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고산 등반법 1-3 *-
BY paxlee ON 6. 25, 2011
[세계최고봉,나도오를수있다]고산등반법1-3
강풍이몰아치는사우스콜,캠프4
캠프3까지3~4번의운행으로하룻밤자고내려왔다면등정을위한고소적응은끝났다.이때쯤이면체중이3~5kg줄게된다.그래서자신의체중을출국하기한달전까지는운동으로몸을단련하고출국에임박해서는체중을3kg정도늘려서가면고소적응이끝나는시점에적절한체중을유지할수있다.
베이스캠프에서4~5일쉬는것보다는페리체(4,270m)나딩보체(4,410m),더낮게는팡보체(3,930m)나디보체(3,710m)까지내려간다.숲속에머물며풍부한산소,충분한음식물을섭취하고,휴식을취하며체력을보강한후베이스캠프로올라가등정시도를하는것이좋다.일기예보를분석하여‘날을잡는다.’
▲로체사면의빙벽을올라캠프3로향하는등반가들
캠프3에서옐로밴드와제네바스퍼를올라에베레스트와로체사이의사우스콜까지는(7.925)6~8시간걸린다.도착한날밤에바로정상으로향해야하기때문에운행은새벽에최대한빨리출발해야캠프4에서많은휴식을취할수있다.이운행부터산소를사용하는것이등정률을높일수있다.산소호흡기게이지는‘1.5~2.5’로맞춘다.
마지막캠프는영하20도에,티베트쪽에서불어오는강풍으로텐트는심하게흔들리고텐트밑에잡석들로누운자리는편하지않다.정상으로출발하기전까지잠을잔다기보다는눈을감고있는정도다.산소사용은‘0.5~1’게이지가적당하다.
세계최고봉정상
▲에베레스트남동릉루트개념도.
등정시도는베이스캠프에도착해운행을시작한지평균4~5번째운행에서이루어진다.정상까지는10~12시간소요되는데다음날정오경까지정상에서지못한다면하산시간을고려해중간에서포기하고되돌아서야한다.밤9~10시경에출발하는데준비시간이2시간정도는걸린다.좁은텐트안에서물을끓여차를마시고옷을입고장비를착용하는모든행동이힘들고지겹기까지하다.시린손과강풍에파르르떨리는텐트플라이소리에정상으로향해야할자신의의지는점점사그라진다.여기에서는경험많은등반가나등반셰르파의마음도모두같다는사실을알아야한다.위쪽의정상보다는아래쪽으로무언가자꾸당긴다.땀을뻘뻘흘리며훈련하던모습을떠올려보기도하고자신이여기에왜왔는지를되새기며마음을다잡아야한다.이때동료의말한마디는큰힘이된다.
“함께가자,정상까지.”
텐트를나서면이미발코니8,500m로향하는불빛이야간의비행기활주로유도등과같이줄을잇고있다.랜턴불빛에비치는근거리의앞만보고걷는다.정신은몽롱하고마치잠결에꿈을꾸는것같다.단지내몸에서진정살아있는신체기관은손과발이무지시리다는느낌뿐이다.얼음언덕을올라고정로프에어센더를끼우고앞사람의속도에맞추어오른다.산소마스크로숨쉬는쉐쉐소리만이들린다.코에서올라온습기로고글에성에가끼여성가시게한다.장갑으로도잘닦이지않는다.
드디어발코니.동쪽티베트고원으로붉은태양이떠오른다.얼마나기다리던햇빛인가.모두들눈위에앉아한동안빛을즐긴다.이곳에서몇몇이포기하는1차지점이다.2차는남봉근처다.남봉으로향한다.태양이떠올라추위는가셨지만반대로빛에의한몸의열기로더위를느끼고졸음은더쏟아진다.열걸음헤아리고숨을헐떡이고또다섯걸음헤아리고머리를처박는다.도대체언제이오름짓이끝날까!깊은호흡을하고자신에게숨어있던새로운에너지를뽑아내야한다.그것은다름아닌정상에오르겠다는욕망이자오기다.정신력이자의지다.
