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 환상의 트레일 *-

알프스,환상의트레일

베르너오버랜드명봉조망하는쉬니케플라테~피르스트트레킹

“바위만하는친구들은이런풍광모를거야.솔직히나도이런트레킹은처음이거든.정말아름다워.웅장해.”

쉬니케플라테~피르스트트레킹은오발이명중한격이었다.비록뮌히(Mo˙˙nch·4,107m)오르는것으로모든원정이끝나고말았으나쉬니케플라테에서피르스트로향하는사이알프스명봉들은가슴속깊이파고들어왔다.구름바다를뚫고장벽처럼,망대처럼솟구쳐오른알프스명봉들을한눈에바라본다는것은가슴벅찬일이었다.

우리가목표로삼았던아이거(Eiger·3,970m)는거대한북벽을1,800m아래푸른산록까지뻗고있고,뮌히와융프라우(Jungfrau·4,158m)는‘신랑과각시’라는표현대로다정하게솟아있었다.아이거왼쪽의베터호른(Wetterhorn·3,692m)은알프스황금시대를알리는봉우리답게고성같은분위기와함께웅장하면서도위엄넘치는모습이었다.

▲영화‘사운드오브뮤직’의한장면을연상케하는오버베르그호른기슭.한여름에는소떼와양떼를방목하는초원이다.

“어라,아이거가날놓아주려하질않네”

일행네명은사흘건너한번씩퍼부은폭설때문에아이거북벽등반이무산되자비행기출발날짜를기다리는것외에는딱히할일이없었다.도시로연결되는열차가닿는인터라켄오스트역(InterakenOstStn.)과한정거장떨어진빌더스빌(Wilderswil)의게스트하우스에짐을푼뒤하루쉬었다가인터라켄(Interaken)시내와호수관광에하루쓰고났는데도출발하는날까지사흘이남았다.

이럴때시간때우기좋은방법이지형도를들여다보는것이다.‘JungfrauRegion’1:25,000.지형도우측하단은융프라우,뮌히,아이거,베터호른,쉬렉호른(Schreckhorn·4,078m),라우터라르호른(Lauteraarhorn·4,042m),피셔호른(Fiescherhorn·4,048.8m)등베르너오버랜드(BerneseOberland)알프스의명봉들이몰려있다.저봉우리들을조망할수있는트레일은?‘쉬니케플라테와며칠전오른피르스트를이어볼까.여섯시간.혹시지루하면어쩌지.빤한경치일것같기도한데.’

빌더스빌역에서등산열차로접근하는쉬니케플라테(SchynigePlatte·1,962m)는아이거와뮌히,융프라우조망이대단하고600여종의야생화가천상화원같은풍광을자아내기로이름난곳이다.때문에아이거등반에나서면서도기회가오면꼭올라보리라마음먹고있었다.쉬니케플라테행열차는1893년7월14일개통한산악열차다.내년에개통100주년을맞는융프라우요흐산악열차에비해19년앞서운행한셈이다.

나흘전곤돌라를타고올랐던피르스트(First·1,962m)는겨울에는스키장으로이름나있고,봄부터가을까지는베르너오버랜드의조망을즐기며트레킹하기에좋은곳이다.곤돌라터미널에서왕복한시간반쯤걸리는산중호수트레일도있다.한데나흘전에는아이거북벽등반을앞두고여유가없는데다오후햇살이너무좋아전망대에서풍광을즐기다깜빡잠들었다깬것으로끝냈다.

“어때요?멍하니시간까먹고있느니트레킹이나한번하시죠?”

▲파울호른정상.트레커들이변화무쌍한자연의아름다움에넋을잃고있다.
유동진(63·한등회),허욱(58·악우회)선배나염동우기자는등반에관한한일가견이있는산꾼들이지만트레킹에관해서는거의빵점수준이다.‘꿩대신닭’이라고트레킹이나가자는소리에반응이그저그랬다.두텁게덮인구름또한분위기를착가라앉게했다.

