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POKHARA820m)게스트하우스에도착하니마당에먼저자리를잡은한국여행객들이있었다.루크라가에베레스트트레킹을위한전초기지라면포카라는안나푸르나의전초기지와다름없었다.현지인이운영하는게스트하우스였는데한국베낭여행객들이많이묵는곳이었다.트레킹을마치고돌아와쉬는사람들과이제곧미지의땅으로여행을떠나려는사람들이둘러앉아정보를나누기도하고무용담을늘어놓기도한다.
트레킹을마친사람들은여유가있어보이지만트레킹을시작해야하는사람들은더긴장을하고이야기에열중한다.사소한정보하나라도놓치지않으려고메모를하기도한다.
그속에낯설지않은얼굴들이있었다.
카트만두공항에처음내렸을때같은게스트하우스로찾아가던중년의사내와시간만나면오지여행을떠난다는회사원아가씨였다.카트만두공항에마중나온안내원을따라나선건나를포함해4명이었다.젊은총각한명은일주일만에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까지갔다내려오는숨가쁜일정을택해벌써귀국했을것이고,나는안나푸르나라운딩,나머지둘은푼힐(PoonHill3,193m)과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nnapurnaBaseCamp4,130m)까지가는비교적여유있는코스를택해서뿔뿔이흩어졌다가포카라의게스트하우스에서다시만나게된것이다.혼자서안나푸르나를찾아왔다는공통점밖에없었지만여행에서만나는사람들은금방친구가된다.
열하루동안걷기에지친나를이들이열렬히환영해주었다.
포카라에서시간은하룻밤밖에없었다.다음날아침비행기로카트만두로이동해야한다.먼저포카라에도착해서여유를즐기고있는선배들에게이짧은시간에포카라에서무엇을하면좋겠냐고물었다.대답은간단했다.
"호수에서한시간보트타고삼겹살먹으러가면돼."
"삼겹살?"
"여기도삼겹살있나요?"
"한국삼겹살보다맛있어.소주도있다니깐."
"좋습니다!오늘하산주는제가쏩니다."
포카라에도한국식당이몇군데있었다.값도싸고음식도좋았다.요리사들도한국에서오래생활한베테랑들이란다.그날먹은삼겹살맛은평생잊을수없는삽겹살랭킹투.랭킹원은?일본고베지진(한신대지진)취재갔을때이다.
일주일동안컵라면으로연명하다가차이나타운으로들어갔는데그지진와중에도길거리에서삼겹살구워서팔았다.한점에500원정도였던것같은데중국인들의비지니스마인드에혀를내두르면서삼겹살을허겁지겁삼켰던기억….
1995년1월.결코잊을수없다.
같이삼겹살테이블에앉았던스님이먼저자리에서일어났다.
여행을마치고게스트하우스에머물던스님이었는데우리일행이저녁을먹으러간다고나서자스님이뒤따라나선것이다.오랜만에삼겹살에소주한잔하려고나섰는데스님과는좀어울리지않을까봐은근히걱정이됐다.
"스님.사실은저희들이삼겹살먹으러가는데스님이드실만한것이있으면따로시키겠습니다."
스님왈,
"탁발은원래주는사람마음이지요.얻어먹는탁발승이메뉴를따지겠습니까?.허허."
"ㅎㅎㅎ”스님이자리를털고일어난뒤에도폭탄주는여러차례돌고돌았다.
언젠가는꼭다시안나푸르나로돌아오자며건배를했지만날이밝고‘
먼그곳’샹그릴라의땅을떠나면기약이없는마지막밤의의식이었다.
포카라호수를끼고게스트하우스로돌아오는길이있었다.포카라폐와호수(PhewaTal)는안나푸르나의만년설이녹아흐르다가포카라에서잠시머무르다가는곳이다.이호수가없었다면포카라는그저평범한마을에불과했을지모른다.포카라호수는포카라의보석과같은곳이었다.
호수가벤치에셋이나란히앉아불빛을반사하는호수를한참바라보는데젊은처자가먼저말문을열었다.
"저는솔로니까혼자여행하지만아저씨들은왜혼자산에다녀요?"
"그러니까…나는기러기라서혼자올수밖에없었고다음엔꼭가족이랑같이오고싶어."
"아저씨는요?"
젊은처자가중년사내에게다시물었다.
"사실은…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아내를묻고왔어."
“……”
"지난봄에안나푸르나에꼭같이가자고아내와약속을했거든.이제야그약속을지키게됐어."
"아내를베이스캠프에묻고왔는데너무추우면어떡하지?”
사내는한번도호수에서눈을떼지않았다.취기가확달아났다.
사내는안나푸르나트레킹을하기로아내와약속을했었다.
둘이다산을좋아해서결혼후첫여행을안나푸르나에서보낼수있다는꿈에부풀었다.주말이면주변산을같이올랐다.체력이약했던아내는더열심이었다.사내가시간이없으면혼자산악회를따라다녔다.
그의아내가사고를당한건지난여름이었다.
그날도그녀는산악회를따라나섰다.그의아내는희양산암릉을오르다실족하고말았다.바로앞에있던일행중한명이암릉을오르는그녀에게스틱을내밀었고스틱이빠지면서바위에서추락했다.등산용스틱의구조를몰라서당한초보적인실수였으나운명은그실수를피해가지않았다.
사내는아내와의약속을지키기위해화장하기전아내의머리카락을잘라보관하고있다가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에묻고내려오는길이라고했다.사내는더이상말을이어가지못했다.
어떻게든위로의말이라도건네야하는데말이떠오르지않았다.우리사이에침묵이흐를뿐.언어라는것은얼마나열등한가.이상황에서그사내에게해줄아무말도생각나지않다니.
사내가아내의머리카락을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4,130m)에묻던날밤,사내는갑작스럽게심한고소증에시달렸다.잠든젊은처자를깨워부축을받으며마차푸차레베이스캠프(3,700m)로철수했다고한다.천천히내려와도한시간이면충분한거리를밤새기어서내려온것이다.아내와의이별의식이었을까?
폐와호수의아침.안나푸르나에서는삶과죽음이서로닿아있다.
하늘에떠있는해가삶이라면호수에비친해는죽음일까?
마차푸차레.마차푸차레오른쪽봉우리는안나푸르나2봉(7,937m)
–/바람처럼/-카메라와길을가다/-
->‘카메라와길을가다’바람처럼님의블로그에서빌려온글입니다.히말라야산군,안나푸루나산군의트레킹을다녀온분들의글을읽으면누구의글이나감명과감동을느끼게해준다.그만큼고산의매력은우리를동경의눈으로바라보고,가고싶어하는트레킹코스이다.요즘은체력이가능하다면누구나갈수있는코스들이다.이글을읽어주신블로그님들과함께공감하면서산행의매력을배울수있는좋은시간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