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MRF 이야기길 | 제8코스] 장서방길 *-

[상주MRF이야기길|제8코스]장서방길

장서방길은인심이살아있는시골마을과산야그리고맑은물이흐르는개천이잘어우러진걷기코스다.이안천을따라길이조성되어있어시원스런물소리를들으며걷다가여름철에는냇물에발도담구고다슬기도주워가며쉬엄쉬엄걷는길이다.

‘장서방’이란마을이름은동네아저씨같은훈훈한느낌을주지만실상의미는전혀다르다.동네뒷산에‘긴성’(長城)이있다는데에서마을이름이유래했다하기도하고,과거에장승이있던‘장승배기’동네였기때문이라말하는주민들도있다.901번도로를기준으로동쪽산기슭에자리잡은곳이바깥장서방마을,왼쪽골짜기안에들어선곳이안장서방마을이다.

“이게할매바윕니다.할부지소나무는몇해전사라져버렸어요.”

▲이안천변의서만새터마을주민과장진희씨가주홍빛속살을드러낸감을들여다보며즐거운표정을짓고있다.

서만2리안장서방길목에닿자마자전병순(상주시청문화관광과)씨는할매바위부터가리킨다.웅덩이처럼움푹파인곳에엄지손가락처럼톡튀어나온할매바위는매년음력정월보름이면동제(洞祭)를지내는성스런곳이었다.

‘서만2리(안장서방),서만새터2.2km(40분)’팻말이서있는할매바위에서장서방길은시작된다.수백년묵은감나무가즐비한안장서방마을콘크리트길을따라고개를넘어서면서만2리새터마을.백두대간형제봉에서발원한이안천변의널찍한터에자리잡은마을이다.총여덟가구인집집마다주홍빛속살을드러낸감이주렁주렁매달린감타래가있어‘곶감의고장’다운모습과겨울다운풍경을물씬자아낸다.주민들은낯익은상주시민뿐아니라낯선취재팀도반겨주어시골인심을느끼게했다.

“한창땐시내에서경운기타고고개를두어번넘어이안천에와서천렵하고매운탕을끓여먹곤했어요.”마을삼거리에서MRF는두가닥으로나뉜다.왼쪽길은바람소리길(서만쉼터1.2km·20분)이고,오른쪽아스팔트길은장서방길(노루목1.2km·20분,우산교입구3.3km·50분,안장서방입구6.3km·1시간45분)이다.

▲장서방길기점인안장서방마을들머리.

“좀더긴MRF길을원하면바람소리길과이으면돼요.물소리들리죠?그래서물소리길이라하려했는데주민들이마을이름을붙이는것이더낫다해서장서방길로지은거예요.”

이안천은마을앞을굽이쳐흐른다.널찍한아스팔트길을따라모퉁이를돌아서자도로왼쪽으로이안천과냇가에치솟은바위절벽도눈에들어온다.도로를벗어나냇가길로접어들자투명한옥빛냇물속에서노니는물고기여러마리가눈에띄었다.

“저바위에써있는글자한번읽어보실래요?예서체라서쉽지않을거예요.특히왼쪽끝글자는요.”냇가바위절벽에새겨진글씨는‘水回洞’.물이굽이돌아가는곳이라는뜻이다.전병순씨는“여기서‘30리우복동천’이시작된다”며“우복동천아래이무기바위로가려면노루목에서능선을따라야한다”고말한다.

▲장서방길에서최고의풍광을자랑하는이안천이무기바위(물한가운데)일원.왼쪽절벽이천마굴암벽,오른쪽바위가봉천바위다.

노루목처럼생겼다하여이름지어졌으나도로가가로지르며잘려나간노루목에서능선으로올라붙어10분쯤걸어가자‘水回洞’절벽아래콘크리트보앞으로내려선다.맑은물이흐르는이안천건너로는거대한바위절벽이우뚝치솟아멋진산수화를그려놓고있었다.

“맨왼쪽절벽에보이는굴이천마굴이에요.물에잠긴바위가이무기바위고요.그오른쪽바위절벽은하늘을받치고있는듯해서봉천(奉天)바위라불리고요.이안천물이좋아여름철이면피서객이몰려드는명소예요.천렵도하고다슬기도줍고요.”

풍광을감상하며간식을먹은뒤이안천냇가길을걷다가아스팔트길을따라노루목교를건너고이어무들교를건너자마자물가로내려섰다.좌우로는산릉이길게이어지고중간중간농가가들어앉아있는전형적인시골풍광이이안천변으로펼쳐진다.황량한논에떨어진이삭을주워먹으려고고개숙이고있던꿩들이사람소리에놀라개울건너편으로달아나고,퍼드덕소리에놀라짖어대는동네개들소리는산을울렸다.그래도널찍한반석을타고흘러내리는계류는모습도곱고물소리도정겨웠다.

▲오지의풍광을자아내는이안천걷기길.

우산교앞에서도로로올라섰다다시개울가로내려선다.잡목이제법우거져있고,산길이제대로나있지않아더욱자연미넘치는개울가길을따라20분정도걸으면폐잠사가나타나면서널찍한농로가반겨준다.경운기도다니고트럭도다닐만한길이다.

이안천과점점멀어지면서물소리대신바람소리가귀를울려대고얼마지나지않아내서와은척을잇는901번지방도로로올라선다.2차선찻길을따라내서면쪽으로10분쯤걸어가자다시원점,할매바위가“어서오라”며반겨준다.

