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파를나오려다아내가간식용땅콩을주니할머니가어린아이처럼즐거워하며할아버지한테자랑한다.여기서는땅콩이귀한음식이다.때문에땅콩을두고두고아끼면서드실것이고그때마다우리를생각하면우리가축복을받는부부가되겠지,하는생각에기분이좋다.
올라오는길에봐둔초르텐옆잔디밭에서준비해온커피기구를꺼내원두를우리며느긋한시간을보낸다.그윽한커피향,빼어난경치와함께.그동안의여정은처음생각한것보다그리힘들지않은것같다.자전거를들고,밀고간다는것이내게는불편하지않다.아마그것보다더한고된등반을해왔기때문일것이다.다만자전거의엔진동력인심폐능력이달려언덕을올라갈때는아내보다먼저페달을풀어야하는경우만제외한다면말이다.
마낭다음목적지인토롱패디(ThorongPhedi·4,554m)까지는약18km.길이좋아아침에출발하면오후2시쯤도착할거리다.마을을출발하여끌기와타기를반복하면서지도보다월등히좋아진트레킹루트를가니시야가좋아진다.3,000m를넘으면서주위에큰나무들이사라지고작은잡목들로경계를이루니시야가더욱트여멀리까지볼수있다.
선배님들의가이드와쿡그리고키친보이도3년전부터인연을맺어온친구들이라더욱반가웠다.덕분에그날부터묵티나스(Muktinath·2,531m)까지식사걱정은하지않아도되었다.식사때마다선배님들이초대를해주었고그때마다우리는그동안의자전거무용담을답례로들려주었다.
야크카르카에서선배들과많은시간을눌러앉아얘기를나누다오후늦게출발한다.자그마한계곡에서부터하늘이어두워지면서눈보라가치기시작하더니가시거리도짧아지고손과발이젖어추워지기시작한다.작은움막에서바람을피하며배낭에있던옷들을있는대로껴입는다.
다음날새벽눌은밥물로아침을대신하고자전거들고고개를넘으려면시간이많이걸릴것같아헤드랜턴을켜고새벽5시출발한다.출발한지10분만에20여명의외국인들이우리를추월한다.아내를앞세웠지만힘이드는지자꾸뒤로처진다.끌고갈수있는구간도자전거를지고가겠다고한다.
새벽트레킹은장대한아침일출을맞는것이큰기쁨인데이번여행에서는날씨가계속흐려아침일출을제대로보지못했다.특히해발5,400m가넘는토롱라를넘는순간스카이라인을뚫고넘어오는여명은가슴이확트일정도로아름다운광경일것같은데흐린날씨로그리선명한여명을보지못했다.
그저그런여명을맞이하고작은찻집에서코코아한잔으로목을축이고다시토롱라로향한다.선배들은다른운송수단(말)으로지나가버렸다.구릉의끝이보일듯하다가또돌아가고끝이나오지않을것만같은오름의연속이다.엎친데덮친격으로자전거브레이크가하이캠프서부터작동을안하더니이제아예말을듣지않는다.어떻게든오르막은넘겠지만토롱라이후가걱정이다.
하이캠프에서이것저것얄팍한정비기술로고쳐보려고노력했지만안된다.중간에자전거를타고갈수있는구간이나와혹시나해서올라탔는데브레이크가듣지를않아계곡언덕아래로마구내려간다.어쩔수없이그냥넘어졌는데도가속도가붙어계곡아래로몸이한바퀴뒤집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