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산친구] 거인산악회 이구·김경선·권흥섭 *-

[우리는산친구]거인산악회이구·김경선·권흥섭

백두대간끌고밀고15년…“산은삶의원천”
20대때산악회서만나30여년동고동락…대간종주의산증인

“산은내인생의전부입니다.잠시외도한적은있지만평생산만타면서살아산은무엇과도바꿀수없습니다.”-이구(56·거인산악회회장)

“산은건강을가져다주는절대적인존재죠.40년이상산에다녔지만나쁜점은여태까지하나도찾지못했습니다.-김경선(55·자영업)

“산은삶의원천입니다.사업하면서스트레스받거나힘든일도산으로가면깔끔하게치유됩니다.일을통해산을만났지만지금까지그고리를끊지않고산에서힘을얻고있습니다.”-권흥섭(55·자영업)

전혀다른컬러의세사람이산을통해맺은인연을40여년째변함없이이어오고있다.이구회장은고교졸업(73년)후산에다니기시작해혼수백화점사업하느라2년간잠시산을등진시기를제외하곤산을주업으로살고있다.1990년대들어시작한백두대간종주는13번이나완주한관록을자랑한다.

이구회장과초등학교동기인김경선사장은고교졸업후이구회장을산에서다시만나지금까지50년가까이끈질긴인연을잇고있다.김사장은의료용산소와마취가스등을공급하는사업을하고있다.특수용접관련사업을하고있는권흥섭사장은사업거래처관계로김경선사장을만나산을통해더깊은관계를맺었다.

이들이산에서만나게된결정적계기는거인산악회의창립을통해서였다.고교졸업직후인1974년4월산악회를창립하면서이구회장과김경선사장은자연스레한데로뭉쳤다.김경선사장과거래를맺고있던권흥섭사장도사업파트너에서등산파트너로인간적인관계로까지가까워지면서같은산악회소속이됐다.20대초반에만난이들이60대를바라보는지금까지같이산에다니고있는것이다.

1980년대까지는다양한산을찾아떠나는산행보다는자연을즐기는산행’위주였다.자연을즐기는등산객을실어나르기위해동대문을중심으로안내산행도성행했다.당시엔여행사에서가이드를고용해산행을안내하던시절이라그안내산행의가이드를권사장이했다.사업하면서일요일만되면산을찾았기때문에나름등산가이드로지명도도있었다.권사장으로서는사업하면서쌓인스트레스를산에다니면서푸는동시에즐거운산행가이드까지했으니일거양득인셈이었다.

이구회장은이즈음앞으로삶의진로를놓고심각한고민을하다새로운사업을펼치기로결심했다.혼수백화점을해보기로한것이다.딱2년간원없이했다.있는것없는것그대로다말아먹었다.부도나면서완전정리하고다시산으로돌아섰다.이2년이고교졸업이후수십년동안산행하면서산을떠나있었던유일한기간이다.이후산을아예업으로삼았다.

▲1이구(왼쪽앉은사람)씨가인왕산자락에앉아친구들과얘기하고있다.2세친구가인왕산능선바위에걸터앉아서울시내를바라보며건물을가리키고있다.3산친구세명이인왕산자락서울성곽을따라걷고있다.4백두산에만50여차례오른이구회장이천지앞에섰다.5수십년간같이산에다닌세친구가오솔길같은인왕산등산로를걷고있다.맨앞쪽부터권흥섭,이구,김경선씨.6이구씨가산행하면서두친구에대해한마디씩하고있다.

이구씨는백두대간종주만13번

동호인중심으로산행을안내하던거인산악회는1990년대들어단체로는처음으로백두대간종주산행을시작했다.일반인들에게공개하기전1년동안대간종주구간을부지런히답사했다.1년간코스를완전파악한거인산악회는1995년부터등산객모객에나섰다.산행대장에이구,후미대장에권흥섭,음식공급등서포트는김경선이맡아산악회를이끌었다.이구회장은당시를이렇게회상했다.

“산을본격직업으로선택한시기였어요.돈도벌고산악가이드로서성공할수있다는사실을여러사람에게보여주고싶은심정이컸죠.좋아하는산을찾아전국을누비는즐거움도만끽했어요.이때부터가이드를천직으로생각하기시작했습니다.”

그렇게시작한백두대간종주는일종의유행같이전국으로확산됐고,이구회장자신도백두대간종주를13번이나하기에이르렀다.한번도하기힘든백두대간종주를13번이나하는뚝심을이구회장은유감없이보여줬다.9정맥종주도3번이나하고백두산종주도50여차례끝냈다.

이구회장이가는길엔항상권사장과김사장이있었다.권사장은사업체를가지고있으면서이구회장과동행하며대간종주를5번이나완주하는열의를과시했다.9정맥종주도1번완주했다.말이1대간9정맥종주이지,실제로하기는예사로운일이아니다.보통백두대간완주는50회내외로잡는다.매주산행한다면꼬박1년이걸리고,한달에한번씩하면5년이소요된다.9정맥완주는거리나시간으로대간의3배정도더걸리는것으로보면된다.그것을사업체를가지고있는사람이수차례씩이나했다.

권사장은뿐만아니라산에갈때는항상아들과딸을데리고갔다.아들과딸도백두대간종주를아빠와같이끝냈다.그아버지에그아들,딸이다.철인아빠에‘의지의남매’다.아들이중2,딸이초등학교4년때부터아빠와같이산에다니기시작했다.안간다는말을한적은없으나처음엔말을않고음식도먹지않는등무언의시위를벌였다.하지만그것도잠시였다.시간이지날수록모든사람의귀여움을독차지하며팀의보배로자리잡아즐거운산행분위기를만들었다.

