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안나푸르나’ 라운딩 <3> *-

안나푸르나라운딩6일째시작이다.

지난밤은야크를놓아기르는목장이라는뜻을가진’야크카르카(YakKharka,4,018m)에서하루를묵었다.

마낭(Manang,3,540m)부터는롯지가만원이었다.마낭주변은경치도뛰어나고토롱라를향한베이스캠프같은역할을하고있어서늦게도착하는트레커들은숙소를구하기가매우어려웠다.야크카르카에도착한시간은오후2시쯤이었는데벌써롯지들은만원이었다.독일에서온부부트레커와하룻밤을같이보낼수밖에없었다.맨바닥에침대가다섯개있는큰방이었다.

안나푸르나산군을돌아오는베시사하르에서출발나야풀까지

약250km에이르는트레킹코스다.

어제마낭(Manang,3,540m)을지나면서부터는고소에대한느낌이오기시작했다.

급한경사길이자주나타나면서오르막에서는숨이차기시작하고걷는속도도많이느려졌다.마낭에서고소적응을위해하루를쉬었어야하는데쉬지못해갑자기몸상태가나빠질까걱정이됐다.야크카르카에도착하자마자고소적응을위해베낭을벗어두고롯지뒤에있는봉우리로올라갔다.롯지에서고도가200m쯤될것같다.200m를올리는데30분정도시간이걸렸다.고소에대한느낌이확달려든다.

잠자리에들기전에비아그라한알을반으로나눠반을삼켰다.

고산을많이다녔던산선배들이고소증세에특효라며비아그라를꼭가져가라고했다.이렇게높은산에혼자올라와서비아그라를먹게되다니…그후에도토롱페디에서잠자기전에한알,새벽에토롱라로출발하면서다시한알을삼켰다.

어쨌든비아그라먹고무사히토롱라를넘었으니고소증세에비아그라가특효라는선배들의경험을임상실험을통해서증명했다고해야할까?

그런데나의비아그라첫임상실험은또다른확신을갖게했다.

비아그라가고소증세에는특효약이었지만원래생각했던비아그라약효는전혀없더라는것이다.

야크카르카에서본안나푸르나의아침.산위로보름달이지고있다.

‘타르초’네팔인들의신앙이묻어있다.

야크카르카에서토롱페디로가는길의구름다리.

안나푸르나의빙하들.멀리서도빙하가부서져내리는소리가들린다.

토롱페디가는길의롯지Ledar.

롯지지붕위에서트레커들과포터들이설산을배경으로휴식을취하고있다.

오늘은안나푸르나라운딩의하일라이트라고할수있는토롱라(ThorungLaPass,5,416m)를넘기전마지막롯지인토롱페디(ThorungPhedi,4,450m)가목적지다.거리는길지않지만토롱라를무사히넘기위해서는가장중요한날이다.

야크카르카의새벽은추웠다.새벽5시에일어나짐을쌌다.포터를깨워15kg되는짐을맡겨토롱페디로출발시켰다.포터를먼저보내면서토롱페디에방이없으면마루든식당이든화장실바닥이든무조건잠자리를만들어놓아야한다고부탁아닌협박을했다.

시즌에는많은트레커들로붐비기때문에너무늦게올라가면숙소가없어난감한경우도있었다.토롱페디에서숙소를잡지못하면고도가500m나높은하이캠프(4,925m)까지가거나다시되돌아내려와야할지도모른다.

거리로는하루에충분히갈수있지만고소적응이안된상태에서하이캠프까지900m를올린다는것은바로실패를의미할뿐이다.

토롱페디로가는길.

산사태지역의외길.이길끝에토롱페디롯지가있다.

마르샹디나디(강)의원류가되는협곡위로실핏줄같은길이수천년전부터

네팔인의삶을연결해왔던길이다.

토롱페디(ThorungPhedi,4,450m)에도착한것은오후2시가넘어서였다.산사태로무너져내린긴돌길을따라토롱페디입구에도착하니포터인기리가롯지벽에몸을기대고누워서일어나지도않는다.많이지쳤구나.기리의컨디션이좋아보이지않았다.하기야하루도쉬지못하고엿새를강행군했으니좋은고객이걸린건아니었을것이다.

"방잡았니?"

"방이없다는데….."

"뭐?지금농담하니?아무데나잡아놓으라고했잖아"

"방은없는데괜찮으면여기서자도된대"하면서

나를데리고간곳은트레킹가이드들의방으로맨바닥에침대를놓은허름한방이었다.

더생각할필요도없었다.화장실바닥도아니고어차피내일새벽3시에출발해야했으므로숙소에마음쓸필요가없었다.

토롱페디(ThorungPhedi,4,450m)는토롱라(ThorungLa,5,416m)를넘기위한사실상의마지막캠프이다.ThorungPhedi의Phedi는고개의뿌리(FootoftheHill)라는의미라고하니여기가ThorungLa의시작점을의미하는것이다.

침대에베낭을내려놓고카메라만들고나왔다.

하이캠프까지올라갔다내려올요량이었다.고소적응도해야하고내일새벽에올라가야하는길이다.주변사진을찍기에도좋은풍경이펼쳐져있었다.롯지에서하이캠프까지는거리는멀지않아도고도차가500m인거의수직에가까운경사였다.

