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계에 신화(神話) 박시형(朴是亨) 대표 *-

‘떠오르는출판권력’박시형쌤앤파커스대표/이한우기획취재부장

출판계에새로운신화(神話)가탄생했다.신화의주인공은2006년11월출범이후해마다베스트셀러3~4종을만들어내고있는쌤앤파커스박시형(朴是亨·48)대표다.4명으로시작한출판사가4년만에지난해매출100억원에직원수도7배인28명으로늘었다.단숨에10대’메이저’출판사반열에올랐다.단행본출판이라는산업의특성상이는전례가없는일이다.

지난해’정의’열풍을가라앉히고연초부터베스트셀러1위를차지하며현재’난도쌤(김난도선생님)’신드롬을불러온서울대김난도교수의‘아프니까청춘이다’도쌤앤파커스의책이다.2007년’에너지버스’,’이기는습관’,2008년’가슴뛰는삶’,2009년’세상에너를소리쳐‘에이어다섯번째종합1위다.특히이기간은국내외적인경제위기의여파로출판계불황이’단군이래최악’이라는엄살이나올만큼극심했던때라그성취는더욱빛난다.

우리사회의저류(底流)와트렌드,그때마다움직이는사람들의심리변화를정확히읽어내지않고서는해마다수십만부나가는책이나100만부를넘어가는밀리언셀러를여러종씩만들어낸다는것은불가능하다.’아프니까청춘이다’를쓴김난도교수가아닌,그책을만든출판사대표를만나야겠다고생각한것도그때문이다.무엇보다‘트렌드해독(解讀)의귀재’,’제목의연금술사’박시형대표가한국사회와사람을어떻게보고읽어내는지가궁금했다.24일서울홍대앞그의사무실과근처막걸릿집에서장시간만났다.

"카프카를좋아했던문학소녀‘박시형’이없었다면지금나는어떻게됐을까생각해요.읽기가삶의원천이라는말을요즘새삼실감하고있어요."박시형대표는우리젊은이들이지독하게읽고놀고고민했으면좋겠다고말했다./이명원기자

"분노는사석에서표출해야지책에담아서는안된다"

―’아프니까청춘이다’가폭발적반응을얻게된데는내용못지않게제목덕도컸다.이번에도직접정했나?

"물론이다.그동안낸책중에서’혼창통’만신문기자인저자의기획기사에썼던제목을그대로썼고나머지책들은모두직원들과토론을거쳐내가정한다.김난도교수가초고에적어온제목은’젊은그대들에게’였다."

―’아프니까청춘이다’를통해전하고싶었던메시지는뭔가?

"우리도10대나20대때그랬지만자신의가능성을스스로작게본다.그러나사람의잠재력은참으로무궁무진하다.그런데일부에서젊은이들에게’88만원세대’라는딱지를붙여자조하게만들었다.사회비판적관점에서그랬다는점은알지만함부로젊은이들을좁은틀에가두려는시도에는동의할수없다.어른들이’88만원세대론’과는다른관점에서젊은세대를보고있다는점을알리고싶었다."

―그러고보면’이기는습관'(2007),’가슴뛰는삶'(2008년),’세상에너를소리쳐'(2009년),’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2009년),’혼창통'(2010년),’오리진이되라'(2010년)등그동안10만권이상나간책의제목들을보면대부분자기계발서인데도은근하게사회적인발언이담겨있다.

"그동안자기계발서분야는미국책번역서가대부분이었다.우리나라에도멘토역할을할수있는사람이많은데출판사들이그런사람들을발굴해서책만드는일에별로관심이없었다.우리책은대부분국내필자들이다.이제우리문제는우리저자들을통해해법을찾아내야한다는문제의식이있다.그리고남을비판하거나비하하기보다는근성을길러주고열정을불러일으키는것이개인에게나우리사회에나바람직하다는원칙은포기할수없다.아마그런생각이제목에반영된것이아닐까?"

―대학교수가쓴책의제목으로’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는대단히파격적이다.저자의동의를얻어내기쉽지않았을텐데.

