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원정] 스팬틱 북벽 [1] *-

[해외원정]스팬틱북벽

정말힘들고,너무신나는등반이었다
파키스탄히말라야스팬틱북벽에신루트개척

해외원정길에다시오른게얼마만인가.푸른초목으로둘러싸인아름다운길,이길을걷고있다는사실이실감나지않았다.4년전트랑고타워등반이후첫원정이라설레기도하고두렵기도한마음이다.4일간의긴도보캐러밴이끝나고6월9일드디어베이스캠프에도착했다.훈자에서얼핏보였던스팬틱은캐러밴중에는전혀그모습을드러내지않았다.멀리서구름속에갇혀숨어버린스팬틱의모습이궁금증만증폭시켰는데베이스캠프에도착한다음날에야그자태를드러냈다.

등반떠나기전사진을통해봤던모습보다훨씬웅장하고날카로웠다.그동안온갖상상을하며원정훈련을해왔던기억이하나하나떠오른다.우리가지금하고자하는새로운시도,나역시그동안산에다니면서꼭해보고싶었던동경의대상,‘알파인등반’이라는단어만떠올려도가슴이설렌다.그러면서도한편으로는이등반을내가진정해낼수있을까,진행과정은어떠할것이며성공의느낌은또어떨까,내몸이잘버텨줄수있을까하는생각들로머리는매순간뒤죽박죽이었다.하지만이미스팬틱은내앞에놓여있고,우린하나의목적을향해달음질치고있었다.

▲스팬틱정상에오른민준영·김팔봉대원과김형일대장(왼쪽부터).

4,500m높이의베이스캠프주변은눈으로뒤덮여있었다.지난해에는4,600m높이에도눈이별로없었다고한다.올해는눈이많이내려현지인들도이렇게눈이많은것은처음본다고혀를내두를정도다.끊임없이눈사태가일어났다.형들은“그래,막무너져라.그래야빨리등반할수있으니까”하면서농담을던졌지만웃으면서도얼굴에는날씨에대한염려가스쳐지나갔다.나역시걱정이이만저만아니었다.5일간의베이스캠프적응기간동안그렇게눈사태는계속되었다.

초경량·초스피드알파인등반시도

6월14일,고소적응과벽정찰을위해스팬틱이정면으로보이는능선으로출발했다.극지법등반과달리알파인방식의등반은고소적응이매우중요하다.극지법은고정로프를설치하면서고소적응을하는반면알파인방식은한번붙으면정상까지단한번에올려쳐야하기때문에최소한고도6,000m까지는완벽하게고소적응을해놓아야한다.

▲블랙타워중단부를오르고있는필자.암질이나빠애를먹은구간이다.

우리는6,000m를목표로오르기시작했다.그러나5,300m지점에서폭설과화이트아웃으로인해더이상진행할수가없었다.정오부터내리기시작한눈은바람을동반해오후내내앞을분간하지못하게만들었고,결국우리는가다서다를반복하며5,300m지점에서1시간동안얼음을깎아낸자리에텐트를쳤다.

밤새눈이내렸다.다음날아침이되자다행히구름은걷혔지만지금까지쌓인눈으로인해더이상전진할도리가없었다.제대로된고소적응과벽정찰을하지못한채사진만찍고내려와야하니마음이무거웠지만2보전진을위한1보후퇴라생각했다.

베이스캠프에는그동안다른팀이와있었다.지난해황금피켈상을받은일본등반팀이었다.2001년이후북서벽을등반하기위해온팀이한팀도없었기에,우린무조건반가웠다.그들은우리와다른길로등반할계획이었고,두팀원들은서로를격려하고정보를주고받으면서따뜻한시간을가질수있었다.

날씨는여전히나빴고,환경은더없이곤란해졌다.발전기고장에이어태양전지판도고장이나서충전에문제가생겼다.6월23일,다행히발전기가돌아가기시작했지만계속된악천후로인해긴장과불안감으로가득한지루한날들을보내야만했다.더이상등반을미룰수없는상황.어쨌든이제출발해야한다.

6월28일,예정보다늦어진날짜에등반을위해본격적인첫출발을감행했다.첫시도는5일을계획하고,식량은여유있게6일치를준비했다.혹날씨가나빠졌을경우에대비해하루치를더비상식량으로챙긴것이다.알파미,핫초코,비스킷4개,행동식,파워바,파워젤20개,사탕20개,에너지바5개.연료는조금더넉넉하게일주일정도사용가능한양을챙겼다.등반장비는캠6개,너트6개,하켄·빅패커합계12개,스노바3개,아이스스크루7개,카라비너40개,슬링여러개…….

