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동계 산악인 워크숍 [1] *-

제1회동계산악인워크숍[1]

“살아돌아오는등반이가장빛나는등반”
설악산에서2박3일간열려한국·일본클라이머들알파인스타일등반에관해주제발표
제1회동계산악인워크숍이1월14일부터16일까지2박3일간설악동일원에서열렸다.전국에서이행사에참가한100여명의산악인들은대부분역동적이면서도첨예한등반을펼치는클라이머들의경험담을통해고산거벽알파인등반에대한궁금증을해결하고자하는바람이컸다.때문에주최측인오버마운틴클럽유학재추진위원장(전한국산악회등반기술위원장)과최강식(32·경상대OB)씨에이어일본산악인아마노카주아키(34·메이지대산악부OB)씨가주제발표를할때진지한표정으로듣고질의응답시간에는많은질문에시간이모자랄정도였다.
▲1설악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세미나실에서열린제1회동계산악인워크숍에서주제발표자들이인사를하고있다.왼쪽부터김형일,유학재,박정용,최강식씨.김형일씨와박정용씨의주제발표는행사이튿날일어난토왕빙폭사고로무산되고말았다.2특별강연후유학재씨와기념촬영한조대행박사(왼쪽).3유학재추진위원장과함께활짝웃고있는다니구치케이(왼쪽)와카주아키아마노(가운데).4촐라체북벽등반에대해설명하는최강식씨.

조대행,“순수한마음으로산을대해야등반빛발해”

‘한국알피니스트,알피니즘의미래조명’이란주제로열린이번행사는14일오후7시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내에위치한탐방안내소세미나실에서조대행박사(가톨릭의대교수,전대산련부회장)의‘21세기의등반’특별강연으로시작되었다.

‘77에베레스트원정과’88에베레스트원정에참가하고,50대후반인2004년아마다블람(6,812m)에도전하는등현재60중반의노령에도현역등반가로활동하는조대행박사는“1786년알프스몽블랑(4,810m)등정으로시작된황금시대,마터호른(4,477m)등정으로비롯된은의시대,핀스텔호른북벽으로시작된북벽시대를거쳐히말라야고봉등정시대로이어졌다”며시대흐름에따른등반사를설명해주었다.

조박사는또한“노멀루트등정의시대는거벽등반의시대로변했고,이제는5,000~6,000m대히말라야거벽을대상으로하는소수멤버에의한경량속공등반시대가열리고있다”고강조했다.여기에등반도중흔적을남기지않는NLT운동이추가됐다고덧붙였다.

조박사는알파인스타일등반에대해멤버는6명이내로고정로프와인공산소를사용하지않고,사전정찰등반없이다른사람의지원을받지않으며로프는팀당1~2동의등반로프만가지고등반해야한다고정의했다.

조대행박사는가셔브룸4봉서벽을등반한뒤“우리는정상에가지않았지만우리의등반에만족한다”는보이테크쿠르티카의말과“에베레스트노멀루트등반은이제육체노동일뿐이다”는라인홀트메스너의말을예로들며“무엇보다산악인은나름대로철학이있어야하며,순수하고깨끗한마음으로산을대해야만비로소등반의가치가빛을발한다”며강연을마무리지었다.

유학재,“최소한의식량으로버텨야좋은등반가능하다”

둘째날행사는참가자들이오전5시반경부터설악동을출발해토왕성빙폭,소승폭,형제폭3개지역에서빙벽등반을마친뒤오후6시30분탐방안내센터세미나실에서열렸다.첫주제발표는유학재추진위원장의‘알파인등반의식량’으로진행했다.

지난해12월네팔히말라야의파릴랍차(Parilapcha·6,017m)북벽신루트등반에성공했으나후배대원이복통을일으키며급사하는변고를겪은유학재위원장은알파인스타일등반에서식량의중요성에대해끊임없이강조했다.

유위원장은“낭가파르바트(8,125m)를초등정한헤르만불이마지막캠프를출발해정상에올랐다다시마지막캠프로돌아오기까지40시간동안29세청년이80세노인의모습으로변해버린것은지방을전부소모하고나서단백질까지에너지로사용했기때문”이라며“따라서등반을잘하려면단백질과지방을7대3비율에맞춰식량을준비해야한다”고말했다.그는“지방은1g당9cal의열량을내고,탄수화물은1g당4cal의열량을내지만탄수화물이변화속도가빠르기때문에더많이먹어야한다”고7대3비율의이유를설명했다.

유위원장은아미노산은근육감소양을줄이고,비타민E는고소활동에도움을주지만아스피린과같이혈액이묽어지게하는약을먹는사람은출혈과다를야기할수있으므로주의해야한다고당부하기도했다.

유위원장은식수에대해서도강조했다.그는“원정을앞두고체세포의수분함유량을높이려고집에서도변이묽게나올정도로물을많이마신다”며“원정중에는1리터용량의물통을끼고지내면서계산한만큼물을마시도록해야한다”고말했다.

