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지금말장난을하려는것이아니다.우리가흔히말하는정상이란어떤곳이고,거기는특히고소등반의경우어떤의미로받아들여야할것인가새삼생각해보고싶을따름이다.산의정상의문제는고소등반에서만문제가된다.미답봉의경우는정상도달이필요,필수조건이다.거기에는객관적인정확성을전제로하는데,그것은기록으로명시되어야하기때문이다.
한편미답봉이아닌경우라도개인의등반을기록할때도물론그러한정확성이요구된다.그러나설사그렇더라도대자연에목숨을걸고온갖정열을쏟아서도전하는마당에이른바과학적정확성은어디까지허용되는것일지모르겠다.관용성의문제가여기있다.
등산은,특히히말라야같은고산의경우거기에는과학은고사하고스포츠의세계를넘어서정신의세계,즉철학적고찰이더욱중요하다.우리는왜,무엇을노리고그런모험에도전하는가.그것이등산초창기의고전적의미를벗어난현대적차원에서볼때이런관점은더심각해진다.가치관의문제가되기때문이다.
히말라야8,000m고봉정상부근은‘죽음의지대’라말한다.인간의생존이좌우되는곳이라는뜻이리라.이러한죽음의지대에서는‘정점에정확히선다’는과학적기록이대상이아니다.정상부위에서등반자는무엇을생각하고그행위로무엇을얻는가가문제다.거기알피니스트로서의의식과행위가검증된다.남이인정하는것이아니라알피니스트자신이인정하는것이고,그렇게되어야한다.그검증의기록은바로그의그때등반기다.그리고이것은분명생산품이지만매물이아니다.그본인의‘아이덴티티’며,등반가에게는그이상의값진것이없다.
지난5월29일은53년에에베레스트가초등된날이다.네팔당국은이날을‘사가르마타데이’라고정하고의미있는행사를열었다.이에따라우리나라의경우09년까지의에베레스트등정자에게기념패가수여됐다.알고보니그날의수여대상자가무려110명이나됐는데,이것이우리나라30여년간의놀라운실적이다.열악한자연조건하에우리나라산악계의그간의발전은새삼이야기할것도없다.
그러나여기아쉬운점은,그많은에베레스터가운데두드러진기록적인성취가보이지않는다는것이었다.남과의경쟁을말하는것이아니라스스로정진의모습이없었다는이야기다.그수많은원정대가노말루트를택했고,알파인스타일의시도는고사할지라도베리에이션의길을간흔적이보기드물었다면그것은우리의자랑은못될것이다.
나는77에베레스트원정을항상서운하게생각하고있다.시대가시대였지만,그리고그해8,848m최고지점에는산악인으로고상돈한사람이섰던그런시대였지만,당시우리는반세기전영국대의초등기록에도못미치는그런빈약한원정활동이었던것을잊지못한다.
나는남달리오은선이8,000m급14봉을두루답파한것을감격으로받아들인다.그녀가완등을했느니못했느니하는문제를나는그리중요시하지않는다.이제우리나라등산도여기까지왔다는것이그렇게놀랍고오은선을고맙게볼따름이다.이시점은지난날산사나이들이그길을갔던것과도다르다.오은선의경우선진등산국의세여성과의대결같은인상을준것도사실이지만,그들의조건과오은선의그것은너무나도구별된다.
이러한오은선을보는선진등산계의눈은다르다.오은선이히말라야14봉마지막안나푸르나를올랐을무렵독일슈피겔지의평속에는이런글이있었다.즉오은선은지난날10년동안에8,000m거봉다섯을올랐고,그뒤15개월사이에8개봉을올랐다는점을특히주목했다.이글에서나는고미영의경우를연상하지않을수가없었다.그녀는06년에초오유를첫출발로,그뒤이태동안각각8,000m거봉을연속셋씩오르더니운명의해09년에는불과40일만에세개봉을오르는놀라운성취를기록했던것이다.이것은250년에걸친세계등반사상없었던일이다.
정상-거기서무엇을생각하고그행위로무엇을얻는가가중요
이런8,000m거봉연속등반은78년메스너의에베레스트와낭가파르바트연속등반이시작으로,그때만해도전세계가놀라는일대역사적사건이었다.물론메스너의연속등반은단순한연속이아니라에베레스트는무산소,석달뒤인낭가파르바트등정은단독알파인스타일이었으니그야말로역사적사건이었다.그런의미에서1987년은세계등반사의일대전환기였다.
서양산악계에‘Trilogy(3부작)’라는말이나돈것은그뒤이야기인데,이런놀라운추세속에느닷없이우리한국산악계가부상하기시작했다.그리하여오늘날오은선까지왔다.우리는알피니즘의역사를공부하며250년의역사속에부침한위대한알피니스트들의이름과그들이남긴등반기를잘알고있다.그리고그것이지금까지의세계산악계를독점지배하다시피해왔다.서구인들이등산을‘westernconcept(서구적개념)’라고호언하는까닭도거기있었다.이런흐름속에지난날박정헌과고미영이있었고지금오은선의이름이나돌았다.얼마전만해도상상못했던일들이다.나는여기한국알피니즘의내일을내다본다.
모든문제는관점의차이를가진다.20세기초엽남극점선착경쟁이생각난다.노르웨이의아문센과영국의스콧의싸움이다.결과는아문센의승리로끝났다.그것은아무도부정할수가없고역사적사실로영원히기록됐다.그런데나는,나혼자는이런주장을가지고있다.즉도보로처음도착한자는스콧이라는것이다.선착문제로보면아문센이스콧보다달포나먼저도착했지만,그는내내개썰매로달렸던것이다.
나는오은선과메스너의만남에특히눈이갔다.그때메스너는오은선에게몇마디물으며환담하고그녀의히말라야행보를축하했다.꼬치꼬치따지지않고대선배다운아량을보였다.지금까지이름도없던연약해보이는극동의작은여인이세계최고봉급14개를그토록누빈데대한메스너로서의경탄의눈초리가거기있다.
죽음의지대는오늘의등산세계에색다른말이아니다.그러나그세계야말로조금이라도체험해보지않은사람에게는거기가어떤곳인지상상도못한다.하물며히말라야최고봉급의지대를두루뚫고나간사람으로서의연속적인죽음의지대의공포와절망과무엇보다도고독감은당사자가아닌자들이왈가왈부할문제가아니라고나는본다.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라는독일어특유의말은사전에‘짓궂고고약한즐거움,남의불행을기뻐하는마음’이라고풀이하고있다.사람의심리깊숙한곳에이런의식이잠재하고있어이런말도생겼다고보는데,특히대자연을상대로남다른생활세계를가지고있는알피니스트의경우,우리가갖추어야할인간성은우정과아량을근거로한인간성이라고나는생각한다.극한의세계,한계상황속에서싸우려는자들의가장소중한조건이아닐까싶다.
-글김영도77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장/’월간산’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