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최고봉, 나도 오를 수 있다] 송귀화씨의 등정체험기 [2 ] *-

[세계최고봉,나도오를수있다]송귀화씨의등정체험기[2]

한국최고령여성등정자송귀화씨“첫째도체력,둘째도체력이었다”
본격산행10년만에대망의세계최고봉등정이뤄

내가이미마흔이넘은1990년에산행을시작하게된것은직장산악회에서한달에한번씩산행을한다는소식을듣고서부터였다.양주군(현양주시)보건공무원으로10년넘게지내다보니무엇보다변화없는직장생활때문에몸과마음이지쳐있었다.때문에뭔가변화를주어야겠다는생각이머릿속에가득차있었기에육체적으로뿐만아니라정신적으로도활력소가돼줄수있는등산이란스포츠가마음에확와닿았다.

당시의정부에위치한대한산악연맹경기북부지부에서도활동을하면서내몸에변화가생겼다.혈압이낮아오후면비실비실대던내가산을통해만난다양한사람들과교류하고,그덕분에활기찬생활을하다보니건강이좋아지면서의욕적인사람으로변해갔다.인생의전환기를맞은셈이었다.

1991년첫해외산인말레이시아의코타키나발루(4,101m)를오르면서높이에따라변화하는자연환경을보며높은산을오르고싶다는욕망이생겼다.1995년공무원들도해외여행자유화가되면서백두산을시작으로1996년러시아엘부르즈(5,641m)에가게되었다.

▲세계최고봉정상에오른송귀화씨.송씨의등정은오랜고산등반경험과꾸준한체력단련의결과였다.

속보산행으로체력다진뒤대륙최고봉여럿등정


날씨가좋지않아고소적응하는파스투초프록(4,650m)까지올라가는것으로끝났지만엘부르즈를오르는사이하얀산의매력에빠지게됐다.많은사실도깨달았다.이런높은산에가려면많은훈련이필요하다는사실이었다.결국엘부르즈등반은고산을등반하는데꼭필요한체력을다져야한다는마음을갖게해준등반이었다.

10명의대원중나보다나이가많으면서도잘오르시는분이있었다.이분께비결을물으니산에한번따라오라하시기에귀국즉시연락해도봉산산행에동참하게되었다.일요일이면친구들과도봉산을오르는팀이었다.그분들은얼마나빨리들오르는지도저히따라갈수없었다.

도봉산팀과산행하는게한동안힘들었지만몇번따라다니다보니적응되었다.그렇게1년을다니고1997년,그전해에동행했던10명중4명이다시엘부르즈에가게됐다.거기서몸이훨씬좋아진사실을깨달을수있었다.날씨가좋지않아고생은했지만다시한번하얀산의매력에빠지게된등반이었다.

1차정상공격때4명중1명이못가겠다고하자가이드가“전원같이내려가자”고하는데우리팀대장은“가이드는포기한대원과함께하산하고우리끼리가자”고한다.하지만정상을향해밀어붙이는데안개가점점짙어져한치앞이보이지않는상황이벌어지자하산을결정할수밖에없었다.

방향을잘못잡아다른능선으로내려오다가잠시안개가걷히는틈에확인된푸리웃산장으로가기위해계곡을가로지르느라크레바스에빠지며아무생각없이따라갔는데다른두사람은많은걱정을했다고한다.하루쉬고다시올라가는날도강풍이몰아쳐얼굴에동상이걸리기도했지만정상에올라서는순간‘나도할수있다’는자신감이붙기도했다.

엘부르즈에이어킬리만자로(5,895m),몽블랑(4,807m),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4,200m)트레킹,일본북알프스종주산행을즐기던중인2000년,엘부르즈에서두번이나함께고생한사람들이북미최고봉매킨리(6,194m)에같이가자는제의를해왔다.망설일수밖에없었다.