"맞다.원래그분이원했던제목은‘잘노는놈이성공한다’였다.그러나원고를검토해보니인생·남성·심리학의세가지고리가서로얽혀있었다.그래서콘셉트를’대한민국의40~50대남성의회한(悔恨)’으로잡은다음에어울리는제목을골라낸것이다.아내와의결혼은일종의비유다.결혼·조직생활등기존의틀을함축한것이다.그러면자연스럽게남성들의일탈(逸脫)욕망을자극할것으로봤는데적중했다.처음에는저자도’마누라까지팔아서책을많이팔고싶지않다’며완강하게반대했지만주변이야기를듣고난후동의해주었다.대박이났고그분도더더욱유명인사가됐다."

출판계에서는국내교수들의책은내봤자1000부도팔기힘들다는속설이있는데쌤앤파커스의책은주로국내교수들이다.이또한출판계에서는주목대상이다.

"혹시지난해와올해베스트셀러1위를차지한책의저자가누구인지주목해본적이있는가?’정의란무엇인가’의저자는미국하버드대교수,’그들이말하지않는23가지’의저자는영국케임브리지대교수그리고’아프니까청춘이다’의저자는서울대교수다.아마서울대교수가쓴책중에베스트셀러1위가된것은이번이처음일거다.멘토를갈구하는시대다.그런데그동안출판계는교수들이원고를써오면손댈생각을안했다.약간손보는정도.그러나우리는다르다.편집자가뭔가?말그대로독자의정확한요구를읽어낸다음에그에맞도록책을만드는것이편집이다.저자중심,편집자중심이아니라독자중심의책을만드는것이다."

―독자의눈높이에맞춘다는뜻인가?

"그것은책뿐만아니라모든상품에적용되는것인데이상하게책이라는상품에대해서는뭔가고상해야한다는강박관념같은것이있다.그런데여기서주의해야할점은독자의눈높이에맞춘다는것이책의수준을낮춘다는뜻이아니라는것이다.특정인문지식은독자들이저자나편집자보다모를수있지만전체적인식견차원에서보면독자들이저자나편집자보다훨씬수준높은경우가많다.대학신입생이철학을알고싶어서읽는입문서와인생경험이풍부한중년의독자들이철학을알고싶어서읽는입문서가어떻게같을수있는가?내가주목하는것은바로후자다."

―그동안나온책중에사회비판적인책은찾아볼수가없다.무슨특별한신념이있어서인가?

"나도노무현전대통령을좋아했고’노빠’에가까웠다.출신지역도호남이고어려운대학시절을보낸데다가직장또한그저그랬으니.그러나사회에대한분노는사석에서표출하면되지책에다분노를담아서는안된다고생각한다.대안없는비판도마찬가지다.부정적인코드만자꾸강조하면사회전체가다같이힘이빠진다.물론진지한사회비판은환영한다.하지만그런책은내가아니어도너무많은분들이내고있지않은가?"

"출판이죽었다고?출판사들이죽이고있다."

―홈페이지채용정보에’신입사원연봉3000만원’이라고돼있던데이는대기업초봉수준이고대형출판사의3~4년차편집자들이받는연봉이다.

"좋은인재를구하려면그만한보상을줘야하는것아닌가?난대학졸업하고2005년까지별로유명하지않은출판사한곳에서만20년동안편집자로일했다.그사이에출판사잘되는것은봤어도편집자가잘되는것은보지못했다.운동권출신이라는출판사사장들조차돈많이벌어직원들에게적정하게되돌리기보다는사옥이나짓고자기만부자가됐다.출판계하면’박봉’을떠올리는직군이돼버렸다.이래서야어떻게좋은인재들이출판에뛰어들겠는가?그러니독자수준과동떨어진책이나내고독자들이외면하니불법편법마케팅이판을치고경영은악화되고사장들은엉뚱한재테크나하고다니게되는것이다.악순환을선순환으로돌리지않으면출판계의미래는없다고본다.그악순환의고리를끊는첫걸음이직원들의연봉을높이는것이라고생각했다."

―사무실입구벽에모든직원의’사명선언서’라는게있던데.

"예전에내가출판사편집자로있을때강헌구교수란분이쓴책에서’사명선언서’에관한이야기를읽었다.성공한수많은사람들의공통점가운데하나가바로자신의인생에대한뚜렷한비전과사명을적은사명선언서를갖고있다는것이었다.그래서내가창업할때제일먼저했던일도직원들의사명선언서를받아서걸어놓는것이었다.그것은각자개인이갖고있는삶의목적과존재이유를캐내는일이기도하다.우리회사에입사하는신입사원은스스로작성한’사명선언서’를직원들앞에서소리내읽어야한다.그순간대부분의신입사원들은스스로에게그런큰꿈과비전이잠재해있었다는것을깨달으며눈물을흘린다."