유학재위원장은“미국에사는친구에게미국산꾼들은등반중에뭘먹느냐물었더니돌아오는대답이‘1주일내내굶고등반한다’였다”며“우리클라이머들은대개배가불러야힘을쓰기는하지만평소굶거나적게먹으면서등반하는능력을키워야좋은알파인스타일등반이가능하다”고말했다.

유위원장은“보름가까이잡은파릴랍차원정때베이스캠프에올린짐은장비와식량모두합쳐300kg에불과했고,베이스캠프에서는한식으로식사를충분히했지만3명이2박3일에필요한식량도하루에알파미2봉과라면1개,간식정도였는데그나마도다먹지못했다”며“따라서식량에대해더욱철저히분석하면짐무게를더줄일수있고그로인해등반속도를더욱빨리할수있을것”이라말했다.

최강식씨의촐라체북벽등반보고에도참가자들의반응은뜨거웠다.최강식씨는2005년1월박정헌씨와함께촐라체북벽에신루트를내는데에성공했으나,하산길에크레바스에빠지면서다리가부러지는부상을당한이후2박3일간사투끝에살아난클라이머로당시사고로손가락9개와발가락10개를일부절단해야하는아픔을겪었다.이후박정헌씨가‘끈’이란타이틀의등반기를펴내많은사람들에게두사람의등반이알려졌지만최강식씨가직접보고의자리를가진것은이번이처음이었다.그러나최강식씨는밝은표정과유머넘치는화법으로100여명의참가자들을1시간동안집중케했다.


최강식,“짐줄이더라도필요한장비는꼭챙겨가야”

최강식씨는“2003년한국산악회팀의등반사진을보고가볍게나선등반이었는데둘째날비박지에서이제5.5mm와7mm지름의55m로프두동으로는하산할수없다는생각이들면서첫날포기할걸잘못했다싶어후회했다”며“하산길에조난을당했지만실제론등정길에조난당했다는표현이맞는말일것”이라고속내를털어놓았다.최씨는“특히베이스캠프에서열흘간한가롭게지내면서도하산루트로잡은남면노멀루트에대한분석을게을리해결국큰타격을입었다”고당시루트관찰에소홀했던점에대해반성하는모습을보이기도했다.

하산길에크레바스에빠져왼쪽발과오른쪽정강이뼈가부러져나간상태에서어렵게크레바스를빠져나온뒤2박3일간겪은사투는이미회자되어알만한산악인은다아는내용이지만최강식씨가크레바스에빠질때받은충격으로갈비뼈에금이가고,설사면에서미끄러지면서눈썹부위가찢어지는가하면안경이달아나앞이제대로보이지않는상태였던박정헌씨와의심리적인갈등등,마음속깊이담아놓았던사고당사자의진솔한얘기는감동적일수밖에없었다.

최씨는“짐을최소·경량화하기로했지만꼭필요하다싶어휴대했던등강기와탈진상태에서카메라를버리면서도챙겼던바일두자루가결국은생환에결정적인역할을했다”며원정나갈때필요하다싶은장비는꼭챙겨가기를당부했다.

최강식씨는“매트리스없이얼음바닥에서자는것은정말고통이었다”,“빙하에서탈출할때막판에는소리로수직빙벽의높이를가늠하기위해돌을던졌다”는얘기와함께“앞에계신분들은절대맨바닥에서자지도말고돌을던지는일도없기를바란다”고말해웃음을자아내기도했다.

최강식씨는끝으로“내가했던촐라체등반은성공도실패도없었다”며“어떤등반이든지살아날수있고,살아서숨쉴수있어야값진등반”이라말했다.최씨는“클라이머는죽거나,다치고나면좋아하는등반을할수없게된다.지금이자리에있는최강식의옛날영혼은이미죽어버렸다”고현실의아픔을토로한뒤“그래도손가락장애인이사용할수있는바일을만들어후배들이훈련중인소토왕골에들어가빙벽을오르고왔다”며산에대한식지않는열정을보여주었다.


아마노,“어떤게정당한등반인가에대해늘고민”

일본의아마노카주아키(天野和明·34)씨는2009년황금피켈상을수상한알파인스타일등반인카란카(6,913m)북벽등반에대해얘기했다.아마노는이치무라후미다케,유스케사토3인조팀을이뤄2008년9월14일,북벽중앙혼합등반지대로진입,하루에500m씩3일간등반해해발6,600m지점에도착했다.그러나다음날부터불어닥친악천후때문에2인용텐트에머무르다3일이지난9월22일새벽등반을재개해70도경사의암빙설혼합벽300m를교대로선등을서며등반에정상에올라섰다.

아마노씨는카란카북벽을등반하게된것은절친한자일파트너가산악잡지에실린사진을보고가고싶어했기때문이라고말했다.아마노씨를비롯한세명의자일파트너는베이스캠프출발에앞서등반일정을닷새로잡았다.등반3일,하산1일그리고하루는예비일이었다.

