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길을혼자걸을때가장큰장애는?당연히안전에대한근심걱정이다.아무리길이아름답고,길에서만나는사람들이특별하다해도안전하지않다면무슨소용일까.그렇다면’카미노데산티아고’의안전도는?설마,순례자의길인데…예전엔이길을걷기만해도교황청에서평생지은죄를다사면해줬을정도로성스러운길이라는데!빙고!
단언하건대세상에이보다더안전한길을찾기는쉽지않다.먼옛날,처음이길에순례자들이몰릴무렵에는신의음성을듣기전에다른목소리를먼저들어야하기도했다.찬거리를찾으며울부짖는늑대의울음소리혹은순례자의여비를노린무장강도단의살벌한위협같은.하지만그건이미전설로남은이야기일뿐이다.지금이길은소심한A형여자가혼자걸어도아무일없다.겁쟁이그녀가타고난‘길치’이기까지해도걱정없다.길을잃을염려도없으므로.노란화살표나가리비조개모양만따라가면산티아고에도착하게되니까(야곱의시신이배에실려스페인에도착했을때조개들이그의몸을덮어서보호하고있었다고한다.그후가리비는’카미노데산티아고’의상징이되었다).
노란화살표를따라가는순례의길에위험요소는따로있다.1인당알코올소비량이지구에서가장높은한국인이기에더거부하기힘든유혹.바로포도주다.스페인은유럽에서도이름난와인생산지다.특히순례길에서만나는라리오하(LaRioja)와나바라(Navarra)지방은양질의포도주를저렴한가격에구할수있는곳이다.당연히포도주인심도후하다.이라체의수도원은길가에붉은포도주가물처럼흐르는수도꼭지를준비해놓았다.목마른순례자들이환성을지르며달려들어‘주의피’를받아마신다.밥을먹기위해식당에들어서면"Aguaovino(물아니면포도주)?"라고묻는다.물과포도주가같은가격으로제공되니자연히포도주를선택하게된다.스페인의태양에그을린얼굴이알코올기운에다시붉어지니,거울따위는아예들여다보지도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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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끝에서신발을태운순례자들이바다로지는저녁해를바라보고있다.
이길에는포도주말고도스페인의토속음식으로유명한마을들이있다.로그로뇨(Logrono)에들어서면우선라우렐골목을찾아가자.스페인의대표적인간식거리인타파스를파는작은가게들로유명하다.어이없을정도로작은골목이라찾기가쉽지않으니주의깊게거리간판을들여다보자.작게썬바게트빵위에절인멸치나양송이,새우,샐러드등을올린타파스를와인한잔과곁들여마시노라면혈관에는이미스페인피가흐르는것같다.갈리시아지방멜리데의문어요리‘뿔뽀’를빼놓을수는없다.고춧가루와소금을쳐삶아낸문어의담백한맛은‘문어의재발견’이다.우리에게도친숙한스페인식해물볶음밥빠에야도갈리시아지역이원조다.
‘카미노데산티아고’의마을들은저마다한두개씩의전설을품고있다.산토도밍고데라칼사다의전설을들어보자.때는14세기.젊고잘생긴독일인청년이산티아고로성지순례를가던길이었다.일행은청년의부모님과시중을들기위해따라온하녀.주인집아들에게연정을품은이하녀.어느밤,저돌적으로마음을고백했다.청년은냉담하게모욕을주며처녀를거절했다.분노와수치심으로한을품은하녀는성당의금술잔을청년의가방에넣었고,결국청년은절도죄로붙잡혀교수형을당하게된다.
아들을잃고슬픔에빠진부모는그래도산티아고까지성지순례를마친다.산티아고에서돌아오는길,신앙심깊은부모는기적을체험한다.바로십자가에매달린아들이살아있었던것.흥분한부모는마을의신부에게달려가이사실을알리며아들을십자가에서내려달라고한다.막저녁식사를시작하려던신부는부모를무시하며답한다."만약당신아들이아직살아있다면이식탁의구운닭두마리도살아있겠구려."구운닭에게포크를들이미는순간,닭들이날개를퍼덕이며식탁에서뛰어내렸다.아들은구제되고,그후이마을은살아있는닭두마리를성당안에보관하는풍습을몇백년째이어오고있다.전설은또다른전설을낳기도하는법.그닭들의울음소리를들으면산티아고로가는길내내행운이함께한다고해닭장을올려다보며닭들의은총을하염없이기다리는순례자들의모습이보이기도한다.재미있는건,옆나라포르투갈에도똑같은전설이전해내려온다는것.
놀기좋아하는스페인사람들이기에축제를빼놓을수는없다.길의초입에서만나는팜플로냐.만약7월초에이마을을지나가게된다면잠시배낭을내려놓고놀아야한다.해마다7월6일부터1주일간열리는산페르민축제는이작고오래된마을이자랑하는세계적인축제다.인생을즐기며살아가는스페인사람들의광기(!)를체험해보고싶다면,소와의달리기에도전하자.매일아침8시에돌이깔린좁은골목길을소와함께달리는이축제는헤밍웨이가자신의소설’태양은다시떠오른다’에소개해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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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조개모양의이정표를따라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가는길
저녁이내리면흰옷을차려입고붉은스카프를맨사람들이맥주잔을들이키며밤새워인생을노래한다.이때소비되는알코올의양은자그마치300만ℓ.해마다축제기간중수십명의부상자와사망자를양산하는악명높은축제이기도하다.단,축제기간에이곳을찾는다면압도적인쓰레기더미에먼저눈이가고풍스러운마을의아름다움이잘보이지않을수도있다.운이좋다면사아군의마을축제처럼주민들전체가중세시대의상으로분장하고중세를배경으로한연극을공연하며벌이는작은축제를여기저기서만날수도있다.이테로델카스티요마을의순례자전용숙소인알베르게는매일밤순례자들의발을씻어주는세족식을거행한다.세족식은그자체가가장뜨겁고도감동적인축제다.
순례의최종목적지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스페인이자랑하는아름다운도시다.도시전체가유네스코지정문화유산으로오래된건물과돌이깔린어여쁜광장,장엄한대성당으로유명하다.그곳에는둘러볼곳이너무나많다.최소한사흘은그도시에머무르며몸과마음의휴식을취한다.산티아고역시해마다7월25일이되면도시전체가축제의무대로변한다.‘성야곱의날’인그날은종일토록광장에서공연과춤판이벌어지고,불꽃이밤하늘을가른다.
산티아고에도착해며칠을어슬렁거린후에는다시신발끈을묶고걷기시작한다.사흘간이어지는90㎞의길.또어딜걷느냐항변하겠지만어쩌면여기서부터가진짜순례일수도있다.로마사람들이세상의끝이라고믿었던피니스테레로가는길이다.길의끝으로갈수록길은저홀로아름다워진다.유칼립투스와전나무가우거진숲을건너바다로이어지는길을따라가면남해바닷가의작은마을같은동네가나온다.피니스테레,그곳은순례를마감하며순례자들이신발을태우는곳이다.신발이라고는한켤레밖에없는가난한순례자는그저남들이태우는신발의고무냄새를맡으며바다로지는저녁해를바라볼뿐이다.이미과거가된지난한달을뒤로하고,앞으로살아갈미래를꿈꾸며.그모든일들이끝나면그때는돌아오는일이남는다."무수히떠났으되결국은돌아오게된,눈물겨운"일상으로발길을돌리게된다.이길을걸으며보고,느끼고,감동받은감명은머리와가슴에지울수없는각인으로새겨진다.
-출처/검정고무신blog.chosun.com/p85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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