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탐사대ㅣ슬로베니아 율리안 알프스 *-

[2010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ㅣ슬로베니아율리안알프스]
율리안알프스최고봉트리글라브등정
우리의탐사는알프스의풍경만큼아름다웠다

알프스의동쪽끝자락에위치한율리안알프스는슬로베니아국토의북서쪽에서이탈리아와의국경까지위치하고있다.‘율리안’이란명칭은로마의황제율리아누스카이사르의이름에서유래되었다.

국토의70%가산지인우리나라처럼슬로베니아역시국토의절반이상이산으로이루어진산악국가다.율리안알프스에서가장높은봉우리는트리글라브(triglov)로해발고도2,864m이고그외수많은2,000m대봉우리가있다.슬로베니아국기에그려진문장이바로트리글라브이다.

7월19일.알피니즘이란단어의발상지,산악인들의마음의고향인알프스.그중에서도한국인들의발길이거의닿지않은율리안알프스를향해서오지탐사대가인천공항에서출발했다.13시간에비행끝에도착한이탈리아의베네치아공항에서현지탐사대원겸가이드를맡은마테를만났다.이번탐사대에는현지인대원두명이포함되어있었다.한명은틴이라는친구였고,다른한명이마테였다.틴은술자리에서도마지막까지대장님옆자리를지키는한국적사회생활을할줄아는친구고,마테는대학생이면서동시에산악가이드자격증을가지고있어,이번탐사대의스케줄을기획하고우리에게길을안내하는역할까지동시에맡은유능한친구였다.

▲1대원들이트리글라브를향해전진하고있다.알프스의고도가낮은지역에는나무가많고꽃도많이피어있다.2율리안알프스의유명한7개의호수중하나인노이드보이노야제로호수를지나고있는대원들.3트리글라브정상에서조심스럽게내려가는대원들.암벽에는쇠말뚝이박혀있으며나이프리지구간이나위험구간에는비아퍼레타방식으로내려섰다.4율리안알프스는여름에도한낮은햇볕이매우강렬하지만계곡이나산그림자가오래지는쪽에는눈이녹지않은지대가많이있다.탐사대가트리글라브에서스테나르봉을향해빙하를가로지르고있다.5율리안알프스최고봉인트리글라브정상.정상에3명이피할수있는대피소가세워져있다.
트레킹시작하자마자

현지대원들과갈등겪어마테와함께버스로슬로베니아에도착한시간은새벽12시30분이었지만,내일부터시작될산행과만나게될율리안알프스에대한기대감때문에쉽게잠들지못했다.

드디어시작된산행.명성대로율리안알프스의풍경은압도적이었다.깎아지른듯한절벽과웅장한규모의폭포,총천연색으로자태를뽐내고있는꽃들,그리고무엇보다도트리글라브로올라가는길에위치한7개의호수는매번감탄을자아내게했다.어느방향으로사진을찍어도그림엽서같은장면이나오는풍경을구경하느라힘든줄도,시간가는줄도모르고산을오르자어느덧자사프스카코카나프레호다비치(ZasavskakocanaPrehodavih)산장에도착했다.

트리글라브정상에도착하기로되어있는다음날.아름다운꽃과풀들이가득한호수지역을지나자돌산지역이나타났다.곧이어여기저기만년설이눈에들어왔다.출발할때만해도너무더워당장호수에뛰어들고싶었는데,트리글라브에가까워지자추위가느껴졌다.

트리글라브를3시간정도남겨놓고가진휴식시간에몇몇대원이컨디션이좋지않다고했다.이미산행예정시간보다많이지체된데다가대원들의컨디션까지좋지않다는이야기를들은마테는트리글라브등정을포기하고바로오늘최종목적지인산장까지우회해서가기를원했다.마테의산에서의상황판단은신속하고정확했지만,그과정에서우리를배제하고독단적으로결정한점은감정이상했고아쉬웠다.

