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티아고 순례길 *-

-<세계의걷고싶은길산티아고순례길>->-

일에지치고사랑에허기진당신의등을떠밀어보내주고싶은길.베르나르올리비에가땀흘렸고,파올로코엘료의삶을바꾼길.그리고당신과나,이름없는이들의비밀을기다리고있는길.눈물로떠나웃으며돌아오게되는길.그길의이름은카미노데산티아고(CaminodeSantiago),산티아고의순례길이다.

삶의흐름을바꾸기도하는공간의이동

살다보면그런날이온다.다버리고새로운인생을시작하기에는이미늦은것같고,가던길을그냥가기에는왠지억울한순간.’이렇게살수도,이렇게죽을수도없는나이’에속수무책으로무너져이대로는안되겠다싶은그런날.꼭그렇게절박함이목까지차오르지않아도괜찮다.방향타도없이떠밀려온속도전에서벗어나느리게숨쉬고싶을때,짧지만짜릿한일탈을꿈꿀때,길위의자유그불온한냄새가그리워질때,당신은어디로향하는가.공간의이동이삶의흐름을바꾸기도한다는것을아는당신,몰래품어온이름이있는길산티아고순례길을걸어보기로한다.

진한역사의향기가배어있는길

천년의세월동안무수한사람들이조개껍질을매달고지팡이를짚으며걸어온길이있다.예수의열두제자중하나였던야고보(스페인식이름은산티아고)의무덤이있는스페인북서쪽의도시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deCompostella)로가는길이다.가장오랫동안사랑받아온길은‘카미노데프란세스(프랑스사람들의길)’이라고불리는코스.프랑스남부의국경마을인생장피데포르에서시작해피레네산맥을넘어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이어지는800km다.모든갈림길마다노란화살표와조개껍질로방향을표시해준다.덕분에길을걷기보다길에서헤매기바쁜길치들조차최종목적지까지안전하게다다를수있다.마을마다있는’알베르게’라불리는순례자전용숙소에서잠자리와취사를해결할수있어유럽의비싼물가도가뿐하게극복할수있다.그길에는전설보다오래된교회와십자군전쟁의흔적,성당기사단의비밀과마녀로몰린여자들의화형대,로마시대의돌길까지상상력을자극하는자취로가득하다.진한역사의향기가배어있는길이다.

길이품은풍경은다양하다.도전의식을고취하는첫장벽피레네산맥을무사히넘어나바라(Navarra)를지나면푸른포도밭이일렁이는라리오하(LaRioja).스페인이자랑하는양질의와인생산지역이기에내내붉어진얼굴을피할수없다.나무한그루없는황금빛밀밭이지평선을이루며펼쳐지는메세타(Meseta)는금빛머리칼을지닌누군가를떠올리며걷게되는고독의평원.그사이세월의더께로반짝반짝빛나는돌길이깔린옛마을과위풍당당한교회를지나고양떼들과함께걸어가는푸른초지와구릉이이어진다.오랜만에만나는도시의풍경이낯설게다가오고,다시작은마을을지나나무와숲이우거진산을넘으면마침내는바다로향하는길목이다.북유럽사람들이그토록질투하는스페인의태양이지긋지긋해질무렵,"햇볕을위해기도하되,비옷준비를잊지마라."는땅갈리시아(Galicia)에들어서게된다.흩뿌리는가는비를맞으며참나무숲길을걷고나면마침내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대성당앞에서게된다.

나누는기쁨,베푸는행복을체험하다

카미노데산티아고가품은최고의비밀은그길을걷는사람들이다.길에서만나는사람들은이상하다.아플때약을나눠주고,목마를때물을건네고,배고플때밥을해준다.지친다리를사심없이주물러주고,냄새나는발바닥의물집을따주며이렇게말한다.“당신을도울수있어얼마나좋은지몰라요.”자원봉사협회에서파견이라도나온듯,세상에서가장따뜻한사람들이여기저기가득하다.잠시어리둥절했던당신도곧친절바이러스에감염돼나누는기쁨,베푸는행복을체험한다.그렇게만나는이들을통해마음의빗장이열리고,추억이라이름붙은기억들이쌓여간다.

