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대장과함께앞서오르는외국산악인들을추월해가며남봉정상에올라섰을때는거의좌절할정도였다.정상이다싶어있는힘을다해오른곳이남봉이었고,그뒤로또다른산이하나더솟구쳐있었다.양쪽으로표고2,500m높이의벼랑을이룬나이프리지로내려섰다가눈이뒤섞인수직암벽구간인힐러리스텝을올라야한다는것은상상만해도끔찍했다.올라가면다시는내려올수없을것처럼위험하게느껴졌다.
허재석씨는지금스스로생각해보면정말허겁지겁올랐다싶을만큼정신없이힐러리스텝을올라섰고,정상이빤히보이는설릉에서도정상에올라서기까지30분넘게걸렸다고한다.뒤따르던미국여성산악인이힐러리스텝에서추락했다는사실도뒤늦게셰르파의얘기를듣고알았다.
이렇게C4를출발한지12시간만에허영호대장과정상에올라섰을때는하늘이너무도맑았다.한5분간산소마스크를벗고허대장과얘기를나누는사이하늘이노래졌다.급히산소마스크를쓰고도30분이지나서야정신을차릴수있었다.이후세상을떠난모친과20여년전베이스캠프에서찍은사진을눈속에파묻는감격의순간을맛보았지만하산길은고통그자체였다.
남봉을내려서면서산소가바닥났다.정신이혼미해지고다리가풀렸다.고정로프에하강기를끼우는대신안전고리만끼운채미끄럼을타는등비이성적인행동을하고가파른설릉에앉아깜빡하는사이몇분이지났다.그때마다허영호대장은“그러다동상걸린다”며하산을재촉했다.
발코니에놔두었던산소통을갈아끼웠는데도컨디션이별로좋아지는느낌이오지않았다.7시간만에C4에도착했을때에는먼저내려온셰르파들도초주검상태였다.허영호대장이일어나서물끓이라고소리쳐도전혀반응이없었다.그들역시거의탈진상태였다.대원들과함께얼음을녹여물을끓이고라면을끓였는데도아무도먹으려하지않았다.허영호대장이닦달하자우겨넣듯조금씩먹고따뜻한물을마신다음에서야깊은잠에빠질수있었다.
가볍게여기기쉬운양말과장갑이중요한장비
이상이‘생초보’인허재석씨의등반과정이다.이렇게제천팀의에베레스트등반을성공적으로이끈허영호대장은에베레스트등반은이제아마추어등산인들도얼마든지가능하다고말한다.그는“내가에베레스트를처음등반하던1987년겨울에는모든일을대원들이해결해야했다.개미굴처럼복잡한아이스폴에서길도찾아야하고,가파른로체서벽을오를때짐도날라야했다”며“하지만그때와지금은전혀다르다.
이제는식량과장비운반,텐트구축,취사에이르기까지셰르파들이어지간한것은다세팅해주고가이드이자보호자역할까지해준다”고말한다.허영호대장은“그렇지만결국등반자스스로올라야하기때문에에베레스트정상에오를수있을정도의체력을갖추고자기확보법,주마사용법,아이젠보행법등에대해서는충분히훈련과정을거쳐야한다”고강조한다.
그는등정을위해가장중요한것으로체력을꼽는다.그리고현지에서는서둘지말고천천히고소적응을해야한다고강조한다.BC까지캐러밴할때역시마찬가지라는게그의지론이다.경험자의동행은필수.날씨가좋을때는누구든관계없지만갑작스런일기변화에경험없는사람들은당황해어쩔줄몰라하고그러다돌이킬수없는사고를당할수있다는게허영호대장의말이다.
허대장은“지난해봄정상에서마지막캠프로돌아왔을때셰르파들이모두드러누워물을끓일사람이없어애를먹었다”며“이럴때얼음이나눈을녹여탈수상태에다다른대원들에게따뜻한물을제공해줄수있는사람이꼭있어야한다”고말한다.고산에서식수가제때공급되지않으면극심한고소증세를유발해위험한상황에이를수있기때문이다.
