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가온~베딩~테시랍차~타메~콩데~루클라트레킹
초롤파캠프를출발하자마자급사면을올려친지1시간만에해발4,800m높이의테라스지형에올라섰다.벌써표고200m이상올라왔다.헉헉대는우리와달리사다는자그마한숨소리조차내지않는다.이제우리가내일오를세락과그뒤로테시랍차에서등반할파르차모(Parchamo·6,273m·일명Parchamuche)설릉이눈에들어온다.
사다다와는테라스형으로띠를이룬산중턱에서다시퇴석빙하로방향을튼다.기껏올린고도를다시내린다생각하니한숨이나온다.초반에는내려갈만했으나밑으로내려설수록험해진다.위에서툭하면돌멩이를굴려놀라게하고,발을디딘땅이주저앉으면서균형을잃을때마다100여m아래돌바닥이눈에들어온다.왜지형도에초롤파를가로지르는길이험하다고표시돼있는지깨달을수있었다.
캠프를출발한지4시간이지나다시빙하로내려섰을때의고도는4,620m.200m이상올라섰다하여좋아했는데원위치한셈이되고말았다.수많은둔덕이형성되어있는퇴석지대는보기만해도질리게했다.잡석과흙이얼음과뒤섞인언덕을50m를올라가면50m를내려서고,30m를올라서면또다시30m를내려선다.
퇴석지대의부연빙하호수물을떠네팔식라면을끓여허기진뱃속에집어넣는다.눈발이날린다.처량하기짝이없다.그래도차갑게식은김밥과샤베트같은사과를먹다가따뜻한라면국물이들어가자속이데워지는느낌이다.
싸락눈이내리기시작한다.화이트아웃도일어나주변이흐릿해진다.산정위에떠다니던구름이점차내려오더니빙하와거의맞닿은듯하다.을씨년스런날씨에덧옷을푹뒤집어쓴채수많은언덕으로이어지는퇴석지대를걷는것은정말지긋지긋한일이아닐수없다.
오후4시,해발4,800m대에올라서자포터들이싸락눈을피해오버행바위아래앉아있다.주변에캠프사이트도많고곳곳에쓰레기도널려있다.여기가쿠나캠프(KunaCamp)?카트만두의대행사에서만들어준일정표에는오늘쿠나캠프에서자기로돼있는데사다(셰르파의대장격)든쿡이든지명에대해잘모르고빙하에안내판이서있지않으니어디가어딘지알수없다.
“아니,세락이아닌절벽길이잖아!”
오후3시경“로프를깔기위해먼저가겠다”했던사다다와가세락뒤로이어지는설사면끝에서손을흔들어댄다.테시랍차로가는길은어마어마한세락왼쪽바위절벽으로나있었다.좌측으로거대한폭포수가쏟아지는절벽길은수직벽은아니더라도미끄러지는순간100여m아래빙하로떨어지는위험한구간이다.
저녁을먹고나자눈보라가언제그랬느냐는듯잠잠해지고달이휘영청떠오른다.이틀후면테시랍차에서파르차모등반이시작되는데….설사면?설벽?세락?루트를상상하는순간부터머리가복잡해지기시작한다.
산행을시작한지30분쯤지났을까,비그프레아고샤르사면에서거대한눈사태가쏟아진다.상단부의세락이무너지면서설벽중단부의거대한눈턱을내려쳐큰눈사태를일으킨것이다.눈사태는후폭풍과함께상어이빨처럼튀어나온세락지대를거쳐설사면으로흘러내리더니막을내린다.그러곤얼마지나지않아평온을되찾고또다시웅장하면서도아름다운설산의풍광을보여준다.
우리보다앞서테시랍차로오른손님이있는가보다.‘킬리만자로의표범’인가?짐승한마리가고운설사면에발자국을차분히남기며위쪽으로향하고있다.사다다와는양손을고양이발톱처럼만든뒤양쪽귀에갖다대고얼굴을찡그리며자칼발자국이라알려준다.그럼털이하얗다는,히말라야에만산다는설표(雪豹)?설표는티베트일원의고산지대에서간혹발견되기는하지만네팔히말라야에서는카메라에잡힌적이거의없었다.
어제는거친퇴석지대를걸었지만햇살이내리쬐지않아그런대로견딜만했지만오늘따가운햇살아래설원을걷다보니금세지치고무기력해지는느낌이살짝온다.오전10시경해발5,300m높이의모레인지대에닿자다와가“여기가오늘야영지인툴룸보(Tulumbo)”라며“오늘아예테시랍차까지올려치는게어떻겠냐”고묻는다.2시간이면가능하단다.2시간….그럼정오면테시랍차에올라선단말인가.다와는한술더떠“그렇게하면하산길이훨씬수월하다”고강조한다.
좋다.가자.오른쪽에치솟은파르차모가우리를부르고있지않은가.한데설원이가도가도끝나지않는다.아무래도뭔가잘못되어가는것같다.다와를불러댔으나거리가멀어들리지않는지앞으로쭉쭉내뺀다.그러고보니어제분명다와가경험많은사람들이나하루에올려칠수있다는테시랍차로향하고있는것이다.
끝없이이어지는표범발자국을따라설사면을헤쳐나아가다가바위지대에서쉬고있는데황원선씨가다가오더니사람이죽어있다고한다.이미지나온눈길오른쪽설사면의무너진텐트속침낭안에시신이있다는것이다.직접확인하지는못했지만이는분명홀로테시랍차를넘었거나넘기위해잠을자다심한고소증에끝내목숨을잃은사람이다싶었다.
설사면이끝난뒤바윗덩이가불안하게얹힌사면으로접어들자포터들이쉬고있다.그중한명왈,“작년가을프랑스트레커중한명이쿠나캠프에서하루에테시랍차로오르려다심한고소증으로목숨을잃었다”고한다.옴라마셰르파(OmLamaSherpa)에게“얼른좇아가서사다에게오늘은툴룸보에서자겠다고전하라”고하자급경사너덜지대를쏜살같이올려친다.
200m넘게올라섰다내려온사다다와셰르파를보니괜히미안하다.양효용씨가머리가좀아파내일올라가는게나을것같아이부근에서머물렀으면한다고핑계를대자사다는심각한표정을지으며“여기그냥있으면위험하니포터를서너명붙여줄테니테시랍차를넘어서는게어떻겠냐?”고한다.이런,농담이었는데.말한번잘못했다가아예하산할뻔했네.
텐트를치고고추장으로국물을낸떡국한그릇씩먹고나니오후2시.양효용씨와최준회씨는컨디션을잃곤밥도제대로먹지못한다.속을따뜻하게해주면서컨디션조절도해주는밀크티마저도싫단다.반면‘야크황’황원선씨는왕성한식욕을과시하며한그릇뚝딱해치우고후배들눈치를살피다떡국을반그릇쯤더퍼담는다.황원선씨는식욕뿐아니라걷기도잘걷고평지든오르막이든입담까지끊임없어이번트레킹에서‘워킹토킹(walkingtalking)’이란별명이붙었다.
어제와마찬가지로오후3시쯤되자눈보라가몰아치고까마귀들이깍깍대며기웃거린다.파란하늘을향해치솟은파르차모도모습을감추었다.히말라야트레킹중저지대에서는할일이많다.마실도다니고포터들과잡담도나눈다.그러나
화이트아웃으로주변이잘보이지않더니해가넘어가자둥근달이떠오른다.내일이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