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트레킹] 스위스 그뤼에르 *-

[세계의트레킹]스위스그뤼에르

초록색알프스에빠지고초콜릿달콤함에취한다그뤼에르

‘세계의트레킹’스위스그뤼에르(Gruyere)는초록색알프스에빠지고,초콜릿그달콤함에취한다.당신이’스위스’라고할때떠올리는판타지의120%가여기에있다.소녀하이디가앞구르기와뒤구르기를반복했을것같은연둣빛초원,슈렉의친구와쏙빼닮은당나귀떼의100m질주,해질녘이면황금색으로물드는호수와하늘.그리고하나더.세계최고라고자부하는스위스의치즈와초콜릿을품은길이다.알프스에홀려시작했다가,나도모르게달콤한향에무릎꿇은하이킹.스위스수도베른에서기차로1시간20분,그뤼에르의치즈·초콜릿트레킹이다.


초록빛알프스가당신을부른다.초콜릿과치즈의달콤한유혹.여기는하이킹천국.스위스그뤼에르/이규열프리랜서

◆알프스파노라마와함께하는3시간

트레킹초입,샤르메(Charmey)우체국앞에서만난이탈리아사내스테파노(Stefano)가짓궂은표정으로물었다.이동네풍광과맛에대한스위스타지역주민들의말도안되는질투를아느냐고.그가들려준잔인한농담은이렇다."산골마을그뤼에르사내들의결혼식때주최측이반드시준비해야할것이하나있다.젖소똥이다.그렇지않으면파리가똥이아니라신랑의머리위로달려들테니까."

고개를갸웃거리는한국의트레커에게스테파노가부연했다.그런인신공격성농담까지만들어낼정도로이지역이아름답고사람들은순박하다고.샤르메부터그뤼에르까지3시간을걷고나서공감했다.왜스위스정부는이루트를’알프스파노라마루트’로명명(命名)했고,타지역주민들은그렇게질투할수밖에없었는지.

이루트는무엇보다알프스를만끽할수있는트레킹이다.오스트리아부터프랑스까지알프스는유럽거의전역에뻗어있지만,이곳스위스중서부에서바라보는알프스전망은최고다.말그대로파노라마.정상은커녕산마루에서도첩첩쌓인알프스가한눈에가득들어오고,걷는길내내늘씬하게뻗은밤나무와플라타너스숲,우유를탄듯한석회암계곡수,또억년세월의물줄기가뚫어놓은석회암동굴이갈마들며나타난다.느닷없고계통없이등장하는석회암동굴은때론3~4m,길게는10m가넘는어둠속으로인간을빨아들인다.완벽한초록과완벽한어둠이번갈아찾아들며지구반대편에서찾아온여행자의넋을빼앗는다.산없는나라,네덜란드에서온러스크(Lustke)는연방감탄사다."여기야말로하이킹천국.똥농담이나올만하다"고익살을부리면서.


황금빛석양을등지고하늘을날았다.내발아래있는알프스.소녀하이디가저멀리어렴풋하다./어수웅기자

◆숫자로통일한알기쉬운표지판

스위스에서트레커는길을잃을염려가절대없다.갈림길마다예외없이나타나는완벽한표지판과그단순함때문이다.올해와내년을’스위스걷기의해’로명명한스위스정부는전체6만㎞에달하는하이킹루트를32개코스로정비하고,그32개루트의길안내표지판을오직숫자만으로단순화했다.

우리가걸은’알프스파노라마루트’는3번.원래는로잔(Lausanne)에서슈바르첸부르크(Schwarzenburg)에이르는150㎞에6일짜리코스지만,당연히자신의체력과판단에따라거리를조절할수있다.

이날코스는3번루트의하이라이트인샤르메~그뤼에르의11㎞구간.초등학생과노인도큰무리없이걸을수있는평탄한코스다.웅장한야운바흐(Jaunbach)협곡을오른쪽에끼고걷다가갈림길이나타났다.역시선명하게등장하는화살표모양의노란색3번표지판.여기서길을잃으면바보소리듣는다.

그뤼에르치즈공장.

그단순함과명쾌함에고개를크게끄덕이자,스위스관광청의최고참격롤랜드(Roland)가"이게다노력의결과"라고말했다.원래는지자체와걷기관련단체마다제나름대로이름을붙였지만십수년에걸친대화와다수결투표등으로단일화했다고했다.최근몇년의걷기열풍이후수백가지이름이제멋대로붙은,같은길에도다른이름들이붙은수많은한국길들이떠올라씁쓸해졌다.

