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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제주올레이사장-
제주의바다와오름,중산간을모두경험하면서걷는길‘제주올레’3코스에있는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만난글이다.루게릭병으로고생하면서도제주의바다와바람,하늘을사진에담는데자신의생명을던진김영갑.그의말처럼,행동으로실천하지않는한이어도는우리에게다가오지않을지도모른다.그길을지날때가어둠이내리기시작하는저녁6시.길을안내하는‘올레사인’을따라걸으니바다가내려다보이는‘신풍목장’이다.매혹적인말들이바다를뒤로하고서있다.약재로쓰인다는귤껍질을바닷가가득깔아놓아주황색비단을깐듯보이는풍경은이곳에서만볼수있다.
쉬멍쉬멍(쉬다가)걸으멍걸으멍(걷다가)하는제주올레(www.jejuolle.org)는한여인의이어도다.봉긋하게솟아푸근한느낌의오름과돌담길너머핀유채꽃길을따라걷다보면어느새바다가열리는길,마늘밭을따라걷다미술관에서제주를사랑한화가나사진가의영혼을만나는예술적인길,그동안잘보이지않던들풀마저도가슴에담는길을원했던한여인의꿈이서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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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지정된성산일출봉오름.텅비었지만더없이충만한이곳은신화의땅임을말해준다.시흥초교와종달리,성산을잇는올레1코스길로오름과해안을모두품고있다. |
이황홀한’제주올레길’을만든제주여인을만났다.길을통해‘간세다리’(게으름뱅이의제주말)정신을퍼뜨리고있는서명숙제주올레이사장(51).그는사유지로툭툭끊긴길을동맥처럼이어사람들이걸으면서제주의아름다움을만끽하게하고있다.길이리조트를지나야하면리조트사람들을동참하게하고,사유지목장을지나가면목장주인을설득해길을열었다.제주올레가개척한‘제주걷는길’코스는2007년9월서귀포시성산읍시흥리제1코스를시작으로현재까지모두12개코스198km가만들어졌다.올레를따라가다보면제주도를한바퀴돌아볼수있도록코스를계속개척할예정이라고한다.
“맹숙아,아방*(아버지)왐시냐올레에나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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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곳에서사람들은제주를재발견한다. |
제주토박이인그는엄마에게서이런말을무시로들으며성장했다.‘올레’는제주말로‘자기집마당에서마을로들고나는진입로’를말한다.
“밀실에서광장으로확장되는변곡점,소우주인자기집에서우주로나아가는최초의통로가올레입니다.자기네집올레를나서야만이웃집으로,마을로,옆마을로나아갈수있어요.올레를죽이으면제주뿐아니라지구를다돌수도있지요.”
‘올레’는지난해한글문화연대에서제주어의아름다움을부각시켰다는이유로‘사랑꾼’상을받았다.
지난해에는3만명이제주올레코스를따라걸었다고한다.매월마지막토요일에는‘테마별올레걷기’와코스별로‘1사1올레자매결연’운동등을펼치고있다.그가자주받는질문중하나가“어느길이가장아름다우냐”는것이다.그때마다그는“어제걸었던길”이라고대답한다.또하나는“왜길을만드는지”하는것이다.
“길이라는게눈으로는보고,머리로는생각하면서비우고정리하고,또새로운생각을하게만듭니다.
걸으면서하는참선을행선이라고해요.마음을정화시키는거죠.불가(佛家)에서는참선위에행선이라고한답니다.일상의공간에서는이렇게하기힘듭니다.여러가지물건과생각할거리에둘러싸여있으니힘들지요.철학자나음악가들이산책을좋아했던것도그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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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외돌개로가는길의올레사인.제주도의바다를상징하는바다색올레사인은올레꾼들의길잡이역할을한다. 가운데:풍림7경중5경에해당되는몽돌해안.둥근몽돌로이루어져파도소리가독특하다. 오른쪽:외돌개가는길.올레7코스로제주바다의천가지표정을만날수있다는이야기를듣는다.길에서만난올레꾼들은그에게‘행복하다’고고백한다.그도길위에서참행복하다. |
산티아고순례후‘고향제주에길을내자’고결심
23년간의기자생활을끝으로그는스페인의산티아고로떠났다.그곳에서그는자연이주는위안과평안,치유를얻었다고했다.파울로코엘류뿐아니라여러나라에서온순례자들과부딪히며‘사람의속도’에대해생각했다.그중영국에서온한순례자가“돌아가서너희나라에길을만들면어떻겠니?”라고한말에충격을받았단다.길을만들수도있구나.이길을만들면서오랫동안서먹했던남동생과화해했고,잊고지내던친구들,선후배와재회할수있었다.이재회는제주의재발견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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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환하게하는유채꽃.제주인들에게는기름을짜고된장국도끓이고나물로도무치고샐러드로도해먹는꽃이다. |
제주올레1코스는작고아담한시흥초등학교에서시작해성산광치기해변까지로,바다와오름을함께경험할수있고,외돌개에서법환포-월평포구(현7코스)를잇는바당올레는제주바다의천가지표정을볼수있다.포구에서포구로이어지는8코스는월평포구에서중문해수욕장,대평리로이어지는길이다.송악오름의절경을볼수있는10코스,쇠소깍에서이중섭문화거리,외돌개를잇는문화생태코스등제주의모든올레는신화와사람,문화와역사,예술,음식등제주의순수한속살을드러내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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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살았던집에서올려다본이중섭미술관.이중섭문화거리는올레길중에만나는행운이다. |
“어느곳을여행하든마지막은사람으로기억되어야해요.이길을걷는올레꾼들은처음에는자연에반하는데,마지막에는사람에반한다고들해요.올레길위에서만난사람들의순박함에반하는것이지요.닳고닳은친절이아니라사람들을진심으로걱정해주는마음때문이지요.손세실리아라는시인은5코스길을걷다조그만점방에들어갔대요.갈증이나서맥주를사러들어갔는데,그곳을지키던할머니가밥을차려주시더래요.쌈까지싸서입에넣어주시는데,알고보니시인이할머니딸과비슷한또래였나봐요.”
길에서크고작은일들을경험한사람들은돌아가는길에모두들“행복하다”고말한다.제주올레가유명해진것은이렇게혼자서,친구끼리,어머니와딸,부부,연인들이다녀간후입소문이나면서였다.
“‘행복하다’는말을가장많이들어요.이길을걷는사람은여성이70%예요.여자들의섬에여자가낸길을여자들이걷는거잖아요.정말좋아요.한달에세번씩온사람도있지요.여성은관계지향적이에요.맛있는걸보면같이먹고싶어하는것처럼,좋은길을같이걷고싶어해요.”
제주도에서시작된올레는춘천올레길,일산올레길,서울북한산올레길등이제전국적으로퍼져갈조짐이다.그는그것을‘신대동여지도’라고부르고싶다고한다.‘속도의시대’를되돌아보는‘느림의여행’.그는그안에서인간으로서의자존감을회복하라고말한다.그를만나러간날,일본취재진이먼저도착해있었다.다음달은홍콩쪽에서취재차다니러온단다.올레는이렇게제주의또다른면을세계에알리고있는중이다.그가낸길을걸으며마음껏행복해하고,아픈마음은어루만지자.그것이나를향한행선길,신과자연의숭엄함을깨우쳐가는순례길의시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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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갤러리에서올레를따라표선방향으로10여분가다보면만날수있는신풍목장. |
-천수림TOPCLASS객원기자/TOPCLASS2010년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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