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MRF이야기길ㅣ제3코스] 아자개성길 *-

[상주MRF이야기길ㅣ제3코스]아자개성길르포

왕의아비가된농부의산으로가는길
자전거박물관~도남서원~아자개성~비봉산~자전거박물관20.4km

“크르릉”하고삼킬듯덤프트럭이지난다.산길,강길,들길중에서강길이공사중이다.도로를따르다흙길로접어든다.강변의흙길이다.2011년연말에낙동강공사가마무리되면둔치는생태공원으로다시태어난다고한다.땅을다지고가로수를조성해지면이부드럽다.포장길과흙길을번가르다규모있는기와집을만난다.도남서원이다.1606년선조의명으로만들어졌으며정몽주·김굉필·이황등아홉선생을모시고있다.서원의정자에오르니흐르는강과산이고전적인경치로다가온다.

MRF이야기길을기획한상주시청문화관광과전병순(53)계장과상주의등산인들이모인곳은경천대가아닌자전거박물관앞이다.아자개성길은원래경천대가출발지로되어있으나23km로코스가길다보니고육지책으로자전거박물관에서출발해3km를줄인다는계획이다.전계장은“경천대에서자전거박물관까지는낙동강길이나초원길과중복되는구간이라뺐다”고한다.열댓명쯤모였다.경천교앞에커다란지도가있다.걷기코스안내도가아닌낙동강살리기사업계획안내도다.옆에MRF이정표가알려주는방향으로직진한다.

강길은공사로땅을다져놓아막히는곳없이시선이열려있다.강앞에선거대한기둥,상주보를만들기위한것이다.뉴스에서나봐왔던4대강공사현장한가운데를걷는다.갈길이멀어서인지감흥보다는빨리지나고싶다는생각이크다.거대한토목공사현장을지나숲으로드니삼덕양수장이다.강과잘어울리는낡은콘크리트건물이지만스케일이달라서인지이젠쓰러져가는구멍가게같다.한동안걷기편한오솔길을여유로이거닌다.이정표가없는곳엔전봇대에파란페인트로화살표를그려놓았다.소나무숲지나,무덤지나,밭지나아스팔트길이다.홍수를막기위해세운제방위의도로다.고갯마루에서농로를택하지않고묘가있는왼쪽능선의산길을밟아도남제방의아스팔트길에닿았다.

낙동강살리기현장을지나는역동의걷기코스

길옆으로사막이흐른다.넓은모래둔치는가도가도같은풍경이다.빠른걸음으로닿은삼거리는병성교앞이다.다리위에서본낙동강은수수하다.자연스러운모래밭인데도고운결을가지고있어,마치거대한삽으로일부러다져놓은것같다.초록빛밭이단정한선을그리며자리를잡은가운데로여린물결이흐른다.흐르는지흐르지않는지모르게조용히떠나간다.지극히예의를갖춘이별방식.헤어지는와중에도그대를배려하는속깊은강물은아름답고슬프다.

다리를건너자MRF이정표가왼쪽병성마을로가라한다.전설몇개는품고있을것같은왕버드나무가마을입구에서객들의기선을제압한다.마을회관앞은산행이시작되기전전열을가다듬는곳이다.너른터에정자와벤치,화장실이있어열명이넘는일행을가볍게받아들인다.마을골목을지난다.미로같지만걸음을늦추고차분한눈길로살피면길이나뉘는곳마다파란페인트의화살표가있다.

산입구에는고분안내판이있다.상주병풍산고분군은사벌국의왕릉이다.사벌국은삼국시대초기의작은나라다.청동유물이많이나오는걸로봐서기원전후에독자적인정치세력이었을거라추측한다.신라에패망해병합되었다는기록이남아있다.낯선이름의잊혀진왕국이다.잊혀진왕들의무덤으로가는길은뭔가미스터리한낭만이있을것같지만,없다.시골야산이다.12월의눈없는야산은말라비틀어진낙엽과뼈만남은가지들로너저분하다.산은가을잔치가끝나손님이돌아간잔칫집이다.남편이나시누이할것없이뻗어버리고며느리혼자남아젖먹이업고눈물한방울그릇하나삼키는잔치가끝난집마당이다.

