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네명은사흘건너한번씩퍼부은폭설때문에아이거북벽등반이무산되자비행기출발날짜를기다리는것외에는딱히할일이없었다.도시로연결되는열차가닿는인터라켄오스트역(InterakenOstStn.)과한정거장떨어진빌더스빌(Wilderswil)의게스트하우스에짐을푼뒤하루쉬었다가인터라켄(Interaken)시내와호수관광에하루쓰고났는데도출발하는날까지사흘이남았다.
나흘전곤돌라를타고올랐던피르스트(First·1,962m)는겨울에는스키장으로이름나있고,
“어때요?멍하니시간까먹고있느니트레킹이나한번하시죠?”
“하늘에구름이잔뜩끼어있는데올라간들보이는게뭐있겠어?하루종일구름속에서헤매다내려오는거아닌지모르겠네….”
일행누구나그런걱정이마음한구석에있었지만그래도게스트하우스에죽치고있느니바람쐬는게낫다는심정으로빌더스빌역으로향했다.빨간색깔에고풍스런분위기를풍기는쉬니케플라테행열차는가로로놓인나무의자두개씩마주한상태로칸이나뉘어있고,의자에는머리카락이허연노인들이주를이루었다.고개를살짝숙여야들어설수있을듯작은열차는세월을역행하는듯한분위기를자아냈다.‘12km를52분간달린다?’
출발시각에맞춰열차가느릿느릿움직이자세계여러나라의노인들이든젊은이든놀이공원청룡열차탄어린아이처럼즐거워하며해맑은미소를띠었다.열차가톱니레일을물며된비알을오르는사이역주변의마을이한눈에들어왔다.집집마다창문난간에빨갛거나노랗고파란꽃이활짝핀화분이놓여있어마을전체가풍경화였다.
열차는며칠째하늘을덮고있는두터운구름속으로들어갔다.그곳에는또다른수채화가그려져있었다.울창한숲이굵은붓으로터치돼있는가하면푸른물감을풀어놓은듯한초원은이슬머금은채노랗고파란꽃을피운야생화들로수놓여있었다.
쉬니케플라테종착역에도착해열차밖으로나선관광객과트레커들은환호성을질렀다.
피르스트를향해걸어가는사이영화‘사운드오브뮤직(TheSoundofMusic)’의여주인공줄리앤드루스가일곱아이들과함께뛰놀며노래부르는장면을연상케하는산아래널찍한초원에서는소와양들이방울소리울리며한가로이풀을뜯고있었다.수백마리젖소옆으로는200톤의우유가‘알프치즈’로만들어진다는건물도내려다보였다.
널찍한초원에서우유에샌드위치한조각씩먹으며알프스정취를즐기다가인드리새기사(Indri-Sa˙˙gissa·2,463m)북사면의눈밭을가로지를때는험난한알프스의고봉을오르는듯해가슴벅차올랐고,인드리새기사를감아돌아말안장처럼포근한안부에자리잡은맨들레넨산장(BerghausMa˙˙nndlenen·2,344m)에도착하자많은사람들이모여오후햇살을즐기고있는모습에덩달아여유로워졌다.담소를나누는가족이있는가하면,몇몇사람은웃옷을벗은채데크위에벌렁드러누워일광욕을즐기고있었다.알프스는이렇듯모든사람들에게여유와평온을주는곳인가보다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