잔자갈길이라밑으로돌이구르면멈추지않고아래까지굴러떨어졌다.다섯걸음걷고쉬고다섯걸음걷고또쉬었다.

토롱페디의롯지식당.유럽트레커들이대부분이다.

하이캠프에서토롱페디로다시내려오니토롱페디의롯지식당은발디딜틈도없이트레커들과가이드,포터들로붐볐다.트레커들은롯지에도착하면별로할일이없기때문에식당에모여낯선사람들과여행이야기를하거나독서를하면서시간을보냈다.저녁을먹고차한잔마신뒤어두워지면각자방으로돌아간다.

토롱페디식당에는100여명의트레커들이옹기종기모여있었는데현지인들을빼고는동양인트레커는나혼자였다.

마늘수프와달밧으로저녁을먹고새벽3시에출발하겠다며마늘수프와뜨거운물1리터를예약한뒤방으로돌아왔다.마늘수프는입맛에도맞았지만고소증에효과가있다고해서매끼니마다주문을했다.주둥이가큰날진물통에채운뜨거운물은여러가지로유용했다.커버가된날진물병에뜨거운물병을채워침낭에넣고자면새벽까지온기가남아있어서난방이없는롯지에서따듯한하룻밤을보낼수있었다.물은다음날식수로사용한다.

한밤에포터기리가방으로찾아왔다.

머리가아프다고했다.비상약으로넣어간타이레놀을줬다.비아그라한알을반으로나눠반은잠자기전에먹고반은새벽에출발하면서먹으라고줬다.기리는나보다하루먼저고소증세를보였고많이지쳐있었다.하산길에도지친기리때문에몸고생과마음고생을하게됐지만착하고순진했다.세살난아들이있는스무살의가장이었다.

바람소리는점점세지고있었다.

새벽은아직멀었는데머리는쥐어짜는듯이아파오고속은메스꺼웠다.뒤척여봐도웅크려봐도아픔에서벗어날수가없었다.4,450m.토롱페디의밤은그렇게고통이었다.

새벽3시.

안나푸르나라운딩7일째를맞았다.

대망의정상토롱라를향하는날이다.

포터기리가점점힘에겨워하고있어그에게맡겼던짐중일부를내베낭으로옮겨서기리의짐무게를줄여주었다.어차피둘중한명이라도토롱라를넘지못하면묵티나트로가지못하고왔던길을되돌아가야할처지였다.

짐을넘겨주면서기리에게부탁했다.

지금바로출발해서뒤도돌아보지말고무조건토롱라를넘어.

토롱라를넘어가서다시만나기로하고기리를먼저출발시켰다.이제되돌아오는선택은없어졌다.어떻게든토롱라를넘는수밖에…

새벽4시.토롱페디출발.

헤드랜턴을켜고어제오후에답사했던하이캠프가는길을다시밟아나갔다.고소증세와베낭무게때문에발이자꾸헛디뎌지고미끄러졌다.5,000m의고소에서는공기중의산소량이거의반으로줄어든다.낮은곳에서도비탈길을오르면숨이차오르는데,고소이다보니평지에있을때보다4배나숨을더쉬어야했다.속도가나지않았다.

한시간걸려하이캠프에도착했다.

하이캠프에서고소증세에시달리며날이밝아오기를기다렸다.단체트레커가출발했다.

그들을뒤따라가기로했다.트레킹전문셀파가속도를조절하고있으니도움이될것같았다.날이밝아오고있었다.안나푸르나의설산꼭대기들이어제처럼아침햇살을반사하고있었다.

토롱페디에서하이캠프를지나토롱라로향하는트레커들.

토롱라정상이보이는마지막오름.

토롱라정상에서….

토롱라에서본안나푸르나봉우리들.

정상이보인다.

토롱라정상에는돌을쌓아만든작은오두막찻집과정상을표시하는’타르초’가세찬바람에휘날리고있었다.오전7시40분.

,나는얼마나고통스럽게이길을걸어왔는가.

내가견디며걸어왔던길은왜이렇게험하고옹색한것이었을까.

저푸른하늘과구름과안나푸르나의봉우리들은눈부시게서있는데,작은몸하나를이곳까지끌고온것은무엇을위함인가.

정상을바로앞에두고멈춰서서뒤를돌아본다.눈물이와락쏟아졌다.몸을가느다란막대기두개에의지한채고개를숙였다.생채기나고옹이졌던그동안내가걸어온모든세월들을다털어내버릴듯’꺼이꺼이’소리를삼키며한참을울었다.

정상은정복하는것이아니었다.다만내몸이,내영혼이이땅과하나되어서같이숨쉬기를열망하는것일뿐.세속적인다툼과승부가아니라서얼마나다행스러운가.

고립이라는것!

모든관계에서떨어져있어보면그모든관계들이명확해진다.내가걸어왔던길,또걸어가야할길.나와관계했던모든인연들이이고립에서비로소새로운의미를갖는것이다.

/바람처럼/-카메라와길을가다/blog.chosun.com/tellm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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