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와인의 혁명 *-
BY paxlee ON 1. 14, 2011
▲에라주리즈가내놓는최고급와인가운데하나인비녜도차드윅.2004년열린블라인드테스트에서2000년산(産)이샤토라투르,샤토라피트같은세계정상급와인을제치고1위로평가돼화제가됐다./에라주리즈제공
칠레産이싸구려?…에라주리즈社,
전세계돌며’블라인드테스트’…입맛사로잡고고급화성공
초저녁햇살이와인글라스안에서춤추듯흔들렸다.칠레수도산티아고에서북쪽으로100여㎞떨어진아콘카구아밸리(AconcaguaValley)란이름의계곡.주변에펼쳐진포도밭만아니라면미술관으로착각하기십상인건물군이있었다.칠레와인업체에라주리즈(Errazuriz)가자랑하는와이너리(포도주양조장)는사람들로북적였다.더운공기에보사노바풍으로편곡한팝음악이실려왔다.
회사설립140주년을겸해열린개장행사에는전세계에서초청받은200여명의와인평론가와수입상이참석했다.그중에는700년전통의이탈리아와인가문인프레스코발디(Frescobaldi)가(家)사람들도있었다.만찬에는이회사가만드는고급와인인비녜도차드윅(VinedoChadwick),라쿰브레(LaCumbre),카이(KAI)가테이블에올랐다.
후식이나올때쯤백발의노(老)신사가단상에올랐다.영국의와인평론가인스티븐스퍼리어(StevenSpurrier)였다.1976년블라인드테스트(blindtest·상표를가리고맛으로순위를매기는것)에서캘리포니아와인이프랑스와인을제친’파리의심판’을기획한장본인이다.미리무대에올라이거물을기다리던에라주리즈경영진이"먼곳까지와줘서고맙다"고말하자스퍼리어가답했다.
"당신들의와인은그럴가치가있습니다."
에라주리즈는신세계(신흥와인생산지)와인업체가운데’원산지패러독스(provenanceparadox)’를극복하고고급화에성공한몇안되는브랜드로꼽힌다.원산지패러독스는제품의질이높더라도전통적인생산지에서만들지않았다는이유로소비자들로부터외면받는현상이다.
1990년칠레군사정권이끝나면서경제가개방되자에라주리즈는수출시장을노렸다.품질을고급화하는한편마케팅에돈을쏟았다.하지만해외인지도는올라갈줄몰랐다.당시세계시장에서칠레와인하면떠오르는이미지는병이아니라킬로그램단위로팔리는벌크와인(bulkwine·저급포도주)이었다.
하지만에라주리즈는20년만에세계와인시장에서품질과브랜드두가지측면에서고급화에성공했다.그비결은뭘까?WeeklyBIZ는이회사에드와르도차드윅(EduardoChadwick·50)회장에게서그과정을들어봤다.와인전문잡지인디캔터매거진은2005년그를세계와인업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인물50인에뽑기도했다.
에라주리즈가문은대통령만4명을배출한칠레의명문가.성이다른에드워드차드윅회장이에라주리즈가문의와이너리를물려받은것은그의할아버지가에라주리즈가문의여성과결혼했기때문이다.
- ▲칠레와인업체에라주리즈의에드와르도차드윅회장(왼쪽).칠레아콘카구아밸리에있는‘돈막시미아노아이콘와이너리’(포도밭딸린와인생산시설).에라주리즈가칠레전역에가지고있는포도밭가운데하나다(오른쪽)./블룸버그·에라주리즈
■최고와손잡으라
1990년칠레경제가개방되기전까지에라주리즈는내수용와인을내놓는많은브랜드중하나였다.다시말해세계시장에서는경쟁력이없었다.고급와인을만들기위해서는보관·숙성이중요한데,에라주리즈는1989년까지도오크나무나스테인리스대신값싼나무로통을만들어와인을숙성시켰다.
"세계에서살아남으려면품질고급화가절실하다."차드윅회장은생각했다.하지만자체적인노력만으로세계수준의품질에올라서는데는아주오랜시간이걸린다는것을그는잘알고있었다.1991년기회가찾아왔다.미국캘리포니아와인을세계화한로버트몬다비(RobertMondavi)가처음칠레를방문하기로한것이다.명문가의아들로자란차드윅회장이지만,그는와인업계거물인이미국인의마음을사기위해운전기사를자청했다.