그러나계획한중앙벽중단의쿨와르진입이너무어렵고위험하다는사실을확인하고쿨와르하단에서우측으로방향을틀어지능선을따라등반해야했다.아마노씨는“첫날과둘째날은설사면을깎아내비박을하고,셋째날은등반중눈과스노샤워를만나애를먹었는데좋은야영장소를찾아낸것은큰행운이었다”고술회했다.거대한오버행바위아래설치한눈을깎아내설치한캠프는북벽등반중다리를뻗고잠을잘수있는유일한곳이었다.이들은3일째캠프사이트를‘호텔카란카’라이름지었다.등정후하산길에하룻밤지낸호텔카란카이후20차례의현수하강으로바닥까지내려설수있었다.

아마노씨는“베이스캠프로돌아오기위해하강할때처음에는확보에철저했지만나중에는작은돌에감아놓은슬링에로프를걸며하강하기도했다”며“4박5일일정으로등반에나섰는데베이스캠프로돌아올때는11일이지나고있었다”고말했다.

아마노씨는카란카북벽등반은황금피켈상을받을만큼높은평가를받은등반이었음에도“우연히발견한비박지덕분에이후등반이순조롭게이루어졌기때문에결코좋은등반이었다고생각하지않는다”며“그래도지금생각해보면너무위험해가지않았어야할벽이아니었나싶다”고속내를털어놓았다.

아마노씨는질의시간에서“알파인스타일등반만이꼭좋은등반이라생각하지는않는다”고말했다.그러나그는“어떤게정당한등반인가에대해늘고민한다”고말했다.

“라인홀트메스너가말했듯이좀더정당한등반을하고싶습니다.고정로프를사용하면안전하지만사용하지않는게정당하다고생각합니다.위성전화나일기예보같은것을사용하는것도정당한행위라고생각하지않습니다.예전에없던것을사용하면편해지지만그게옳다고는생각하지않는거죠.결국내마음속으로정당하다고생각하는게알파인등반이아닌가싶습니다.”

아마노씨는“그러나대상지에따라극지법이아니면오를수없는루트도많이있다”며“아무튼산에서사고가나거나죽으면남들에게피해를주기때문에그런일이일어나지않도록최선을다해야한다고생각한다”고말했다.

아마노씨는신소재제품을사용하는것은정당한가하는질문에대해서는잠시생각에잠긴뒤“신소재장비의발전은좋은루트개발로이어진다”고말했다.또한그는“고정로프를사용하든산소를쓰든셰르파와동행을하든모든게본인의선택이며,자신이만족할수있는등반이좋은등반”이라며“그러나고정로프와산소통을남겨놓는행위는옳지않다.지금도안나푸르나남벽에남겨놓은장비들이마음에걸린다”고말했다.

아마노씨는“골든피켈상수상을위해방문한프랑스샤모니에서전설적인산악인들을만났을때는정말기뻤다”며“그렇지만상을받기위한등반은하지않을생각”이라고못을박았다.아마노씨는“토왕폭등반을통해한국산악인들이강한정신과추위에강한육체를지니고있다는사실을깨달았다”며“그러나안전면에서는일본산악인이한수위인것같다”고말했다.

셋째날행사는박정용씨의‘꽝데북벽솔로등반’,김형일씨의스팬틱(골든피크·7,027m)북서벽신루트등반,그리고2009년황금피켈상을수상한일본의여성산악인다니구치케이씨의카멧(7,756m)남동벽신루트등반으로이어질계획이었으나안타깝게도둘째날오후워크숍참가자들의토왕빙폭추락사고로무산되고말았다.워크숍에참가한아마노씨와케이씨역시“이번행사를영국의인터내셔널클라이밍,일본의윈터미팅에이은,극한고산등반가들의모임으로세계산악계에알리고자했다”며아쉬워했다.


중장년층의첨단알파인등반에대한관심도높아

이번행사는대한산악연맹이나한국산악회와같은거대단체가아닌유학재(필라코리아기술자문역·위원장),박충길(모츄라코리아·산바라기),김형일(K2익스트림팀팀장)등현역등반가들이주축이돼열린행사였다.주최인오버마운틴클럽역시이번행사를위해만든모임이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호응이컸던것은무엇보다산악인들의첨단고산등반의정보에대한갈증이심했다는사실을엿볼수있었다.

같은기간에원주판대아이스파크에서노스페이스아이스클라이밍대회가열리는등의이유로전문클라이머들이분산돼고산등반과알파인스타일을추구하는클라이머들이많이참석하지않았고,주제발표시간이한정돼있다보니질문과토론에할애하는시간이적었다는점이아쉽기는했지만50,60대참가자가많아중장년층의알파인스타일등반에대한관심도를읽을수있었다.

유학재위원장은“예상치못한사고로행사참가자가목숨을잃고마지막날주제발표가무산되는등행사가엉망이돼마음이무거웠지만이번행사를통해많은클라이머들이첨단고산등반에대해궁금해한다는사실을깨달았다”며“올해행사에대해면밀히검토한다음내년에는더욱알찬행사가열릴수있도록하겠다”고약속했다.

글한필석’월간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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