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광 CEO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 *-

등산광CEO혼다코리아정우영대표

“살아오면서가장잘한일이산에다닌것”
지리산을사랑하는등산전도사,등산학교에서GPS도배워

“지리산으로갑시다.”

혼다코리아정우영(鄭祐泳·62)대표와산행인터뷰를제안했더니돌아온대답이다.서울근교의가벼운산행을염두에뒀던기자는순간당황했다.예상답안에없던정대표의제안때문이었다.원고마감이목전이라장거리산행취재가어려운상황.이런전후사정을설명하고북한산에서인터뷰를진행하는것으로양해를구했다.

“얼마전주주총회가끝나서여유가있어서요.”

▲문수사대웅전앞에서포즈를취한정대표.그는사찰순례를하다산을알게됐다.

북한산입구에서만난정대표는지리산을산행지로제안한이유를별것아니라는듯알려줬다.하지만알고보니그의지리산사랑은분명특별한이유가있었다.등산을시작한지5년도안됐지만바쁜시간을쪼개며여섯번이나주능선을종주했고,혼자서지리산을오른것도여러차례였다.산행의재미에푹빠진그의이야기가궁금했다.

“지리산은혼자서오랫동안걸을수있는점이마음에듭니다.지리산도사들에비하면하찮은숫자지만,올해로여섯번째종주를마쳤습니다.사실작년다섯번째종주때무릎을다쳐서벽소령에서하산한아픔이있었습니다.그후1년간재활한뒤에완주한것이라더기쁩니다.”

▲정우영대표가GPS를보며위치를확인하고있다.

그는세석에서비박을하며1박2일로걷는지리산종주를즐긴다.여럿이함께가기도하지만혼자가는경우도더러있다.그가지리산을좋아하는이유가운데하나는모르는사람들을만날수있기때문이다.지리산에서만난인연으로여러번산행을같이한이들도있을정도다.지리산의넉넉함을함께나누는것이다.

5년사이지리산종주만여섯번

“집이멀어서북한산은자주와보지못했습니다.이곳정릉계곡은사실처음이네요.기대가큽니다.”이번산행인터뷰는북한산정릉계곡을통해능선으로올라구기동으로내려오는코스에서진행했다.지리산에비하면정말가벼운(?)산행이었다.간혹빗방울이떨어지는변화무쌍한날씨였지만능선의바람은시원했다.하지만경사가급해지며정대표는땀을비오듯쏟았다.

▲보현봉이조망되는산길에서잠시쉬고있는일행.
“워낙땀이많은체질이라서산에서는불편합니다.전에한번은너무땀을많이흘려서큰일날뻔한적도있었어요.”

그는2007년가을설악산공룡능선을탄뒤탈진해쓰러졌다.그때만해도조금만심하게걸으면쥐가나서고생했는데,주변에서아스피린을먹으면괜찮다는말을믿고따랐던것이다.그게문제가됐다.

“아스피린을먹고산을올랐더니식욕이떨어져서저녁부터다음날까지아무것도먹을수없었습니다.안그래도땀이많은데약기운에탈수가훨씬심했습니다.결국설악동까지내려오긴했는데버스를타는순간탈진해서쓰러졌습니다.속초에서응급처치를받고서야간신히정신을차렸습니다.”

정대표가산에다니기시작한것은그리오래되지않았다.그는연말이면시간을내서혼자절을찾아다니는것이취미였다.산사에가만히앉아서생각을정리하는시간을좋아했기때문이다.그런데2007년1월우연히속리산에들렀다가갑자기문장대가보고싶어졌다.

“눈이많이내린날인데젊은대학생들이못가고돌아오더군요.별준비없이시작했는데,다행히어렵지않게정상에섰습니다.그리고그곳에서본설경에완전히마음을빼앗겼어요.그자리에서산이라는것을한번제대로배워보겠다고결심했습니다.”

속리산을다녀온뒤회사내의등산동호회인‘뫼비우스’와함께산에다니기시작했다.가끔은안내산악회를이용하거나혼자가기도했다.하지만몇차례산에서고생을한뒤철저한교육이필요하다는판단을내렸다.그는코오롱등산학교강사를회사로불러동호회직원들과함께교육을받았다.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트레킹도중기념활영을한정우영대표.

