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추어의 에베레스트 등정 비결] *-

[아마추어의에베레스트등정비결]

에베레스트원정결심후단두달만에등정성공한허재석씨,

“체력단련+용의주도한고소적응이비결”
아마추어등반가10명등정이끈김재수씨경험담

국내에베레스트최다등정자(4회)인허영호,3회등정자인엄홍길·박영석등소위에베레스트전문산악인들은“누구나에베레스트등정이가능하다”고말한다.물론그냥되는것이아니다.이들이강조하는에베레스트등반에앞서선행돼야할사항,또꼭챙겨야할장비,그리고등반중지켜야할사항은무엇일까.

1977년가을대한산악연맹원정대의첫등정이후에베레스트를등반한한국등반대는73개팀으로그중119명(2회이상등정자중복합산)이정상에서는데성공했다.119명의등정자가운데대표적인아마추어는지난해봄아버지인허영호(57)대장과함께정상에오른허재석(27·서울시립대4년)씨다.

▲북한산인수봉설교벽에서이를악물고주마를잡아당기는에베레스트실버원정대훈련대원들.

허재석씨는원정을불과두어달남겨놓은시점에서동행을결심했다.2007년1월4일오래도록지병으로고생해온어머니가돌아가자아버지가산에관한한백전노장이긴하지만제천팀을이끌고에베레스트에가는게왠지불안스러워동행을결심했다.평소등산을좋아해친구와한달에두어번산을다니긴했지만뒷동산수준이었고,해외고산등반경험은여섯살때인1989년아버지의로체등반때베이스캠프(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와동일장소)에머물렀던적이있고,11세때킬리만자로(5,895m),15세때엘부르즈(5,642m)그리고20세때몽블랑(4,807m)가족등반을경험한적이있다.그렇지만전문등반을해본적은전혀없었다.

허영호대장은원정을결심한아들재석씨에게무엇보다체력단련을강조했다.재석씨는워낙달리기를좋아해1주일에두세차례씩7km달리기를해왔다.횟수를이틀에한번씩,거리를10km로늘렸다.등반기술도익혔다.허영호대장이이끄는제천원정대대원들과함께설악산소토왕빙폭에서빙벽훈련을하는가하면죽음의계곡에서설상보행법과등강기훈련,활락정지법등에대해훈련을했다.아이스폴의크레바스에걸려있다는사다리를건너는연습은땅바닥에사다리를내려놓고삼중화에아이젠을찬상태에서걷는식으로훈련했다.

캐러밴부터C3까지천천히이동하며고소적응


제천팀은3월27일출국해루클라(2,700m)부터베이스캠프(5,400m)를향해8일간의캐러밴에들어갔다.셋쨋날남체바자르(3,400m)에서하루쉰것을제외하고는매일걸었다.일반적인트레커들과비슷한스케줄이었다.허영호대장은뜻밖에느릿느릿걸었다.재석씨판단에저런속도로세계최고봉정상을올라갈수있을까싶었다.

마지막로지인고락셉(5,150m)에하루머물며에베레스트전망대인칼라파타르(5,545m)를아침저녁두차례오른다음이튿날베이스캠프(BC)로진입했다.그날부터그야말로‘선수’인아버지허영호대장과아마추어인아들대원인재석씨는비교할수없을만큼달랐다.허영호씨는속도도빨라졌고,한걸음한걸음에자신이넘쳤다.

허영호대장은오랜경험을통해만들어진고소적응프로그램에철저히맞춰원정대를운영했다.운행을시작하면높이올라가더라도그날로아침에출발한캠프로내려와쉬는게고소적응에유리하다는자신의경험에준한운행스케줄이었다.

BC를출발하는시각은자정과새벽1시사이.붕괴위험이높은아이스폴구간을해뜨기전에돌파하기위해서였다.C1을처음오를때에는캠프가바라보이는아이스폴언덕에서BC로돌아오고,두번째C1진입때에도C1에서아침을먹은다음다시BC로내려왔다.C2는세번째로C1에올라가하룻밤자고일어난다음날올랐다.그날도C1으로내려와자고이튿날다시C2에올라가하룻밤지낸뒤다음날일찍BC로내려왔다.허재석씨가봤을때상업등반대와비슷한스케줄이었다.

C2를세번째로오를때에는BC출발당일하루만에올랐다.그리곤이튿날날씨가나빠C2에서하루더지낸다음C3에올라가점심을먹은다음C2로내려와하루더자고이튿날BC로내려왔다.여기까지가정상공격에앞선고소적응등반의모든스케줄이었다.이후BC에비해고도가1,200m낮은페리체(4,200m)로내려와2박3일간쉬면서체력을회복한다음하루만에BC로돌아왔다.

