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자들의 꿈, 존 뮤어 트레일을 가다 [1] *-

걷는자들의꿈,존뮤어트레일을가다

사람과산·KBS공동기획

걷는자들의꿈,존뮤어트레일을가다

걷는자의로망,세상에서가장행복한길을걷다

“당신은소름이돋을만큼멋진풍경을본적이있는가?당신들이본히말라야나알프스,그어떤산도시에라네바다의산과비교하지말라.시에라네바다산맥의보석,존뮤어트레일에는당신들이상상하는이상의모든것이존재한다.우리가상상했던진짜자연은이런거라는듯이한치의허구조차없는완벽한풍경.그곳이바로존뮤어트레일(JonhMuirTrail)이다.”지난해펴낸<걷는자들의꿈,존뮤어트레일>서문은그렇게도발적표현으로시작한다.

그말은독자의시선을끌선정적카피가아니라사실이그렇다고나는지금도믿고있다.트레일엔곰과사슴,그리고빙하시대에서살아남은세쿼이아거목과대지의눈처럼지천으로빛나는호수가바로그주인이다.그가공되지않은사진을고화질(HD)영상으로담으려고KBS수요기획팀에서연락을해왔다.존뮤어트레일은<사람과산>을통해소개된적은있으나공중파를탄적이한번도없었다.여러가지제약이많은탓인데,자연다큐로서비중있는프로그램으로제작된다는것하나로<사람과산>이동행에응했다.

존뮤어트레일은미국캘리포니아시에라네바다산맥에위치한다.요세미티계곡(YosemiteValley)에서미본토최고봉인휘트니(Whitney.4418m)봉까지358km의산길을존뮤어트레일이라고부른다.이트레일은캘리포니아주내의몇개의국립공원과국유림을관통하고있다.남쪽시작지점인요세미티국립공원,킹스캐년(KingsCanyon)국립공원,세쿼이아(Sequoia)국립공원,인요국유림(InyoNationalForest)
등이그것이다.

서울에서대구를넘어거의부산까지걸어야할야성의트레일을한번에종주한다는것은일종의모험이다.더군다나이곳은네팔과달라돈을받고등짐져줄포터가없다.롯지도없다.따라서방송장비와함께모든등산장비를스스로가지고가야한다.더욱이한국공중파에소개될수없던이유는‘입산허가’때문이다.

자연을보전하기위하여미국은존뮤어트레일입산자를철저하게제한하고있다.세계적비경으로이름난이트레일을오기위해지구촌의많은사람들이열망하지만한해입산허가를받는사람은고작500~600명정도.그러니허가증받기가하늘의별따기였다.그런어려움때문에한국방송에소개되지않았고그런점이방송사의기획의도를자극하기에충분했을것이다.

어렵게입산허가를받아냈다.기본이충족되었으므로기획은일사천리로진행됐다.퍼미션을받고나서감개가무량했다.세계3대트레일이라는전문가들의상찬과산길의일부인요세미티계곡이세계문화유산에등재된곳이라는것은전체적으로볼때그리중요한게아니다.그런간단한평가로존뮤어트레일의위대성을설명할수는없으므로언젠가꼭한번더가겠다고생각했는데그꿈이빨리이루어진것이다.

KBS에서현재방영되고있는‘영상산’을비롯해250여편을제작,다큐경험이풍부한외주제작사‘프로라인’대표김석원감독(50세·연출및촬영)이바빠졌다.대원선정에서부터식량계획과예산까지.이택건(29·영남대산악부OB),배재민(25·영남대산악부YB),박창현(26·매니저),이상은(39·사진작가),이선진(34·모델겸연기자),김우성(19·백석예술대),유성용(39·여행생활가),유재일(58·재미동포),전석훈(55·건국대산악부OB/재미동포)까지총11명으로탐사대원이꾸려졌다.