▶장서방길|총8.5km,2시간25분

안장서방입구~(0.6km·10분)~안장서방~(0.8km·15분)~서만새터~(1.2km·20분)~노루목~(2.1km·30분)~우산교~(1km·20분)~폐농가~(2km·35분)~안장서방입구

▲장서방길이안천길을따르다만나는폐잠사(누에를기르던집).상주는쌀,곶감,누에고치로이름난삼백의고장이다.

▶찾아가는길

상주IC(남상주IC)→상주시내→25번국도타고약12km→내서면사무소직전삼거리에서우회전→901번지방도로→서만2리장서방마을

▶볼거리

수회동(水回洞)

이안천물이휘돌아흘러내려가는곳이다.바위에는우복정경세선생이쓴수회동(水回洞)이라는글이음각되어있고,3개의굴로구성된천마굴,이무기바위,삼신바위,봉천바위등이있다.

▶할매바위와할부지소나무

주민들이섬기는신석과신목

장서방길출발점에는음력정월보름동제를지내는할매바위와할부지소나무가있다.할매바위는도로를확장하면서다른곳으로옮겨질위기에처하기도했지만마을사람들의간곡한건의에따라제자리를지키고있다.반면에그위쪽솔숲에있었던할부지소나무는솔잎혹파리의피해로없어지고,지금은그자리에아들소나무들이자라고있다.

왜할매바위와할부지소나무라는이름이붙여졌을까.옛날장서방마을에노부부가살고있었다.할아버지는욕심이많았지만할머니는천성이매우착해동네사람들에게존경을받았다.어느날노부부가논에서일하고있는데지나가는나그네가“그렇게논에서일할필요없이평생모습도변하지않고살수있는방법이있다”며“대신부부가똑같이이유를달지않고승낙해야한다”는조건을달았다.

▲안장서방마을들머리에위치한할매바위.

나그네가가고난다음할아버지는무조건승낙하라며들들볶아댔으나할머니는이해가되지않았다.그러나할아버지가고집을부리는바람에할머니도더이상어쩔수없이그렇게하겠다고승낙을하게되었다.

3일째되는날,나그네는멋지게생긴소나무와못생긴바위를가지고와서노부부에게각자둘중하나를선택하라했다.할아버지가욕심이난나머지먼저키가크고멋진소나무를선택하자갑자기맑은하늘이캄캄해지고뇌성벽력을치면서할아버지는소나무로,할머니는바위로변해버렸다.이후동네사람들은할머니의고고한마음씨를위로하기위해매년정월보름할매바위에서동제를지내고,덤으로할부지소나무에도제사를지내게되었다고한다.

▶수회동

물돌이부근에서마을을지키는삼신바위

이안천에도물이돌아내려가는두곳이있다.수회동과염소목이다.그중내서면서만리와외서면우산리경계에있는수회동은산과계곡이어우러져멋진풍광을자랑한다.조선중기학자인우복정경세(愚伏鄭經世)선생이이곳을너무나좋아한나머지냇가바위에‘水回洞’이라는글을새기기도했다.

이곳에도다음과같은전설이내려온다.

옛날수회동에한할머니가살고있었다.어느날부터뱀한마리가아침마다우물가에나와할머니한테꼬리를흔들면서문안인사를하는것이아닌가?할머니는뱀이보이지않으면걱정할정도로가까워졌고,어떤때는뱀에게먹이를주기도했다.

할머니는매일점심식사를마치고나면앞산의하늘굴에올라가기도를드렸다.이사실을안뱀이하루는할머니뒤를밟았다.할머니가기도를시작하자굴속에서이상한소리가났다.

“냇가의물줄기를산쪽으로굽이돌아가도록물길을돌리라.작업은반드시유월초하룻날밤에하라.그렇게하면말은천마가되고,너는불로장생할것이다.”

엿듣고있던뱀은‘내가먼저물줄기를바꾸면나도용이될수있지않겠는가?’라는생각이들었다.그해말뱀은할머니가쌍둥이망아지를돌보느라지쳐잠든모습을확인하고물길을돌리는작업을시작했다.냇물로인해끊어진산줄기가연결되자물은삽시간에굉음을내면서산을휘감아돌아가면서잠자고있던할머니와말들은물살에휩쓸려떠내려가게되었고,뱀은허물을벗어용이되려했다.

하늘에서보니괘씸하기짝이없었다.그리하여용이되는것을막기위해급하게바위하나를내려보내하늘길을막아버렸다.뱀은바위에부딪쳐그만물속으로곤두박질쳐몸이둘둘말리면서떠내려가다가용이되지못하고냇가중간에서이무기바위가되었고,하늘에서내려온바위는냇가의이무기바위가더이상나쁜짓을못하게감시하도록능선상에터를잡아봉천바위라는이름을갖게되었다.

한편할머니는물에떠내려가다가이무기바위위쪽에서삼신바위로변했고,말들은앞산으로혼비백산달아나다가세개의굴속으로각각들어가게되었다.그때부터소원을이루지못한말들을위로하기위해‘천마굴’이라일컫게되었다.냇가옆삼신바위에소원을빌면아들을낳는다는소문이퍼져지금도기도를드리려는사람들이찾아온다.

-글한필석부장/사진허재성기자/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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