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롱페디의롯지식당.유럽트레커들이대부분이다.
하이캠프에서토롱페디로다시내려오니토롱페디의롯지식당은발디딜틈도없이트레커들과가이드,포터들로붐볐다.트레커들은롯지에도착하면별로할일이없기때문에식당에모여낯선사람들과여행이야기를하거나독서를하면서시간을보냈다.저녁을먹고차한잔마신뒤어두워지면각자방으로돌아간다.
토롱페디식당에는100여명의트레커들이옹기종기모여있었는데현지인들을빼고는동양인트레커는나혼자였다.
마늘수프와달밧으로저녁을먹고새벽3시에출발하겠다며마늘수프와뜨거운물1리터를예약한뒤방으로돌아왔다.마늘수프는입맛에도맞았지만고소증에효과가있다고해서매끼니마다주문을했다.주둥이가큰날진물통에채운뜨거운물은여러가지로유용했다.커버가된날진물병에뜨거운물병을채워침낭에넣고자면새벽까지온기가남아있어서난방이없는롯지에서따듯한하룻밤을보낼수있었다.물은다음날식수로사용한다.
한밤에포터기리가방으로찾아왔다.
머리가아프다고했다.비상약으로넣어간타이레놀을줬다.비아그라한알을반으로나눠반은잠자기전에먹고반은새벽에출발하면서먹으라고줬다.기리는나보다하루먼저고소증세를보였고많이지쳐있었다.하산길에도지친기리때문에몸고생과마음고생을하게됐지만착하고순진했다.세살난아들이있는스무살의가장이었다.
바람소리는점점세지고있었다.
새벽은아직멀었는데머리는쥐어짜는듯이아파오고속은메스꺼웠다.뒤척여봐도웅크려봐도아픔에서벗어날수가없었다.4,450m.토롱페디의밤은그렇게고통이었다.
새벽3시.
안나푸르나라운딩7일째를맞았다.
대망의정상토롱라를향하는날이다.
포터기리가점점힘에겨워하고있어그에게맡겼던짐중일부를내베낭으로옮겨서기리의짐무게를줄여주었다.어차피둘중한명이라도토롱라를넘지못하면묵티나트로가지못하고왔던길을되돌아가야할처지였다.
짐을넘겨주면서기리에게부탁했다.
“지금바로출발해서뒤도돌아보지말고무조건토롱라를넘어.”
토롱라를넘어가서다시만나기로하고기리를먼저출발시켰다.이제되돌아오는선택은없어졌다.어떻게든토롱라를넘는수밖에…
새벽4시.토롱페디출발.
헤드랜턴을켜고어제오후에답사했던하이캠프가는길을다시밟아나갔다.고소증세와베낭무게때문에발이자꾸헛디뎌지고미끄러졌다.5,000m의고소에서는공기중의산소량이거의반으로줄어든다.낮은곳에서도비탈길을오르면숨이차오르는데,고소이다보니평지에있을때보다4배나숨을더쉬어야했다.속도가나지않았다.
한시간걸려하이캠프에도착했다.
하이캠프에서고소증세에시달리며날이밝아오기를기다렸다.단체트레커가출발했다.
그들을뒤따라가기로했다.트레킹전문셀파가속도를조절하고있으니도움이될것같았다.날이밝아오고있었다.안나푸르나의설산꼭대기들이어제처럼아침햇살을반사하고있었다.
토롱페디에서하이캠프를지나토롱라로향하는트레커들.
토롱라정상이보이는마지막오름.
토롱라정상에서….
토롱라에서본안나푸르나봉우리들.
정상이보인다.
토롱라정상에는돌을쌓아만든작은오두막찻집과정상을표시하는’타르초’가세찬바람에휘날리고있었다.오전7시40분.
아,나는얼마나고통스럽게이길을걸어왔는가.
내가견디며걸어왔던길은왜이렇게험하고옹색한것이었을까.
저푸른하늘과구름과안나푸르나의봉우리들은눈부시게서있는데,작은몸하나를이곳까지끌고온것은무엇을위함인가.
정상을바로앞에두고멈춰서서뒤를돌아본다.눈물이와락쏟아졌다.몸을가느다란막대기두개에의지한채고개를숙였다.생채기나고옹이졌던그동안내가걸어온모든세월들을다털어내버릴듯’꺼이꺼이’소리를삼키며한참을울었다.
정상은정복하는것이아니었다.다만내몸이,내영혼이이땅과하나되어서같이숨쉬기를열망하는것일뿐.세속적인다툼과승부가아니라서얼마나다행스러운가.
고립이라는것!
모든관계에서떨어져있어보면그모든관계들이명확해진다.내가걸어왔던길,또걸어가야할길.나와관계했던모든인연들이이고립에서비로소새로운의미를갖는것이다.
–/바람처럼/-카메라와길을가다/blog.chosun.com/tellme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