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드라마] 브로드피크 종주 [3] *-

가셔브룸2봉등반허가신청서

스위스대가등정을마치고출발하면서1등급햄,과자류,치즈등,남은식량300kg을가난한공산국가폴란드산악인들에게희사했다.쿠쿠츠카와쿠르티카는이행운의식량을이용해가셔브룸2봉도등정하기를원했기때문에베이스캠프에서우편으로파키스탄관광성에입산비2,000달러를나중에지불하겠다는약속과함께가셔브룸2봉등반허가신청서를제출했다.

3주일이상폭설이계속되어두사람은황량한산속의베이스캠프에고독하게갇혀인고의긴시간을보냈다.날씨가청명해지자몇km떨어진가셔브룸봉우리들의가파른설벽에서공중높이눈보라의구름이솟아오르며‘백색지옥’,즉거대한눈사태가연속적으로쏟아져내려장관을이루었다.쿠쿠츠카는과거세계각지의설산에서수차례등반활동을전개했지만그렇게큰규모의눈사태는난생처음이었다.

눈사태가완전히멈추자,두사람은등반을시작해알파인스타일로가셔브룸2봉남동스퍼에어려운루트를개척하며등정했고,20여일지난후체력을회복한뒤가셔브룸1봉을남서벽으로등정했다.그리하여당시쿠쿠츠카는히말라야에서8,000m급6개봉을등정했다.당시라인홀트메스너는10개봉을등정한상태였다.

쿠쿠츠카와쿠르티카두사람이이슬라마바드의관광성에나타났을때,관리가따졌다.

“당신들은왜등반허가도없이가셔브룸2봉을등정했습니까?”

“우리는서신으로등반하가를신청했습니다.산밑에서악천후를겪으며마냥등반허가를기다리고있을수없어등반허가가나오기전에먼저등정했습니다.입산비는추후에반드시갚겠습니다.”

결국그들은폴란드대사관의보증으로가셔브룸입산비를외상지고무사히출국했다.

K2등반불허가브로드피크‘불멸의등반’으로이어져

쿠쿠츠카와쿠르티카는1984년스위스스테판베르너대장의K2남동릉상업등반대의대원으로파키스탄에입국했다.그들의목표는남동릉이아니라그들이미련을버리지못한남벽이었다.그런데파키스탄관광성은쿠쿠츠카와쿠르티카가두사람에게K2등반허가를내줄수없다고했다.두사람의브로드피크무허가등반의괘씸죄때문인지,아니면전년도가셔브룸2봉의외상등정탓인지,그것도아니라면타등반대에곁방살이하는두사람의편법을눈치챘기때문인지,좌우지간그들에겐K2등반이불허되었다.대신관광성은그들에게가셔브룸4봉등반허가를내주었다.또한폴란드마예(Majer)대장이이끄는브로드피크등반대의대원이되는것은허락했다.

이조치는분명히브로드피크무허가등반을끝까지부인하는쿠쿠츠카와쿠르티카를골탕먹이려는속셈인것같았다.이것은그들의자업자득의결과이니까누구를원망할수도없었다.그러나전화위복이라는말이있듯이이조치는쿠쿠츠카와쿠르티카에게브로드피크산군의종주라는불멸의등반위업을달성할기회를제공했다.브로드피크산군은북봉(7,550m),중앙봉(8,013m),주봉(8,047m),남봉(7,721m)4개봉으로구성되어있다.브로드피크산군의전체사진에남봉은주봉에가려모습을잘드러내지않고,3개봉우리만보인다.이브로드피크산군을종주하는스카이라인이이른바브로드피크의‘하늘능선(SkyRidge)’이다.

▲쿠쿠츠카-쿠르티카조의브로드피크산군종주루트.

브로드피크의중앙봉은1975년폴란드의페렌스키(Ferenski)대장이이끄는5명의대원으로구성된등반대에의해초등되었다.이등반대의공격조5명은중앙봉과주봉사이의콜(7,800m)에도달한후좌측의난코스암릉인남동릉을돌파하고중앙봉을등정했으나하산도중3명이추락사해브로드피크산군의최초희생자가되었다.

