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히말라야스팬틱북벽에신루트개척
해외원정길에다시오른게얼마만인가.푸른초목으로둘러싸인아름다운길,이길을걷고있다는사실이실감나지않았다.4년전트랑고타워등반이후첫원정이라설레기도하고두렵기도한마음이다.4일간의긴도보캐러밴이끝나고
등반떠나기전사진을통해봤던모습보다훨씬웅장하고날카로웠다.그동안온갖상상을하며원정훈련을해왔던기억이하나하나떠오른다.우리가지금하고자하는새로운시도,나역시그동안산에다니면서꼭해보고싶었던동경의대상,
4,500m높이의베이스캠프주변은눈으로뒤덮여있었다.지난해에는4,600m높이에도눈이별로없었다고한다.올해는눈이많이내려현지인들도이렇게눈이많은것은처음본다고혀를내두를정도다.끊임없이눈사태가일어났다.형들은“그래,막무너져라.그래야빨리등반할수있으니까”하면서농담을던졌지만웃으면서도얼굴에는날씨에대한염려가스쳐지나갔다.나역시걱정이이만저만아니었다.5일간의베이스캠프적응기간동안그렇게눈사태는계속되었다.
우리는6,000m를목표로오르기시작했다.그러나5,300m지점에서폭설과화이트아웃으로인해더이상진행할수가없었다.정오부터내리기시작한눈은바람을동반해오후내내앞을분간하지못하게만들었고,결국우리는가다서다를반복하며5,300m지점에서1시간동안얼음을깎아낸자리에텐트를쳤다.
밤새눈이내렸다.다음날아침이되자다행히구름은걷혔지만지금까지쌓인눈으로인해더이상전진할도리가없었다.제대로된고소적응과벽정찰을하지못한채사진만찍고내려와야하니마음이무거웠지만2보전진을위한1보후퇴라생각했다.
베이스캠프에는그동안다른팀이와있었다.지난해황금피켈상을받은일본등반팀이었다.2001년이후북서벽을등반하기위해온팀이한팀도없었기에,우린무조건반가웠다.그들은우리와다른길로등반할계획이었고,두팀원들은서로를격려하고정보를주고받으면서따뜻한시간을가질수있었다.
날씨는여전히나빴고,환경은더없이곤란해졌다.발전기고장에이어태양전지판도고장이나서충전에문제가생겼다.
세사람배낭의총무게는40kg,1인당12kg정도로세팅을했다.전에해왔던등반과는너무도비교되는간단한세팅이었다.무게나양이많지않으니세팅하는데시간이걸릴것도없었다.하루종일장비들을늘어놓고정리하던때를생각하니허전할지경이다.
벽밑에도착해서벽을바라보니단숨에올라갈수있을것만같던자신감과달리
“휴,살았다!”
“내려가자!”
형일형의말에억울함을어금니에물며두번째비박지로내려왔다.우린달갑지않은눈이계속내리는소리를들으며오지않는잠을억지로청했다.
일주일간의기다림끝에드디어날씨가좋아졌다.
나는카메라와일지를빼놓고배낭을꾸렸다.리딩자의체력적부담을배려한작전의한부분이었다.카메라와일지가내게는꼭필요하고감당할수있을것같은무게였지만,미련을버리고덜어내야했다.
우린1차시도와같은시스템으로두번째비박지까지단숨에올랐다.하루에1,100m정도올린셈이다.4,500~5,800m에서는로프를사용하지않았으며,시간역시3분의2정도단축할수있었다.100%의컨디션을태우고우린두번째비박지에서잠시휴식을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