남매는지금은장성해의젓한성인이됐다.특히아들은자이툰부대1진으로이라크에파병돼,어릴때산행으로다져진도전과용기와체력을유감없이과시했다.딸도대학졸업후안정된직장에잘다니고있다.

백두대간이나9정맥을종주할때이구회장이선두에나서팀을이끌고,권사장이후미에서팀을챙기면김사장은주변맛집수배나음식을공급한다.워낙많은라면과음식을날라별명이‘라상무’라고불릴정도다.

김사장은백두대간종주를하면서인생을건진사람이기도하다.산에서신부를만나결혼에성공했기때문이다.나이가들도록산에만다니느라결혼할생각은까마득히잊고지냈다.그러다1997년어느날느지막한나이에도가슴을두근거리게하는‘그미’를만났다.소아아동병원간호사였던그녀도결혼을잊고지낸듯42세의나이에도결혼보다는산이좋아백두대간종주에합류해산행하고있던터였다.

권흥섭씨는아들딸데리고대간종주

겨울산행의조침령에서구애작전에들어갔다.남들에게는그냥라면을주더라도‘그미’에게는꼭달걀을넣어주는‘작전’을걸었다.백번찍어안넘어가는나무가없듯이연애도마찬가지.먹을것챙겨주고입을것챙겨주고,서울돌아와서는따로또만나연애하면얼어붙은마음도눈녹듯열리기마련이다.산에서만난지꼭1년만에결혼이라는연애의마침표를찍었다.

결혼하기까지곡절도많았다.김사장과그의부인은동성동본이었던것.그의장인은교장출신으로원칙적이고엄격한사람이라반대가심했다.김사장은그녀의아버지를직접만나“모든걸책임지겠다”고설득해결국결혼에성공했다.

이구회장은“산에다니면서가장큰보람은김사장장가보낸것”이라고말했다.이회장은실제로그가결혼을못할줄았았다며웃는다.이회장은김사장이결혼하기까지바람잡이로나서는등,음으로양으로도운것은두말할필요도없다.

김사장은결혼후“부인이간호사생활을계속할줄알았는데,2년만에힘들다고그만두고그이후계속산에만다니고있다.내가속았다”고웃으며너스레를떨었다.그의부인은백두대간과정맥을종주하고네팔트레킹만4번이나다녀온정열의산꾼으로변했다.네팔셰르파가이드가그의집에와서자기까지했을정도다.김사장은“내처가진정한산꾼”,“내처가보통산꾼이아니다”고몇번이나힘주어말했다.

김사장부부가산에서만나결혼에성공하자1997년그해백두대간종주산행에나섰던팀중5쌍이줄줄이‘부부의연’을맺었다.주례는대간종주에동행했던교장선생님이기꺼이다섯번전부나서서해주는노고를아끼지않았다.1999년엔산장에서한쌍이결혼식을올리기도했다.그해백두대간을완주하는날지리산세석산장에서결혼식을올리기로했는데,마침그날억수같은비가퍼부어신부가물에떠내려가는위기일발의사건이발생하기도하는등,하마터면결혼식이무산될뻔했다.

백두대간종주하면서40대초반의주부는자궁의물혹이흔적도없이사라져“백두대간종주가내생명을다시살렸다”고너무고마워했다고한다.

▲1권흥섭씨.2남매를데리고대간종주에동행했던권흥섭씨가1998년11월지리산칠선봉에서남매와함께했다.남매는지금대학을졸업하고의젓한사회인이됐다.3김경선씨.4산에서만나결혼한김경선씨부부가겨울산행에나서잠시휴식을취하고있다.

김경선씨는대간종주하면서부인만나결혼

호사다마라고했던가.좋은일이있으면나쁜일이있기마련이다.낙동정맥종주를끝낸2000년.모두가성취감에젖어얼큰한상태가돼있었다.산행총무와부대장이이구회장에게시계를맡기고바다로뛰어들었다.이상한느낌이들어불과몇분뒤바로뒤쫓았으나그두사람은영원히돌아오지못할다리를건너고말았다.이사건으로이구회장은2년동안산에틀어박혀지냈다.본의와전혀상관없었지만책임을지고자숙과비난을기꺼이감수했다.

다시모습을드러낸이구회장은더정열적으로산행에나섰다.항상그의곁엔권사장과김사장이있었다.

이구회장은“거인산악회가5대륙최고봉에등정하기위해올해부터네팔에지부를개설할예정이며,올하반기에네팔로거처를옮길생각”이라고했다.5년간네팔에서원없이트레킹을하며목표를이룬뒤귀국할계획이다.그는“사람이꿈만가지고있어도행복하다”며“비록이루지못하더라도시도하는그자체에만족한다”고힘주어말했다.

권사장은“나이들어서강원도횡성고향에돌아가맑은공기마시며살것”이라며“앞으로20년은더건강하게산을탈수있다”고했다.

김사장은“늦게결혼한만큼부부가사이좋게산행에나설수있게나이들어서조용한강원도골짜기에들어가살겠다”며“아내도동의한만큼좋은곳을물색하고있다”고했다.

세사람의공통점은결국산으로돌아가는것이다.20대청년시절만나수십년산에서동고동락하고그것도모자라나이들어서도산으로돌아가겠다는그들이다.혹시호호백발로늙어서까지같이산에다닐지모르겠다.

-글박정원부장대우/사진허재성기자/월간산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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