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은 ego가 일탈한 마운틴 오르가슴” *-
BY paxlee ON 9. 30, 2010
"등산은ego가일탈한마운틴오르가슴"
[조名士와산]동양학조용헌박사
입산과하산반복하는삶살아…"산은새사고(思考)창출의최고장소"
“공간이사고를창출합니다.산은새로운사고를만들기가장좋은공간입니다.역대많은종교인들이고행을하고깨침을얻은장소가바로산입니다.산은우주와나를연결하는중간고리이고,우주를느끼게해주며,지극한평화를주는신의전도사가되는장소라고생각합니다.어릴때부터산을좋아했고,산에들어가고싶어했습니다.20대엔스님이되려고했는데,그럴팔자가못되었는가봅니다.지금하고있는일들도스님이못돼서세상과접촉하고,세상을좀더정확하게바라보고,나아가한국이세계중심으로우뚝서기위한일들의일종입니다.”
▲조용헌박사가장성축령산자락편백나무숲을오르다편백나무에기대어잠시휴식을취하고있다.
스스로도인이되지못한강호(江湖)의은자에비유하는동양학(엄격히말하면불교민속학이고한국학)박사조용헌원광대초빙교수는그의표현대로라면‘용이되지못한이무기’에속한다.그러나‘도인이되지못한은자’나‘용이되지못한이무기’치고는너무나많은대중의사랑을받고있다.
2004년9월강호에묻혀살던조용헌박사는조선일보에‘조용헌살롱’이란칼럼을쓰기시작하면서강호에서일약속세의명망있는문필가로떠올랐다.이전까지는‘조용헌’이란이름석자를아는사람은그리많지않았으나지금은전국에서동양학,즉천문·지리·인사에관한문의와자문이잇따르고초청도줄을잇는다.강호에서수십년쌓은내공을세상에하나씩선보이고있는것이다.
그러나그는여전히산에살고있다.산에한번씩가는게아니라아예산과함께부대끼고있는것이다.현재의그를있게한것이강호이고산이기때문에산을떠날수없다.더더욱산은인간에게없어서는안될존재이기도하다.
조용헌박사와휴휴산방(休休山房)
“저는입산과하산을반복하고있습니다.입산은휴식이고쉬는개념입니다.인간이휴식없이어떻게살수있겠습니까?보통산에가면휴휴산방(休休山房)이있는것과같은이치입니다.말그대로쉬고쉬고또쉬라는얘기입니다.쉬라는말은사색이전제돼야합니다.제가사는곳도축령산자락‘휴휴산방’입니다.반면하산은곧속세이고삶입니다.속세는사람을육체적·정신적으로지치게만들고황폐화시키기때문에반드시균형을잡아줘야합니다.그균형은입산을통해잡는것이가장좋습니다.”
옛날한때‘입산한다’는말은곧‘절에가서중이된다’는의미였다.그도정말스님이되려고굳게마음먹은적이있었다.20대후반부터스님이되려고전국의암자나토굴을찾아다녔다.그런이력이지금도남았는지1년에3분의1가량은방랑생활을한다.산에도가고,외국도시를구경하며세상천지를누빈다.세상을누빈덕분에지금어디를가더라도걱정이없다.웬만한산이나절,심지어도시에서까지먹고재워줄지인이수두룩하다.
그런데그가왜스님이되려고했으며,왜못됐을까?아니,왜출가를하지않았을까?타인의개인사는언제든지,누구나궁금한법이다.더구나속세의명망있는문필가는더더욱그렇다.
“어렸을때는단순히산에서살고싶다는생각으로산을동경했습니다.이런생각이자연스레스님이되겠다는판단과연결됐을겁니다.조금더커서는존재에대한의문,즉‘나는누구인가’,‘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가’에대한근원적인의문을갖기시작했습니다.아직까지풀리지않았지만지금도해결하려노력하고있습니다.스님이되려면몇가지전제조건이있습니다.우선인생에처절한실패의경험이있어야합니다.사업이쫄딱망했다든지,죽음직전까지갔다가살아왔다든지하는등의경험말입니다.다음으로팔자소관입니다.종교인은타고난팔자가있습니다.팔자에없으면아무리하고싶어도못한다는속설은이미잘알려진사실입니다.마지막으로종교적체험이없어도기도발로되는경우가있습니다.어느순간딱깨치는것과마찬가지로기도발로바로입산하는사람을많이봤습니다.특히우리나라와같이산이많은나라의경우더욱그렇습니다.”
그렇게보면그는애초부터스님이될인연은조금멀었던듯하다.단순히산을좋아하고산을동경하는정도만으로스님이되기엔약발(?)이약한느낌이다.스스로도그런결론을내려서인지스님이되지못한한(恨)을동양학의대중적접근을통해세상으로계속쏟아내고있는것이다.그의덕분으로동양학이이젠어느정도낯설지않게됐다.
▲편백나무숲사이로난길을따라걷고있는조용헌박사.
