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김성봉씨의 등정체험기 [1] *-

[세계최고봉,나도오를수있다]김성봉씨의등정체험기1

에베레스트8,848m등정,나도초심자로시작했다
한국최고령등정자김성봉씨의에베레스트등정기

필자는국내산을45년이상등산했고외국산은1980년대대만옥산,탄자니아킬리만자로,일본북알프스,러시아코카서스엘부르즈,네팔임자체등을등정했으며,평소암벽과빙벽등반을통해체력단련을해왔다.또한등산에필요한기술을배우기위해한국산악회등산학교,한국등산학교,코오롱등산학교정규반을수료하고,지속적으로체력단련을위해산행시20kg이상으로배낭무게를유지하며산행을해온덕으로2007년5월18일오전7시13분세계최고봉정상에올라국내최고령(당시66세)에베레스트등정자로기록되었다.

“당신은병을넘고나는에베레스트를등정하자”

1941년2월경북의성출신인나는유년기부터산을좋아해학교에서돌아오면놀이터나다름없는앞산과뒷산에서뛰어놀았다.산을오르기시작한것은1962년부터였다.고향산을생각하고산을오르면서남다르게산에자생하는나무와산나물약초등에대한이름알기가너무나흥미로워주말이면산을가지않을수없었다.

1980년입회한한국산악회에서오래도록활동해왔다.정명식,문희성,남정현,최홍건4명의회장과함께20여년간지내오며재무이사,기획,감사,부회장등을2010년2월까지해왔다.내가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에참가한것은초반에대원공개모집을했는데도참가자가많지않았기때문이다.세대간격차로소외된60대들에게우리는지금도해낼수있다는자신감을심어주고,젊은이들에게도전정신을북돋아주기위해당시한국산악회최홍건회장이기획한원정으로,나중에야많은사람이지원했다.

▲2007년5월18일,당시66세나이에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정상에올라선김성봉씨,김성봉대장은정상에도착해정신적으로꺾여있는노년Q층을위해“실버들이여,우리는지금도할수있다”고외쳤다.

총52명이지원했고2006년9월6일설명회를거치고1차국내훈련이거듭되자지원자들은23명으로축소되었다.11월6일2차선발은국내훈련을기준해18명으로추렸고,11월13일부터12월5일까지네팔임자체를등반하고돌아와서최종대원을8명으로결정했다.나는계획과달리훈련과정중최고득점자로등반대장까지맡게되어도중하차할수없었다.

최종선발자중당시최고령대원은75세차재현(1932년생)대원이었고,최연소자는60세인계명대학교교수김상홍부대장이었다.예전이나현재직업들또한다양했다.조광현(1940년생)대원은해군대령UDT,이남진(1938년생)대원은고등학교교장,박승언(1941년생)대원은공무원,이충호(1943년생)대원은증권사지점장,이장우(1944년생)대원은경찰경감출신이었고,나는마운틴TV대표이사로서한국산악회부회장을맡고있었다.대원들은선발이후한북정맥무지원종주산행을했고겨울에는설악산빙폭등반및죽음의계곡에서의설동훈련등혹독한훈련을거듭했다.

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가2007년3월14일발대식을하고나자걱정하는산악인들이많았다.실버원정대는지구촌에서처음으로구성한팀이고고령자들로서국내산만을등반한경력자들이라에베레스트를등정하는것은무리고성공률도희박한반면에돌아오지못하는대원도발생할수있다고들우려했다.

▲크레바스가도사리는아이스폴을오르는실버원정대원들.

출국전나에게큰변이발생했다.아내의혀에서암덩어리를발견해원정을포기해야하는상황이었다.말도못하는집사람을병원에놔두고원정을간다는것은남편의도리로선말도안되는일이었다.그렇지만입산신고를등반대장인내이름으로하고,입산료8만달러역시등반대장이름으로네팔관광성에납부했기에가지않을수없는입장이었다.

아내는병상에서글로써‘당신이국내에있다고병이금방치유되는것도아니니원정을다녀오라’고했다.나는아내에게“당신은병을넘고나는에베레스트를등정하고돌아와서행복하게살자”고약속하는말을남기고병실문을나서는데,발길은천근만근이었다.

“10%의가능성만있어도정상을향해걷겠다”

3월24일한국을떠나카트만두에도착한실버원정대는식료품과장비등을보충하고행정처리를하기까지5일이소요되었다.3월29일부터캐러밴이시작해열흘째해발5,400m높이의베이스캠프에도착했다.베이스캠프에는박영석대장팀,한국도로공사팀,허영호팀이와있고,<월간山>한필석기자도취재차와서우리를반갑게대해주었고서로정보교환등을하게되어매우유익했다.

4월11일라마제를지내고2개조로편성해1조는김성봉,조광현,이장우,이남진,이재승대원,2조는김상홍,박승언,이충호,차재현,이창기대원으로구성해5,943m높이의C1까지왕복훈련을실시했다.뜻밖의사고로대원들은의기소침해졌다.이남진대원이C1에서하산하다가크레바스에빠지자이후여러대원이아이스폴에대해공포감에사로잡히는등의지가꺾이기시작했다.게다가2조대원들이체력과의지가약화되면서스케줄도바뀌었다.나는심각한마음의상처를입기도했다.