예전에는C4에서하루머무는것은제살을깎아먹는일이라할만큼나쁜영향을미친다고했으나요즘등반경향으로는꼭그렇지않다는사실이확인되고있다.2007년봄등정에성공한실버원정대김성봉대장역시마지막캠프도착이튿날저녁정상공격에나섰고,2010제천원정대역시제트기류가멈추기를기다리며하루더머물렀다.몇몇상업등반대의경우아예C4에서하루쉬고정상공격을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
에베레스트를오르려면보온력이좋은장비를사용해야한다.고소내의에서신축성이좋은바지와티셔츠,덧바지와재킷,그리고우모복등모든의류와신발,고소모자,장갑등은영하30도에서도충분히견딜수있는제품이어야한다.
허영호대장은“요즘은장비가워낙좋아검증된제품이라면큰문제없겠지만그래도자신에게잘맞는장비를선택하는게매우중요하다”고귀띔해준다.특히동상이걸릴가능성이높은손과발에착용하는장갑과양말이무척중요하다고말한다.허대장은“제천팀대원들은모두멀쩡했지만같은날같은루트로에베레스트정상에오른다른두팀한국원정대들가운데동상이심해귀국후손가락을잘라낸대원도있다”고밝혔다.
허영호대장은동상원인가운데마지막캠프에서젖은양말을신거나발에땀이많이나는체질일경우를가장큰이유로들면서도장갑과양말을잘못선택해서일어나기도한다고꼬집는다.특히화학섬유제품은사용금물.화학섬유제품은영하20도이하로떨어지는상황에서는보온은커녕오히려차가워진다고알려준다.따라서모제품을사용해야한다고한다.또한마지막캠프에서정상을향해출발하기앞서건조가잘된장갑과양말을갈아신는일을잊지말아야한다고강조한다.
김재수씨가리드한2007년김해플라잉점프원정대는대원20명가운데서너명을제외하곤대부분아마추어수준의산악인들이었다.그럼에도10명이나등정할수있었던것은등정일에날씨가좋기도했지만베이스캠프진입에앞서얄라피크와같은곳에서고소적응과정을거쳤기때문이기도하다.베이스캠프진입전해발5,000~6,000m높이에대한고소적응은요즘들어‘필수과정’이다시피하다.
김재수씨는남동릉이든북릉~북동릉루트든대부분정상까지고정로프를깔아놓기는하지만그래도사고는끊이지않는다고지적한다.실제에베레스트에서는자신의컨디션이나능력을생각하지않고등반을강행하거나예상치못한악천후로인해일어나는사고도많지만안전사고가많이일어난다.
특히로프에등강기를제대로못거는등,자기확보에실패해서일어나는사고가많다.김재수씨는“등강기외에확보줄카라비너를꼭고정로프에걸도록하고,등강기역시안전홀에카라비너를끼워등강기가로프에서이탈하는사고를막아야한다”고강조했다.또한잘흘리는하강기는예비로하나더가지고다니는게불의의사고를막는방법이라말한다.
모든사고의중심에는조급한마음이있다는게전문가들의지적.안전지대에도착할때까지긴장을늦추어서는안되며,한곳에서너무오랫동안쉬는것을자제하고꾸준히움직여야한다.컨디션이좋다고앞사람을추월하려하지말아야한다.추월한다음리듬을잃으면호흡이거칠어져등반이불가능해지기도한다.노멀루트등반은수많은사람이길게줄지어오르기때문에한두명추월한다고크게시간이단축될수없다는게경험자들의말이다.
추위에견디며굶은상태로20시간이상걷는훈련
김재수씨는“정상에오를때에는하산길에사용할체력이20%는남아있어야한다”며“올라갈때힘을100%사용하면하산길에위험해질수밖에없다”고말한다.다리가풀린상태에서바윗길을내려서다넘어질수도있고,다리가꼬이면서아이젠이다른쪽바지에걸려넘어질수있다.해마다몇건씩일어나는대표적인사고원인이다.따라서동료나셰르파등이등정길에“너무지쳐서내려가는게좋겠다”고권하면스스로잘판단해결정하는게안전하다고말한다.
