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대 명산 소백산(小白山/1439.5m)을 가다.[3] *-

100대명산소백산(小白山/1439.5m)을가다.[3]

죽령탐방지원센터~제2연화봉~국립천문대~제1연화봉~비로봉~비로사

흠뻑핀눈꽃사이로터진함박웃음

흰눈이천지를가둬온통하얗게변해버린그곳에발을들여놓은순간밥을벌어먹고사는일은중요하지않게됐다.아니상념이끼어들틈조차없는온전한‘白山’이었다는것이더적절한표현일것이다.완벽하게하얀세계앞에덤벼드는것은무엇이든색을잃고말았다.세계안에존재하는것은입가를덧그리는웃음뿐이었다.

흰색은빛의색이다.가시광선영역의색을모두합쳤을때,즉빛의7가지파장이모두반사됐을때우리눈은하얗게인식한다.색상값이없는무채색흰색.눈의세상에서진공상태의뇌가된것은아마도그래서인듯하다.머릿속에얼룩덜룩색을지니고엉켜있던모든것들이반사되고오직하얀눈만남았다.

제1연화봉에이르기전나무계단을줄지어오르고있는산행참가자들.비로봉정상까지곳곳에오르막계단이이어진다.

전국이눈에덮인1월12일.서울,경기,충북,영동지방에대설주의보가발효됐다는뉴스를보고불안한마음으로길을나섰다.언제나처럼광화문에서출발하는버스에몸을싣자더욱불길한소식이전해진다.산행스태프끼리는지난여름부터1월이오면맘껏흰눈을퍼먹을수있다고모두모여한껏퍼먹어보자고별러왔던날이었다.

그런데어찌하여그토록고대했던날하필이면대설주의보가내리고입산통제됐다는소식까지들려와근6개월동안터질듯부풀었던가슴의바람을단번에빼버린단말인가.풀죽고쪼그라든가슴에주름이하나깊어지고이렇게하나더배워간다.자연은수단과목적이될수없다는것.겨울소백산을쉽게생각했던적은없었지만오만하게도산이사람을받아주지않을수있다는생각은미처못했던것이다.어떻게든올라가기분대로누릴생각만했던지난날들이부끄러워진다.


심설산행에대비한답시고전날부터설쳐댔더니까무룩잠이들었다깨어보니단양즈음이었다.마을도강도산도눈에잠겨있었다.설국의정취가물씬풍기는풍경을바라보며다시조금씩가슴이부푸는것을느낀다.흰눈으로뒤덮인소백산을보고싶다보고싶다되뇌인다.흰색은희망의색이기도하다.거대한숲만개한설화추억을새기고

다음날아침,소백산이문을열어주었다.들머리인죽령탐방지원센터입구에서관리사무소직원이“오늘제대로좋은구경하시겠네요”라며반가운인사를건넨다.산을올라가는이도올라갈수있도록준비한이도설레는기색이완연하다.지난밤사이에도눈이내렸는데어느틈에이렇게등산로를정비해놓은걸까.사람들이지나다니기쉽도록길양옆으로쌓인눈이치워져있었다.

사박슥사박슥.눈밟는소리가도시에서와다르다.‘사박’까진눈때문에나는소리이고‘슥’은걸을때마다스패츠가스치며나는소리다.참가자들은산행을시작하기전주차장에서간단한체조로몸을풀고방한모,장갑과함께스패츠를착용하는등오늘산행에대한복장과마음가짐을단단히했다.이번산행에는만화<식객>의작가허영만화백과스포츠조선에<좀비콤비>를연재하고있는김행장작가도참가했는데,체조를마친허화백이“이정도면스패츠하고가야하는거아냐”라고물으니김작가가“아닙니다.화백님명성에금이갑니다”라고답해한바탕웃음을터트렸다.

“해외원정보다국내등반이더어려워.힘들어도고소증이라고핑계대고쉴수도없고마냥따라가야돼.”점점눈길위를걷는일행들의숨소리가거칠어지고슬슬걷는속도가느려질무렵한산행스태프가진지한목소리로국내등반의고충을이야기해또한번웃음이터진다.웃자고한소리지만일리있는이야기라더욱공감이간다.정비된길이라해도무릎까지푹푹빠지지않는다뿐이지눈위를걷는것이었으므로체력이많이요구됐다.그리경사진길도아니건만숨이가빠온다.

아스라이깔린운무너머굽이져흐르는산줄기가한폭의그림같다.

때마침나타난반가운전망데크에서뒤떨어진일행들을기다리며숨을고른다.커플들은두터운눈옷을갈아입은소나무를배경으로기념사진을찍느라여념이없다.특히이번산행에는다양한커플이참가해눈길을끌었다.우리나라스포츠클라이밍을대표하는선수김자하·김자비·김자인삼남매를기른김학은·이승형부부는27년전소백산에서처음만나부부의연을맺었다고한다.

또결혼한지1달된신혼부부신주현·이정희씨역시작년겨울처음함께산행했던소백산의추억을되새기고자참가한경우.이들은등산복을입고웨딩촬영을했을만큼산의매력에푹빠져있었다.그리고서울에서참가한신현철·이은경커플은사랑이라는에너지원을따로쓰기때문인지숨찬기색도없이시종일관다정한모습으로산행을즐겨주위의부러움을샀다.

전망데크에서적당히휴식을취한후연화봉을향해다시걸음을옮긴다.“자,다들뒤를보세요”라는누군가의외침에돌아보니걸어온길저너머로신선이살법한진풍경이펼쳐진다.아스라이깔린운무위로굽이져흐르는산줄기가한폭의그림같다.여기서카메라를든이들은저마다자기만의작품세계에추가할사진한컷씩은건져갔을것이다.

