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객이미국워싱턴DC에서인천공항까지대한항공의직항노선으로왔다.또다른승객은같은비행기로인천까지왔다가다시인천-마닐라비행기로환승해서마닐라까지더갔다.두승객중누가총비행요금을많이낼까?답은희한하게도인천공항까지만가는승객이더많은요금을내고있다.이유를들어보면당연하다.대한항공은워싱턴DC에서인천까지유일하게직항노선을운영하고있다.미국의수도인워싱턴DC를방문하고오는한국인승객중중간에환승하는것을대기시간이나언어소통의문제등으로번거로워하는고객을유치하고있다.이들은환승을하는않는댓가로그만한추가금액을낼용의가있는사람들이다.
다만타항공사에서는이노선에취항을하지않는것에서알수있듯이그와같은니즈가있는승객수가매번모든좌석을채울만큼많지는않다.비행기운항서비스특성상빈좌석이하나라도있으면그만큼수익기회를상실한다.따라서빈좌석보다는어떻게든채우는것이좋다.빈좌석을채우는방법은워싱턴DC에서출발하여최종목적지가중국이나동남아시아인승객에게인천에서환승하도록하는것이다.그런데이는도쿄등다른도시에서환승하는타항공사와승객유치경쟁을해야만한다.환승승객유치할만큼의매력적인경로가되기위해서는가격을낮출수밖에없다.
더욱이대한항공은최종목적지가마닐라인승객의경우유치경쟁에서더욱앞서야할필요가있다.대한항공은주14회(2009년12월기준)인천-마닐라직항노선을운행하고있다.일단개설된노선은승객이있건없건운항해야하는게국제규정이다.이노선역시한국과필리핀을오가는승객만으로좌석을모두채우기힘들다.따라서워싱턴DC에서마닐라까지가는승객을인천을경유해환승하도록하면인천-필리핀노선의빈자리도자연히채워진다.이렇게하면빈자리가많은두노선,즉워싱턴DC-인천노선과인천-마닐라노선모두에서빈자리가채워지는것이다.그렇다보니워싱턴DC-마닐라노선은어느항공사보다도싼가격을제시해서승객을유치해야하고워싱턴DC-인천은상대적으로비싼가격을제시하게되는것이다.
미국에서경제학교과서로즐겨쓰이는프렌티스홀출판사의‘미시경제학(Microeconomics,RobertS.PindyckandPanielL.Rubinfeld,7thEdition,paperback)’교재를미국현지가격과한국판매가격기준으로비교해보자.미국최대인터넷서점인아마존닷컴에서이책은약100달러에판매되고있다.이에반해교보문고에서는외양과품질이같은책을4만3,000원에판매하고있다.환율이요동을친다고하지만한국판매가격이미국판매가격의절반도안된다.이책이한국에서판매되려면운송비와그외운영비용이더해지므로미국보다비싼가격에판매되어야마땅하다.왜이런일이발생할까?미국에서미시경제학책한권을생산하는비용은15달러가채안된다고한다.미국에서는인지도가있는교재의경우생산비용의몇배를더해폭리를취해도팔리지만,한국에서는한국인저자가쓴경제학교재와경쟁을해야한다.한국에서나온책은1만5,000원에서3만원수준이다.이와같은상황을고려한다면한국에서도폭리를취할수없고가격수준을낮추어야만팔릴여지가있다.
이두사례가말하는것은
저자는우주항공과기계공학과같은전형적공학을전공한뒤‘수학,통계,전산’등과경영을접목한경영과학으로선회하였다.그리고대학연구실이아닌기업현장에서수학적으로문제해결을하는역할을하고있다.이러한이력의저자는이책전반에걸쳐산업공학,경영과학과같은학문에서다루는각종기술경영기법들을재미난사례와함께쉽게설명한다.사실상이책에서새롭게이론을주장하거나역발상을제시하고있는것은없다.대부분관련전공을한사람이라면귀게못이박히도록들었던기법들이고기법별로도무수히많은책과전문가들이있다.