“하늘에구름이잔뜩끼어있는데올라간들보이는게뭐있겠어?하루종일구름속에서헤매다내려오는거아닌지모르겠네….”

일행누구나그런걱정이마음한구석에있었지만그래도게스트하우스에죽치고있느니바람쐬는게낫다는심정으로빌더스빌역으로향했다.빨간색깔에고풍스런분위기를풍기는쉬니케플라테행열차는가로로놓인나무의자두개씩마주한상태로칸이나뉘어있고,의자에는머리카락이허연노인들이주를이루었다.고개를살짝숙여야들어설수있을듯작은열차는세월을역행하는듯한분위기를자아냈다.‘12km를52분간달린다?’

출발시각에맞춰열차가느릿느릿움직이자세계여러나라의노인들이든젊은이든놀이공원청룡열차탄어린아이처럼즐거워하며해맑은미소를띠었다.열차가톱니레일을물며된비알을오르는사이역주변의마을이한눈에들어왔다.집집마다창문난간에빨갛거나노랗고파란꽃이활짝핀화분이놓여있어마을전체가풍경화였다.

열차는며칠째하늘을덮고있는두터운구름속으로들어갔다.그곳에는또다른수채화가그려져있었다.울창한숲이굵은붓으로터치돼있는가하면푸른물감을풀어놓은듯한초원은이슬머금은채노랗고파란꽃을피운야생화들로수놓여있었다.

▲야생화만발한초원뒤로베터호른에서아이거를거쳐뮌히,융프라우로이어지는베르너오버랜드일원의명봉들이장벽을이루고있다.쉬니케플라테역아래플라토.
예상과달리천상의세계에들어선듯환상적인풍광에넋을잃은채구름바다위로올라서자파란하늘과함께하얀산들이반짝이며맞아주었다.아이거북벽이었다.수직고1,800m의북벽은가까이서마주볼때에비해품이훨씬넓었다.오른쪽으로‘처녀총각’이라는뮌히와융프라우,왼쪽베터호른마저도그치마폭으로감싸버릴듯북벽은웅장하고품이넓었다.

쉬니케플라테종착역에도착해열차밖으로나선관광객과트레커들은환호성을질렀다.열차아래널찍한테라스는천상화원이요,그뒤로는흰산과거대한바위산들이천상의고성을이루고있었다.

피르스트를향해걸어가는사이영화‘사운드오브뮤직(TheSoundofMusic)’의여주인공줄리앤드루스가일곱아이들과함께뛰놀며노래부르는장면을연상케하는산아래널찍한초원에서는소와양들이방울소리울리며한가로이풀을뜯고있었다.수백마리젖소옆으로는200톤의우유가‘알프치즈’로만들어진다는건물도내려다보였다.

▲맨들레넨산장에서지형도를펼쳐놓고트레일을살피고있는허욱씨(왼쪽).
꽃밭과초원을가르고허리길을에돌며‘오즈의마법사’가살고있는고성같은분위기의로우처호른(Loucherhorn·2,230m)어깻자락에올라서자대장벽이우뚝솟구쳐올랐고,그너머로베터호른에서아이거를거쳐융프라우로이어지는고봉들이병풍처럼또다시펼쳐져있었다.

널찍한초원에서우유에샌드위치한조각씩먹으며알프스정취를즐기다가인드리새기사(Indri-Sa˙˙gissa·2,463m)북사면의눈밭을가로지를때는험난한알프스의고봉을오르는듯해가슴벅차올랐고,인드리새기사를감아돌아말안장처럼포근한안부에자리잡은맨들레넨산장(BerghausMa˙˙nndlenen·2,344m)에도착하자많은사람들이모여오후햇살을즐기고있는모습에덩달아여유로워졌다.담소를나누는가족이있는가하면,몇몇사람은웃옷을벗은채데크위에벌렁드러누워일광욕을즐기고있었다.알프스는이렇듯모든사람들에게여유와평온을주는곳인가보다싶어졌다.

▲파울호른으로향하다벼랑에다가서서조망을즐기는취재팀.인드리새기사산릉이구름바다뚫고솟구쳐올라있다.

