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봉 등정의 꿈’ 폭풍설에 사라지다 [2] *-

‘설봉등정의꿈’폭풍설에사라지다[2]

코발트빛하늘에서폭설퍼붓더니폭풍까지몰아닥쳐

기대했던대로이튿날날씨가쾌청하다.파르차모정상부에날리는설연과코발트빛하늘,그리고아침햇살이정말잘어우러진다.오전7시키친보이가가져온밀크티한잔씩마시며또하루를시작한다.먹고자고,일어나면걷고-.황원선씨는“이건사람사는게아니다”라며툴툴댄다.

급경사너덜지대를한달음에올려친다.1시간만에표고130m를올린뒤설사면으로접어들었다.한참뒤에출발한사다일행은어느샌가우리를앞지르고,무거운짐을짊어진포터들역시금세추월해나아간다.어느틈엔가햇살이파르차모를넘어설사면에내리쬔다.그래도바람과눈보라에따뜻하다는느낌이전혀들지않는다.

쏜살같은속도로고도를높이면서도중간중간사진도찍고주변경치도감상하면서호흡을조절한다.오전11시25분,드디어룽다가날리는패스가내려다보이는테시랍차설릉에올라선다.눈앞에또다른히말라야가기다리고있었다.오른쪽으로파니요티파(PaniyoTippa·6,696m)에서텡캉포체(TengkangPoche·6,500m)를거쳐콩데리(KongdeLi·6,186m)로이어지는설릉이날카롭게솟구쳐있고그뒤로탐세르쿠(Thamserku·6,608m)가살벌한분위기를풍기며버티고서있다.쿰부히말의명봉들이눈앞에펼쳐져있었다.

파르차모는테시랍차설릉에거대한산이하나얹혀있는듯웅장하고위압적이다.초반부는띠를두른듯청빙지대를이루고그위로는프런트포인팅으로나등반이가능할정도로급경사설벽이이어지는데다이후로도정상부까지급경사를이뤄등반중돌풍이라도불면추락가능성이높다싶다.

스태프와포터들은파체르모맞은편에우뚝솟아오른텡라기타우(TengRagiTau·6,949m·일명Angole)의거대한절벽아래삼삼오오모여앉아해바라기를하고있다.오늘의캠프지다.절벽위쪽에포터들이텐트를치고아래쪽에식당텐트와멤버용텐트2동,그리고사다와쿡이사용할텐트를설치하고점심을먹는사이하늘이급변하더니함박눈이쏟아지기시작한다.바람은돌풍이다싶을만큼강하게불어댄다.

그런데도다와는점심을먹자마자청빙을이룬파르차모하단부에고정로프를깔겠다고나선다.등반도좋지만강풍에혹무슨사고나당하지않을까걱정스럽기만하다.다와가캠프를출발한이후바람은더욱강해지더니폭설로바뀐다.바람이밑에서위로올려쳐텐트를뒤흔들어댄다.포터들은눈보라에견디다못해텐트를절벽아래설사면으로옮기느라정신이없다.

오후3시반경,다와는온몸에눈을뒤집어쓴게꼭한바탕전투를치르고난모습으로돌아와“바람이너무강하고위험해도저히로프를깔수가없었다”고상황설명을한뒤설사면으로내려가포터들이텐트치는일을돕는다.그러고한시간쯤지나다시텐트를찾아와“고소증때문에머리가아파하는포터들이많다”며“등반을포기하고내일일찍하산하면어떻겠냐”묻고는“3일전모레인빙하를걸을때부터오후면날씨가나빠지더니결국이런최악의날씨를만난것같다”며“하산을결정하면캠프지아래쪽절벽지대에지금당장로프를깔아놓겠다”고한다.

오늘밤등반이문제가아니라안전하게하산하는게더욱큰문제다.하산이아니라‘탈출’이라는표현이맞는상황이다.하늘에서내린눈이텐트를무겁게눌러대고위에서흘러내린눈이텐트벽을밀어붙이면서공간을점점좁혀온다.히말라야설산의변화무쌍한날씨는이렇게기대를실망으로,아름다움을위험한상황으로역전시켜놓고말았다.