휴식과체력보강을위해딩보체(4,200m)로내려가3박4일간휴식시간을갖고다시BC로올라온뒤인5월6일천병태대원은“8명을2개조로나누어정상공격에나설계획인데자신없는사람은미리말하라”고했다.이에이충호,박승언,이남진,차재현대원등이등정을포기하겠다고하여정상공격조는나와조광현대원이1조,이장우,김상홍대원이2조로편성되었다.

▲C1에서C2로향하는김성봉대장.

5월11일아침일찍BC를출발해C1,12일C2까지등반했으나,김상홍부대장은통풍으로하산하기로결정했다.14일공격조3명은C3를향해출발했으나등행도중악천후로C2로철수하고15일다시C3로올랐다.이날밤부터산소를사용했으나산소마스크를사용하는게익숙지않은대원들은게이지조절을잘못하는바람에계획보다많은양의산소를사용하고조광현대원은결국C4를오르던중산소가떨어져곤경에처하기도했다.

5월16일오후늦은시각C4에도착했을때먼저올라와있던한필석기자는나에게등정가능성이몇%나있느냐고물어보았다.나는10%의가능성만있어도등반을계속하겠다고말했다.한기자는“함께등정을했으면좋겠는데회사에서급히들어오라는연락이와서하산한다.꼭성공하기바란다”는말을남기고하산했다.

공격조3명은저녁식사를하고곧바로정상을향해등반해야하는데,이장우대원이눈보라가심해앞을잘볼수없는상태라며등반을계속할수없다고말했다.텐트문을막고있는이장우대원의등을밀치고밖을내다보자눈보라에가려앞이제대로보이지않았다.나도이런날씨에는등반을계속하기어렵다고판단하고다음날같은시간에정상등정을하기로결심했다.조광현대원은고소로지쳐등반을계속할수없게되어다음날아침일찍하산하기로결정했다.

▲김성봉대장이남동릉마지막캠프에서등정을앞두고생각에잠겨있다.김대장뒤로세계최고봉정상이우뚝솟구쳐있다.

이튿날인5월17일아침조광현대원은하산하고나와이장우대원은오후까지휴식을취하고오후7시20분정상공격에나섰다.뒤늦게안것은C4에서하룻밤자면등정에실패할확률이높다는사실이었다.그래서BC에서지휘하는김종호부단장이엊저녁식사를하고바로정상공격을하라고독려했다는것을뒤늦게나마깨닫게되었다.

17일오후7시20분은바람과눈이오지않는아주좋은날씨였다.출발전정상공격을하다가누가죽을지도모른다는생각에김상홍부대장이건네준발효음료여덟팩중네팩을이장우대원에게건네주자이대원은눈시울을붉히며배낭상단주머니에넣었다.

이장우대원의설빙벽등반경험이나보다는못하다는사실을알기에그를앞세우고뒤따라가는데,300m쯤올랐을때이대원은설사가나온다고했다.처음에는기다렸다가이대원을다시앞세워등반을하는데또다시설사를하게되니,이대원은“대장이앞서가면뒤따를것”이라한다.그때부터내가앞서셰르파2명과함께정상을향해등반하면서뒤돌아보니이장우대원의랜턴불빛이보였다.

밤새도록눈과얼음으로뒤덮인고봉을등반해남봉에도착했을때날이밝아왔다.잠시쉬면서정상쪽을바라보니눈과얼음이붙어있는칼날능선이눈에들어왔다.과연내가저기를올라설수있을까하는생각이들었다.

남봉에서정상을가려면커니스능선으로내려가서100m쯤걷다가힐러리스텝이라는암벽을올라서야한다.힐러리스텝은좌측은낭떠러지이고우측은정상으로이어지는암벽으로서‘ㄱ’자모양이며상단까지는고정자일이설치되어있었다.등강기를이용해우측암벽쪽으로몸상체를유지하고암벽상단까지올라가서좌측발을암벽상단꼭지점에올리고오른쪽발을올리려고하는데디딜곳이없어서당황했다.

암벽을내려와서이번에는자세를바꾸어좌측낭떠러지쪽으로몸상체를유지하고암벽을올라서오른쪽발로암벽상단꼭지점을디디고왼쪽발로암벽상단꼭지점너머로발을옮겨디디고힐러리스텝을통과했다.힐러리스텝은한쪽발만올려놓을수있는곳이라는사실을실감했다.

힐러리스텝을지나면서부터는고정자일이설치되어있지않았다.얼음과눈이달라붙은칼날설릉을자력으로걸어서정상까지가야했다.고글에습기가차서앞이선명하게보이지않았다.한발잘못디디면천길낭떠러지로떨어진다는생각에한발한발조심스럽게걸어야했다.갑자기이렇게걷다죽나,설맹에걸려죽나다를바없다는생각이들어고글을벗어버렸다.그리고조심스럽게200여m걸어정상에올라섰다.