벽에걸린박대표본인의사명선언서를읽어보았다.창업직후인2006년12월9일자였다.

‘나의사명은선도적이고가치있는콘텐츠를널리공급하여편견과무지가없는,깨어있는세상을만드는것이다.나는이사명을완수하기위해2015년까지쌤앤파커스를연매출3000억원수준의콘텐츠공급회사로성장시켜최소한1억명이상의사람들이영적진화의기쁨을맛보게할것이다.’

―파격적인성과급을주는것으로유명하다.

"출판계관행에비하면많다고할수있겠지만그렇다고다른분야에비하면아직멀었다.함께만든파이이기때문에함께나누자는것이다.나는성과급은(내가직원들에게)주는게아니라나누는것이라고생각한다.그렇다고똑같이나눠갖는게아니라말그대로개인별’성과’를평가해나눈다."

―’페어플레이’를강조하는것은출판계를향한목소리인가?

"회사초기런칭작이라고할수있는첫책을내놓았는데,우리책과다른책이근소한차이로1위다툼을벌이고있었다.마케팅부서에서이른바’사재기’라도해서순위싸움에서이겨야한다고했다.처음에는반대했지만’다른데서다하는데우리가도덕군자도아니고왜안하느냐’면서하도간곡하게요구하는바람에어쩔수없이동의한적이있다.도서상품권을산다음직원들에게나눠줘이곳저곳서점을돌게하는가장초보적인방식의사재기수법이었는데상품권을직원에게건네줄때의어색함과부끄러움은지금생각해도얼굴이화끈거린다.그래놓고무슨품질이고가치를이야기할수있겠는가?그때맹세했다.절대불법편법의유혹에넘어가지말자고.그럴시간있으면한번더고민하고좀더정상적인방법을찾아보자고."

―직원들이좋아하겠다.

"한번들어오면나가지않는걸보니그리싫어하는건아닌것같다.직원들에게잘해주면직원들도열심히한다.매출은10위정도지만수익률은출판계최고라고자부한다.직원들이그렇게보답하는것이다.난그런직원들을보면서우리의출판미래를낙관한다.출판사들이죽이지만않는다면."

―특별히다른출판사보다수익률이높은이유가있는가?

"적중률이다.1만부짜리10종내는것과10만부짜리1종내는것은하늘과땅차이다.창업이후4년3개월동안98종을발간했는데100만부이상이1종,50만부이상이5종,10만부이상이15종이다.나머지도5만에서8만부정도나간다.타율이높으니수익률이높을수밖에없다."

―타율을높이는비법이라도있는가?

"독자들이지금필요로한다고해서준비를하면이미늦다.책은아무리빨리준비해도1년이상걸린다.그래서독자들이앞으로어떤책을필요로할것인지에기획과고민의초점을맞춘다.그래서서점에서의시장조사보다는신문이나잡지를통해출판이외의상황을다각도로점검하도록직원들에게강조한다.나도출판계동향에는별로관심이없고광고라든가다른분야의기사를더주의깊게본다."

―그렇다면직원들을뽑을때도출판사들의일반적인관행과는다른기준을적용해야겠다.

"신입사원면접을하면대부분’책이좋아서’라고답한다.출판사는책을읽는곳이아니라만드는곳이다.책을좋아하면도서관으로가면된다.출판사는독자들보다반걸음앞서서그들이무엇을생각하는지를찾아내책으로만들어내는곳이다.늘일을생각하고독자의입장에서생각하고사람들의삶을조금이라도낫게하려면어떻게해야하는지를생각하고.이런일을즐겁게할수있는지가선별기준이다."

박시형대표는“나는이제겨우3부능선에올랐을뿐”이라고말한다./이명원기자

"나도힘든젊은시절보냈지만남탓은하지않았다."

―홈페이지에걸려있는인재상(像)중에‘살면서단한번이라도1등을해보신분(과목이나종목은안따짐)’과’자신은뽀대나는인생을살기위해태어났다고믿는분’이라는구절이인상적이었다.본인이야기처럼들리기도한다.

