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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트레킹코스|김포첫째길]

조선시대포진지‘덕포진’명승으로거듭나

DMZ(DemilitarizedZone·비무장지대).전쟁의상흔을그대로간직한우리민족의아픈역사의현장이다.아직끝나지않은전쟁으로DMZ는수십년간민간인의출입을통제하고있다.역설적으로통제된지역은인간의손이닿지않은자연만의공간으로거듭나,세계적인생태보고(寶庫)로주목받고있다.그세계적인생태보고를바로옆에서걸으면서볼수있도록‘DMZ트레킹코스’가만들어졌다.격세지감이다.

DMZ는서해안의임진강하구에서동해안의강원도고성에이르기까지총248㎞에달한다.한반도허리를비스듬히가르고있다.백두대간과한북정맥의큰산줄기가DMZ를가로지르고,임진강과한탄강,북한강등주요강이북에서남으로흘러서해로빠져든다.한반도의가장중심지역인DMZ를선보이는트레킹코스는김포,고양,파주,연천등경기도의4개시군을거쳐가도록개통했다.

김포시엔3개코스38.4㎞가이어져있고,고양엔2개코스24.5㎞,파주엔4개코스56.3㎞,연천군엔3개코스62.2㎞등12개코스총181.4㎞로연결돼있다.김포의대명포구에서출발한트레킹코스는고양~파주를거쳐경원선남한의종점인연천군신탄리역‘철마는달리고싶다’이정표앞에서끝이난다.<박스참조>

이중에서가장접근성이좋고,역사성이있으며동시에교통도편리한김포첫코스를이번달에소개하고,다음호엔역사적으로의미가있고임진강의주상절리를감상할수있는연천의두개코스를소개한다.먼저김포첫째길이다.첫째길은대명항~덕포진~쇄암리신촌~김포CC~문수산성까지이어지는총15.4㎞의거리다.

한반도최초의벼재배지로알려진김포에서,육지의최북단항구로알려진대명항에서출발이다.대명항은한국관광공사추천겨울바다7선에꼽혔을정도로주변이아름다운경치로둘러싸여져있다.항구에도착하니역시신선한바다향기가코를스쳐지나간다.드넓은바다를보는순간가슴마저시원해진다.

첫째길입구주변은아직공사를하는듯다소어수선하다.동행한경기2청특별대책지역과한태우씨가“지금한창함상공원을조성중이며,올8월완공과동시에개장할예정”이라고말했다.그럴듯한함정이철제울타리에가려져있다.철제울타리가벗겨지고함정이모습을드러내면그것만으로도볼만할것같다.

함정은주변의특색을살린해병대상륙함정이라고한다.1944년제작된함정은2차세계대전에도참전하고,한국전이끝난직후1955년우리해군이인수해월남전에7회나참전하는등62년간의임무를완수한한국군현대사와궤를같이한함정이라고소개했다.

함상공원바로옆들머리는철책문에들어가는것으로길은시작된다.다소긴장감이들지만이내익숙해진다.문을들어서얼마지나지않아아름다운길이연속으로펼쳐지기때문이다.덕포진언덕길에한쪽은바다,한쪽은들판이시원스레길을열고있다.

덕포진은한양으로통하는바닷길요충지

덕포진,이름만들어도뭔가있을것같다.덕포진은조선시대진영으로,한양으로통하는바닷길의요충지였다.마주보는강화도의초지진과김포의덕포진양쪽에서외적의침입을포로쏘며저지하는군사진영이었다.임진왜란때왜군의한강과임진강수로침입을막기위해조선선조때창설한것으로추정하고있다.구한말엔강화만을거쳐서울로진입하려는미국(신미양요)과프랑스군(병인양요)과치열한공방을벌였던지역으로역사적가치와유물사적의의가있는곳이다.지금사적제292호로지정돼있다.

잠시역사적사건이벌어졌던시절로거슬러올라가보자.1866년은대원군이쇄국정책을펴면서천주교를박해할즈음이다.급기야대원군은프랑스신부들을포함하여수천명의천주교도를국가기강을해이하게한다는명목을씌어처형했다.프랑스는이사건을빌미로극동함대사령관로즈제독을조선에급파해한달동안강화도를점령하고우리의귀중한문화재를빼앗아갔다.

이때이들이약탈해간귀중한유물이지금파리루브르박물관에있는외규장각도서일체다.조선군대는덕포진에진을치고프랑스군과대치한끝에결국프랑스군이철수했다.이사건이바로병인양요다.

