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가파르바트 트레킹 *-

낭가파르바트트레킹[고미영1주기추모]

“온갖위협적인요소를안고있는
이수수께끼같은산은모든생명의근원끝에있다”
머메리(A.FMummery)는1895년최초로
히말라야등반을시도하다낭가파르바트
디아미르서북쪽라키오트에서첫희생자가되었다.
2009년7월11일여성산악인고미영은
낭가파르바트디아미르킨스호퍼(Kinshofer)루트를
통해등정후하산하다2캠프를눈앞에두고
운명을달리했다.

6월25일아침,김재수대장과
‘고미영을사랑하는모임(이하고사모)’회원
6명은고미영1주기추모트레킹을위해인천공항을
출발했다.태국방콕을경유하여15시간만에
파키스탄이슬라마바드베나지르부토
국제공항에도착했다.뜨거운열기속에서
현지가이드가시내블루존에위치한
게스트하우스로일행을안내했다.
수도인이슬라마바드는1960년그리스의건축가에
의해설계됐다고하는데,넓은도로와현대식
건물들그리고거대한정원처럼꾸며진
도시풍경이눈에들어온다.

낭가파르바트베이스캠프에서기념촬영한고사모트레킹단

2일째새벽5시에기상해중형버스에짐과장비를싣고오늘목적지인칠라스(Chilas)까지카라코람하이웨이를따라약500여km를하루종일달려야했다.카라코람하이웨이는옛실크로드를파키스탄과중국정부가1959년부터1978년까지중국신장위구르자치구인카슈가르(Kashgar)에서파키스탄의아보타바드(Abbottabad)까지1200km를연결하였다.해발4693m에위치한쿤자랍(Khunjerab)고개는세계에서가장높은곳에위치한국경이라고한다.
차는이슬라마바드시내를지나그랜드트렁트로드(Grandtrunkroad)를타고가다하산압둘에서본격적인카라코람하이웨이에진입한다.일행을태운차는끝없이이어지는협곡과수백미터높이의산비탈길을돌아발아래까마득한낭떠러지로금방이라도굴러떨어질것만같다.일부회원들의얼굴은겁에질려창백했다.정세가불안한곳이라그런지에이케이(AK)소총으로중무장한경찰에게수십차례검문검색을받기도하며,차창밖에서밀려오는뜨거운열기와함께달리다이윽고인더스강을만났다.인더스강은총길이2900km로티베트남서부해발4900m에서발원하여히말라야산맥기슭을타고카라코람산맥과낭가파르바트산군그리고코히스탄산맥의눈과빙하가녹아서흐르며,자르카르,시오크,훈자,길기트강등과합류하여펀자브평원을거쳐아라비아해로흘러들어간다.회색빛강물은유속이빠르고힘차다.끝없이하늘로솟은흰산과거칠고험악한협곡,그리고황폐한땅과함께그속에서삶을이어가는사람들은순박해보인다.
베샴(Besham)에서현지식으로통밀로만든짜파티(chapatti)와카레닭요리,양파를곁들인야채등으로점심을먹고다수(Dasu)를지나니벌써날이어두워졌다.일행들은지쳤는지잠에빠져있고길옆깊은계곡은심연에모습을감추고콸콸콸요란한물소리만쏟아낸다.저높은하얀산정상의고요는밤하늘별빛에닿아있었다.
19시간만에칠라스에도착하니밤12시,호텔에서경험많은김재수대장의현지식에대한설명과함께짜파티와닭수프로저녁을먹고난후,숙소뒤로흐르는인더스강변에오늘하루의여독을풀고잠자리에들었다.
3일째는여유있게점심때를지나경승합차에나눠타고출발,1시간을달려부나르(Bunar)에도착했다.이곳에서포터들과함께전용짚차를타고한시간반을달려카라반출발지이자1차야영지인할랄라(Halal)브리지에도착했다.짚차는50년대식정도로보이는데20여명의포터들을태우고동네어귀를지나본격적인산비탈길을갈짓자로올라갔다.천길낭떠러지인산악도로에서너무나무서운나머지여성회원몇몇은서로부둥켜안고울음을터트렸다.할랄라브리지에서여장을풀고한국식단으로여유로운저녁식사를마치고내일부터이어지는3일간의카라반에대한준비와요령,특히고산증에적응하기위해서운행속도를천천히하고물을자주마시며항상머리를따뜻하게해야한다는등등의요령을숙지하고낭가파르바트의품에서잠자리에들었다.
4일째트레킹복장으로준비하고할랄라브리지를출발,디아미르계곡을따라깎아지른산비탈길을이동해야했다.길따라20여분쯤걷자푸르른마을에아침햇살이활기를불어넣고길가에아름드리뽕나무들이서있다.아름다운농촌풍경을지닌디아미르마을을지나계속협곡을따라아슬아슬한도보행렬이이어졌다.당나귀들은무거운짐을지고유난히오르막길에서배설물을많이배출했다.
대부분의회원들은해외트레킹이이번이처음인데도국내에서훈련을많이해서인지무리없이진행하고있었다.특히고미영대장의언니인미란씨는관절이좋지않은데도불구하고잘적응하고있었다.출발한지2시간이지나자저멀리낭가파르바트의하얀정상이구름을너울거린채자태를드러냈다.일행들은환호성을질렀다.내리쬐는햇빛이역광이어서만은아닌듯눈이부셔제대로바라볼수가없었다.신비하고위압적인모습이었다.