길의끝에서면증명서가선물로주어진다.하지만그길이주는가장큰선물은당신자신이다.800km를걸어가만나는대성당에서천년된돌기둥에기대어눈물흘리는당신.삶에대한희열과감사로압도되는그순간을겪고나면세상은달라보인다.설명할수는없지만당신은이미변해있다.돌아오는길,당신은이미알고있다.문명전체가나아가는방향에등돌릴힘이당신안에있다는것을확인하게된다.

길이주는가장큰선물은당신자신이다

이제는너무유명해져버렸지만여전히영적인힘을간직한길.작은배낭하나에모든걸담아집을떠날수있는사람들이찾아오는곳.삶이던진질문들에정직하고용감하게답하고자하는이들을위해준비된길.그러나모든질문에대한답은이미자기안에있다는것을알고있는이들이찾아오는길.일생에한번은꼭걸어야할순례의길이다.

카미노데산티아고800㎞도보순례
낯선길을혼자걸을때가장큰장애는?당연히안전에대한근심걱정이다.아무리길이아름답고,길에서만나는사람들이특별하다해도안전하지않다면무슨소용일까.그렇다면’카미노데산티아고’의안전도는?설마,순례자의길인데…예전엔이길을걷기만해도교황청에서평생지은죄를다사면해줬을정도로성스러운길이라는데!빙고!

단언하건대세상에이보다더안전한길을찾기는쉽지않다.먼옛날,처음이길에순례자들이몰릴무렵에는신의음성을듣기전에다른목소리를먼저들어야하기도했다.찬거리를찾으며울부짖는늑대의울음소리혹은순례자의여비를노린무장강도단의살벌한위협같은.하지만그건이미전설로남은이야기일뿐이다.지금이길은소심한A형여자가혼자걸어도아무일없다.겁쟁이그녀가타고난‘길치’이기까지해도걱정없다.길을잃을염려도없으므로.노란화살표나가리비조개모양만따라가면산티아고에도착하게되니까(야곱의시신이배에실려스페인에도착했을때조개들이그의몸을덮어서보호하고있었다고한다.그후가리비는’카미노데산티아고’의상징이되었다).

노란화살표를따라가는순례의길에위험요소는따로있다.1인당알코올소비량이지구에서가장높은한국인이기에더거부하기힘든유혹.바로포도주다.스페인은유럽에서도이름난와인생산지다.특히순례길에서만나는라리오하(LaRioja)와나바라(Navarra)지방은양질의포도주를저렴한가격에구할수있는곳이다.당연히포도주인심도후하다.이라체의수도원은길가에붉은포도주가물처럼흐르는수도꼭지를준비해놓았다.목마른순례자들이환성을지르며달려들어‘주의피’를받아마신다.밥을먹기위해식당에들어서면"Aguaovino(물아니면포도주)?"라고묻는다.물과포도주가같은가격으로제공되니자연히포도주를선택하게된다.스페인의태양에그을린얼굴이알코올기운에다시붉어지니,거울따위는아예들여다보지도말자.

세상의끝에서신발을태운순례자들이바다로지는저녁해를바라보고있다.

이길에는포도주말고도스페인의토속음식으로유명한마을들이있다.로그로뇨(Logrono)에들어서면우선라우렐골목을찾아가자.스페인의대표적인간식거리인타파스를파는작은가게들로유명하다.어이없을정도로작은골목이라찾기가쉽지않으니주의깊게거리간판을들여다보자.작게썬바게트빵위에절인멸치나양송이,새우,샐러드등을올린타파스를와인한잔과곁들여마시노라면혈관에는이미스페인피가흐르는것같다.갈리시아지방멜리데의문어요리‘뿔뽀’를빼놓을수는없다.고춧가루와소금을쳐삶아낸문어의담백한맛은‘문어의재발견’이다.우리에게도친숙한스페인식해물볶음밥빠에야도갈리시아지역이원조다.

‘카미노데산티아고’의마을들은저마다한두개씩의전설을품고있다.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의전설을들어보자.때는14세기.젊고잘생긴독일인청년이산티아고로성지순례를가던길이었다.일행은청년의부모님과시중을들기위해따라온하녀.주인집아들에게연정을품은이하녀.어느밤,저돌적으로마음을고백했다.청년은냉담하게모욕을주며처녀를거절했다.분노와수치심으로한을품은하녀는성당의금술잔을청년의가방에넣었고,결국청년은절도죄로붙잡혀교수형을당하게된다.