세사람배낭의총무게는40kg,1인당12kg정도로세팅을했다.전에해왔던등반과는너무도비교되는간단한세팅이었다.무게나양이많지않으니세팅하는데시간이걸릴것도없었다.하루종일장비들을늘어놓고정리하던때를생각하니허전할지경이다.

▲스팬틱북서벽중단부의암빙설혼합벽.필자가우측황색바위에서나이프하켄과빅패커를회수하며오르고있다.

벽밑에도착해서벽을바라보니단숨에올라갈수있을것만같던자신감과달리상단세락과벽의각도가발걸음을멈칫하게만들었다.긴기다림과지루함끝에우린등반을시작했다.형일형과준영형이먼저오르고나는카메라를품고뒤따라올랐다.계획대로진행되어5,100m까지올라첫번째비박지를잡고그곳에텐트를쳤다.

6월29일,어제와같은순서로오르기시작했다.어제보다설사면의각도가좀더세졌다.60~70도정도되는것같았다.게다가구간마다얼음이섞여있었다.만약작은실수라도하면1,000m넘게추락하기때문에조심스럽게한걸음한걸음올랐다.설사면이끝나면오버행벽이나오고바위질마저최악인상태.준영형이등반을시작했을때는모든상황이더욱불안전해졌다.형은맨손으로등반을해야할만큼집중했다.힘들게암벽구간을넘어다시설사면이시작되고,형이보이지않은지한참후에야소리가들렸다.

“휴,살았다!”

블랙타워는생각지못한상황이었다.바위가쉽게부서져장비설치문제와안전에긴장감을더하게했다.잘못하면등반을포기하고내려갈수밖에없는상황이될수있을것같은암울한느낌마저들었다.우린잠시숨을고르고비박지를선정했다.멀리베이스캠프의불빛이보였다.

6월30일,여전히날씨가좋지않았다.상황을보고출발했으나눈은멈추지않았고바람은더강해져고개를들수조차없었다.눈과바람으로인해5,800m에서의블랙타워전진은그야말로악전고투가되었다.

“내려가자!”

형일형의말에억울함을어금니에물며두번째비박지로내려왔다.우린달갑지않은눈이계속내리는소리를들으며오지않는잠을억지로청했다.7월1일,등반을시작한지넷째날.하늘끝이보이지않았다.결국철수를결정했다.젠장…….

2차시도끝에블랙타워를넘어서다

일주일간의기다림끝에드디어날씨가좋아졌다.7월8일,우린다시짐을꾸렸다.알파인방식의성공요소로가장중요한것은‘무게’다.무게는곧적!등반의부담을줄이기위해우리는딱5일치식량만준비하고,알파미하루치를추가해형식상6일치를챙겼다.개인행동식도빼고,개인식량도1차시도때의5분의1로줄였다.

▲5,800m지점에서악천후로대기중인김형일대장과필자(오른쪽).

나는카메라와일지를빼놓고배낭을꾸렸다.리딩자의체력적부담을배려한작전의한부분이었다.카메라와일지가내게는꼭필요하고감당할수있을것같은무게였지만,미련을버리고덜어내야했다.

우린1차시도와같은시스템으로두번째비박지까지단숨에올랐다.하루에1,100m정도올린셈이다.4,500~5,800m에서는로프를사용하지않았으며,시간역시3분의2정도단축할수있었다.100%의컨디션을태우고우린두번째비박지에서잠시휴식을가졌다.

7월9일,300m설사면등반후준영형이리딩했다.블랙타워는구워낸지오래된파이의결같아서장비를설치하는것이그만큼어렵고까다로웠다.너트하나자리를찾기위해상당한시간이소요되었고,그렇다고100%안전하게설치된것도아니었다.밤9시가되어서야세번째비박지에도착할수있었다.얼음을깨면바위가드러나고바위상태도좋지않아텐트를설치하는게쉽지않았다.잠자리또한편치못했으나이틀동안날씨가좋아서감사하고다행스런마음으로잠을청했다.

-글김팔봉대원/사진K2스팬틱골든피크원정대/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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