"그때그는칠레의어떤와이너리와도합작회사를차릴수있는상황이었습니다.그에게서한수배우기위해칠레곳곳을함께다녔죠."결국두사람은1995년에절반씩투자하는합작회사를만들어세냐(Sena)라는와인을만들었다.칠레와인업계에선첫해외합작사례다.에라주리즈는이후칠레에선처음으로평지가아닌비탈면에포도밭을만들고,시라(Syrah·포도품종)를칠레에서처음재배하는등새로운시도를하며업계표준을만들어갔다.
그뒤많은업체가에라주리즈처럼해외업체와제휴해고급와인을내놓았다.콘차이토로는프랑스의무통로칠드와함께알마비바(Almaviva)를,하라스데피르케는이탈리아안티노리와알비스(Albis)를선보였다.
■경쟁의패러다임을깨라
최고의파트너와손잡고품질은높였지만,세계시장의벽은여전히높았다.이번행사장에서만난에라주리즈의미국수입상이라는40대후반남성은처음에라주리즈제품수입을결정했던2000년대초반을떠올리며"엄청난모험이었다"고했다."아무도모르는브랜드를수입한다고생각해보세요.등에식은땀이나죠."
품질이높아지자차드윅회장은브랜드알리기에집중했다.그는당시주거래처였던영국으로이사해살면서와인을알렸다.그는"좋은품질은파티에들어갈수있는입장권은된다.하지만파티의주인공이되려면그이상이필요하다"고늘말하곤했다.
그때나지금이나전세계와인시장에서와인의가치를결정하는세가지패러다임이있다.첫번째는프랑스나이탈리아에서운영하는원산지명칭표시제다.정부나생산자조합이와인의등급을정하는방식이다.두번째는와인전문가가점수를매기는점수제도이다.미국의와인평론가인로버트파커(RobertParker)가매기는점수가그런예다.마지막은가격으로와인의가치를따지는’가격패러다임’이다.비싼와인이좋은와인이라는접근이다.
프랑스産와인아니면’저급’취급하는시장의벽…이’원산지패러독스’를깨라
와인최고전문가들초청해"상표가리고맛평가하라"
쟁쟁한유럽産누르고1위고급브랜드로인지도올라
차드윅회장은이세가지패러다임을깨지못하면고급와인시장진입이불가능하다고결론내렸다.그의돌파전략은블라인드테스트였다.에라주리즈는2004년1월독일베를린리츠칼튼호텔에유럽최고의와인전문가50명을초대해라벨을가린채와인평가를했다.그결과에라주리즈의고급와인인비녜도차드윅2000년산이1등을차지했다.샤토라피트가3위,샤토마고와샤토라투르가각각5,6위를차지했다.
와인전문지들은이결과를1976년파리의심판에빗대’베를린의심판’이라고불렀다.그도그럴것이한병에1000달러가넘는프랑스고급와인을에라주리즈의100~200달러짜리와인이눌렀기때문이다.에라주리즈는그뒤런던,뉴욕,베이징,서울등전세계를돌며블라인드테스트를실시해와인을홍보하고있다.
2009년은에라주리즈에잊지못할한해였다.로버트파커가에라주리즈의비녜도차드윅2006년산에97점(100점만점)을줬다.샤토라피트와같은점수다.2003년1600만달러였던수출규모(공급가격기준)는2009년엔5300만달러로늘어났다.칠레와인업체의수출이지난1년간10%성장하는동안에라주리즈의수출은28%늘어성장률1위를기록했다.
차드윅회장은"지금부터가시작"이라고했다."올해전체매출의30%가고급,최고급와인에서나왔습니다.이비중을10년안에50%까지늘릴계획입니다."
신흥브랜드가’원산지패러독스’극복하려면…
멕시코’코로나’맥주,원산지숨기고’태양·해변’등이미지강조
하버드대경영대의로히트디슈판데(RohitDeshpande)교수는신흥브랜드가원산지패러독스에맞서싸우는방법으로크게5가지를꼽는다〈표참조〉.
코로나(맥주브랜드)처럼원산지(멕시코)를최대한드러내지않고’재미·태양·해변’같은이미지를강조하거나,원산지를알수없도록판매지역에서별도의브랜드를만드는것이일반적이다.
그러나차드윅회장은정면승부를원한다고했다.
"그동안칠레하면떠오르는이미지가없었습니다.옆에있는아르헨티나만해도탱고같은강렬한이미지가있는데말이죠.하지만이제달라지고있습니다.매몰됐다가구조된광부들은전세계에칠레를알리는브랜드가됐습니다.저는고급와인이칠레의또다른브랜드가될것이라고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