까다로운입산허가,지상파최초로촬영나서

9월11일,요세미티로향했다.세계에서달력사진으로가장많이사용된장소가바로요세미티다.세계문화유산으로등록될만큼비경의이곳은유명관광지답게캠핑시설이훌륭하다.야영지마다피크닉테이블과장작을피워고기를굽는그릴까지완비되어있다.시즌이면사이트마다초만원을이뤄자리잡기가여간힘든일이아닌데,재미산악인전석훈씨가미리잡아놓았다.

요세미티(1463m)의밤기온은쌀쌀했다.모닥불곁에둘러앉아내일부터시작될산행에대하여의견을나눴다.이제지구별곳곳에한국인의발길이닿지않는곳은없다.등산인구1000만시대에좀더오지를찾아알프스산록을걷거나히말라야를즐기는트레킹이트렌드로자리잡았다.때맞춰한미비자면제협정이발효되어이제무비자입국이시작되었다.야성이살아숨쉬는,꿈의산길존뮤어트레일이성큼눈앞에다가선것이다.

이튿날,레인저사무실로가서입산허가증을받았다.종주팀에게는강화플라스틱으로만든곰통(bearcanister)지참이허가의필수조건.그걸입산허가증받을때한번더확인할수있었다.레인저는여러가지주의사항을꼼꼼하게불러줬다.일테면캠프는물가에서100피트,즉트레일,곰통에서도30여미터이상떨어진곳에텐트를치라는것.두번째방문이라고해도규정이라며레인저는할말을다했다.사무실을살펴보니여기에서도곰통을빌려주고또팔고있었다.

‘당신들은손님이다.이곳은곰의나라다.손님으로서예의를지켜라.곰에게먹이를주면5000불의벌금을부과할수도있다’는경고문구도보였다.‘곰이훔쳐먹는것도먹이를준것으로판단하는가?’이렇게묻고싶은걸꾹참았다.사실관계는분명해야하는데누구간큰사람있어애완동물처럼곰에게먹이줄사람있을까?그러나참아야했다.곰은웅담때문에죽고,사람은혀때문에죽는다는속담이생각나서다.한국과는달리이곳공원레인저들은사법권이있고트집잡히면퇴장당한다.

아침이밝았다.하프돔까지당일산행을하고다시이곳으로내려오기로결정했다.요세미티빌리지안에있는유명한엔젤아담스의사진기념관과박물관을방문해영상에담아야했기때문.신새벽요세미티를관통하는머세드강이깨어났다.높은곳에서는이미결빙이되었는지강물이많이줄어있다.희붐한여명사이요세미티벨리를에워싼화강암벽들이기지개를펴고일어섰다.앨캐피탄,캐시드럴,글레이셔포인트,하프돔이비현실적높이로우리를에워싸고있다.

해피아일스에도착하니우리의종착점휘트니포털까지222마일이라는팻말이서있었다.그러나하프돔과휘트니정상은트레일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이좋을그곳을놓칠수는없다.그러므로우리는대략400킬로미터이상을걷게될것이다.우리는그팻말앞에파이팅을외치고산행을시작했다.

산을오를수록고도를높일수록요세미티가발아래침잠한다.과연장관이다.요세미티를예찬한글은무수히많다.그럼에도인간이만든글로요세미티의풍경을묘사한다는건불가능한일이다.존뮤어트레일의시발지인요세미티는첫풍경부터사람의시선을압도한다.한개의통바위가2000m이상높이로솟아오른거대한화강암산.북한산높이보다깊은914m로파인계곡.바위산에척척걸친무수한폭포들.처음보는사람은누구나악!소리가날정도로장관이요세미티국립공원이다.

따듯한공기가흐르는세코이아숲과요세미티계곡을만든건역설적이게도차가운빙하다.약1백만년전빙하의침식으로화강암절벽과U자형의계곡이형성되고,이어빙하가녹기시작하면서수천개가넘는호수,폭포,계곡등이만들어졌다.제일낮은해발671m에서제일높은3998m까지빙하는단단한화강암을깎고,다듬어지상최고의조각물들을이곳에만들어놓았다.