매킨리를등반하려면한달가까이잡아야하는데휴가를낸다는것은어림도없는일이었다.그래도이번이아니면기회가없을것같다는생각에1978년공무원임용이후20년넘게다닌직장에과감하게사표를냈다.다행히등반기간내내날씨가좋아별어려움없이매킨리정상에오른나는하산길에세계7대륙최고봉등정의꿈을세우게되었다.

그해겨울남미최고봉아콩카구아(6,959m)를등정할때인연맺은서울시청산악회와함께산행을하면서체력과지구력이더욱좋아진것같았다.이들과함께백두대간과9정맥종주산행을하면서도선두자리를놓지않았다.7대륙최고봉이란목표를이루려면체력과지구력이무엇보다중요하다싶었고,대간과정맥종주를통해그바탕을다질수있으리라믿었다.

아콩카구아에서인연맺은박영석대장의원정대에참가해로체(8,516m)를등반할기회도생겼다.“전대원이포터겸셰르파”라는박대장의말그대로로체원정대는대원이모든일을해결해야하는팀이었다.여러대륙최고봉을올랐지만8,000m급고봉등반경험이없던나는올라갈수있는만큼올라보자는생각으로참가를결정했다.무엇보다나자신의능력을테스트해보고싶었기때문이다.

첫번째등반에서는베이스캠프(5,400m)를출발해제1캠프(6,000m)에도못오르고도중에짐을데포시켜놓고내려와야했다.천천히걷다보니셰르파보다속도가빠른대원들을따라갈수없었다.두번째등반에서제1캠프에올라섰으나후배대원들이어렵게올려놓은식량을축낸다는생각이들자더이상등반에욕심을부릴수없었다.

▲정상공격을앞두고김주진대원과함께초모랑마를배경삼아기념촬영을했다.

스쿠냥(6,250m·중국),캉텐그리(7,010m·키르기스스탄),휘트니(4,418m·미국본토최고봉)등을등반하면서에베레스트에갈수있는기회를엿보았다.캉텐그리는함께등반한한국대원들이내걸음속도가너무늦어함께등정길에나서면자신들까지도실패할수있다고부담스러워하는바람에마지막캠프까지오른뒤포기해야했다.

2006년12월오은선대장이이끄는아마다블람여성원정대에도참가했다.고소적응에큰도움이되리라는생각에서였다.그등반은마지막캠프를출발해정상설사면까지다가섰으나앞서오른셰르파들이고정로프를깔지못하는바람에포기해야했다.하지만제2캠프에서펼쳐진히말라야풍광은지금도눈앞에삼삼하게그려질정도로아름다웠다.

산소를더사용하면힘은덜들겠지만…


에베레스트등반의기회는2007년봄찾아왔다.백전노장김재수대장이이끄는플라잉점프원정대였다.루트는티베트쪽북릉~북동릉노멀루트.대원이20명이나되는대규모원정대라걱정도되었다.그래도일단부딪쳐보기로하고참가를결정했다.

네팔랑탕히말에있는얄라피크(5,730m)를오르며고소적응을하고티베트쪽베이스캠프(5,150m)를향해지프로이동하면서못올라가더라도즐기기로마음먹었다.

대원중에는나처럼상업등반으로참가한외부사람이몇명더있었다.그중에는기타를치며산노래를부르는사람도있어고소적응을하다가쉬는날에는노래를부르면서즐길수있어좋았다.캠프를하나하나올리며순탄하게고소적응을하며지내던어느날산소에대한얘기가나왔다.한사람당3통씩준비했는데나이많은사람은산소가더필요하니3,000달러씩더내라는것이다.세사람은돈을더내고산소를더쓰겠다고했으나나는기본만쓰겠다고했다.산소를더사용하면힘은덜들겠지만그렇게까지해서올라가고싶지않았다.

20명을2개조로나누는조편성에서도문제가생겼다.다들1조로가려고하여외부대원중나만2조로남게되었다.스트레스를받지않으려고마음을비우고내가할수있는만큼만하기로하고열심히고소적응에힘쓰며좋은날씨를기다리던중날씨가좋아진다는일기예보에1조가먼저올라갔다.