눈덮인된비알을올려치자망대처럼솟구친파울호른(Faulhorn·2,680.7m)이손에잡힐듯다가왔다.거센풍랑에구름바다가일렁이기시작하더니먹구름이하늘위로떠오르고파란하늘은구름에빛을잃지만그래도알프스의하얀설봉과푸른산록은조금도빛을잃지않고반짝였다.

우회로의유혹을뿌리친뒤오뚝솟은파울호른정상에올라서자쉬니케플라테출발이후맨들레넨산장까지길동무해주던베르너오버랜드의명봉들이고개를치켜들며또다시반겨주었다.우리가걸어온길은능선길도초원길도아니었다.켜켜이쌓인,거대한바위산의외가닥길이었다.로우처호른뒤로는초원을이루었으나인드리새기사는거대한바윗덩이였다.산아래멀리곤돌라종점인피르스트도그에앞서코발트빛바흐호수(Bachsee·2,265m)가반짝인다.이렇게상반되면서도오묘한분위기때문인지산정에모인이들은한곳을응시한채꼼짝하지않았다.

오후햇살이넘어가자은은한빛으로변신하는알프스

떨어지지않는발걸음을옮겨호숫가로다가서자물속에는설산과구름,파란하늘이풍덩빠져있고물고기들은구름도올라타고,골짜기도파고들며유영하고있었다.물고기들은‘세상사람들아,산아래서북적이지말고이곳자연과더불어사는게어떻겠느냐’꼬리치며유혹했다.

호숫가에는한국관광객들도여럿모여담소를나누고있다.허기와갈증을느끼고있던터에‘동포의정’으로나눠준빵과과일에생수까지마시고나니그제야마음이급해진다.우리는오후5시출발하는그린델발트행마지막곤돌라를타기위해서둘러야하는상황인데30대전후의여행객들은여유가넘쳤다.그들은1,962m높이의피르스트에서1,030m높이의그린델발트까지걸어내려갈계획이었다.

“젊음이부러워요.”

“그런말씀마세요.회사그만두고온거예요.제가선생님들나이되면가능할까요.”

▲파울호른에서피르스트로가노라면신비스런바흐호수(2,265m)가발목을붙잡는다.베터호른이웅자를자랑하며솟아있다.

좋은곳에서는자연스레덕담이이어진다.중년부부,20~30대청년들과담소를나누는사이알프스는더욱아름다워졌다.햇살이파울호른뒤로넘어가자오후내내반짝이던알프스는은은한빛을자아내며한층화사한풍광으로변해갔다.그러나유독아이거북벽은우리를빨아들일듯강렬하면서도중후한분위기를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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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트레일

아이거글레처역~알피글렌3시간짜리도보여행

융프라우요흐등산열차의아이거글레처(EigergletscherStn.·2,320m)에서알피글렌(AlpiglenStn.·1,615m)으로이어지는약3시간짜리트레일은알프스를상징하는거벽인아이거북벽의위용과더불어하얀설봉과웅장한암봉그리고푸른산록이어우러진알프스의전형적인풍광을만끽할수있는명트레일이다.

아이거트레일은융프라우요흐등산열차가아이거를관통하기직전역인아이거글레처에서시작한다.역에서철길을따라클라이네샤이데크방면으로50m쯤내려서다가오른쪽계단길을따르면언덕을거쳐케이블카건물앞에다가서고이어아이거북벽기슭으로이어지는허리길이눈에들어온다.

▲쉬니케플라테역.봄부터가을까지꽃을피우는600여종의고산식물과조망으로이름난곳이다.
한여름에도간간이눈밭이형성되는이길을따라20분쯤걸어가면지능선마루에올라서면서덮칠듯위압적인아이거북벽이웅자를드러낸다.이후수직고1,800m높이의아이거북벽뿐아니라알피니즘의역사에주요봉우리로등장하는베터호른으로이어지는웅장한명봉들이눈앞에펼쳐지고그왼쪽으로는알프스의전형을보여주는푸른산록과산간마을,그리고그린델발트일원이한눈에들어온다.트레일을따르는사이북벽에서간간이쏟아져내리는눈이나폭포,그리고한여름에도푹푹빠질만큼깊은눈밭은알프스에서맛볼수있는트레킹의진수를보여주기도한다.