남봉에올라정상쪽을바라본다.이제그래도끝이보인다.그러나또하나의관문이기다리고있다.힐러리스텝(HilaryStep)이다.남봉에서쓰던산소통은눈에박아놓고셰르파가운반해온새로운산소로교환한다.
10여m길이의힐러리스텝은초등당시보다는덜어렵다.그곳에서30분더가자오색룽다가더미를이룬정상이다.정상은단지정상이다.기쁨을느끼기에는하산길걱정이부담스럽다.
고통의하산
고산등반사고의절반이상은하산중에일어난다.1996년남동릉에서의대참사도힐러리스텝에서오르는등반가와정상에선후내려오는사람들이만나며생긴병목현상으로하산시간이더욱지연되며거기에악천후까지덮친결과였다.극심한체력소모로후들거리는다리는안정된아이젠워킹을방해한다.자신의아이젠이반대편신발에걸려실족,추락하는경우가많다.
▲캠프3는빙벽에만들어진세락의단위에설치된다.
등정당일마지막캠프까지하산하고다음날캠프2까지,3일째베이스캠프까지하산한다.체력이된다면이틀만에하산한다.베이스캠프에도착하면위험한지대는일단벗어난셈이다.그러나귀국하여자신의몸이다시해수면고도에적응하려면적어도한달은걸린다.그리고고통스러웠던순간은잊혀지고아름다웠던풍경과기억,그리고목표를이룬자신의모습을발견하게될것이다.
‘희망은잠자고있지않는인간의꿈이다.인간의꿈이있는한,이세상은도전해볼만하다.어떠한일이있더라도꿈을잃지말자.꿈은희망을잃지않는사람에겐선물로주어진다’고했던아리스토텔레스의말을음미하게된다.
“나는행복한데내와이프는불행하다”원정앞서해야할일은가족의이해얻기
어떤이는말한다.“어떤분야든10여년을매진하면전문가의수준이된다”고.그렇다면필자는고산등반전문가라고할만하다.그러나노멀루트든새로운루트를시도하든지간에원정등반출국에임박해서는안전하게귀국하지못할지도모른다는불안감에휩싸이게된다.
그불안감은생명을가진존재의근원적불안이며또이것은가족,직장등사회적인관계의무게에따라더가중된다.그첫번째가가족이다.내꿈을좇아에베레스트를등반하러간다고하면한국적정서의가족내에서반기는사람이있을까!텔레비전에서본히말라야등반장면에서의눈사태,코밑에주렁주렁고드름을달고힘겹게오르는등반가,그리고사망사고소식등에가족들이반기기는커녕마른하늘에웬날벼락인가하여대꾸조차하지않을것이다.
그래서히말라야로떠나는등반가는눈물을등뒤에두고떠난다.이것은미국,유럽도마찬가지다.올해봄시즌아벨레블랑(AbeleBlanc·57세)은8,000m급14좌의마지막봉등정을위해안나푸르나(8,091m)에여섯번째시도를하고있었다.
“히말라야등반을떠날때당신가족의태도는어떤가.특히부인은?”
내가묻자그는멋쩍게웃으면서짧게대답했다.
“나는행복한데내와이프는불행하다.(I’mhappy,Mywifeunhappy)”
가족의이해를얻기란쉽지않다.에베레스트에대한철저한준비,매일의체력훈련등노력하는모습에조금씩긍정적인태도로,그리고고산등반에대한많은대화로자연스럽게걱정과불안감을해소해주어야한다.가족은서서히든든한후원자가될것이다.
한가지재미있는에피소드가있다.한국의어떤등반가는이러한벽이너무크자가짜사고소식을전하고병원에드러누워깁스하고는입원기간두달동안몰래원정출·귀국하기도했다고한다.또한국원정대들의전설처럼내려오는말이“출국비행기에오르면원정의절반은끝났다”다.그만큼준비절차와과정이쉽지않다는반증이다.
세계최고봉은그래도가볼만한가?결정은자신몫이지만경험자로서이렇게말해줄수는있다.그체험은당신의DNA를송두리째뒤바꿔놓을지도모른다.
-글=김창호·월간山기획위원·몽벨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