"아마도.난고등학교때까지시짓기를좋아하는문학소녀였다.그래서국어하나는늘1등이었다.지금도기억에남은선생님은문학반을지도하셨던국어선생님한분이다.지금생각하면웃기지만그때나에게문학을잘하려면당시(唐詩)를달달외워야하고노자(老子)도알아야하고심지어하이데거에대해이야기했던것도같다.그러나그때마구잡이로읽었던문학고전이지금내지적자산의대부분이다."

―남다른대학시절을보냈다는데.

"아,그거야간대학나온이야기.어릴때는늘일하는아줌마대여섯명이있는부잣집딸이었다.그런데고등학교무렵,사업하시던아버지가쫄딱망했다.대학포기하고은행에사원으로입사했다.그러나독일소설가프란츠카프카를너무좋아해당시야간대학중에서드물게독문과가있던건국대에입학했다.공부는제대로못하고."

―81학번이면당시시국이어수선했을텐데.386정서도공유했을법하고.

"야간대학다니는데무슨시국걱정이나데모를할수있었겠나.동생들공부도도와야되고해서2학년말부터졸업할때까지학교근처에서카페를했다.은행퇴직금50만원에주변에서조금빌리고해서.가게이름은’단식하는광대’였는데카프카의단편소설제목에서따온것이다.당시인기있던’선데이서울’에도보도됐다.과외금지하에서대학생들이도전하는이색아르바이트를취재한특집이었는데사진과함께크게실렸다.아버지피를이어받아내몸에도사업의유전자가들어있었던것같다.돈은좀벌었는데졸업과함께접었다."

―그러면졸업과함께출판사에들어왔나.

"야간대학나온애를어떤출판사에서받아줬겠나.그리고당시에는지금처럼공채로뽑는곳도없었다.한동안온갖아르바이트를다하다가거북선이나다보탑같은모조문화재판매직으로일할때우연히방문한경제연감내던곳에서사장과이런저런이야기를하다가취직이됐다."

―거기서20년일한것인가?

"초창기에는직원이한명뿐이었으니나혼자다했다."

―끼많은’문학소녀’가어떻게그런곳에서20년동안이나있을수있었나.지금과같은출판의재능을20년이나눌러놓는다는것이어떻게가능했는지궁금하다.

"처음에는나도힘들었다.그래서29살인가30살때여관에위스키랑다량의수면제를갖고혼자들어가다먹고자살을시도했다.’A클래스’에들수없다는좌절감,내가원했던것과전혀동떨어진삶을살고있는내모습에대한절망,10년가까이잘버티고살았는데순간꺾어졌다.어설픈자살기도는실패하고여관주인에게욕만얻어먹고쫓겨났다.3일동안집에와서잠만잤다.순간맘이평온해졌다.그리고다짐했다.끝까지가보자."

―무명의편집자생활20년은어땠나.

"힘들었지만책만드는일이좋았고점차사정은나아졌다.사장을설득해단행본출판을시작했고그때밀리언셀러도만들어보았다.직원이지만사장처럼일했다.회사가조금씩커져나를따르는후배들이생기자그들에대한책임때문에라도그만둘수없었다.그러다가2005년의견충돌로그만둬야했다.지금생각하면날내쫓은사장이고맙게여겨지기도한다.그때함께나온후배3명은지금도우리회사에서일하고있다."

―노무현전대통령을좋아한것도그런’비주류’의삶과도연관이있겠다.

"없지야않겠지만별로.내가그분을좋아한것은세상을좀더나아지게하려는순정한뜻이었지그분의방법에까지동의했던것은아니다.특이하게도나는상황이아무리어려워도남탓은안한다.가능하면나에게유리하게생각한다.예전에고급레스토랑에서서빙을한적이있는데내또래의여자가식사를하고있었다.일반적인경우라면질투나시기심이생기겠지만나는’너는먹는구나.나는네가절대할수없는경험을하고있다’는생각만했다."

―목표하는고지에얼마나왔다고생각하나.

"실은그것때문에일간지인터뷰를고사해왔는데.7부능선은올라야이런저런말을해도힘이실릴텐데나는이제겨우3부능선을넘고있을뿐이다."

-대담이한우조선일보기획위재부장/[Why][이한우의聽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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