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네팔 서부 트레킹 1] -1- *-

[해외트레킹|네팔서부트레킹1]-1-

물레방아,도리깨질,야크기름,양털옷만으로활기차게살아가
문명의혜택과는거리가멀지만이들은힘들다고비명지르지않는다

네팔서부지역은독특한지리적성격을갖고있다.현대문명이스며들기힘든고산오지이면서티베트와인도에접해있다.외풍을거의타지않은관계로예로부터내려오는히말라야의풍광과고산지역문화가여전히남아있는곳이다.

물론여기에도변화는찾아오고있다.주팔공항에서줌라지역으로이어지는도로는현재확장공사중이다.현대문명은포장도로를따라전파되기마련이다.라라지역,시미코트지역에있는몇몇오래된마을은아직전통문화가잘보존되어있지만언젠가는현대문명의파고와맞닥뜨리게될것이다.부디지혜로운공존을기대해본다.

이지역사람들은대부분정착생활을한다.고산을계단식으로개간하여밭농사를짓고있다.칸칸이구불구불이어진밭두렁을보노라면일단그아름다움에감탄하게되고,개간에들인노고를생각하면숙연해진다.

고도가높은상돌포지역사람들은유목생활을한다.5월부터10월까지농번기에는산간마을에서농사를짓고양과야크를기르다가춥고건조한11월부터는따뜻한아래지역으로이동하여겨울을난다.온가족과가축을대동하고5,000m급고개를몇군데넘어야하는그힘든이동을이들은매년반복하며살고있다.

▲저녁식사중인돌포사람들.

정착생활이든유목생활이든힘들기는마찬가지다.고산지대여서산소가부족하고,물이적어땅은척박하며,기후는엄청나게춥다.사실상사람이나짐승,초목이모두배겨나기어려운조건이다.게다가전기도없고,유류를이용한원동기도거의없다.전적으로인간과가축의힘에의존해야한다.병원과교육시설은매우낙후되어있다.현대문명의혜택은이들에게너무나멀다.

하지만이들은힘들다고비명을지르지않는다.물레방아를이용해곡식을빻고,도리깨질로곡식을털고,야크기름으로불을밝히고,양털로실을만들어직접손으로천을짜고,양과야크등가축과더불어활기차게살아간다.일반생필품정도만외부에서공급받을뿐이다.

장엄한원시와인간의강인한생명력체감

이들의이동수단은가축이유일하다.말이나물소,소는전천후자가용이다.물건운반은주로말이나쪼빠(야크와소의교잡종)를이용하는데해발3,500m이상에서는야크를쓴다.간혹양떼를이용하여소금이나곡식을운반하는사람도있다.

이들은정치적으로마오이스트(공산반군)를선호한다.마오의세상이되면일단배를곯지않는데다가신분상승의기회를잡을수있다고여겨서다.특히여성들은카스트제의굴레에서벗어나고교육의기회를얻기위해마오군에자원하는경우가많다고한다.

▲폭순도계곡의단풍.

경제적으로는소규모농업과목축업이대부분이다.고도가낮은지역은물소를많이기르고,고도가높은지역은양과소,쪼빠를기른다.논농사는줌라근처와시미코트지역일부강가에서만짓고,산악지역은보리·옥수수·콩·기장등의밭농사가대부분이다.그외에일부시미코트서쪽사람들은국경을오가며교역을하기도한다.

종교는이들의삶에서가장중요한부분을차지한다.티베트에서전래된티베트불교와인도의힌두교가이들의영혼과육체에깊이스며들어있다.주로힌두교도가많으며산악마을은티베트불교가성하다.코걸이,귀걸이,은팔찌,은발찌를하고다니는여성들은힌두교도다.산간마을마다넘쳐나는초르텐과마니스톤은티베트불교의영향을받은것으로보인다.이들에게있어종교는곧생활이다.그정도로종교와밀착되어있다.

동물은살쾡이와까마귀가흔한편이고,주로독수리·딱따구리등조류가많이목격된다.4,000m이상의절벽에서식하는히말라야산양은돌포지역에많고,여기에서는시미코트서쪽티베트국경지역에서20여마리를겨우볼수있었다.

▲급류로흐르는폭순도계곡의물줄기.멀리폭순도호수로부터흘러내려오는물이다.

식물은자작나무와침엽수군락이대부분으로,잘보존된지역도많지만산불·개간·벌목등으로끊임없이훼손되고있다.높은산에올라가보면곳곳에서산불이발생해연기가피어오르는광경을자주볼수있다.전체적으로양지바른쪽은거의농경지로개발해경작하고있다.해가들지않는북쪽사면과오지의나무들은그래도성한편이다.