1951년에도이랬을까.그해봄에드먼드힐러리는에베레스트접근로를찾던중테시랍차를택했고,테시랍차를넘어초오유로접근해산소통을테스트하고현지적응훈련을했다.그때도지금처럼눈보라가몰아쳤을까?이런척박한환경을60여년전시원찮은장비로등반했다는생각이떠오르자옛날산꾼들에대한존경심이절로생겨난다.

오후6시,오늘저녁은네명이함께먹지도못한다.두명씩지내는텐트로음식배달이다.그래야된장찌개에뻔한반찬인데도꿀맛이다.반면양효용씨와최준회씨는식욕뿐아니라여행의즐거움마저잃어버린듯하다.아니지긋지긋해한다.식당텐트에마실나가보니눈을녹여물을만들고있다.캠프주변에있는포카리(작은호수)가눈에덮여물을구할수없는상황이다.보다못해내일아침을간식과밀크티한잔으로끝내겠다하니쿡과키친보이들이즐거워한다.포터들주겠다고머리아픈데먹는약을가져갔던다와도고맙다한다.


▲1텡라기타우남벽아래위치한테시랍차캠프.2테시랍차캠프에서폭설과강풍에주저앉은텐트를포터들이걷고있다.3해발5,750m높이의테시랍차에올라기뻐하는일행.왼쪽부터최준회·황원선·양효용씨.
모자쓰지않고잠잘수있다는생각에몸가벼워져

사실오늘밤파르차모등반은그누구라도불가항력이다.정오를조금넘어내리기시작한눈이어두워진뒤에도내리고있으니설악산이라할지라도산행은미련하고위험한행동인것이다.그나저나마지막텐트생활을또어떻게보내나걱정이다.지금이7시.내일아침6시까지11시간동안텐트안에서뭉개야하는것이다.

포터들텐트에서장중한노랫소리가들려온다.그간들어왔던우리의아리랑같은‘렛삼피리리’가아니라‘셰르파의노래’였다.한명이한소절을먼저부르면나머지사람들이따라부르곤한다.폭풍설속에서도네팔사람들은조금도흐트러지지않았다.오히려자연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모습이었다.온몸이눈에젖어있고몇몇은고소증으로머리가아프다하는데도저들은척박함과어려움을여유로움으로받아넘기고있었다.

아무튼우리의익스트림트레킹은내일이면끝이다.다와가절벽지대를내려서려면안전벨트가있어야한다지만그래봤자다싶다.내일저녁이면열흘만에샤워도하고모자를쓰지않은채잠을잘수있다생각하니몸이가벼워지는느낌이다.지금컨디션을잃은두사람은분명지긋지긋할것이다.그렇지만타메로내려가쿰부히말의아름다움을만끽하고집으로돌아가면또다시히말라야가그리워질것이다.

[테시랍차트레킹]

나가온이후타메에닿을때까지캠핑생활해야

테시랍차트레킹은히말라야오지를들여다본다는면에서매력적인여행코스라할수있다.카트만두에서경비행기를타고루클라로향할때인상적으로보이는가우리상카를지척에서보고이후에도롤왈링빙하를오르는사이좌우앞뒤에치솟은6,000m급설봉들을바라보면히말라야의정취를만끽할수있다.빙하호수인초롤파의풍광역시매우인상적이다.여기에쿰부히말지역에비해옛모습이살아있는셰르파들의마을과목초지인카르카를볼수있다는것또한즐거움이다.

그러나트레커들에게잘알려진쿰부히말이나안나푸르나일원처럼로지시설이잘돼있지않기때문에캠핑장비를휴대하고다녀야한다.시미가온,베딩,나3개마을에는로지가한두집있으나그밖에지역에서는캠핑을해야한다.