브로드피크북봉은이탈리아유명산악인레나토카사로토가한번실패한후1983년재도전해단독초등에성공했다.그는고드윈오스틴빙하북쪽에서직선으로뻗어오른북릉으로등반해가파른암벽,빙벽,혼합구간의난코스를1주일만에돌파하고7,500m지점의절벽에서선자세로비박한다음날북봉을등정한후,루트가너무험악해북봉에서등정루트로3일만에하산했다.

쿠쿠츠카와쿠르티카는브로드피크산군에신루트를개척하려는야심을품고전인미답의남릉쪽에서등반을시작,남봉을거쳐등정하고,중앙봉과북봉을연속해서종주할계획이었다.그리하여그들은브로드피크의남릉밑에베이스캠프를설치했다.그들이멀리서예정등로를바라보았을때능선의굴곡,벽,작은안부로구성된루트가매우매력적으로보였으나,중앙빙하로등반을시작했을때루트가워낙험악해서루트초입부에서서로자일을묶고,고정자일을설치하며등반해야했다.빙하상의험로는이노련한산악인들의등반열정에찬물을끼얹어그들은결국등반을중단하고베이스캠프로되돌아왔다.

며칠후그들은다시용기를가다듬고2차정찰에나서날이저물어갈때중앙빙하상부가파른빙원6,000m지점까지진출,경사50도의빙벽에3시간동안얼음을깎아내고텐트를설치했다.그들은식사를요리해게걸스레먹고나서,텐트의양쪽가장자리에두개의침낭을펴고그속으로기어들었다.그때밖에서어떤짐승이그들의텐트를향해한줌의모래를뿌려대는것같은이상한소리가들려왔다.그들은본능적으로가상의침입자에대비해몸을숨기려고,등을돌리고텐트천쪽으로몸을웅크리고바싹붙였다.점점더굵은모래알이,그리고점점많은양의모래알이텐트에부딪치며더큰소리를냈다.

갑자기둔탁한쾅소리가두번났다.잠시정적이감돌았다.커다란공포감에휩싸인쿠쿠츠카가본능적으로눈을떴다가다시감았다.쿠르티카도역시그렇게했다.이상한점은그순간별이총총한밤하늘이바라보였다는점이었다.그들이다시눈을뜨고자세히살펴보니,그들의텐트상부가크게찢겨있었다.놀랍게도바로조금전쿠쿠츠카가웅크리고앉아요리했던텐트바닥중앙에사람머리크기의돌멩이두개가놓여있는것이어둠속에서도또렷하게목격되었다.빙벽위쪽의멀리떨어진암벽지대에서발생한낙석이그들의텐트중앙을관통한것이었다.

그는공포로온몸에소름이쫙끼쳤다.칠흑같은어둠속이라그무시무시한장소에서탈출할수도없는난처한입장이었다.그들은낙석들이대포알과다르다는사실을잘알고있었지만,포탄이한번떨어진구덩이에다시떨어지지않는다는정설을위안으로삼고,지붕이뚫린텐트의침낭속에서날이밝아올때까지추위에떨며공포로밤을지새웠다.그들은텐트가파손되었기때문에부득불베이스캠프로하산하지않을수없었다.

▲브로드피크북봉정상에선쿠르티카.
며칠후그들은다시등반에나서서6,200m지점의아주가파른빙사면에도달했다.빙벽의얼음이매우단단해크램폰날이잘박히지않았다.그들은브로드피크의남릉등반이불가능한것은아니지만,시간이많이소요되어이루트로브로드피크산군전체를종주하는것은부적합하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그들은말없이베이스캠프로하산했다.

쿠르티카는남릉루트자체보다브로드피크산군종주가더중요한등반이라고주장하며,북봉쪽에서종주를다시시작하자고제안했다.그러나쿠쿠츠카는종주를포기하는한이있어도브로드피크의아름다운남릉등반을포기할수없었다.