기독교지도자들도산에서깨친사람많아
그가공부하고연구하는동양학은기본적으로산과떼려야뗄수없는관계다.산은우리나라전체면적의70%가까이차지한다.어디서든지산을볼수있고,마음만먹으면언제든지오를수있다.그는기본적으로“인간이기거할수있는해발1,000m내외의산이기도발이가장잘받으며효과적”이라고강조한다.인간이살기어려운고산에서는날씨나기온등혹독한조건때문에균형감이떨어진다.그래서우리나라에기도와무속이성행하는중요한원인이된다는것이다.
그러면산과기도발,도대체무슨관계가있을까?평지에서는,들판에서는,사막에서는기도발이먹히지않을까?
“바위는거대한기운의덩어리입니다.우리나라는대부분화강암의바위덩어리로된산들입니다.단단한바위일수록기(氣)가넘쳐흐릅니다.지구가거대한자석과같은이치인거죠.바위산이많으면영성(靈性)계발에유리하며,종교적기도가성행합니다.다기를받기위한작업들입니다.아마우리나라에서이름을대면알만한기독교지도자들상당수도산에서기를받은걸로알고있습니다.
산과함께사막에서도종교적체험이가능합니다.산은고요하면서새소리,동물소리를들을수있지만사막에서는칠흑같은어둠속에아무것도보이지않은절대고독입니다.인간이경험할수있는극한적상황이죠.역설적으로이극한상황이종교의영성계발엔오히려유리합니다.조금극단적인예가되겠지만미국의9·11테러는‘돈과영성의충돌’인측면이있습니다.사막에서절대고독으로영성을닦은알카에다는그래서자신도과감히버릴수있는극단을선택할수있는겁니다.”
▲2008년2월조선일보에연재하고있는‘조용헌살롱’500회를맞았을때의조용헌박사.조선일보DB
영성계발은알프스자락에서도활발하다.우리나라의산과달리해발3,000m내외의알프스는사람이살기에부적합하지만그래도산에서기를받기위한각종영성모임은성행하고있다.유럽의‘도사’들은대부분알프스출신이라고한다.뿐만아니라칼융,루돌프슈타이너와같은유명한학자,예술가들도알프스출신들이많다.전부알프스의기운을직·간접적으로받았다는것이다.이는우리북한산자락의평창동에예술과문화촌,부촌이형성되는것과같은맥락이다.히말라야자락에서달라이라마와같은큰스님이탄생한것도히말라야에서쏟아져나오는엄청난기를받을수있었기때문이라고설명한다.
바위산이氣많아기도처로각광
바위산이면어디에있든,아무산이든똑같은기가쏟아져나오는걸까?조교수는한마디로“개성의차이고,베토벤과모차르트의차이”라고말한다.
그의책<사주명리학이야기>에‘종교인들이기도를하면기도발이잘받는산을화체(火體)의산이라한다.불꽃처럼끝이뾰족뾰족한산이화체의산으로영암월출산이대표적이다’고적고있다.조선시대풍수지리가인이중환은<택리지>에서월출산을‘화승조천(火乘朝天)의지세(地勢)’라고했다.‘아침하늘에불꽃처럼기를내뿜는땅의형세’정도되겠다.월출산과비슷하게암벽이많은설악산,계룡산,가야산등은어떨까?
“월출산은산전체가수석으로둘러싸여,바둑으로치자면속전속결형에해당합니다.이런산에서는흙이있는장소가명당이죠.그래서월출산자락의흙이많은명당자리에무위사가자리잡고있죠.그것은마치세상의어디든지,무엇이든지음양과선악이공존하는이치와같은겁니다.산에서의음양과선악의양면성은바위와흙의형태로나타납니다.월출산은접근성도좋아고려시대때는천신제를지낸명산이었습니다.
설악산은웅장한면에서는월출산보다뛰어나지만1년에8개월가량눈에덮여있어너무춥고먹을것이부족해사람이살기적합하지않습니다.산이아무리기가세더라도사람이살수있는적당한조건과접근성을충족시켜야잘어울릴수있습니다.그런면에서설악산은월출산과다르죠.
계룡산은중앙에위치해접근성이좋고균형감각까지갖춰주거지역으로더할나위없이좋습니다.바둑에서다케미야의우주류에가까운산이죠.전체균형감과접근성이좋으니세상변혁의중심에서있습니다.어떤변화의움직임이있을때마다항상거론되죠.
가야산은은둔지로서역할을했다고봅니다.예로부터오대산,소백산과더불어삼재(三災·화재,수재,풍재)가들지않는곳으로유명합니다.산이오죽깊었으면그랬겠습니까.가야산의대표인물인고운최치원선생은홍류동계곡으로들어가면서다시는나오지않겠다고한글귀가아직남아있죠.그만큼깊은산입니다.계룡산보다는먹을것없고접근성이떨어져일반인이살기힘든산입니다.이와같이산마다조금씩개성의차이,즉특성이있습니다.”
그의산에대한해박한이론과설명은자연히산에기반을둔풍수지리로넘어갔다.