정상등정시도때에는BC에서C2를하루에올랐다.C2에서는하루만쉴계획이었으나화이트아웃이심해이틀간쉬고C3로올랐다.5월14일C3에올랐을때허재석씨는머리는아프지않지만숨쉬는게불편했던것으로기억하고있다.

산소는다른대원들의경우C4이후사용하기로돼있었지만허재석씨는C4를향해오르다중간지점부터사용했다.무난히오르던리듬은옐로밴드(약7,700m)를지나제네바스퍼(약7,850m)를향해설사면을트래버스하는구간에서고정로프에매달린채숨진외국산악인의시신을보는순간깨졌다.재석씨는‘나도저렇게될수있다’는생각때문에정신적으로엄청난충격을받았다.

정상공격은정상부에몰아치는제트기류때문에하루늦어진16일오후8시에이루어졌다.초등반대이후한동안C5로이용하던‘발코니’라불리는8,400m고도까지는빠른속도로올랐다.산소통을바꿔끼워야할여기서부터문제였다.교체산소통을짊어진셰르파가올라오기를2시간이나기다려야했고,그사이한팀한팀제천팀을추월하면서점점뒤로처졌다.게다가평소추위에약한허재석씨는발가락이시리다못해동상기미가느껴졌다.

▲한라산장구목일원의설사면에서트래버스훈련중인2007에베레스트남서벽원정대.

허영호대장과함께앞서오르는외국산악인들을추월해가며남봉정상에올라섰을때는거의좌절할정도였다.정상이다싶어있는힘을다해오른곳이남봉이었고,그뒤로또다른산이하나더솟구쳐있었다.양쪽으로표고2,500m높이의벼랑을이룬나이프리지로내려섰다가눈이뒤섞인수직암벽구간인힐러리스텝을올라야한다는것은상상만해도끔찍했다.올라가면다시는내려올수없을것처럼위험하게느껴졌다.

허재석씨는지금스스로생각해보면정말허겁지겁올랐다싶을만큼정신없이힐러리스텝을올라섰고,정상이빤히보이는설릉에서도정상에올라서기까지30분넘게걸렸다고한다.뒤따르던미국여성산악인이힐러리스텝에서추락했다는사실도뒤늦게셰르파의얘기를듣고알았다.

이렇게C4를출발한지12시간만에허영호대장과정상에올라섰을때는하늘이너무도맑았다.한5분간산소마스크를벗고허대장과얘기를나누는사이하늘이노래졌다.급히산소마스크를쓰고도30분이지나서야정신을차릴수있었다.이후세상을떠난모친과20여년전베이스캠프에서찍은사진을눈속에파묻는감격의순간을맛보았지만하산길은고통그자체였다.

남봉을내려서면서산소가바닥났다.정신이혼미해지고다리가풀렸다.고정로프에하강기를끼우는대신안전고리만끼운채미끄럼을타는등비이성적인행동을하고가파른설릉에앉아깜빡하는사이몇분이지났다.그때마다허영호대장은“그러다동상걸린다”며하산을재촉했다.

발코니에놔두었던산소통을갈아끼웠는데도컨디션이별로좋아지는느낌이오지않았다.7시간만에C4에도착했을때에는먼저내려온셰르파들도초주검상태였다.허영호대장이일어나서물끓이라고소리쳐도전혀반응이없었다.그들역시거의탈진상태였다.대원들과함께얼음을녹여물을끓이고라면을끓였는데도아무도먹으려하지않았다.허영호대장이닦달하자우겨넣듯조금씩먹고따뜻한물을마신다음에서야깊은잠에빠질수있었다.

가볍게여기기쉬운양말과장갑이중요한장비

이상이‘생초보’인허재석씨의등반과정이다.이렇게제천팀의에베레스트등반을성공적으로이끈허영호대장은에베레스트등반은이제아마추어등산인들도얼마든지가능하다고말한다.그는“내가에베레스트를처음등반하던1987년겨울에는모든일을대원들이해결해야했다.개미굴처럼복잡한아이스폴에서길도찾아야하고,가파른로체서벽을오를때짐도날라야했다”며“하지만그때와지금은전혀다르다.