이렇게저렇게죽나마찬가지란생각에고글벗어버려

5월18일아침7시13분,하느님과신의도움으로오른정상에서바라본하늘은구름한점없이맑고바람도불지않아사진찍는데깃발이조금도펄럭이지않았다.너무나신기한사실이었다.세계최고봉등정에성공했는데도기쁘다는생각보다담담했다.더오를곳이있다면더오를수있다는생각이들었다.큰소리로외쳤다.

“지구촌실버들이여,우리는지금도할수있다.”“지구촌젊은이들이여,노소가하나되어국가와사회를위하여봉사합시다.”“실버원정대에게후원해주신분들께감사합니다.”

이렇게외치고정상의신에게세번절을하고나서이장우대원을30분넘도록기다려보았으나올라오지않아셰르파2명과하산하던중힐러리스텝에가기전에이장우대원의선등셰르파를만났다.이장우대원은뒤에올라오고있다해서안심하고힐러리스텝을내려섰다.

▲아이스폴에서기념촬영한대원들.

힐러리스텝과남봉중간지점에서이장우대원을만난다음남봉에올라뒤돌아보니힐러리스텝을힘겹게오르고있는이장우대원이보였다.내가한번실패하고2차공격에서성공한지점에서이장우대원은고통을겪고있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남봉을내려서려는데셰르파의무전기에서이장우대원에게“거기까지간것은정상이나다름없다,지금하산하지않으면큰일이난다”면서하산을독려하는천병태대원의목소리가들려왔다.이장우대원역시하산하겠다고했다.나중에알게된사실인데,이장우대원은힐러리스텝에설치된로프를고정시킨지점까지주마를밀어뺄수없는상황에서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고있었다.이대원은고정로프를자르자고제안했으나셰르파들은자르는것은금물이라며그를도와줘힐러리스텝을통과하게되었다고했다.

남봉에는쓰다가버려진산소통들이많이있었다.그런데남봉에잠깐머무는사이눈이아파왔다.설맹이었다.정상에오르기전고글을벗은이후지금까지쓰지않았던게화근이었다.고글을쓰고하산을시작했으나눈이아프고앞이제대로보이지않았다.고정자일이두가닥으로보이고발을헛디뎌5m정도미끄러지기도했다.게다가제대로먹은게없다보니허기가느껴지고수분이부족해입과목이쩍쩍달라붙었다.

▲BC에서라마제를지낸뒤기념촬영한2007한국산악회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
설릉의눈을먹으면서어렵게C4에내려선것은오후3시49분.C4출발이후20시간이넘은시간이었다.이장우대원은힘이들어하산이어렵게되자C4에서대기하고있던유학재지원대원과나의셰르파2명이올라가C4까지무사히데리고내려왔다.이대원은의식을잃고숨을멈추고있어유학재지원대원은인공호흡을실시하는한편BC에서대기하고있던이재승박사의지시에따라응급조치를하여회생하게되었다.

나는C4에서잠을자는데안구에통증이오기시작해고통을겪었다.다음날C3로하산하는데갑자기왼쪽다리에통증이시작되어걸을수없어엉덩이로밀면서하산했다.유학재지원대원이고정자일로잘유도해무사히C3에도착했는데,유대원의도움이없었다면더욱큰고통을겪었을것이다.그날저녁에도안구통증은계속되었다.

5월20일오후5시30분BC에도착하자대기하고있던대원들과상업등반대원들까지축하를해주었다.인생이란어머니가출산하는그시간부터임종할때까지도전의연속이라고생각한다.에베레스트등정에성공하고돌아온뒤아내도설암에서완치되었고나는새로운도전을시작했다.

나는초심자들도다음과같은조건을갖춘다면에베레스트를등정할수있다고확신한다.첫번째,암벽과빙벽을등반할수있는능력을갖추고6,000m급산을경험해야하며,20kg이넘는무게의배낭을메고8시간이상걷는산행을1년넘게지속해지구력을키워야한다.

두번째,에베레스트등반에앞서1년정도맹훈련하는것은필수이고고소적응훈련과현지적응훈련등을실시해,자신의체력으로바위와눈과얼음으로이루어진에베레스트를오를수있는기량을키워야한다.

세번째,원정등반훈련은체계적인계획서를만들어실시해야하고등정을함께할사람들과협동심을잘유지하도록최선을다해야한다.

네번째,등정을하는데소요되는비용이원만히마련되도록계획을철저히세워야하고현지등반안내자를잘선정해야한다.등반시에필요한장비와식품등을운반하는사람들이어떤사람들이냐하는점은등반에서매우중요한요소다.

위에서지적한내용을충실히이행한다면초심자도에베레스트를등정할수있다고생각한다.그렇지만가장큰변수는현지의기상조건이다.날씨가나쁘다면어느누구도오를수없는곳이세계최고봉에베레스트정상인것이다.

-글/김성봉2007한국산악회실버원정대대장,마운틴TV방송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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