아들을잃고슬픔에빠진부모는그래도산티아고까지성지순례를마친다.산티아고에서돌아오는길,신앙심깊은부모는기적을체험한다.바로십자가에매달린아들이살아있었던것.흥분한부모는마을의신부에게달려가이사실을알리며아들을십자가에서내려달라고한다.막저녁식사를시작하려던신부는부모를무시하며답한다."만약당신아들이아직살아있다면이식탁의구운닭두마리도살아있겠구려."구운닭에게포크를들이미는순간,닭들이날개를퍼덕이며식탁에서뛰어내렸다.아들은구제되고,그후이마을은살아있는닭두마리를성당안에보관하는풍습을몇백년째이어오고있다.전설은또다른전설을낳기도하는법.그닭들의울음소리를들으면산티아고로가는길내내행운이함께한다고해닭장을올려다보며닭들의은총을하염없이기다리는순례자들의모습이보이기도한다.재미있는건,옆나라포르투갈에도똑같은전설이전해내려온다는것.

놀기좋아하는스페인사람들이기에축제를빼놓을수는없다.길의초입에서만나는팜플로냐.만약7월초에이마을을지나가게된다면잠시배낭을내려놓고놀아야한다.해마다7월6일부터1주일간열리는산페르민축제는이작고오래된마을이자랑하는세계적인축제다.인생을즐기며살아가는스페인사람들의광기(!)를체험해보고싶다면,소와의달리기에도전하자.매일아침8시에돌이깔린좁은골목길을소와함께달리는이축제는헤밍웨이가자신의소설’태양은다시떠오른다’에소개해유명해졌다.

가리비조개모양의이정표를따라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가는길

저녁이내리면흰옷을차려입고붉은스카프를맨사람들이맥주잔을들이키며밤새워인생을노래한다.이때소비되는알코올의양은자그마치300만ℓ.해마다축제기간중수십명의부상자와사망자를양산하는악명높은축제이기도하다.단,축제기간에이곳을찾는다면압도적인쓰레기더미에먼저눈이가고풍스러운마을의아름다움이잘보이지않을수도있다.운이좋다면사아군의마을축제처럼주민들전체가중세시대의상으로분장하고중세를배경으로한연극을공연하며벌이는작은축제를여기저기서만날수도있다.이테로델카스티요마을의순례자전용숙소인알베르게는매일밤순례자들의발을씻어주는세족식을거행한다.세족식은그자체가가장뜨겁고도감동적인축제다.

순례의최종목적지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스페인이자랑하는아름다운도시다.도시전체가유네스코지정문화유산으로오래된건물과돌이깔린어여쁜광장,장엄한대성당으로유명하다.그곳에는둘러볼곳이너무나많다.최소한사흘은그도시에머무르며몸과마음의휴식을취한다.산티아고역시해마다7월25일이되면도시전체가축제의무대로변한다.‘성야곱의날’인그날은종일토록광장에서공연과춤판이벌어지고,불꽃이밤하늘을가른다.

산티아고에도착해며칠을어슬렁거린후에는다시신발끈을묶고걷기시작한다.사흘간이어지는90㎞의길.또어딜걷느냐항변하겠지만어쩌면여기서부터가진짜순례일수도있다.로마사람들이세상의끝이라고믿었던피니스테레로가는길이다.길의끝으로갈수록길은저홀로아름다워진다.유칼립투스와전나무가우거진숲을건너바다로이어지는길을따라가면남해바닷가의작은마을같은동네가나온다.피니스테레,그곳은순례를마감하며순례자들이신발을태우는곳이다.신발이라고는한켤레밖에없는가난한순례자는그저남들이태우는신발의고무냄새를맡으며바다로지는저녁해를바라볼뿐이다.이미과거가된지난한달을뒤로하고,앞으로살아갈미래를꿈꾸며.그모든일들이끝나면그때는돌아오는일이남는다."무수히떠났으되결국은돌아오게된,눈물겨운"일상으로발길을돌리게된다.이길을걸으며보고,느끼고,감동받은감명은머리와가슴에지울수없는각인으로새겨진다.

-출처/검정고무신blog.chosun.com/p85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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