이제는식량과장비운반,텐트구축,취사에이르기까지셰르파들이어지간한것은다세팅해주고가이드이자보호자역할까지해준다”고말한다.허영호대장은“그렇지만결국등반자스스로올라야하기때문에에베레스트정상에오를수있을정도의체력을갖추고자기확보법,주마사용법,아이젠보행법등에대해서는충분히훈련과정을거쳐야한다”고강조한다.

그는등정을위해가장중요한것으로체력을꼽는다.그리고현지에서는서둘지말고천천히고소적응을해야한다고강조한다.BC까지캐러밴할때역시마찬가지라는게그의지론이다.경험자의동행은필수.날씨가좋을때는누구든관계없지만갑작스런일기변화에경험없는사람들은당황해어쩔줄몰라하고그러다돌이킬수없는사고를당할수있다는게허영호대장의말이다.

허대장은“지난해봄정상에서마지막캠프로돌아왔을때셰르파들이모두드러누워물을끓일사람이없어애를먹었다”며“이럴때얼음이나눈을녹여탈수상태에다다른대원들에게따뜻한물을제공해줄수있는사람이꼭있어야한다”고말한다.고산에서식수가제때공급되지않으면극심한고소증세를유발해위험한상황에이를수있기때문이다.

예전에는C4에서하루머무는것은제살을깎아먹는일이라할만큼나쁜영향을미친다고했으나요즘등반경향으로는꼭그렇지않다는사실이확인되고있다.2007년봄등정에성공한실버원정대김성봉대장역시마지막캠프도착이튿날저녁정상공격에나섰고,2010제천원정대역시제트기류가멈추기를기다리며하루더머물렀다.몇몇상업등반대의경우아예C4에서하루쉬고정상공격을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

에베레스트를오르려면보온력이좋은장비를사용해야한다.고소내의에서신축성이좋은바지와티셔츠,덧바지와재킷,그리고우모복등모든의류와신발,고소모자,장갑등은영하30도에서도충분히견딜수있는제품이어야한다.

허영호대장은“요즘은장비가워낙좋아검증된제품이라면큰문제없겠지만그래도자신에게잘맞는장비를선택하는게매우중요하다”고귀띔해준다.특히동상이걸릴가능성이높은손과발에착용하는장갑과양말이무척중요하다고말한다.허대장은“제천팀대원들은모두멀쩡했지만같은날같은루트로에베레스트정상에오른다른두팀한국원정대들가운데동상이심해귀국후손가락을잘라낸대원도있다”고밝혔다.

허영호대장은동상원인가운데마지막캠프에서젖은양말을신거나발에땀이많이나는체질일경우를가장큰이유로들면서도장갑과양말을잘못선택해서일어나기도한다고꼬집는다.특히화학섬유제품은사용금물.화학섬유제품은영하20도이하로떨어지는상황에서는보온은커녕오히려차가워진다고알려준다.따라서모제품을사용해야한다고한다.또한마지막캠프에서정상을향해출발하기앞서건조가잘된장갑과양말을갈아신는일을잊지말아야한다고강조한다.

김재수씨가리드한2007년김해플라잉점프원정대는대원20명가운데서너명을제외하곤대부분아마추어수준의산악인들이었다.그럼에도10명이나등정할수있었던것은등정일에날씨가좋기도했지만베이스캠프진입에앞서얄라피크와같은곳에서고소적응과정을거쳤기때문이기도하다.베이스캠프진입전해발5,000~6,000m높이에대한고소적응은요즘들어‘필수과정’이다시피하다.

김재수씨는남동릉이든북릉~북동릉루트든대부분정상까지고정로프를깔아놓기는하지만그래도사고는끊이지않는다고지적한다.실제에베레스트에서는자신의컨디션이나능력을생각하지않고등반을강행하거나예상치못한악천후로인해일어나는사고도많지만안전사고가많이일어난다.

특히로프에등강기를제대로못거는등,자기확보에실패해서일어나는사고가많다.김재수씨는“등강기외에확보줄카라비너를꼭고정로프에걸도록하고,등강기역시안전홀에카라비너를끼워등강기가로프에서이탈하는사고를막아야한다”고강조했다.또한잘흘리는하강기는예비로하나더가지고다니는게불의의사고를막는방법이라말한다.

모든사고의중심에는조급한마음이있다는게전문가들의지적.안전지대에도착할때까지긴장을늦추어서는안되며,한곳에서너무오랫동안쉬는것을자제하고꾸준히움직여야한다.컨디션이좋다고앞사람을추월하려하지말아야한다.추월한다음리듬을잃으면호흡이거칠어져등반이불가능해지기도한다.노멀루트등반은수많은사람이길게줄지어오르기때문에한두명추월한다고크게시간이단축될수없다는게경험자들의말이다.