김재수씨는등반을시작할때부터끝날때까지모자를벗지않고가능한한머리를감지않는등,보온의중요성을강조하면서산소마스크의중요성에대해서도귀띔한다.세계최고봉등정을위해산소장비는필수.그런데산소마스크가얼굴에잘맞지않거나혹은레귤레이터나레귤레이터와산소마스크연결호스가고장나있다면무용지물인것이다.따라서김재수씨는“캐러밴에앞서산소장비를철저히확인하고,산소마스크와레귤레이터처럼살짝부딪치기만해도망가지기쉬운장비들은단단한용기에담아운반해야한다”고강조한다.
이와더불어라이터와칼과같이소홀하기쉬운장비도놓치지않아야한다.마지막캠프에서라이터가없어버너불을켜지못한다면물을끓일수없어결국등반을포기해야하고,강풍등에의해로프가뒤엉켰을때칼이없다면위기에서빠져나오기어렵기때문이다.
2007년실버원정대를매니저로인솔한바있는유학재씨는출국전적절한체지방을유지해야한다고말한다.두달안팎걸리는에베레스트등반을하는데몸에체지방이너무적으면지구력이떨어져등반을제대로할수없기때문이다.유씨는원정에앞서훈련할때는체지방이‘10’가까이내려가더라도출국전에는‘30’가까이올라가도록몸관리를하는게바람직하다고권하고있다.이에대해서는대부분의고산등반가들이동조하는의견을내놓고있다.
또한달리기를하더라도심폐기능을향상시킬수있도록인터벌훈련이나언덕달리기에주력하고복근력도키울것을주문한다.배에힘이없으면제대로걸을수없다는게유학재씨의지론이다.유학재씨는마지막캠프를출발해정상에올랐다가다시내려올때까지약20시간동안굶으며걷는훈련도서너번은해야한다고말한다.한번은끝까지굶어보고,그다음에는굶었을때조금먹었는데도힘이솟는간식을먹어보는등의훈련을통해등정일에컨디션이떨어져당황하는것을예방할수있다고말한다.유씨는이와함께추위에견디는훈련,아무음식이나잘먹을수있도록식성을좋게하는훈련도반드시거쳐야한다고강조한다.
유학재씨는“허영호씨가제천팀에적용했던고소적응스케줄과마찬가지로등정에앞서고소적응과정이끝나면베이스캠프보다낮은곳에서충분히휴식을취하고영양분을섭취하는게좋다”고말한다.유학재씨는올해의경우마지막로지인고락셉(5,150m)을베이스캠프로이용하는상업등반대도있었고,로부체아래평원지대(약4,500m)에거대한캠프를설치해대원들이컨디션을조절하게하는상업등반대도있다고알려주었다.
또한등반중컨디션이나빠지면대장이나다른대원들에게감추지말고털어놔야한다고말한다.그래야컨디션을조절할수있을뿐아니라예기치못한사고를막을수있기때문이다.유학재씨는“실버팀원정당시대원들이쉽게포기한이유중하나는자신의컨디션에대해솔직히얘기하지않은상태에서여러날버티다가끝내컨디션을회복할기회를잃었기때문”이라고말했다.
막판에는꼭오르겠다는의지가성패좌우
이렇게등반법,고소적응과정을비롯한등반법도중요하지만이보다더욱중요한것은‘꼭정상까지오르겠다는등반자자신의의지’라는게고산등반가대부분의공통된의견이다.아무리컨디션이좋고체력이뛰어난사람일지라도의지가꺾이면절대오를수없는곳이세계최고봉정상이기때문이다.의지에대한강조는14개8,000m급고봉완등자이자에베레스트3회등정자인엄홍길씨나박영석씨역시마찬가지였다.
-글·한필석부장/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