그런데이튿날ABC(5,800m)에서쉬고있을때김재수대장이나와대원2명에게먼저올라가라고한다.셰르파1명과제1캠프(7,000m·노스콜)에올라갔는데대원1명이계속토해서다음날내려가기로하고2명만제2캠프(7,600m)에올라섰다.제2캠프에도착해산소마스크를입에물자마치평지에있는것처럼기분이상쾌해졌다.그러나1조가식량을다먹고올라가는바람에식량이부족한게큰문제였다.알파미1봉을끓여둘이나눠먹고아침에일어나니먹을게거의없었다.

5월16일,과자몇조각을먹고제3캠프(8,300m)로오르는데1조가내려오고있었다.10명중6명이등정에성공했다고한다.이들에게축하인사를건네고제3캠프에올라텐트에들어가눕자서서자는기분이들정도로바닥이기울었다.이곳역시먹을것은없었다.셰르파가한아름퍼온눈을버너불에녹여수통2병에채워넣고나니대원들이들어왔다.다른캠프에서쉬다온것같았다.

잠시눈을붙이고있는데다른텐트에서산행준비를하는소리가났다.우리도커피한잔끓여마시고파워젤을한개씩먹고준비를끝내니옆텐트의일본팀이출발한다.자정이조금넘은시각.일본팀뒤를따라가는데속도가너무느려우리대원들이앞서나갔다.나도따라앞서가다보니어둠속에먼저가는게부담이되어다시일본팀뒤로갔다.무엇보다그팀은셰르파도많아뒤에가는것이안전할것같았다.

세컨드스텝에서는사다리를오르자마자오른쪽으로로프가깔려있어내려올때는위험하겠구나싶었다.날씨가좋아별어려움없이오전10시쯤정상에도착하자오색룽다가바닥에깔려있다.세계최고봉등정에성공했다는생각에마음이들떴지만서서움직이면미끄러질위험이있겠다싶어설사면에살며시주저앉았다.

설산의환상적인풍광에감탄하며7,000m까지하산


밑을내려다보니파노라마가멋있게펼쳐져있다.이런풍광을보려고산을오르는게아닌가싶어졌고,너무좋아감사하는마음으로내려다보며그동안내삶을되돌아보니내가지금까지산을모르고살았다면경제적으로더안정되었겠지만그렇다면섬이나여행하고있지않을까싶었다.올라갈때는정신을집중하느라느끼지못했지만내려서며바라보이는히말라야고봉의풍광은정말환상적이다.

제3캠프에도착하니지치기시작한다.어제이후먹고마신게과자조금과커피1잔,파워젤1개,물1통밖에없으니….힘을내서제2캠프로내려가니제2조가올라와있다.좁은캠프에여러명이있는것을보니내가저기에끼어있었다면어쨌을까싶어졌다.물을조금보충하고해가지기전에제1캠프까지내려서기위해마지막힘을냈다.

제1캠프에도착하니대원이있다.먹을것을부탁하니알파미를끓여준다.한그릇먹고나니살것같다.하지만다음날일어나니먹을것이없다고그냥내려가라한다.그렇지만제1캠프에서ABC까지는금방갈수있으니문제없다.

ABC에도착하니모두축하해준다.그런데셰르파들은나보다우리와함께올랐던셰르파에게더축하한다.나이도많고너무힘들어해과연정상까지올라갈수있을까걱정했던셰르파였다.그셰르파는에베레스트‘등반ʼ은여러차례시도했으나이번에처음으로등정했던것이다.

다음날베이스캠프에도착하니같이올라갔던대원이고소증세가심해헬기에태워카트만두로후송했고,도착즉시응급수술을받았다고한다.위궤양과같은위병변으로인해위벽에구멍이난다는위천공이었다.2조대원중2명이정상에올라우리의대장정은20명중10명등정이라는기록을세우며끝을맺었다.

-글·송귀화서울시청산악회회원-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