“먹는것부터배낭꾸리기,옷입기등유용한내용이참많았습니다.그리고산에서길잃고헤매다가큰일나겠다싶어서독도법은따로배우러다녔습니다.하지만나이들고시작하니이해가잘안되더군요.같은강좌를두세번듣고,GPS기초교육두번에고급반까지수강했더니조금이해가갔습니다.이제산에서GPS를사용하는데전혀어려움이없습니다.비법이라는것이사실알고보면별거아닙니다.등산학교시스템은산을배우는데아주좋은방법이라고생각합니다.”

등산학교를통해체계적으로산에대해배운그는해외트레킹에도관심을기울였다.직원들과백두산을처음으로다녀온뒤대만옥산에도전했다.그곳에서고소를처음경험했는데나름대로견딜만했다.그래서다음산으로키나발루를택해고도를높였다.

“고소에서별문제없이적응할수있었습니다.기세를몰아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와중국의옥룡설산도다녀왔습니다.이제휴가철이면늘해외로떠날생각을합니다.기회가된다면킬리만자로도가볼생각입니다.제가살아오면서가장잘한일이산에다닌것이라고생각합니다.그런데너무늦게시작한것같아아쉽습니다.5년만일찍다녔어도좋은데더많이가볼수있었을텐데말입니다.”

그는1976년기아기연공업(혼다모터출자합자법인)에입사해1995년대림자동차공업으로회사명이바뀐뒤2000년대표이사직에서물러날때까지줄곧한직장에서근무했다.사원으로입사해사장으로퇴직하는샐러리맨의꿈을이룬인물이다.하지만그걸로끝이아니었다.2001년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가출범하며그에게기회가온것이다.

“대림에서나와서쉬고있는데혼다에서함께해보자며연락이왔습니다.그이후지금까지계속인연을맺고있습니다.아시다시피혼다는오토바이와자동차로유명합니다.하지만최초로소형예초기엔진을만든회사로,범용모터부터발전기,제트비행기까지생산하는종합모빌리티회사로보는것이정확합니다.”

▲정릉계곡의다리에서잠시숨을돌리고있는정대표.홍보실신범준팀장,백경숙대리가함께했다.
기업경영과등산,인생은닮았다.

이날산행에는홍보실신범준팀장과백경숙대리가지원조로동행했다.신팀장은전직혼다코리아산악회총무로정대표가처음산에다닐때부터옆을지켰던직원이다.커다란배낭과카메라까지중무장한그는일행의도시락을모두짊어지는희생정신을보여줬다.하지만무리했는지발목이접질리는작은사고를당했다.

“산에서욕심을내거나딴생각을하면다치기쉽습니다.일본에는기업을경영하는데피해야할세가지를일컫는‘삼무(三無)’라는말이있습니다.너무넘쳐도,무리해도,굴곡이심해도안된다는의미입니다.이는산행에도그대로적용됩니다.욕심을내거나무리하면부상을당하게되고,산길의기복이심하면체력이고갈됩니다.그런측면에서볼때기업과등산,인생은닮은점이아주많습니다.”

대남문에서휴식을취하며맛깔스런도시락과시원한막걸리한잔으로갈증을풀었다.즐거운점심시간을마친뒤에는하산을준비했다.비봉으로가려던계획을포기하고문수사를거쳐구기계곡으로내려가기로했다.신팀장의부상이심하지는않았지만아무래도바위봉우리를넘는것은무리였기때문이다.

“저는직원들에게‘넘버1보다는‘온리1이되라고말합니다.우리만이가지고있는강력한무기가필요하다고강조합니다.‘넘버1’은늘도전받는자리지만,‘온리1’은경쟁없이우리의길을갈수있기때문입니다.이를위해저희는고객만족을위한노력을기울이고있습니다.”

그는이러한경영철학을바탕으로혼다를수입차가운데종합체감만족도가가장높은브랜드로만들었다.이런미묘한차이가누적되면억지로노력하지않아도판매량은자연스럽게늘어날것으로보고있다.또한정대표는문화,역사,정치등에서갈등이많은한·일간의화합에대해고민하고있다.아직이와관련된구제적인계획은세우지못했지만,기업의사회적역할에도관심을기울여야한다는것이그의생각이다.

-글김기환기자/사진=정정현부장/월간산7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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