▲1낙동강둑길을걷는다.아자개성길은낙동강살리기공사현장과아자개성을지나는역동의걷기코스다.2낙동강변을걷는다.사막처럼넓은모래벌판이펼쳐진다.31606년선조의명으로만들어진도남서원앞을지난다.<보물찾기사고참조.위치ID:GKOOEH#보물찾기>

만만히볼수없는도전의길

아스팔트길을걸었기에오르막이라도감지덕지다.볕을가려주는숲의소중함도피부로느낀다.1km를달콤하게올라서자성벽같은능선위다.낙동강,모래평야,산,밭,마을이차곡차곡맞대고살아가는풍경이펼쳐진다.300m겨우넘는높이지만강을끼고있어방어하기좋은산세다.병풍산성은견훤의아버지아자개의성이다.그는원래농사꾼이었으나당시혼란기에각지에서지방세력이들고일어나자,885~887년에상주에서군대를일으켜장군을자칭하고아자개성을본거지로했다.그는꽤특이한행보를보였는데아들견훤이후백제를세운후에도상주에서독자적인움직임을보였으며말미에는고려에망명했다.그래서인지아자개와견훤사이는친부모자식간이아니라는것부터여러설이있다.

농사꾼이장군이된다는게쉬운일은아니었을것이다.여러난관을거쳐밑바닥부터올라이룬자리였기에아들에게조차귀의하고싶지않았는지도모른다.농사꾼에게땅은그냥땅이아니다.지금처럼먹을거리가풍족한시절도아니었으니땅은곧목숨이었다.그래서아들에게조차스스로일군땅을넘기고싶지않았는지도모른다.아들견훤에게귀속된다는건농부가논밭을팔고서울의아파트에서살아야하는것과같았을지도모른다.

성은대부분무너진상태다.성터에도착하면좌측의성곽로를따라서올라가야만한다.성의정상부가능선꼭대기다.작고평평한바위가있는데전병순계장은“망루역할을했던바위가아니겠냐”며“여기선아자개바위라부른다”고한다.푸른하늘을찢을듯가르는소리가잊을만하면울린다.머리위를지나는것이어서일행간말소리가안들릴정도다.전계장은“전투기사격장이있어그렇다”며“저산위에서하강을시작해서,저기서폭격하고다시올라간다”며비행기길을줄줄외운다.능선에는기차바위도있고,정월대보름날달집을태우던달바위도있다.능선은강과나란히달린다.

아자개바위를지나며마루금은하강곡선이다.몸을산에맞춰리듬을따른다.오른쪽골짜기는성골이다.아자개성이있던골짜기라성골이다.가을을떠나보내지못한억새의환영을받으며좁은능선길을내려선다.가파르게내려서다다시완만하게리듬을바꾼다.청바지입은아가씨가올라도힘들다고투정부릴염려없는순한산등성이다.배수로아래를지나임도를가로질러가니낙동강과만나는강창교다.드넓은모래사장은덤프트럭이모래를퍼나르느라쉴새없다.부지런히일하는사람들과걷는사람들이낙동강을지난다.

강창교는상주시내와중동을연결하는잠수교다.장마철수위가높을때는통제한다.다리를건너니중동제방이다.낙동강투어로드안내판이있는상주보까지3km다.공사장입구에선인부가마을로우회할것을권한다.상주시청전병순계장이적당히얘기하고통과한다.제방을걷는건모래가깔린학교운동장을끝없이걷는분위기다.흙으로다져진긴길이아스라이작게보이는저끝까지이어져있다.간간이차가지나지만불편하진않다.불편한건뙤약볕과같은풍경의지루함이다.그러나낙동강이변해가는모습을보는것도큰공부다.변화하는낙동강을볼수있는시기는지금뿐이라고전계장은얘기한다.