추위에견디며굶은상태로20시간이상걷는훈련

김재수씨는“정상에오를때에는하산길에사용할체력이20%는남아있어야한다”며“올라갈때힘을100%사용하면하산길에위험해질수밖에없다”고말한다.다리가풀린상태에서바윗길을내려서다넘어질수도있고,다리가꼬이면서아이젠이다른쪽바지에걸려넘어질수있다.해마다몇건씩일어나는대표적인사고원인이다.따라서동료나셰르파등이등정길에“너무지쳐서내려가는게좋겠다”고권하면스스로잘판단해결정하는게안전하다고말한다.

김재수씨는등반을시작할때부터끝날때까지모자를벗지않고가능한한머리를감지않는등,보온의중요성을강조하면서산소마스크의중요성에대해서도귀띔한다.세계최고봉등정을위해산소장비는필수.그런데산소마스크가얼굴에잘맞지않거나혹은레귤레이터나레귤레이터와산소마스크연결호스가고장나있다면무용지물인것이다.따라서김재수씨는“캐러밴에앞서산소장비를철저히확인하고,산소마스크와레귤레이터처럼살짝부딪치기만해도망가지기쉬운장비들은단단한용기에담아운반해야한다”고강조한다.

이와더불어라이터와칼과같이소홀하기쉬운장비도놓치지않아야한다.마지막캠프에서라이터가없어버너불을켜지못한다면물을끓일수없어결국등반을포기해야하고,강풍등에의해로프가뒤엉켰을때칼이없다면위기에서빠져나오기어렵기때문이다.

2007년실버원정대를매니저로인솔한바있는유학재씨는출국전적절한체지방을유지해야한다고말한다.두달안팎걸리는에베레스트등반을하는데몸에체지방이너무적으면지구력이떨어져등반을제대로할수없기때문이다.유씨는원정에앞서훈련할때는체지방이‘10’가까이내려가더라도출국전에는‘30’가까이올라가도록몸관리를하는게바람직하다고권하고있다.이에대해서는대부분의고산등반가들이동조하는의견을내놓고있다.

또한달리기를하더라도심폐기능을향상시킬수있도록인터벌훈련이나언덕달리기에주력하고복근력도키울것을주문한다.배에힘이없으면제대로걸을수없다는게유학재씨의지론이다.유학재씨는마지막캠프를출발해정상에올랐다가다시내려올때까지약20시간동안굶으며걷는훈련도서너번은해야한다고말한다.한번은끝까지굶어보고,그다음에는굶었을때조금먹었는데도힘이솟는간식을먹어보는등의훈련을통해등정일에컨디션이떨어져당황하는것을예방할수있다고말한다.유씨는이와함께추위에견디는훈련,아무음식이나잘먹을수있도록식성을좋게하는훈련도반드시거쳐야한다고강조한다.

유학재씨는“허영호씨가제천팀에적용했던고소적응스케줄과마찬가지로등정에앞서고소적응과정이끝나면베이스캠프보다낮은곳에서충분히휴식을취하고영양분을섭취하는게좋다”고말한다.유학재씨는올해의경우마지막로지인고락셉(5,150m)을베이스캠프로이용하는상업등반대도있었고,로부체아래평원지대(약4,500m)에거대한캠프를설치해대원들이컨디션을조절하게하는상업등반대도있다고알려주었다.

또한등반중컨디션이나빠지면대장이나다른대원들에게감추지말고털어놔야한다고말한다.그래야컨디션을조절할수있을뿐아니라예기치못한사고를막을수있기때문이다.유학재씨는“실버팀원정당시대원들이쉽게포기한이유중하나는자신의컨디션에대해솔직히얘기하지않은상태에서여러날버티다가끝내컨디션을회복할기회를잃었기때문”이라고말했다.

막판에는꼭오르겠다는의지가성패좌우

이렇게등반법,고소적응과정을비롯한등반법도중요하지만이보다더욱중요한것은‘꼭정상까지오르겠다는등반자자신의의지’라는게고산등반가대부분의공통된의견이다.아무리컨디션이좋고체력이뛰어난사람일지라도의지가꺾이면절대오를수없는곳이세계최고봉정상이기때문이다.의지에대한강조는14개8,000m급고봉완등자이자에베레스트3회등정자인엄홍길씨나박영석씨역시마찬가지였다.

-글·한필석부장/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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