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로 즐기는 천년길 한 바퀴 *-

늦가을을옆구리에끼고…느릿느릿천년길한바퀴

자전거로즐기는경북상주
‘둥시곶감계곡’너머,수줍게숨은남장사(南長寺)

경북상주는예부터뭍과물이만나는교통도시였다.북쪽문경에서갈라진산맥은상주에서넓게벌어지며평야를형성했다.강원도태백황지(黃池)에서발원한낙동강은상주에서비로소강다운모습으로흐른다.문경새재·하늘재등으로유입된북방의문물은상주에서낙동강을타고남쪽으로퍼졌다.영남의교통중심지로번성했던상주는근대에들어와차도,기차도아닌다른교통수단으로도시이미지를구축했다.

바로자전거다.상주는1인당자전거보유수가0.6대에이른다.자전거의교통수단분담률은21%를자랑한다.모두전국최고기록이다.50m마다늘어선자전거거치대와상점앞에제멋대로선자전거들,아침에치마입은여고생이자전거를타고등교하는모습은상주를설명하는주요풍경이다.상주에서자전거가대중화된연원은정확하지않다.다만일제시대때상주부농(富農)들이자전거를많이타고다녔던것이시작아닐까추측하는정도다.

최근상주는자전거도시이미지굳히기에나섰다.남장마을에있던자전거박물관을낙동강인근으로옮겨새로개관했고’MRF’길을조성했다.산(Mountain)과강(River)과들(Field)의앞글자를딴이길은,평온하고도한적한가을풍경을선보인다.남장마을은곶감마르는냄새로향기롭고그뒤로단풍이은은하게깊어간다.그러하니상주에선걸음을멈출일이다.자전거로길을달리며늦가을을감상할일이다.

늦가을,상주의단풍은은은히깊어간다.자전거로달리는상주의길끝에선곶감의달큼한향이기다린다.
남장마을의늦가을은연중제일바쁜때다.감타래에걸린감은50~60일이후에단맛가득품은곶감으로변한다.
상주시청에서자전거를빌려길을나섰다.MRF길은총13코스이다.이중이날나선길은제11코스인천년길이다.북천시민공원에서출발해북천을따라달리다노악산을끼고돈다.이길위엔이태백이그려진남장사가있고,임란북천전적지가있으며,무엇보다곶감마을남장동을품고있다.

북천시민공원에서자전거는북천따라서쪽을향한다.제일먼저맞는건임란북천전적지다.1592년4월13일부산에상륙한왜병1만7000명은고니시유키나가(小西行長)의지휘하에상주까지12일만에북진했다.당시조선군900여명이왜병에대적했으나모두순국했다.이후왜병은무인지경의문경새재를지나거침없이한양으로진격했다.

400년이훌쩍지난지금,임란북천전적지는전쟁의흔적없이평화롭다.단정한조선시대건물이북천너머남쪽으로상주시내를굽어볼뿐이다.임란북천전적지를지나며길은시내를벗어나한가로운풍경으로접어든다.속리산에서발원해상주를감싸흐르는북천이속깊은풍경을보여주는것도이즈음이다.맑게흐르며제옆작은산등성이단풍을은은하게비춰내던북천은어느순간무성한갈대밭을가득펼쳐낸다.산이넓게물러난자리엔추수끝낸논이여유롭다.이풍경,번잡한마음을풀어버리는힘이있다.

그풍경의끝에서말라가는감의달큼한향이바람에실린다.상주곶감의명성을이어온마을,남장동이계곡사이로펼쳐진다.마을내로들어서자새빨간감이감타래에주렁주렁매달렸다.감타래아래에선마을주민들이열심히감껍질을벗겨내는중이다.

남장의늦가을은1년중가장바쁜때다.1년간부피를키운감을따내껍질을벗기고말리기시작하는때가바로지금이다.상주감은둥시다.생김새가둥글다고해서둥시라한다.떫은맛을단맛으로바꾸기위해상주에선50∼60일간감을말린다.말린곶감은원래감보다2배이상의당도를가진다.

곶감마을남장동에서대부분의감은현재감타래에서단맛을농축해가고있으나,몇몇감나무는여전히많은감을매달고있다.풍요로워보이지만사실,그감은불운하다.때이른10월말서리로채익기전에얼어의미가없어진감이다.

