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자들의 꿈, 존 뮤어 트레일을 가다 [2] *-

원주민이었던아메리칸인디언은다어디로

네바다폭포는직선으로떨어지는물줄기의우렁찬소리만큼장관이었다.트레일은그폭포위쪽을횡단해연결되어있었다.폭포로유입되기전수심깊은머세드강은폭풍전의고요라는말처럼짐짓조용히흐르고있다.그러나그엄청난수량이몰리는폭포입구에서는돌연악마의입처럼바뀐다.물길의힘으로하얀화강암에기묘한조각을만들어놓았는데그것을훑으며물은맹렬한에너지로바뀌어폭포가되고있었다.폭포바로곁까지펜스를만들어놓아담큰사람들은바로앞에서볼수있었다.

다들사진을찍느라여념이없었지만나는넘어진붉은소나무고사목에앉아여유롭게그풍경을감상했다.나에겐카메라도없었다.사진작가가있어서이지만그작은것도짐이될것같아빼버렸다.이미고도가상당한터,풍경이정말대단하다.이렇게경치좋고숲좋은곳에살던원주민인디언들은어디로간것일까?세금때문이라면무덤까지도따라간다는미세무당국의발표에따르면이제미국전역에는150만명이채안되는인디언만남았다고한다.

따지고보면인디언이라는이름도웃기는작명이었다.콜럼버스가아메리카대륙에처음도착했을때,그는이곳을인도(印度)라고오인했다.그래서원주민을인디오또는인디언이라부르게된것.인도에사는진짜인도인들은평생보지도못한바다건너동포가생김셈인데이제는그들과구별하기위해아메리칸인디언이라고부르고있다.

요세미티의발견은한편,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풍경을뜻하는것으로이해가된다.하얀화강암과세쿼이아숲,맑은머세드강과폭포를오브제로조물주는시에라네바다산맥깊숙한곳에상상할수있는모든걸충족시킨아름다운풍경의천국을숨겨놓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요세미티라는이름은어떻게지어졌을까?현재관할당국인마리포사시(市)에서출동한기병대는인디언들을무차별살상하고잡은포로들을후레즈노의인디언보호구역으로데리고갔다.당시젊은군의관중한명이아름다운계곡을가리키며인디언포로에게물었다.“이골짜기이름이뭐냐?”

“요세미티”

인디언이대답한것은‘곰’이란말이었다.말이통할리없던인디언은얼굴하얀백인의질문을“저기에무엇이있냐?”는물음으로생각했을것이다.자신들에게무자비하게총질을한이들이기에저숲속에도사냥감이있느냐는물음으로들렸을수도있겠다.따라서곰을뜻하는‘요세미티’라는인디언의말이이곳지명이되었다.

강따라트레일은수평으로한동안이어졌다.리틀요세미티분지다.조금전에본네바다폭포의역동적인낙수는본래면목이아니라는듯강은고요히흘렀다.물속에가라앉은덩치큰나무들이선명하게보이는강은제법수심이깊어보인다.강가엔숲이우거져있고아기사슴을데리고온어미가물을먹고있다.숲에서풍기는피톤치드의방향성향기가투명한공기에잔뜩묻어있었다.

하프돔을오르려면주말엔허가를받아야한다고1년전엔없던규정이생겼다.드디어하프돔과트레일이나뉘는갈림길이나타났다.이곳에서우측으로가야하프돔이다.빈몸인데도능선에오르기까지힘이들었다.머리가조금어질하다.고도계의수치는2500m.능선왼쪽으로하프돔이햇살속에우뚝하다.눈에드는산은온통바위투성이였으나아래쪽으로는거대한계곡에숲이들어차있었다.

하프돔을오르려면먼저전위봉을올라야했다.가파른돌길이었는데커다란바위를깎아만든계단을타고넘거나돌아가야했다.몸은힘들다고아우성이었으나눈에비치는세상은천국이다.쉬어가며도착한넓은전위봉정상엔쉬고있는사람들이많았다.하프돔을오르거나포기한사람들이다.전위봉에선엄청난크기의하프돔이빤히보였다.정상까지박혀있는두가닥쇠줄을잡고일렬로오르는사람들이흡사개미떼처럼보인다.

우리도쇠줄로다가섰다.그곳엔장갑이많이있다.쇠줄을잡고오를때손을보호하라는공원당국의배려였다.멀리서볼때와는달리직접다가서니바로코앞에바위가서있는것처럼가팔랐다.정상은요세미티국립공원을한눈에볼수있는가장좋은조망터,그곳을포기할수는없는노릇이다.다리사이로아득한고도감을느끼며쇠줄을잡은손에자동으로힘이들어간다.