상주보공사장가까이오자투어로드안내판과화장실,주차장이있는쉼터다.15km를걸었더니일행은노곤해하거나일부는차를타고되돌아갔다.MRF이야기길이평지가많다고해도하루에20km를간다는건쉽지않다.이제즐기는분위기는아니다.쉽지않은완주에도전하는겸허한자세다.처음엔산행이아니라고만만히생각하지만15km가지나면여기저기쑤시기시작하면서단순한걷기의어려움을체험한다.

다시산이다.상주시에서황토임도를깔아오르막이라도힘들지않다.비봉산,231m로낮지만경치의즐거움은깊다.전망좋은곳은데크를만들어깔끔하게정비했다.MRF길은정상을300m남기고사면길로인도한다.청룡사로이어진길에보석같은전망대를만난다.오후의햇살은멀리아자개산성이있는병풍산을검은선으로만들어놓았다.발아래낭떠러지가낙동강이다.강은넓고길어비현실적이다.멈춰있는그림같다.작은희로애락에흔들리지않는넓은품을가졌다.200m대산에서막힘없는경치를맛볼수있는건상주땅이그만큼전체적으로평평하다는뜻이다.전병순계장은그래서“상주는자전거타기좋은천혜의고장”이라자랑한다.

청룡사가반갑다.멋진문화재나풍경이있는건아니지만사람냄새나는절간이반갑다.온종일거침없는시선을누려,작고소박한것이그리웠나보다.임도를따르다이정표가손짓하는산길을내려간다.사과나무들과임도가산길이끝났다고얘기한다.저앞에초가집몇채가보인다.드라마상도촬영장이다.인가없는강가에있는것이쓸쓸해뵌다.세트장을관리하는어르신이반가운듯나와인기척을한다.“사람들많이오나요?”하고묻자“안와요”하고솔직하게답한다.웃음이터진다.옛날초가집이쓸쓸하게작은마을을이뤘다.걷기의끝을알리는강창교를건넌다.자전거타는모습의조형물을설치해다리에개성을주었다.낙동강과두개산을돌아완주했다는만족감에일행의표정이환하다.먼길가는낙동강을눈으로배웅한다.

▶아자개성길(총20.4km,6시간소요)

자전거박물관~(1.8km,30분)~도남서원~(1.5km,20분)~삼덕양수장~(2.2km,30분)~병성교~(2.3km,60분)~아자개산성정상~(3.2km,60분)~강창교~(3.8km,60분)~투어로드안내판~(2.5km,40분)~청룡사~(3km,60분)~자전거박물관

아자개성길은원래경천대에서출발하는게원래코스다.그러나23km가넘을만큼길어원점회귀와주차가편하도록자전거박물관을기점으로돌기도한다.길찾기는지도를보고강변과다리,산성등큰선을따르면어렵지않다.반면코스를머릿속에미리넣어두지않으면눈앞에보이는이정표찾기에만급급하다가당황해길을잘못들수도있다.게다가낙동강제방길은4대강공사가2011년연말까지잡혀있어지도에표시된길은조금씩바뀔수있다.강창교건너낙동강제방길입구에서공사관계자가제지할경우직진해마을길로우회하면된다.병풍산과비슬산모두완만한편이라오르기어렵지않으나20km가넘는장거리이므로초보자들이완주하기는쉽지않다.아자개성길은산등성이몇곳을제외하면MTB자전거로갈수도있다.

병풍산성(아자개성)

병성동과성골사이에있는사벌국고성이다.낙동강변의병풍산두봉우리를이은포곡식토석성이다.산성의둘레는1,770m다.상주의역사지인상산지고적조에는병풍산성은사벌왕이쌓은것이며성안에못한곳과우물세곳이있고,성의동쪽밖으로는백길이나되는낭떠러지가있어서성안의물이마르면수차로강물을끌어올렸다한다.<고려사>에서는견훤의아버지아자개가이성에머물다가918년왕건에게귀순했다고한다.병풍산성의북동쪽에서북서쪽에이르는모든능선에대형고분군이산재해있다.

-글신준범기자/사진김영선객원기자/월간산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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