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씨의14좌완등을두고시비가이는모양이다.김재수씨는과거초오유를등정하고증명사진까지찍어왔으나네팔관광성의허가를얻지않은상태에서등정했기에네팔정부의기록에는올라있지않다.그러나그렇다고해서김재수가초오유를못올라갔다거나14좌완등을못했다고말할수는없다.다만본인스스로이를부끄러워하여,‘다시한번올라가떳떳한14좌완등을주장하겠다’고할수는있겠다.이도덕성문제를사실문제와뒤섞어김재수가14좌완등을했느니못했느니하는논란을벌이는건우습다.
네팔정부는돈을받고등정허가를내준다.오로지네팔정부수입을올리기위해만든제도다.이를테면등반이념과는전적으로무관한네팔정부만의법적절차일뿐이다.산악인들은그러므로허영호의에베레스트남북종단등,네팔관광성의사전허가를받지않았던여러기록도등정으로인정하고있다.
몇몇사람이김재수의14좌완등에대해시비하는이유는그가오은선의14좌완등과관련한의혹을처음제기했기때문일것이다.그러나후자쪽은‘등정의혹’과관련한것이다.‘거짓등정가려내기’는알피니즘의근간과깊이관련된문제다.
아무튼우리에게고미영·오은선상처는오래갈것같다.사력을다한완등레이스,필경은거기에서비롯된것일고미영의죽음,그리고일등을차지하기위한강변등으로지난몇년간의한국산악계는얼룩졌다.더불어사회일반에‘산악인너희들은순수한줄알았더니별반다르지않군’하는인식도심어놓았다.아니,있는그대로드러나버렸다고말해야옳다.언제는순수했던가.실은대부분욕망덩어리,명예욕의화신들이었다.
오래도록여러등반가들을취재해오며등반행위에대한무조건적신뢰는버린지오래다.행하는자에따라등반은수행이기도했지만,대부분은욕망의적극적인표출일뿐임을확인했다.대부분은‘영광의등정’이아니라‘욕망의등정’이었다.이러한동기의등반이절정을보였던것이고미영·오은선의14좌완등레이스가아닌가싶다.
그후유증의치유와변환은역시산악인들의몫이다.우선은‘왜오르는가’라고스스로다시물어보는일이필요해보인다.14좌완등만,혹은첨단만을허겁지겁좇느라등반고유의가치를외면하게된것은아닌지되돌아볼때가되었다.
1953년미국K2원정대의일화는오래전의것이지만등반을통해일구어낼수있는보석같은가치로여전히찬란하다.이들은다리가마비된동료를살리기위해7명이희박한산소,폭풍설속에서일주일여끝까지포기하지않고사투했다.이들은8천미터보다몇배더높은봉을오른것이나마찬가지의고귀한등정을이루어낸것이라고말할수있지않을까.영예욕을앞세우면가장중요하다고할이러한가치들을외면하게된다.
왜오르는가,라고다시묻고‘우리에게그것은이런것이다’라고말할수있어야한다.한국적알피니즘을말하고숙성시킬때도되었다.한예로,등반과참선의접목같은것이다.
고난도암벽등반은어느새선적(禪的)인것이된것같다.고승들이떨어지면곧목숨을잃게될절벽위에가부좌를틀고앉아참선수행을했던이유는졸지않고줄곧깨어있는상태에서자신을주시하기위해서였다.아무선입견없이사념의움직임을끊임없이관찰하는어느순간열리는어떤세계를선승들은가리킨다.고난도의극한등반이요구하는바는,그리고5.14~15급의첨단클라이머들이내뱉는말들은놀랍게도선적이다.
우리에겐오랜선의전통이이어져왔다.한국산악인들이전혀새로운방향의알피니즘을선뵐수있는소이다.
이제숫자놀음으로사회일반의큰관심을끌수있는시대는끝나고있다.새삼스럽지만보는이,인정해주는이가있건없건오로지자신의한계극복에무수히매달리기를반복하는클라이머들,소리소문없이알프스3대북벽을향해떠나는순수클라이머들에게서가치의복원이나새로운이념의탄생을기대해본다.둘러보니그런클라이머들이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