그늘한점있을리없는알바위를쇠줄클라이밍으로30여분오르니한여름엔40도가까이올라간다는하프돔정상(2695m)이었다.정상은넓고펑퍼짐한광장,축구장의서너배는돼보인다.정상부가이렇게넓은지아래에서볼때는미처몰랐다.구름한점없이파란하늘에사막의태양이열기를쏟아내고있지만고도가높아선선했다.차로요세미티로행하며거쳤던티오가길(TiogaRoad)과오룸스테이트포인트(OlmstedPoint)전망대도보인다.

그길을다녀온사람들이아름답고장엄한길이라고극찬하기에반신반의했는데과장이아니었다.그길은해발고도가높고험한길이기에눈이녹은여름철에만열린다고했다.거울처럼잔잔한타나야호수를지나만나는오룸스테이트전망대에서는이계곡을만든빙하의잔해를볼수있었다.빙하가쓸고가다남겨놓은큰바윗돌이마치설악산의계조암앞흔들바위나거인들이가지고놀던공기돌처럼암반위에무수히서있었다.명백히빙하가만든증거였다.

반대편으론우리가거쳐가야할시에라네바다산맥연봉이중첩으로가뭇했다.하프돔정상의요세미티쪽은절벽이었는데모자챙처럼툭튀어나온곳이있었다.갑자기그쪽에서헬멧이하나불쑥올라오더니뒤이어또한사람이올라왔다.클라이머들이었다.하프돔이유명한클라이밍대상지라는말이실감났다.그아득한절벽을기어오른그들이위대해보였다.그들이올라온오버행부분을다이빙보드라고부르는데재미있는작명이었다.실지로단속을피해거기서패러글라이딩으로뛰어내리는사람도가끔있다.

천상의길투알롬초원길에서도나휴고개로

이튿날,투알롬메도에서본격적인종주를시작했다.목적지는도나휴고개(DonohuePass?34201m)로그아래호수에서야영할계획.그렇게출발한투알롬초원길은그야말로천상의길이었다.투알롬강을끼고초원을가르는트레일은산속풍경에익숙한우리에게또다른모습이었다.끝없이이어질것처럼초록가득한초원에는맑은시냇물이구불거리며흐르고있었고물속에는송어가유유자적헤엄치고있는게빤히보였다.낚시꾼몇명이얕은강물에발을담그고플라이낚시를하고있다.마치로버트레드포드가주연한‘흐르는강물처럼’,햇살에반짝이는줄은포물선을그리며강속으로빨려들어가고있다.

초원에는희고노랗고빨갛고연분홍으로핀야생꽃이천상화원을이루고있었다.원래땅속에저런색깔들이숨어있는걸까?형형색색만발한들꽃을바라보는것만으로도피곤이풀리는듯하다.투알롬초원은10여킬로미터까지이어졌고옥색물빛은수시로바뀌었다.눈부시게푸르른날,강물도그렇게푸르렀다.물가에있던사슴한마리가인기척에놀라숲으로후다닥달아난다.

잔잔하게흐르는강가를떠나고도를올리는길은지그재그로끝없이이어졌다.수목한계선을지났는지나무들도없는길이었다.밑에서볼때막연하게보이던하얀눈이눈앞에나타난다.높은바위산에잔설이군데군데남아있었다.산정에겨우내쌓인눈이녹아초원을가로지르는냇물이형성되는것이다.눈녹은물이산아래커다란호수를만들고그물이다시아래로흐르면서초원을형성한다.그리고유유자적흐르는물이급경사를만나면그대로폭포가되는걸알수있었다.

너덜길이힘들었지만바라볼수록환상적인풍경이다.바위가겹겹쌓여눈대중으론도저히길이없을것같았지만트레일은교묘하게이어져있었다.그림같은호수가나타나며그곳에서하루를접었다.그리고누군가말했다.“여태산생활중가장멋있는야영터”라고.쌀쌀한날씨에누가시키지않아도주위에지천인나무를해왔다.만피트즉,3300미터아래에서모닥불은합법적이다.그러나그것이모닥불중독의시작일줄,그땐아무도몰랐다.

-글/신영철편집이사//사진/유재일,이상은(사진작가)-

사람과산20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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