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네팔 서부 트레킹 2] -4- *-

[해외트레킹|네팔서부트레킹2]-4-
까그마라고갯마루에서노을물든킨자로와산맥을보다.
첵파~까그마라~붕마~슈리갈~

11월16일.새벽에칸지로와의일출을촬영하기위해카메라를세팅한다.체감온도가영하30도를상회하지만그쯤은아무것도아니다.해가뜨면철수해야한다.이자리에언제다시온다는기약이없다.그러므로최선을다해서후회없는촬영을해야한다.

어둠속에서칸지로와산맥에한줄기황금햇살이와서닿는다.그황금빛은산아래로천천히내달리며칸지로와를물들이다어느순간천지간에확퍼진다.그순간내가슴도확달아오른다.

돌아가는길이예상외로미끄럽고위험하다.어제어떻게올라왔는지신기할정도로난코스다.말들은위험을감지하고갈팡질팡한다.스태프여러명이달려들어절벽으로떨어질뻔한말을간신히수습해내려간다.겨우눈있는지역에서벗어나자말들이신이나서뛴다.녀석들도어지간히가슴을졸였나보다.무거운짐을지고미끄러운길을내려오느라긴장했던스태프들도이제한숨을돌린다.

어제야영했던야크카르카에서점심을먹고다사마을에도착했다.마을사람들이몰려들어까그마라를왜못넘었는가관심을표한다.가슴까지눈이쌓였다고제스처를취하자알아들었는지고개를끄덕인다.

붕마마을을지나는데반대편에서수십마리의야크떼가몰려온다.살당마을을출발해까그라마를넘어겨울캠프지로이동해가는사람들이다.앞장선대장야크는머리에빨간깃털을달고보무도당당하다.까그마라에눈이많아서못넘고돌아왔다고전하자걱정하는눈치다.

폐허가된군인주둔지에다다르자야크떼가족히수백마리는넘어보인다.살당에서출발했다는유목민예닐곱가구가야영을준비하고있다.저녁으로짬빠빵(보리빵)을굽기에조금얻어먹어보니맛이구수하고담백하다.살당은작년에방문했던마을이다.살당사람들이라고하니왠지더정감이간다.

그들과작별하고내려가는데계곡옆에서두가족이야영을한다.야크고기를잘라손질중이다.그중술에취한노인이작년에살당에서나를본적이있다며반가워한다.그냥힐끗스쳤던인연인데도그렇게반가워한다.

그들에게서야크다리하나를사서렌지마을로갔다.오랜만에저녁으로야크불고기와야크사골국으로포식을했다.한결기운이난다.까그라마앞에서돌아선아쉬움은있지만살당사람들과만나가슴이훈훈하다.그들과나눈정감이내내여운으로남는다.

2009년11월17일.산을올라갈때와내려갈때의마음은사뭇다르다.올라갈때는긴장되면서들뜨기쉬운반면내려갈때는마음이풀어지고한결여유로워진다.오르는길은힘들고내려가는길은수월해서그럴수있다.

▲마을공터에나란히선네팔아이들.

차이가있다.풍경을올려다볼때는위압감을느끼지만내려다볼때는편안함을느낀다.사물과의교감도한몫한다.계곡물을거슬러올라가는마음보다물과함께내려가는마음이가볍다.

올라올때는비가왔는데내려갈때는날씨가화창하다.기분마저산뜻하다.풍경이밝아보이고,작은돌하나하나까지새롭게다가온다.일정엔차질이생겼지만예상외의소득을얻은느낌이다.

숭어비슷한물고기잡아매운탕

거센계곡물은거대한바위들을깎아신비로운형상으로조각해놓았다.바위를자세히살펴보면물이어떤방향에서어떤세기로부딪쳐갔는가짐작이간다.아마도수만년을서로부딪치며다퉜을것이다.그용쟁호투의전투에어지간한고목과바위들은배겨내질못하고떠내려갔다.

그런데바위정수리에오롯하게뿌리를내린작은나무가보인다.그생명력이놀랍다.육중한고목을뿌리째뽑고바위를쓸어버린물의입장에서보면맥이빠질노릇이다.작은나무에서생명의위대함을발견하고숙연해진다.