북천에서평탄했던길은남장동을지나북쪽으로치고오른다.페달을밟는발이무겁다.산의안쪽을향한길이다.결국자전거에서내려걷는다.그길의정상부근에신라때창건된고찰남장사(南長寺)가있다.남장사의가을은경북8경중하나다.여기서모든풍경은시각을자극하지않고은은하다.단풍역시지나치게빨갛거나노란대신수줍게물들어배경으로자신을낮춘다.남장사는그안에액자형식으로자리잡아,드는길또한적요하다.

남장사는흥미롭다.먼저목각탱.보통불상뒤에거는탱화는종이나비단에그림으로그린다.이절은넓적한나무로불상을깎아뒤에세웠다.둘째로이태백.극락보전내부포벽에,술에취한듯얼굴불콰한노인네가물고기를타고물살을거슬러오른다.노인네앞엔술병이놓여있고멀리,하얀달이어렴풋이보인다.그림여백에‘李白騎鯨上天(이백기경상천)‘이라쓰여있다.이태백이고래를타고하늘로올라간다는뜻이다.그림속고래는고래라기보다잉어를닮았다.부처의공간에느닷없는이태백을그린이그림은그저수수께끼다.

남장사를기점으로자전거는내리막길따라속도를올린다.오르는길에맺힌땀을시원한바람으로씻어낸다.산기슭연원마을지나북천시민공원으로돌아가는길이아쉽다.모든것이광속(光速)으로달리는이시대에,상주의시간은느리게흐른다.그시간의동력(動力)은페달을밟은근육이고힘이다.동력이아니면서걷는것보다빠른자전거를타고천년길을한바퀴돌아보는그맛은걷는맛의배가된다.

울긋불긋단풍으로물든덕암산임도.
터프가이를위한’초원길’…요조숙녀는’속리산드라이브’ 자전거로평탄한길을달리는것으로는성에안찬다거나혹은그것도힘들다는당신,대안이있다.먼저산악자전거(MTB)타기를즐긴다면낙동강변‘초원길’을추천한다.출발지는최근경천대인근으로옮겨새로문을연자전거박물관.바로앞경천교를넘어덕암산을오른다.덕암산은해발331.1m로높지않고긴능선을지니고있다.해서덕암산은봉우리로수렴하는보통산과달리사다리꼴형세다.

최근활공장을개설하며길이뚫린덕암산정상은막힘없는시야를선사한다.상주에서비로소강의형세를갖춘낙동강이파행하며바싹엎드린산사이로사라지는모습이또렷하다.맑은날이면평야에옹기종기모인마을너머상주의서쪽을관통하는백두대간이첩첩이보인다.

덕암산정상에서정자방향으로길을내리면예천군풍양면효갈리에닿는다.낙동강상풍교를지나매협제방을거쳐경천대로간다.경천대는1300리낙동강물길중가장빼어난절경으로일컬어지는곳.다만최근에는4대강사업으로풍경이어수선하다.벼랑끝거침없이솟은암봉을움켜쥐고가지를뻗은소나무는여전한모습으로서있다.

자전거대신드라이브로가을을만끽하고싶다면상주의서북쪽,속리산으로방향을틀어야한다.장각폭포에서시작해택리지에이상향의땅으로나온다는우복동과회란석을보고돌아나와충북괴산으로빠지는길이다.

장각폭포위에세운정자금란정은역사도짧고규모도작되,그소박한풍경으로도어떻게한유(閑遊)할수있는지를잘보여주는예다.속리산자락의사모봉에서흘러내린물길은폭포로향하기전이끼낀바위사이에고이며순간숨을돌린다.정자는물길이쉬었다가는자리와폭포로떨어지는청량한소리를동시에굽어본다.

장각폭포에서좀더깊이들어가면우복동이다.본래화북면용현리지만,마을사람들은우복동이라는지명을선호한다.이곳은정감록에서십승지지중하나로기록한곳이자이중환이택리지에서길지중길지라썼던곳이다.큰산사이임에도우복동에서볕이환하다.우복동초입동천암(洞天巖)도눈여겨볼만하다.초서에능했던양사언이새겼다는글이있다.

우복동에서용유계곡방향으로향하면이내경북문경인데거기놓치지말아야할게있다.바로회란석이다.계곡물길이우윳빛바위위에곡선으로조형한모습이일품.늑천정가든맞은편계곡에있다.따로이정표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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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주=글·김우성기자/사진·김승완영상미디어기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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