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낭의가을
아침6시,산행시작
안나푸르나트레킹은처음에는더위와따가운햇볕과의싸움으로시작됐다.밤에는선선하지만해만뜨면땀이등을타고주룩주룩흘러내린다.안나푸르나트레킹은한여름부터한겨울날씨를겪어야한다.둘째날부터작전을바꾼다.새벽여섯시에일어나아침을먹지않고세면도하지않은채해뜨기전까지두시간정도열심히걷기로했다.새벽에두시간을걷고아침먹고오전에3시간,오후에3시간정도진행하면계획한일정에맞출수있을것같다.
산에서흘러내리는계곡물이많아서더위를느낄때쯤길가에베낭을벗어두고세수를하고양치질을한다.두시간걷고처음만나는롯지에서아침을먹었다.밀크차한잔에마늘수프,달걀과함께볶은’달밧(DalBhat)’을주로먹었다.달밧은네팔다락논에서수확한쌀로만든밥이다.네팔사람들의주식이나다름없는데월남쌀처럼찰기가없고모래처럼쉽게부서졌다.여러번먹다보니달밧도입맛에맞았다.
아침을먹으면서등산화와양말을벗어햇볕에말린다.아침식사가끝날쯤이면바짝마른다.이렇게식사시간때마다신발을말렸다.나와한나절을동행했던일본트레커는베낭뒤에빨래집게로양말과속옷을메달아말렸다.트레킹시작4일째가되면서고도가3,000m를넘는다.아침저녁으로제법추위가느껴졌다.구룽족들이주로산다는람중지역이끝나고티벳냄새가물씬풍기는마낭(Manang)지역이시작된다는뜻이다.
작은비행장이있는훔데를지나면가파른산길을만난다.이비탈길이끝나면야크와염소무리가풀을뜯는넓은초원지대가나온다.동쪽으로는첨탑처럼뾰쪽하게솟은바위들이병풍처럼둘러서있고,서쪽은마르샹디계곡을따라넓은초원이펼쳐졌다가역시바위산에막혔다.들판한가운데우뚝선고목나무아래에는서낭당처럼돌탑이서있었다.
트레킹4일째는두쿠리포가리(3060m)에묶었다.두쿠리포가리(3060m)에서는’안나푸르나Ⅱ’의일몰과일출을볼수있는곳이다.마낭아랫동네인브라가(Braga,3,360m)에도착한것은오후3시가넘어서였다.브라가에들어서면서부터풍경이바뀐다.침엽수림과잡목이우거진숲길을지나작은마을브라가가멀리보이면서부터키가높은나무숲은사라지고넓은초원지대가나타난다.안나푸르나의산꼭대기빙하가녹아폭포를이루며거침없이쏟아져내려오던마르샹디강의계곡물도잠시거친숨을몰아쉬는곳이다.
마낭의가을풍경
마낭(Manang,3,540m)까지가려던계획을바꿔브라가에서밤을보내기로했다.
저녁햇살에주변풍경도카메라에담고내일아침에는마낭으로가면서아침햇살을받은풍경들을찍기에는더없이좋은곳이었기때문이었다.마낭까지는1시간거리다.
겨우롯지를잡아짐만내려놓고카메라를들고나왔다.브라가주변에는트레커들을위한롯지몇개를빼고는티벳에서중국의핍박을피해나온난민들이모여사는전통적인티벳마을들과바위산위에곰파사원이자리잡고있다.멀리서봐도퇴락한마을과전원적인풍경과달리그속에서팍팍한삶을꾸리는난민들의생활이들여다보인다.
산에서땔감을구해집으로돌아오는아낙들과마을앞에나와서엄마를기다리는아이들.우리의어릴적모습과너무닮았다.
나는옴짝하지못하고그모습을바라보다가히말라야의대자연속에포개진그들의삶을이해하려애썼다.그들은그들의공간에서지금얼마나아늑함을느낄까?편안하다말하기는어렵지만나도지금그들의공간에몰입해가고있는것은아닐까?
5일째.
이른아침브라가를출발했다.
마낭으로향하면서뒤돌아본브라가의모습.
브라가를출발해마낭까지오는길은경사가없고넓은신작로같았지만숨이가파왔다.
비로소고산증세가나타나기시작한것이다.정상적인트레킹이라면마낭에서하루를쉬어고소에몸을적응시켜야한다.마낭(3,540m)에서부터야크카르카(YakKharka,4,018m)까지는거리는멀지않지만본격적인고소적응의관건이되는구간이다.최대한속도를줄이고쉬는시간을늘렸다.하루도쉴수없으므로.
제법크고고풍찬란한롯지들이줄지어서있는마낭의가운데골목을지나급한경사로를오르니마낭이한눈에보이고마르샹디강의흐름도한눈에잡힌다.마을아래로밭뙈기들과목장울타리도보였다.
안나푸르나의일부인‘룽다’와’타르초’
그러나마낭에서가장눈에들어오는것은마을전체를뒤덮은’룽다’와’타르초’였다.
‘룽다’란바람이란뜻의룽과말(馬)이란뜻인다가합쳐진티베트말로말갈퀴가휘날리는모습을의미한다.긴장대에깃발을매달아서집집마다지붕위로서너개의룽다가펄럭인다.
‘타르초’는긴줄에정사각형의깃발을줄줄이이어놓은것으로만국기같은형태를가지고있다.룽다와타르초는우주의다섯가지원소를상징하는청,백,홍,녹,황색의천에붓다의가르침을담은만트라경문이가득씌어있다.붓다의가르침이히말라야의바람을타고세상곳곳에퍼져모든중생이고통없는해탈에이르고자하는히말라야의기원이담긴것이다.
안나푸르나에서는언덕위에서나마을의지붕위어디서나룽다와타르초가바람에날리는것을볼수있다.안나푸르나사람들에게룽다와타르초는삶의한부분이며신앙에다름아니다.
"안나푸르나에는향수(鄕愁)같은게있어"
"안나푸르나에는향수(鄕愁)같은게있어"
"한번이라도안나푸르나에발을들여놓으면또가지않고는못견디지"
혼자’에베레스트트래킹’을해보겠다는나를보고벌써다섯번이나안나푸르나에갔다온산선배가마낭의가을풍경을회상했었다.
늦은오후햇살을반사하며꿈처럼펼쳐진들판을가로질러걸어본사람이라면
어찌그향수에빠지지않을수있단말인가?
네팔사람들이마낭을왜진정한‘샹그릴라의땅‘이라고불렀는지알것같았다.
–/바람처럼/-카메라와길을가다/blog.chosun.com/tellme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