두사람은이틀동안그문제로열띤논쟁을벌였다.쿠쿠츠카는쿠르티카의고집을도저히꺾을수없었다.전달에라인홀트메스너가카머란더와알파인스타일로가셔브룸2봉(1982년메스너등정)남서릉을재등정한후신루트로하산하고,이어가셔브룸1봉(1975년메스너등정)북서벽을역시다시등정하고신루트로하산,히말라야등반사상최초의8,000m2개봉연속종주등정이라는위업을달성한마당에쿠쿠츠카는허송세월만할수없는처지여서마침내쿠르티카의제안에동의했다.

‘하늘능선’완등후가셔브룸4봉의‘빛나는벽’에도전

두사람은북서쪽고드윈오스틴빙하의모레인지대(5,135m)로베이스캠프를옮겼다.그들은신루트를개척하려했기때문에브로드피크북봉까지이탈리아산악인레나토카사로토가이미등반한북릉대신미답의서릉을등로로택했다.두사람은숨은크레바스를살피며고드윈오스틴빙하를조심스럽게횡단하고충분한휴식을취하기위해서릉밑(5,400m)에서비박했다.그들은남릉등반을시도하면서고소적응이잘된편이어서다음날청명한날씨속에서릉의6,000m지점까지진출하고비박했다.

다음날그들은고난도의암벽등반과빙벽등반을계속하며서릉의6,800m까지진출해다시비박했다.그들이서릉등반을시작한지3일째되는날브로드피크북봉정상에섰을때손만내밀면잡힐듯이가까운곳에오랜세월동안눈,비,얼음,햇빛,바람이빚어놓은거대한자연의걸작조각작품K2의피라미드가웅장한모습으로하늘높이치솟아있었다.그들이오매불망그리워했지만등반허가를받을수없어오르지못한‘꿈의루트’K2남벽을착잡한심정으로바라보았다.

브로드피크산군종주의최난코스를돌파한그들은북봉과중앙봉사이의콜로내려와비박했다.브로드피크중앙봉서벽에는수차례눈사태가남겨놓은흔적들,즉적설에파인골들이그리스여신의대리석조각상의옷주름처럼패여있었다.

다음날이뛰어난클라이머들은브로드피크중앙봉을쉽게종주한뒤중앙봉과주봉사이의콜에도달해비박하고,이튿날브로드피크정상을밟았을때정상너머로마틴콘웨이가‘빛나는벽’이라고명명했던가셔브룸4봉서벽이저녁햇빛을받아정말아름답게빛나고있었다.그들은히말라야등반사상유례없는브로드피크산군종주,즉‘하늘능선종주’라는위업을달성했지만,그들앞에는다음목표인가셔브룸4봉서벽등반이기다리고있었다.

당시가셔브룸4봉의서벽은‘클라이머들의오랜꿈’이었고‘등반불가능’의동의어였다.가셔브룸4봉서벽은아름다운여인의눈동자처럼사람의마음을계속유혹하지만,그벽을한번만쳐다보면3,000m높이의빙벽과암벽어디에도등반이쉬운피치는한군데도없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당시는언제누가그벽을등반할것인지아무도예측할수없었다.

그들이브로드피크정상에서노멀루트로하산할때,호사다마라는말대로뒤따라내려오던쿠르티카가오래된고정자일을잡는순간그것이끊어지며추락하다가여러번시도끝에크램폰이겨우얼음에박혀구사일생으로살아났다.

며칠후쿠쿠츠카와쿠르티카는가셔브룸4봉서벽등반을시도했지만,쿠르티카는브로드피크에서겪었던추락의공포의여파로용기를잃어가셔브룸4봉서벽의난코스에서등반포기를주장했다.이‘빛나는벽’은다음해쿠르티카가오스트리아산악인로버트샤우어와초등에성공했다.

1992년4명의산악인들로구성된스페인-이탈리아합동등반대가브로드피크중앙봉북동벽의거대한빙벽을돌파하고브로드피크에새로운루트를추가했다.1994년멕시코산악인카를로스카르솔리오가단독으로서벽7,100m지점에서난이도V급암벽과경사70도의빙벽으로구성된헤드월을직등해남서스퍼루트에변형루트를개척했다.이브로드피크산군에개척된여러루트중에서쿠쿠츠카와쿠르티카가개척한‘하늘능선’길이가장위대한등반으로평가되고있다.

-글이창기전강릉고교사/월간산2010,12월호-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