그러나이책이가지는중요한의미는그동안재무,인사,전략과같은전형적경영분야에비하여그중요성이덜인식되었던
또지금까지수리기반으로경영학에접근하는사람들끼리‘왜이렇게중요한것을사람들이도외시하지?’라면서도정작얼마나효과가있는지를알리려는노력을하지않았다는점을고려하면이책은단연돋보인다.원래경영학에서쉽고재미있게쓰는것에얼마나공을들이는지생각하면왜이제야이런책이나왔는가생각할수도있다.단,독자의흥미를지속적으로유지시키려다보니단편으로이루어진사례와기법소개는체계적으로분류가되지않은면은있다.물론콘서트가체계적일필요는없다.다만이책에서설명하는‘경영과학’적접근을설명하자면재구성하여설명할수밖에없다.크게는데이터에근거한고객차별화와수리적인생산관리최적화로나눌수있다.
이책에서는
미국에서DVD대여점으로성공했던넷플릭스(Netflix)가이를활용했다.1990년대초반이후미국비디오대여점을거의독점하다시시피한블로버스터(Blockbuster)를넷플릭스는불과몇년만에무너뜨렸다.이과정에서중요한역할을한것이개인맞춤형영화추천기능이다.영화를추천하면신작위주로모든사람들에게획일적으로추천하는것이관례였다.그러나넷플릭스는고객이과거대여한영화,대여고객이매긴평점,고객이클릭한영화장르등고객이자발적으로혹은인식하지못하고제공한모든정보를취합한후현재시점에가장선호할영화를추천한다.
이렇게되면고객의만족도도높아지지만넷플렉스입장에서도헐리우드대작처럼높은판권을요구하지않은독립영화,저예산영화의대여가늘어나수익에도큰도움이된다.그리고저자는이와같은분석에필요한인공신경망,협력적여과방식과같은데이터마이닝기법들을소개한다.한가지아쉬운점은‘모든기업이이렇게할수있는것은아니다’라는설명이없다는점이다.넷플레스와같은분석을하려면우선고객의구매내역을추적할수있어야한다.고객의구매가소매유통업체에서발생하는대부분의제조업체는어떤고객이어떤제품을샀는지정밀하게추적하기어렵다.
제품박스에동봉한구매카드에제품구매일이나구매경로를써서보내달라고하지만한계가있다.또구매내역을추적할수있는서비스업종에서도쉽지만은않다.예컨대고객은하나의신용카드만쓰지않고하나의쇼핑몰만이용하지도않기때문에보유한고객데이터가고객의선호나구매가능성이높은시점을온전히표현해주지않기때문이다.또취급하는상품의종류가너무방대해이중에서추천한상품이고객의마음에들기란쉽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책에서말하는데이터에근거한고객별로차별화는기업들이계속지향해야되는방향임은분명하다.
과거신문이나TV와같은대중매체가압도적인매체점유율을보이던시절에는여기에광고를하는것만으로도많은노출을할수있었다.그러나지금은인터넷등으로인하여개인화된매체가주류로자리잡고있다.여기서는개인의관심사가아니면기업이시도하는모든접근은스팸일뿐이다.모바일인터넷시대가도래하는지금의시점에서는그경향이더심해지면심해졌지약화되지는않을것이다.
생산현장에서재고는악(惡)이다.
공정별로재고가일정수준미만이면생산성이급격히낮아지며또일정수준이상으로재고를늘려도생산성은늘지않으므로공정별로최적의재고를가져가는것이중요하다는것을밝힌다.몰론이는상징적사례로보인다.
어찌되었건사례에서말하는내용처럼수리적으로최적화된문제의진단및처방이경영에도입되어야하는것은분명하다.이른바감(感)에의존하기에는의사결정의변수가보다광범위한분야에걸쳐있게되었고,제약조건도까다로워지며그절대수도많아졌기때문이다.사실감이라는것도그사람의머릿속에들어있는과거의경험을종합하여의사결정을하는것인데이를수치화하여혼자가아닌객관화하자는것이다.
물론저자는대전제가틀릴경우숫자만가지고접근할때의위험성도사례를통하여언급한다.코카콜라의사례가그렇다.
코카콜라는이두가지의가격을얼마로할지에대하여고심을했을것이다.그러나코카콜라는이자판기를설치하자마자소비자들의거센항의를받아야했다.소비자들은추운날싸게판매한다는생각보다더운날비싸게판다는인식이더크게작용했기때문이다.결국얼마지나지않아기업이미지에손상만입은채자진철거했다.
경영에과학을도입하여문제를정의하고해결하는방식에대하여한국기업이해외선진기업에비하여덜선호하는것은인정해야할듯하다.그이유는아마도잘모르기때문일것이다.잘모르는방식을선호할수는없다.그런점에서도중요한의의가있다고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