1871년미국의상선제너럴셔먼호가대동강을거슬러올라와평양에서통상을요구하다평양주민과충돌하여셔먼호가불에타는사건이발생했다.이사건이계기가되어신미양요가일어났으며,미국은5척의군함을이끌고강화도를공격하고초지진을점령했다.

두사건다덕포진과마주보는강화초지진을외국군에내줬으며,덕포진은우리군대가외국군과대치하는해상군사요충지로중요한역할을한사실을알수있다.

지금은역사의현장은온데간데없고포진지만덩그러니남아있다.덕포진을걷다보면먼저7개포대가강화도남장포대를향하고있다.조금더가면5개포대가강화초지진과맞서있다.마지막으로3개포대가강화초지진과남장포대를향해있다.해상로를이용해침입해오는적을강화도초지진과합심해서양쪽에서포를쏘아바다에서섬멸하겠다는전략으로조성된진영이다.

마지막포대진지가기전에파수청이있다.파수청은각포대에공급할불씨를보관하던장소다.이파수청에서각포대진지로부랴부랴불씨를실어날랐던것이다.파수청바로옆에있는이정표에는그역사적사실을간략하게전하고있다.‘(전략)이건물은포대와돈대의중심부에위치하여포를쏘는불씨를보관하는장소인동시에포병을지휘하던장대로생각된다.’

이조그만길의현장에서도한국사의비극이그대로몸으로전해졌다.덕포진의역사는있었지만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으로수십년동안역사의뒤안길에내버려져있었다.단절된역사를김포의열성적인향토사학자가다시역사의전면으로떠올렸다.그당사자가지금덕포진문화해설사로있는김기송씨다.그가아니었으면덕포진과파수청은아직땅밑에묻혀있을지모른다.

김기송씨는군에서제대한지얼마안된1970년초할머니로부터전해들은손돌묘를찾으러다녔다.그즈음경기도공보실장으로있었던이재곤씨로부터덕포진에대한역사적사실도들었다.손돌묘와비슷한지역이라는것을직감으로알아차렸다.다음날부터사비를들여덕포진과손돌묘를동시에찾기시작했다.

문화해설사김기송씨가덕포진·파수청찾아

다행히손돌묘는쉽게찾아1970년묘를복원하고그해4월6일김포군의공보실장과관련공무원및주민600여명이참석한가운데처음으로성대한제사를올렸다.그러나덕포진은문화재발굴허가가나지않아작업을중단해야했다.그렇게9년의허송세월을보냈다.

김기송씨는그대로있지않았다.끈질긴설득으로9년뒤인1980년문화재청전문위원들과함께드디어덕포진과파수청을발굴해내는개가를올렸다.문화재청에서는1981년8월20일사적제292호로지정하고유물까지발굴한뒤원형복원공사를끝냈다.당시중·소포6문과포탄7개,조선시대화폐인상평통보2개가출토되었으며,건물터안에는주춧돌과화덕도있었다.

발굴된6문의대포는국립중앙박물관에2문,덕포진유물전시관에2문,전쟁기념관에1문,독립기념관에1문씩보관중이다.하마터면영원히묻힐뻔한우리의역사가열정의향토사학자인김기송씨개인의노력에의해다시세상의빛을본것이다.그의이름은김포시에서발간한책자곳곳에등장한다.

김기송씨는“우리역사를우리가찾지않으면아무도찾아주지않는다”며“어릴적할머니와주변으로부터들은얘기를끝까지추적해결국찾아낼수있었다”고자랑스러워했다.그는“누군가끈질기게찾으면어떤역사적현장도못찾을게없다”고덧붙였다.

지금길을걸으며그역사와역사를찾는한인간의열정을동시에느끼고있다.그의열정을생각하니아름다운길이더아름답게느껴진다.한쪽방향으로철책이있지만바다를끼고도는길은더할나위없이여유롭다.철책안으로는인간의손이닿지않은지역이라거칠지만아름답게보인다.더욱이호기심까지자극한다.아이러니하지만전장의흔적이지금은사람들의이목을끄는아름다운길로변해있다.

덕포진끄트머리에고려시대뱃사공손돌의묘가있다.앞에서언급했듯이김기송씨가발굴했다.손돌은몽골의침입으로고려고종이강화도로피란할때뱃길을잡은뱃사공이었다.묘지가있는바로앞바다는물살이센곳이라험한물길에불안을느낀왕은뱃사공이몽골의사주를받아이길로인도한다고의심해그의목을베라고어명을내렸다.