첵파마을근처에오자많은야크와양,말들이웅성거린다.역시살당마을에서온여러가족이야영하고있다.누마라고개와박아라고개를넘을예정이었으나눈이많이쌓여포기하고,쉬운길인두나이를거쳐도타랍마을까지갈계획이란다.

▲급류로흐르고있는폭순도콜라.

이들은유목생활을한다.5월부터10월까지는마을에서농사를짓고가축을기르다가추수를마치는11월에는가족과가축을데리고따뜻한지역으로이동해겨울을난다.5,000m급고개를여러개넘어야하는힘든이동이다.이들은그런고된이동을해마다반복하면서도웃음을잃지않는다.

첵파마을에서점심을먹고서둘러슈리갈마을로향했다.마을근처에다다랐을때길고무거운목재를메고가는현지인부부를만났다.여기는모든것을인력으로할수밖에없다.힘든삶이다.부인을대신해스태프가나무를메고마을까지날라다주자고마워한다.

날이어두워져서야폭순도내셔널파크사무실근처의야영지에도착했다.근처산중턱의절벽에서산양한마리가유심히우리를지켜본다.분명히사오일전에지나간사람들인데왜돌아왔을까궁금한표정이다.

▲두나이마을입구에있는거대한초르텐.

2009년11월18일.새벽6시쯤이면어김없이카메라를들고텐트를나선다.내가움직여야스태프들이하루일과를시작하기때문에솔선수범해야한다.어두컴컴한시간인데도짐을잔뜩지고폭순도계곡쪽으로올라가는현지인들이보인다.

아침을먹고줌라로향한다.스태프들을먼저보내놓고나는카메라팀과잠시두나이에다녀오기로했다.두나이는근동에서제일큰산간마을로교통과생활물자의거점이다.중국에서생산된공산품이티베트,돌포를거쳐두나이로몰려든다.농산물의거래도활발하다.

두나이로가는길에드물게큰초르텐이있어살펴보았다.천장에는별·사각형등기하학적인문양이그려져있고,벽에는붓다의일생을탱화로표현해놓았다.국왕부처의초상화도있는데다소훼손되어있다.

하지만얼마쯤더가다가결국두나이방문은포기했다.현지인에게알아보니왕복3시간정도는걸린단다.그렇게되면먼저출발한스태프들과의합류가어려워진다.할수없이발길을돌렸다.

▲거대한초르텐천장과벽에그려진문양들.

1시간후에주팔공항아래강가에서스태프들과합류했다.한스태프가근처강에서잡은물고기를한마리사와매운탕을끓인다.크기는20cm정도로외양은숭어비슷하다.맛은비린내가없고담백해서복어와흡사하다.

슈파니마을근처를지난다.양지바른밭두렁에서현지여인이바느질을한다.이마을은수량이풍부한강가에위치하며농토가넓다.물레방아가여럿보인다.그동안지나온다른마을은추수가끝나대부분의밭이텅비어있는데슈파니마을만은보리들이파릇파릇하다.고도가낮아그만큼기후가따뜻하다.

1시간을더걸어트리푸라고트마을에도착해마을꼭대기에있는힌두사원아래에캠프를쳤다.사원은3층정도의직사각형벽돌건물로지붕은이단탑형태이며끝이뾰족하다.높은장대끝에서붉은색과오렌지색의긴천이바람에펄럭이는데,벽사의의미로보인다.

일정한간격으로종소리가울린다.외지인의방문을눈치채고아이들이계속몰려와호기심을보인다.황금빛저녁노을아래에서춤추며노는아이들의모습이참으로평화롭다.

잠자리에들었는데갑자기동네개들이일제히짖어댄다.잠시후텐트앞에서거친맹수들의포효가들려온다.살쾡이들이다.야크고기냄새를맡고몰려와고기를내놓으라고으름장이다.스태프들이고함을치자녀석들이놀라물러간다.살쾡이도텃세를부리는가.슬며시웃음이나온다.

-글·사진조진수사진작가/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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