우윳빛시냇물에놓인징검다리를뛰어넘는다.그때였다,순간씁쓸함을단숨에날려보낼만큼달콤한향내가나타난것은.정밀하기로이름난스위스의시계처럼,예정했던하이킹3시간이막지난순간이었다.

◆초콜릿과치즈의달콤한유혹

메종카이에(MaisonCallier)는스위스의유서깊은초콜릿공장이다.한사람이연평균12.3㎏을먹어치워세계최고소비량을자랑하는스위스에서가장사랑받는초콜릿브랜드다.카이에는지난4월700만스위스프랑(약82억원)을들여그뤼에르에방문자센터를열었다.‘초콜릿브레이크’라는캐치프레이즈가눈에띈다.’브레이크(break)’는’휴식’이라는뜻이다.

꼭두각시인형극과공포영화기법을도입해만든20분짜리초콜릿역사이야기도흥미로웠지만,역시거부할수없는유혹은무료초콜릿시식이었다.열가지가넘는카이에초콜릿들을마음껏먹어볼수있다.방문자센터를나와10분남짓그뤼에르기차역방면으로달리면역시또세계최고의맛이라자처하는그뤼에르치즈공장이있다.엉덩이보다배가더나온샤르메지역치즈생산자조합장앙드레(Andre)가말했다."이곳의알프스는고산지대라풀이천천히자란다"고.그래서비옥한고산의미네랄을천천히오랫동안빨아들인풀,그영양많고신선한풀을뜯어먹은젖소,그젖소에서짜낸우유로치즈와초콜릿을만드니어찌맛없을수가있겠느냐고.

전날저녁케이블카로올라갔던부네츠산(Vounetse·1626m)정상부근의풍경이떠올랐다.패러글라이더가활공하는황금빛석양을배경으로한국황소의두배크기의젖소들이알프스의풀을뜯어먹고있었다.이른봄산아래에서시작했던녀석들의풍요로운식사는여름을관통한지금,산꼭대기에서한창진행중이다.우윳빛그뤼에르치즈를한입베어물었다.아찔했다.

>>여행수첩

그뤼에르까지:산골마을그뤼에르(Gruyere)에가려면스위스중서부의대도시프리부르(Fribourg)에서기차를갈아탄다.프리부르에서한시간거리.대한항공이취항하는취리히에서프리부르까지는한시간,수도베른에서는20분,제네바에서는열차로1시간20분거리다.

환율:9월1일현재1스위스프랑은약1170원.

그뤼에르트레킹:출발지점인샤르메우체국은그뤼에르현지에서시내버스를타야한다.역에서10분거리.버스시간표는그뤼에르관광안내소(41-26-927-5580)에문의.

스위스패스:스위스면적은한국절반정도다.기차여행이발달돼있다.이동이많은여행자라면비싸지만스위스패스를이용하면편하다.성인(26세이상)일등석8일권은발권수수료포함369유로(약56만원).8일동안기차·버스·선박이모두무료다.한국에서는서울항공여행사(02-755-1144·www.seoultravel.co.kr)등에서판매한다.스위스기차시간표는www.rail.ch참조.

산중스파:샤르메에는알프스산중스파바인즈(Bains·41-26-927-5580·www.bainsdelagruyere.ch)가있다.야외수영장에서내려다보는알프스전망이일품이다.입장료는24스위스프랑.스파바로옆에있는카이에호텔(41-26-927-6262)에서묵었다.알프스의자연을거스르지않는아늑하고품위있는산장호텔이다.1박225스위스프랑부터.

퐁듀:스위스에서스위스퐁듀를맛보지않을수없다.분츠산정상레스토랑(RestaurantdeVounetz·41-26-927-1284)에서빵이나미니감자에찍어먹는스위스퐁듀가격이1인당28스위스프랑.점심만가능하다.

스위스하이킹32루트:‘스위스모빌리티'(Swissmobility)라는단어가있다."인간의힘을이용한여행법"을모토로하는스위스여행의캐치프레이즈다.하이킹·사이클·산악자전거·스케이팅·카누등모두다섯가지무동력여행을포함한다.웹사이트(www.schweizmobil.ch)에서이들종목에대한루트를친절하게설명했다.하이킹32개루트소개도있다.스위스관광청한국사무소홈페이지(www.myswitzerland.co.kr·02-3789-3200)에신청하면서울이외거주자에게는’스위스걷기여행’책자를보내준다.무료.서울은강남·북에한곳씩있는스위스트래블센터(02-514-0585,02-777-3900)에직접가면받을수있다.홈페이지에서무료로다운로드받을수있다.

-(스위스)=어수웅기자/조선일보9월2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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