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네팔 서부 트레킹 2 ] – 3 – *-
BY paxlee ON 7. 30, 2010
[해외트레킹|네팔서부트레킹2]-3-
까그마라고갯마루에서노을물든킨자로와산맥을보다.
첵파~까그마라~붕마~슈리갈~
▲라페리패스뒤편,3900m고지에서본깐지로와산맥.
▲까그마라에서본깐지로와산군의일몰풍경.
▲까그마라하이캠프에서본깐지로와산맥연봉.
2009년11월13일.밤새비가내렸다.물은생명의근원으로축복과다름없다.물은어디에서나귀한대접을받지만이지역은의미가또다르다.여기는땅이푸석푸석할정도로척박한반사막산악지역이다.늘물에목말라있다.그러므로여기에서물은글자그대로생명수다.
생명수를맞으며새벽에배변하는기분이상쾌하다.고된산행을계속하다보면체력의고갈과추위,긴장과과다한탈수등여러이유로종종배변에어려움을겪는다.배변이안되면컨디션이저하되고,결국변비로이어져항문을상하게되므로고통스러운산행이되곤한다.그래서트레킹에서원활한배변은또다른축복이다.
침엽수와활엽수가어우러진계곡길을올라간다.나무의키는30m를넘고나이는족히100년을넘어보인다.그런거목들이빽빽하다.나무들은촉촉한단비를빨아올려기세가평시와달라보인다.그나무를감고올라간넝쿨식물의붉은단풍잎이참곱다.계곡을휘감는한줄기바람에단풍잎들이사방으로흩날리고또발에차인다.
폭순도콜라는수량이많고소리가우렁차다.수많은지류에서모여든물이어서사연도많고할말도많은가보다.그물길에맞서다둥글게깎여나간바위들과부러진거목의잔해는광폭한물의위력을묵묵히증언한다.
▲가리방마을에서본히말의일몰.
첵파마을에서점심을먹는다.예닐곱가구의소규모마을로사방이산으로둘러싸여있다.간간이비가내리는가운데산허리와정상에짙은구름이피어올랐다가사라지기를반복한다.산을휘감고흘러가는구름은침엽수와어우러져한폭의동양화를그려낸다.
비는대지를적시고나무의갈증을풀어준다.그리고계곡으로흘러들어멀리인도에까지그생명력을전달한다.대지역시비를독차지하지는않는다.일부를다시토해구름을만들어하늘에되돌린다.그장엄한자연의순리가눈앞에서펼쳐진다.
우리일행은18명의사람과말6마리로이루어졌다.산길에서는부득불대열이길어질수밖에없다.선두가길을잘못들어되돌아나온다.비를맞아춥고지쳐있는데다시길을찾아가려니맥이빠진다.
저녁무렵에야렌지마을에도착해부근계곡에여장을풀었다.몸살기가있어약을먹고일찍잠자리에들었으나거친계곡물소리에잠을이룰수가없다.아직도못풀어낸사연과할말이남은모양이다.한동안물의하소연을들어주다잠에빠져들었다.
11월14일.인적이드문고산지역을여행하다보면문득시간을잊고만다.그러다사람을만나면그렇게반가울수가없다.아침에야영지부근에서돌포유목민가족을만났다.
▲산기슭에평화로이자리잡고앉은네팔서부의마을.
텐트가있어가까이가보니온가족이아침을준비하고있다.아이와노인을포함한삼대가장작불가에둘러앉아불을쬐는광경이정겹다.“터치타레?(안녕하십니까)”라고티베트어로인사하니반갑게맞아준다.말은통하지않지만눈으로,표정으로느낄수있다.
마오반군과의전투로건물잔해만앙상
한시간쯤걷다왼쪽길로방향을잡았다.까그마라로가는길이다.다리건너언덕위에네팔군인이주둔했던터가보인다.마오반군과의전투로다파괴되어건물잔해만앙상하다.근처언덕에세워진전사자의추모비가치열했던전투를말없이전한다.여기에서도돌포유목민이야영을하다반갑게맞으면서연신수유차를권한다.이처럼순수한사람들이어쩌다이념의소용돌이에휘말려피를흘렸을까.
계곡을끼고한시간쯤더오르자큰초르텐(티베트불탑)이나타난다.붕마마을(3,500m)로규모는20십여호다.밭이제법있고작은초르텐이많다.마침집을짓느라마을사람들이모여일하기에구경을했다.
이지역의집들은현지에서조달하기쉬운나무와돌,흙이주재료다.벽은두껍고창문은작다.열손실을줄이고바람을차단하기위해서다.지붕은나무를평평하게깔고,그위에개흙을두텁게올려단단히다져놓았다.이렇게하면여름에는시원하고겨울에는추위를막을수있다.이들은지붕을농작물을타작하고건조시키며갈무리하는공간으로활용한다.
작은곰파(티베트절)가있어동네청년들의안내를받아부처님께여행의안전을빌었다.부처님은커다란목불로상호(相好)를파란색으로단청해놓은게특징이다.벽면에비단으로싼불경을층층이모셔놓고,불단위에는야크버터로밝히는등잔을10여개배열해놓았다.
▲폭순도콜라옆을지나고있는말들.
붕마마을을떠나1시간거리의다사마을로갔다.이마을은물이풍부하고양지바른경사면에농토가많다.특히히말라야가바라보이는명당으로,역시이방인들을반갑게맞아준다.
다사마을을떠나시간반정도를더걸어야크카르카(목초지)에여장을풀었다.우리일행이가자입구에서풀을뜯고있던야크들이선뜻앞장서더니길을인도한다.녀석들도우리가반가운모양이다.산간에서는사람이든짐승이든만나면누구나반갑게인사한다.
2009년11월15일.기분이묘하다.어제야크를데리러야영지에올라왔던현지처녀가날이어두워내려가지못하고우리텐트에서잤다는것이다.평상시라면충분히이해하고넘어갈일이지만까그마라(5,200m)를넘어야하는날에분명좋은징조는아니다.오늘은일정상까그마라를넘어가이가온마을로가야한다.
날씨가화창해서출발이상큼했다.시원한계곡물소리를벗삼아40분정도산길을올라까그마라고개초입에도착했다.길옆에는여행자의안전을기원하는돌탑이있고,그위에가타(비단스카프)가무수히걸려있다.나도가타를하나걸고일행의안전을빌어본다.
1시간정도올라가자눈이밟히기시작한다.오른쪽으로는칸지로와산맥이병풍처럼둘러서있고전면으로는라샤마(6,412m)설산이멀리보인다.올라갈수록눈은많아졌고,결국사방이온통눈천지다.눈은점점깊어지더니하이캠프(4,500m)지점은무려50cm에달한다.스태프들이불안해한다.더이상의진행은무리라는판단이들어일단하이캠프에텐트를쳤다.
3명의스태프를뽑아까그마라정상의상황을파악해오도록했다.스태프들은오후늦게야돌아왔는데사람은간신히갈수있지만말은미끄럽고눈이깊어갈수없다고전한다.눈이사람가슴팍까지쌓이고바람이강해서금방간길도묻혀버리는위험상황이란다.큰일이다.
칸지로와산맥의일몰촬영에나섰다.칸지로와는장엄하고아름답다.영하25도의추위를무릅쓰고촬영에나설만한가치가있다.물론까그마라정상이라면더좋은사진을기대할수있다.가슴한편에서어떻게하든고개를넘고싶다는욕망이강하게일어난다.
▲수만년물의힘으로깎인폭순도계곡의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