디아미르마을앞가파른길을걷고있는트레킹팀.거칠고황량한산사면으로길이이어지고,깊은계곡으로는부연물살이거세게흐른다.

새로놓인사만(Saman)브리지를지나가파른고개를넘어서마을입구의살구나무아래돌담에앉아휴식을취한후한참을더가니업질이라는산골마을이눈앞에펼쳐졌다.오늘의막영지인디아모로이살(3200m)에도착하니쿡인사가르가시원한오렌지주스를내온다.
일행들모두현재까지는고소증을겪지않은것같다.김재수대장만허리통증때문에운행하는데고통스러워했다.가셔브룸1,2봉등반을앞두고있는터라걱정이많았다.여장을풀고포터들은자연스럽게땅바닥에삼삼오오모여휴식을취하고있었다.초롱한눈망울에흙먼지를뒤집어쓴남루한옷을입은어린아이들이하나둘모여드는데어찌나예쁘고천진난만한지일행들은모두가지고온사탕을아이들한테나눠주었다.
여유있게저녁을먹고저멀리웅장히버티고있는하얀낭가파르바트와석양이그림자를드리울때하루를마무리하는움막집의평화로운풍경들을감상하면서커피한잔을마셨다.김재수대장으로부터작년이맘때고미영대장과함께트레킹했던기억과자신의지나온등반인생을들으며어둠을맞이했다.
5일째김재수대장은이곳을출발하여고소적응차3800m카타갈리캠프까지만운행하기로결정했다.세르마을을지나카잘을향하는데빙하지대가보이기시작했다.카잘의자작나무숲속목초지에서는염소와소들이한가로이풀을뜯고있었고,오르막길을올라서니좌측으로거대한붉은암벽들이가날로(Ganalo)피크까지이어지고,바위틈과동굴그리고한켠의초지에는외양간과목장이보인다.
석양에물든붉은빛깔의암벽들이잠시후어둠으로변했지만낭가파르바트의정상은여전히붉은자태를하고있었다.포터들도삼삼오오흩어져저녁을먹은후12시까지소리높여노래를부르고흥겨운시간을보냈다.당나귀울음소리가어찌나시끄러운지밤새잠을이루지못했다.6일째낭가파르바트베이스캠프를향해막출발하는데저앞에서동양인한사람이나타나서우리일행에게인사를했다.알고보니부산다이나믹원정대김진태대원이베이스캠프에서이곳까지마중나온것이다.이곳에서부터베이스캠프까지는우측의빙하지대와디아미르서벽능선을끼고확트인평원의초원지대가이어진다.모레인지대를지나자야생화가핀초원이나타났다.강렬한햇볕과낭가파르바트에서불어오는상쾌한바람을맞으며베이스캠프로향할때고미영대장이반갑게맞이한다는생각이들었다.뜨거운감정이북받쳤다.한참을2캠프와고대장의주검을발견한지점을주시하며걸었다.
베이스캠프에도착하니부산다이나믹원정대의홍보성대장과김진태,김창호,서성호대원이반갑게맞이해준다.휴식을취하고저녁무렵에추모케른앞에제수상을차리고부산원정대팀과함께정성스레제사를지냈다.

낭가파르바트
많은산악인을앗아간산
이루지못한꿈
그녀는아직도이산에있다
그리고우리와영원히함께할것이다.
슬픔을뒤로하고발길을돌린다.ⓜ

트레킹5일째야영했던카타갈리.해발3800m로석양에물든붉은암벽이인상적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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