이런풍경으로요세미티는옐로우스톤에이어1890년두번째미국국립공원이되었고놀라운자연경관을인정받은요세미티는1984년유네스코자연유산에지정되었다.빙하의침식으로이런절경이만들어졌다는것을최초로밝혀낸사람이바로트레일이름의주인공존뮤어(JohnMuir·1838~1914)다.

요세미티공원총면적은3079Km²로제주도보다두배가까이넓다.들판처럼광활한계곡바닥한가운데로맑은머세드강이관통하고있다.물좋고숲좋고야생동물많은이곳에아와니다인디언이살고있었으나그들은이곳에서사라졌다.그배경에는백인들의서부개척사와맞물려있지만,그들의멸종을가속화시킨원인에황금이있었다.‘그배경에는황금이……’라고슬쩍넘어가기에그사연은너무절절하고골이깊다.황금은오직인간에있어언제나비극의시발이된다.이곳에우글거린다는곰도관심이없는황금이.

트레일의시발지요세미티국립공원

존뮤어트레일은홀로가기에는힘든곳이다.무엇보다식량과잠잘텐트등장비수송이문제였다.모든것은등짐으로해결해야하기때문이다.캘리포니아서부의시에라네바다산맥에위치한존뮤어트레일.요세미티에서미본토최고봉인휘트니(Whitney.4418m)봉까지358km의때묻지않은말그대로세계최고의비경산길로,네바다산군은호수와계곡과절벽으로이루어져있고그속살을헤집으며트레일은지난다.

하루평균18km씩걷는다면약20일이걸리는데우리는하루20km로잡았다.별일없다면18일이걸릴것이다.조용히흐르는머세드강도새벽잠에서깨어나고있었다.강도숲도모든게평화로운아침이었다.“여보세요.저기,GPS켰어요?”이정표앞에서기념사진을찍고출발하려다깜짝놀란내가유성용씨를돌아보며물었다.“그럼요.일어나자마자전원부터켠걸요.”

우리는가민상사(대표이협우)의협조로GPS를갖고왔다.인공위성과자동으로교신하여고도,속도,위도,경도까지기록해놓는기특한기기였다.그자료는소중한정보가되겠지만처음보는기기의복잡한매뉴얼을다이해할수는없었다.드디어17박18일대종주의첫발을떼었다.머세드강을따라난트레일에서는폭포처럼쏟아지는물길이잘보인다.이곳에는바위침봉사이로쏟아지는폭포가많았는데가장유명한곳은요세미티폭포다.무려780m나되는높이로,이는베네수엘라에있는엔젤폭포(979m)에이어세계두번째로높은것이다.

급류를횡단하는다리를건너며제일먼저본것은버넬폭포였다.인디언말로‘영혼을적시는폭포’라던가.신명나게쏟아지는물줄기는하얀치마처럼넓었다.완만하게잘정비된트레일은한국처럼급경사를이루는등산로가아니다.가파른길도지그재그로나있고소위스위치백이라고,산길을가로지르는건허용되지않는다.

고도를높이며본요세미티는온통바위세상이다.나뭇잎이뾰족한침엽수인전나무와세쿼이아숲과어우러진많은침봉들이어안렌즈로본것처럼둥글게한눈에든다.이윽고네바다폭포가거대한물줄기를떨어뜨리고있는조망터에도착했다.폭포뒤로하얀화강암봉과계란을반잘라놓은것처럼하프돔(HalfDome)이우뚝하다.전북진안의숫,암마이산을무한확대해놓은것같기도하고북한산백운대와인수봉이커지면저렇게될것이라는생각이들기도했다.

-글/신영철편집이사//사진/유재일,이상은(사진작가)//사람과산20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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