험난한암벽구간은비아퍼레타로

산장까지접근그날밤산장에서같이맥주를마시며가이드로서의마테보다는동료탐사대원이자친구로서의마테를원했던우리는서운한점을솔직하게이야기했다.그러자마테역시자신이팀에서맡은가이드의임무때문에늘안전에대해서걱정하고있어서예민했던부분을털어놓았고,다음날부터는조금씩서로간의문화적차이를이해해가는모습을보였다.

한번의실패를계기삼아절치부심한우리는다시한번트리글라브를향해서새벽5시에출발했다.아침부터서두른덕에8시전에가장높은산장인트리글라브스키산장(2,515m)에도착했다.아침도먹지않고온터라산장에서군대시절먹었던전투식량을먹으며트리글라브등정의지를불태웠다.동결건조된김치비빔밥인전투식량이었지만오랜만에먹는한국음식이기에,다들군복무시절그렇게먹기싫었던전투식량을두개씩먹는기적을보여줬다.

배를든든히채우고다시시작한등반.트리글라브스키산장에서정상까지는암벽구간으로비아퍼레타가설치되어있어장비를착용하고올라가야하는구간이었다.올라갈수록바람도점점강하게불고,비아퍼레타가오래되어서부식된구간도있었지만,이미국내에서수차례강도높은연습을해온덕에모든대원들이암벽과2시간동안씨름한끝에드디어트리글라브(2,864m)정상에닿을수있었다.

정상에서바라본겹겹이쌓인알프스산맥의풍경에저절로탄성이나왔다.건너편에보이는구름위로솟아있는산들을위에서내려다보는,더이상오를곳이없는정상에서면언제나많은감동을가져다준다.모든대원들이정상에서성취감을한껏맛보았다.

산행을마치고도착한산장은우리팀에게는단순히잠만자는공간이아니었다.산장은우리에게문화교류의메카였다.율리안알프스는유럽인들에게선호도가높은트레킹지역이기때문에산장에다양한국적의사람들이와있었다.슬로베니아라는나라자체가아시아인이거의살지않았기때문에어딜가나우리탐사대는이목을집중시켰다.

20여일간의탐사중에깨달음을얻은산행이있었다.휴식날오후에다음날산행을위해산장으로이동하는2시간정도의아주가벼운산행이었다.모두들가벼운마음으로출발하는데,비가쏟아지기시작했다.생각지못한비가오자모두들최대한젖지않으려고했다.산행중에는언제나노래를부르고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며유쾌하게가는우리팀이었지만,휴식날날벼락같이떨어지는비속에서모두들얼마나더가야하는지서로물으며조용히따라만갔다.

비가많이오는데다가계곡옆을지나다보니시야가흐렸다.예정된2시간이훨씬넘었지만산장은나타나지않았다.결국우리는길을되돌아가기로결정했다.이미모두폭우에홀딱젖은상태였다.신기한일은그다음부터발생했다.쉬는날산행하는게싫고,비에젖는게싫었던우리가벗어날수없는상황에놓이게되자모두들몸을사리지않게되었다.노랫소리는여느때보다컸고,발걸음도훨씬빨라졌다.

산은인생과많이닮았다는대장님말씀이떠올랐다.내가그동안결정된일에대해마음에내키지않는다고소극적이었던일들이얼마나많았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어차피해야할일이라면좀더적극적으로뛰어들어야했고,그렇게했다면훨씬즐겁고쉽게할수있었을거란생각이들자가슴속에서뭔가울컥했다.

무뚝뚝한마테가찰떡파이먹고싶다

할때가슴찡해슬로베니아에서의마지막날.모든일정을마치고현지탐사대원틴과마테와헤어지는순간이찾아왔다.매운음식을좋아해서한국음식을무엇이든맛있게먹던붙임성좋은틴과처음에의견충돌이있었지만헤어지는순간까지저녁먹을식당을소개해준마테와의작별이너무나아쉬웠다.

육체적한계를극복하는과정에서성장했고우리의탐사는알프스의아름다운풍경만큼이나아름다웠다.푸른청춘위에써내려간이번탐사는분명히내가슴에새겨져잊지못할추억이되었다.아직도알프스의추억에가슴이설레고있다.

-글홍진석서강대경영학과3학년/사진박진수경상대경영정보학과3학년/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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