하지만호두나무는귀한대접을받고있다.양지가바르고물이풍부한2,500m대에는호두나무가많이자생한다.그곳에는대부분마을이들어서있다.호두는이들이즐기는간식으로마을을방문하면흔히돌로호두를깨먹는남녀노소를볼수있다.호두를먹어서인지모두피부가깨끗해서의료용으로가져간피부연고제가큰쓸모가없었다.

네팔서부고산지역을40여일넘게둘러보면서‘장엄한원시와그원시에기대어살아가는인간의강인한생명력’을온몸으로체감했다.그동안살아오면서받아왔던자잘한상처와회한은그생명력에압도되었고,심신은따뜻한위로와뜨거운치유를받았다.다시금치열한삶의현장에뛰어들어갈수있는강한에너지와용기까지선물로받았다.내가10여년간히말라야를매년찾아가는이유중의하나도이런매력때문이다.

촬영장비는린호프파노라마6×17(72,180,250mm렌즈),캐논EOS5DMARK2,캐논EOS1DSMARK3(24-105,16-35,180mm마이크로렌즈),소니캠코더FX1,파나소닉노트북,보소닉스토로지,그리고장비충전용으로는혼다1kW발전기를사용했다.스태프20명과말6필이40여일간의야영내내동행했다.힘든여정을함께한스태프들과순조로운촬영을허락한히말라야의신에게깊은감사를드린다.

흥분되지만쉽지않은출발

2009년11월9일.드디어출발이다.새벽녘에샤워를마치고네팔카트만두의숙소정원에서등산화끈을고쳐맸다.전쟁터로나가는장수의심정을느낀다.보통의여행자라면출발할때가벼운흥분이나설렘이느껴질것이다.하지만이런종류의여행은다르다.스태프10여명과장비운반용말을대여섯마리이끌고,갖가지위험이도사린4,000m이상의고산지대를오르락내리락해야한다.그런악조건에서40일가까이여행하는데에감상은그다지도움이안된다.치밀한준비와불같은추진력이중요하다.그래야만원하는시간에,원하는장소에서,원하는영상을얻을수있다.

마이크로버스에실리는짐을하나하나꼼꼼히체크했다.전날촬영장비와야영장비,식량을세밀하게점검했지만혹시라도빠진것이있을까봐재차살펴보고,9시경에야네팔간지를향해출발했다.

카트만두고개를통과해트리슬리강을끼고서너시간달렸다.평야지대가나타났다.바나나와오렌지로점심을때우고다시9시간을쉬지않고달려저녁6시경에야룸비니근처에당도했다.

만두로저녁을때우고다시3시간을달렸을까.그만버스타이어에펑크가나버렸다.조심스럽게서행하면서1시간을더달렸다.겨우업소를찾아타이어를수리하고네팔간지에도착한시각이새벽2시경.포장과비포장을넘나들며버스로달린지17시간만이었다.

▲까그마라하이캠프에서의야영.필자의촬영트레킹을기념하기위해만든플래카드를내걸었다.

예약한호텔을찾는일이만만치않았다.이미인적은끊기고이정표조차없는캄캄한시가지에간간이노새만오갔다.노새는고된노역을상징하는동물이다.건초와약간의소금만있으면가혹한노동도거뜬히이겨낸다.

1시간만에겨우예약한호텔을찾았다.그런데동행한인원이너무많아곤란하다면서다른로지(Lodge:오두막)를소개했다.그로지를찾아가서새벽3시반경에겨우버스의짐을풀었다.

대충닦고잠자리에들었지만이번엔모기가극성이다.모기약을뿌리고,잡고또잡아도소용이없었다.할수없이이불을뒤집어쓰고버텼다.더운아열대지역이라여간고역이아니다.

새벽4시가되자출근하는사람과마차소리,자동차클랙슨소음이요란했다.도저히잠을이룰수가없다.결국밤을새고말았다.

2009년11월10일.네팔에서는되는일도없고안되는일도없다는우스갯소리가있다.그때그때임기응변이필요하다.발전기용휘발유를비행기에실어줄까내심걱정했다.일말의기대를가지고따라항공매니저와교섭해보았지만깨끗이거절당했다.내가계약한카트만두의사랑산여행사는주팔공항에서살수있다며안심시켰다.그렇다면다행이지만혹시모를일이다.

▲눈이덮여미끄러운까그마라를조심조심내려오는말들.

-글·사진조진수사진작가/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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