장관을뒤로하고앞을향하니이번에는무지개가떴다.선물을보따리채풀어놓는기막힌산행이다.휘영청뻗은능선위로마중나온북서계절풍,제2연화봉에서연화봉까지는급한오르내림없이평탄한길이다.하얀눈꽃이달라붙어마치동화속에나오는라푼젤이사는첨탑같은천문대를지나연화봉에서점심을먹는다.눈길산행에다들심하게허기가졌던지맛있게도시락을까먹고아직도갈길이먼비로봉을향해바삐몸을움직인다.

연화봉전망대를내려서면왼편은희방사로하산하는길이고비로봉은오른쪽길이다.그유명한소백산눈꽃터널의장관은여기서부터펼쳐진다.거대한숲사이만개한설화를본참가자들의입에서탄성이터져나온다.탐스럽게내려앉은눈꽃사이피어오르는함박웃음.눈꽃의향연은보는이들의온마음을달콤한행복감으로꽉채워주었다.

눈꽃터널을빠져나오면칼바람이온몸을휘감는다.눈꽃이만발했던나무들이사라지고휘영청뻗은능선위엔시베리아에서부는북서계절풍만이마중나와있다.참가자들은바라클라바위에재킷의모자까지뒤집어쓰고목끝까지지퍼를올린다.다행인지불행인지바람이그리센편은아니다.그래서절정에오른눈꽃을구경할수있었던한편진정살을에는칼바람이무엇인지그와마주할것을기대했던이들에게는아쉬움을남겼다.

연화봉에서제1연화봉에이르는구간소백산눈꽃터널의장관이펼쳐진다.

비교적순탄하게오르내림을반복하는능선이길게이어지면서이제참가자들은묵묵히바람의지대를걷는다.정상바로아래는경사가급한계단길이다.비로봉에한발디뎌보려고전국각지에서모인사람들이줄지어선계단옆으로산악회이름을쓴종이며음식물찌꺼기들이버려져있어눈살을찌푸리게했다.사람들로북새통을이룬정상은더했다.뭐가보이지도않았지만보인다해도볼수없을정도로인파로미친듯이붐볐다.

날씨가맑았다면장쾌하게흐르는백두대간능선을짚어볼수있었을테지만오늘처럼흰구름과흰눈으로뒤범벅이된날에기대할수있는조망은아니다.사람들에이리저리치이는정상에서서둘러자리를빼비로사로내려선다.제법가파른하산길은나무계단이설치된경사급한내리막과완만한곡선을그리며돌아드는길이반복된다.비로봉에서비로사로내려가는이길은소백산등산로중가장아름다운오솔길이라고한다.

스르르쌓인눈이녹아가는이길의나뭇가지위에서온종일눈부셨던빛의색을마지막으로눈에담는다.고대그리스인들은즐거운꿈을지키기위해잠잘때흰색옷을입었다고한다.우린오늘하루원없이희망의옷을입고행복한꿈을꾸었다.

이달의초청강사


‘트랜스히말라야’탐사한고산거벽등반가임성묵씨

1월12일오후9시,경북영주시풍기읍희방식당에서산행참가자들을대상으로고산거벽등반가임성묵씨의강의가열렸다.이날‘트랜스히말라야탐사’라는주제로강연을한임씨는지난해2월23일부터65일간동부티베트를탐사하며수집한자료를사진과영상을통해소개했다.“트랜스히말라야란히말라야산맥너머에있는산맥들을아우르는개념입니다.히말라야뒤편에는대산맥들이시작되는파미르고원과‘대산맥의안식처’티베트고원이있고,동부티베트에는6천~7천미터미등봉이많이존재합니다.”

임씨는아직까지생소한용어인트랜스히말라야에대해설명했다.그는“지도의공백지대로남아있는이지역에대해미국·일본·영국은이미개척등반을시작했다”며“그들에게뒤처지기싫었다”고탐사이유를밝혔다.임씨가탐사한지역은니엔칭탕굴라,캉리갈포,헝단산맥이다.그는당시기차,버스,도보,말등모든이용가능한수단을동원하여1만5천km를탐사했으며6천미터급미등봉50여개의정보를수집했다.

이날강연에서임씨는‘하늘을향한검’이라불리는남체바르와남벽등국내에공개된적없는미등봉자료사진들을선보여참가자들의관심을집중시켰다.그러나무엇보다참가자들의눈길을잡아끈것은그와함께탐사를마친대원이자올봄그와결혼을앞두고있는스즈키히로코씨의사진.임씨는2004년중국원정등반에서처음본히로코씨에게만난지이틀만에청혼했다고밝혀큰박수를받았다.

임씨는2001년파키스탄히말라야카체브랑사북봉을세계초등하고혼보로피크를신루트로개척했으며이후힌두쿠시무스듬피크와파키스탄히말라야아딜피크북서벽신루트개척,트랑고타워서벽등을신루트로등반했다.2004년중국곤륜산맥을6개월간탐사하고이듬해티베트를10회탐사한그는지난해에이어트랜스히말라야탐사에집중할예정이다.그는앞으로도신루트와초등루트를개척하며알파인스타일의등반을추구할계획이다.

소백산산행참가독자
김종민정진경이은경신현철류증수백송희신주현이정희(서울)이상돈(성남)김지연(원주)서재석(평택)신법규(부천)김선(대전)조경식박창배김창수윤성하김남숙(영주)

글·사진주성희기자/월간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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