인텔·MS에패한한을풀었다.
그러나애플은여전히아이팟이나아이폰이라고하는하드웨어에관한한독점공급이라는틀을벗어던지지못하고있다.다시말해삼성전자나노키아에제조를허용치않는다.애플의주수익원은여전히아이팟이나아이폰과같은하드웨어에있기때문이다.
아이폰의강력한경쟁자인구글의안드로이드폰이노리는애플의약점은바로이부분이다.안드로이드는철저히과거MS와인텔의에코시스템전략을답습하고있다.구글은안드로이드라는모바일OS의공급자로남고,하드웨어시장은휴대폰제조사들에게,콘텐츠와앱시장은역시외부의수많은전문업체들에완전히개방하고있다.
구글의에코시스템이애플에비해훨씬열려있는셈이다.휴대폰제조업체들로서는애플에맞서구글의안드로이드와손잡는수밖에없다.그래서당분간하드웨어시장에서애플은혼자,안드로이드는수십개의휴대폰전문업체들을등에업고경쟁을펼치는상황이될전망이다.
이때문에5~10년후최후의승자는안드로이드가될것이란전망이많다.애플의하드웨어기술이나디자인이뛰어나기는하지만필마단기(匹馬單騎)이다.수십개휴대폰제조사들이참여해경쟁적으로신제품을내놓을안드로이드폰진영의물량공세를혼자버텨내기는힘들다.
이미그조짐이보이고있다.미국의시장조사업체NDP에따르면올해1분기에새로스마트폰을산사람중28%가안드로이드폰을택해사상처음으로애플의아이폰OS(21%)를제쳤다.어느쪽이든승리를확신할수없는상황이다.더강력한에코시스템의육성에성공하는쪽이최후의승자가될것이다.
-정철환조선일보기자/[Weekly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