손돌은마지막으로“물위에작은바가지를띄워그바가지를따라가면무사히강화도에도착할수있을것”이라고말한뒤죽임을담담하게받아들였다.손돌을죽이고바가지를따라강화도에무사히도착한왕은자신의경솔함을깨닫고장사를성대하게치른뒤사당을세워억울하게죽은손돌의넋을위로했다는전설이있다.

이곳은바다의물살이빠른여울목에해당한다.한국에서물살이가장빠른울돌목(명량해협)정도는아니지만가끔소용돌이를동반한물살이치는험난한뱃길이다.손돌의이름을빌려이곳을손돌목이라고도한다.조선시대까지영호남지방에서거둔세곡(稅穀)을한양으로운송하던주요해상로였고,인천앞바다에서마포나루까지올라가려면반드시거쳐야하는길목이다.

▲(위)수십년만에일반에개방한DMZ트레킹코스를찾은방문객이철책길을따라걷고있다.바로밑에는삼성그룹방송팀이코스를촬영하고있다.멀리배경에보이는다리가강화와김포를잇는초지대교이다.(아래)덕포진에있는야트막한언덕따라난아름다운곡선길로방문객들이걷고있다.언덕왼쪽사면조금파인홈이바로포진지.
들길·산길·둑방길·철책길·해변길등고루걸어

손돌목을지나넓은평야가나왔다.김기송씨는이평야일대와덕포진을묶어교육·레저·생태종합관광단지를조성할예정이라고했다.조감도까지보여줬다.전통과테마,미래가공존하는‘관광도시김포’의조감도였다.아직토지를매입한것은아니지만점차이행할것이라고강조했다.

이젠마을길로접어들었다.드넓은평야엔학들이날아들어즐겁게노닐고있다.시간이멈춘세계인듯하다.평화와여유가공존하는세상이다.그샛길로시간과함께스쳐지나쳤다.바쁜인간의모습이다.조그만포구가나왔다.철책안에있지만어업허가받은사람은수시로출입이가능하고,초소에얘기하면일반인도잠시안에들어가구경할수있다.

조그만방파제까지가까이접근했다.마침썰물때였다.인간의손이닿지않은건강한갯벌이그대로모습을드러내,갖가지꾸물거리는생물들을볼수있었다.갯벌엔조그만구멍들이송송뚫려있었다.

바로앞엔조그만섬이하나있다.훌쩍뛰면닿을것같은지척이다.또다른방향의지척엔갈대숲이우거진멋진생태갯벌이다소곳이모습을보여줬다.규모는작지만순천만갯벌에버금갈수준이었다.예산만있다면나무데크로연결시켜훌륭한생태코스로만들면좋을것같았다.하지만아쉽게도그조그만섬은이미대기업의사유지가됐다고한다.그섬이바로부래도이다.한강에서떠내려왔다고해서부래도라이름붙었다고한다.그만큼작은섬이다.면적이20,000㎡정도되며,섬에는조그만성터도남아있다.

포구를빠져나왔다.민통선철책따라길은계속된다.철책길을벗어나마을길로들어섰다.길양옆으로는모내기를끝낸벼들이쑥쑥자라는듯했다.쇄암리마을정자에도착했다.쇄암(碎岩)이라는마을이름은해안이잘부스러지는바위로이루어져서붙여졌다고한다.옛날엔그냥나무그늘아래서쉬던쉼터가지금은정자로단장했다.한낮이라그런지농부들이나사람들이전혀눈에띄질않는다.

해안선을따라잠시걷다야트막한산길로접어든다.마침나무들이그늘을드리웠다.시원했다.길은약50m마다리본이달려있었다.리본을찾아계속따라가면된다.

산길왼쪽으로무덤들이연속으로이어졌다.예부터있던묘들이며공동묘지는아니라고했다.한태우씨는“아마여기가옛날부터이름난명당자리인것같다”고설명했다.분명무슨곡절이있지싶다.그렇지않고서야공동묘지도아닌데이렇게많은묘가있을수없을것이다.

묘지를지나해안선을따라걷는길이다.지나는길에바다가보이는위치에‘언덕위에하얀집’같은아담한집이나온다.가수윤수일의집이라한다.팬들을피해조용한해변에거처를마련한듯한윤수일씨는앞으로DMZ트레킹코스를찾는사람들이많아지면다시거처를옮겨야할지모르겠다.

-글박정원부장대우/사진정정현부장/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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