“풍수는기본적으로균형이론입니다.바위많은산에서는흙이있는곳이명당이고,땅만있으면물이있는곳이명당입니다.서울은명당중의명당이죠.북한산,도봉산,관악산,불암산등바위산들이서울외곽을에워싸고,내부로는인왕산,북악산,안산등의악산이있죠.기운이철철넘쳐흐릅니다.그센기운을한강이서울중앙을가로지르며삭이고있습니다.청계천도서울도심의기운을삭여주는역할을합니다.화기형인이명박대통령도청계천을복원한것과같이물을잘이용해서대통령이됐다고봅니다.현대도시들은이와같이치수를잘해야합니다.반면치수가가장잘안된도시가북경입니다.전형적인불의도시입니다.불의도시에서전염병이발병하면순식간에창궐합니다.가장위험에노출된도시라고봐야죠.강이없는분지의도시에서는도심에분수와같은물이있는장소를많이만들어균형을이뤄야합니다.
서양의풍수와한국의풍수는기준이조금다릅니다.서양은방내정원(方內庭園)인반면,우리는방외정원(方外庭園)이죠.서양은건물내부마당의구조와위치등에관심을두지만우리는집외부의풍향과산의위치등에초점을두고집을짓습니다.결국산과관련된것입니다.
옛날우리조상들은산의형태에따라마을의5일장날도결정됩니다.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오행에따라수는1·6일,화는2·7일,목은3·8일,금은4·9일,토는5·10일입니다.불기운이많은산이있는마을은1·6일로장날을정해물로다스려주는이치인거죠.”
이러한모든것들은동양학,그가말하는한국학에전부담고있다.동양학의3대요소가천문,지리,인사의문제다.다르게표현하면시간,공간,존재를말한다.먼저천문이바로시간,즉타이밍을연구하는학문이다.개인적으로는사주팔자의문제이고,경제적으로는‘과연어느때베팅을해야하는가’에대한투자시기의문제인것이다.요즘은세계최대의금융중심지인월가에도천문점성술가를동원해서베팅타이밍을결정한다고한다.
조교수는“인간이지니고있는재물욕,성욕,식욕,명예욕,수면욕의오욕에덧붙여미래욕도있다고본다”고강조했다.미래를정확히예측하는인간이결국최종승리자가되는세상이됐다는주장이다.지리는공간이고환경의문제다.이는곧풍수와연결된다.신령스러운기운이있는땅에인간이거주하면세세손손건강하게부귀를누릴수있다고믿는다.
마지막으로인사의문제는사상의학인한의학의본질이다.한의학이바로인간존재를연구하는학문이다.우주의축소판인인간신체를절대균형에맞추기위해연구를한다.우주를압축한것이바로인간의몸이다.역설적으로인체라는소우주를통해세상의음양과균형을유지하게한다.그한의학의하위체계가바로관상인것이다.
산이많아영성발달하고자살방지도움
조교수는“나는한의학을하지않았기때문에완전한동양학을했다고볼수없다”며“강호에서는나보다훨씬뛰어난동양학자들이많다”고겸손해했다.그러나그는이미강호에서강단으로들어온명망있는문필가가됐다.따라서그에게자문을하는사람들은전국에숱하게많다.재벌부터밑바닥인생을사는사람들까지다양한사람을만나는일이또한그의내공을더욱다지는계기가되기도한다.“한사람의운명을파악하려면얼굴을보는순간알수는없고,그사람의습관,태도,버릇등다양한측면을봐야어느정도말을할수있다”고강조했다.
그는프로역술가가되려면2만명이상을보고정확히예측해야되지만아직4분의1정도인5,000명정도밖에못봤기때문에프로는아직못됐다고한다.“역술가는비싸게놀면교주가되고,싸게가면점쟁이가된다”고우스갯소리도덧붙였다.
‘싸지는않지만그렇다고비싸지도않은’그는우리나라에산이많아자살방지에특히도움이된다는주장도덧붙였다.“아마산이자살률을평균20%이상떨어뜨리는역할을했을것”이라고말했다.그러면서천산(千山)대학을설립해야된단다.“중년이다녀야할대학이며,죽을때까지천개의산을올라야과정을마칠수있는대학”이라고보충설명을했다.아마곧그의이름으로설립될지도모르겠다.천산대학과더불어한국의전통적인학문,즉산과관련된모든학문을연구하는‘토종대학’설립은벌써구체화되고있다.전국의강호들이토종대학설립에매우적극적으로나서고있다는전언이다.
그의산에대한학문적접근과연구결과에대한설명과애정은계속됐다.어릴때부터외국으로간유학생들에게한국정체성복구프로그램으로‘10대명산’,‘36대명당’,‘72대유적지’를마련해야한다고주장했다.산을통해서우리민족의정체성을찾고,정통성을회복해야한다는것이다.
“산이곧우주고신이며,등산은산에서에고(ego)가일탈한마운틴오르가슴의상태입니다.”
이정도면산이곧조용헌이고,조용헌이곧산이라고해도괜찮지않을까싶다.그래서그는산에살고있다.입산과하산을반복하는그의삶은산을더욱대중적으로접근시키기위한작업의일환일수도있다.그가산을사랑하는만큼산에대한강호의학문은계속된다는의미이기도하다.그작업의결과가과연앞으로어떤모습으로다시나올지자못궁금하다.
-글박정원부장대우/월간산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