트레킹기점은수리도반(SuriDobhan·1,030m).카트만두에서노선버스가다니지만대개버스나지프를대절해접근한다.현재라마바가르(Lamabagar)에진행중인수력발전소공사를위한진입로공사로이지역에서가장큰마을인돌라카에서람마라바르까지도로공사중이다.기자가답사한4월초현재수리도반까지길이나있지만람마바가르까지계속도로를뚫고있다.단,포장이전혀안돼먼지가엄청나게날리므로배낭을덧씌울커버와마스크를지참하는게바람직하다.

트레킹코스는지형도에표기된것처럼초롤파를지나면서사뭇거칠어진다.거리를두고티숍2곳이있는초롤파오른쪽계곡에서캠핑을한다음호숫가로초롤파를가로지르는게아니라일단약200m위쪽테라스형지대까지올랐다다시퇴석빙하로내려서야한다.

퇴석지대가끝나기직전캠프지가나타나고이어짤막한설사면을거쳐설릉을가로지르면거대한세락팀에다다른다.여기서세락좌측의암벽으로올라서야하는데,절벽초입부에서왼쪽으로트래버스하다가짤막한크랙을타고오른다.확보할만한지점에는고정볼트가박혀있다.

독수리둥지를연상케하는5,000m캠프에서약100m는암벽지대이지만이후테시랍차아래까지는설원으로이어진다.가을철에는퇴석지대로변하는구간이다.패스아래에닿기전포카리가바로옆에있는캠프사이트가있지만그보다는패스직전의퇴석지대캠프장이이튿날산행을위해좋을듯싶다.

패스구간은봄철에는아이젠이필요없을만큼경사가약하다.패스를넘어서면가장낮은쪽에퇴색된오색룽다가걸려있고그아래좌측절벽아래캠프지가있다.패스트레킹만이목적인경우패스아래캠프에서일찍출발하면그날로첫번째마을인티용보(Thyongbo·4,230m)까지내려설수있다.

파르차모등반이목표라면오전에패스너머캠프에도착한다음위험구간에고정로프를깔아놓는게바람직하다.고정로프는200~400m정도필요하다.하단부는봄철에는청빙지대가형성되지만가을철에는평범한설벽으로변한다.파차르모등반은평균6~8시간걸리는것으로알려져있다.

패스너머바위절벽은로프하강을해야하는구간이다.초반부20m는트래버스이동이가능하고,이후30m구간은자일하강을해야한다.이후급경사설사면(가을철엔너덜지대)을내려선다음2시간쯤내려서면5,000m높이의캠프에도착하고이후풀과관목이군데군데자라는산길을따라2시간쯤더내려서면티용보에닿는다.티용보에서로지가여럿있는타메까지는약2시간,그리고타메에서남체바자르까지는4시간정도걸린다.

장비대행사를통할경우개인장비만지니면된다.우모복과덧옷,침낭은기본이며,5,000m트레킹에준하는보온의류와장비를챙기면된다.봄철에는쿠나캠프를지나면서설원지대를거치고테시랍차를오를때역시설사면을거쳐야하기때문에중등산화이상의등산화를신어야한다.그러나눈이적은가을철에는일반트레킹화로도가능할듯싶다.출발할때현지대행사에확인하는게바람직하다.


트레킹적기

수루무체에서만난현지인이꼽는트레킹적기는10월로외국트레커들역시이시기에롤왈링을찾는다.현지인은한해에한팀정도의한국인이롤왈링을트레킹한다고전해주었다.

트레킹절차

테시랍차트레킹은파르차모를등반하든안하든트레킹피크퍼미션을받아야하고쿰부히말을통과할때는사가르마타국립공원입장료를내야한다.현지인들과뒤섞여좁고열악한노선버스를타고트레킹기점인수리도반까지가는일또한만만치않은일이다.따라서대행사를거치지않고롤왈링트레킹을한다는것은어려운일이다.문의네코트렉(Ne-KoTreks&Expeditions).한국어에능통한앙도르지셰르파사장은한국트레커들에게잘알려져있다.

-글·사진한필석부장/’월간산’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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