트레일을따른지2시간쯤지나면‘알피글렌·그린델발트’갈림목이나타난다.오른쪽길은울창한전나무숲을통과해그린델발트까지이어지는트레일로3시간가까이걸린다.알피글렌역으로가려면왼쪽트레일을따른다.급경사트레일은곧부드러워지면서알피글렌마을을거쳐역앞으로이어진다.융프라우요흐열차를탈경우추가요금없이열차를이용할수있다.열차를타기에앞서알피글렌산장식당에서그린델발트쪽조망을즐기면서차한잔마시는여유도누려볼만하다.

▲피르스트곤돌라.그린델발트에서피르스트까지약50분동안이동한다.
트레킹팁

빌더스빌에서07:20발첫차타야여유로워

쉬니케플라테~피르스트트레일은베르너오버랜드에서최고로꼽을만큼아름답고웅장하며조망이뛰어난트레킹코스다.트레킹도중맨들레넨산장과파울호른산장을거친다.6시간30분정도잡으면가능하지만여유롭게걸으려면빌더스빌역에서오전7시20분발첫열차를타도록한다.피르스트에서그린델발트행마지막곤돌라는오후5시(7,8월성수기는오후7시)이며,피르스트터미널아래시설물에서와이어로프에매달린채시속90km로800m거리를날아가는피르스트플라이(무료)의짜릿한모험을즐길수있으며,곤돌라중간정류장에서하차하여슈렉펠트~보어트트레킹(50분),서서타는자전거(10CHF)를즐길수있다.

▲2012년10월개통100주년을맞는융프라우요흐등산열차.
열차및곤돌라요금(1CHF·스위스프랑은약1,296원·7월23일기준)인터라켄오스트-쉬니케플라테편도38.4CHF,피르스트-그린델발트-인터라켄오스트편도42.4CHF.융프라우요흐와인터라켄과그린델발트일원을하이킹할경우융프라우요흐1회이용외에인터라켄오스트~클라이네샤이데크열차구간과곤돌라를마음대로사용할수있는VIP패스(2일175CHF,3일195CHF)가유리하다.융프라우요흐(133CHF)와쉬니케플라테~피르스트트레킹(80.8CHF)만해도213CHF이넘기때문이다.

스위스인들이자랑하는융프라우요흐열차는아이거와뮌히를관통하는열차로서융프라우요흐(3,454m)에도착해스핑크스전망대(3,571m)에올라세계자연유산인융프라우를비롯한영봉들과800m두께로22km나뻗어내려가는알레치빙하를감상할수있고,얼음궁전에서보석같은조각들을만날수있는가하면굴밖으로나가설상차가널찍하게닦아놓은눈길을왕복하는뮌히산장(3,627m)트레킹(왕복2시간)이나굴입구일원에서눈썰매,스키및스노보드,자일타기등의다양한레포츠를즐길수있다.융프라우요흐열차역에는얼음궁전과전망대외에식당,관광상품판매소등이갖춰있다.

▲1,2,3알프스산록을아름답게꾸며주는야생화들.
인터라켄오스트에서융프라우행열차는하루에17회(06:04~15:05)운행하며,그린델발트(또는라우터브루넨)와클라이네샤이데크(2,061m)에서열차를갈아타야한다.정상요금186.2CHF,할인요금133CHF.

베르너오버랜드의관문도시인인터라켄은국제선항공기가닿는스위스취리히나제네바에서열차로접근한다.취리히약2시간,제네바약3시간소요.열차시각확인www.sbb.ch.

추천숙소(요금은1인기준)

쉬니케플라테산악호텔(www.schynigeplatte.ch)2인실95CHF,1인실105CHF(조석식포함),피르스트산악게스트하우스(www.berghausfirst.ch)89CHF(부모동반15세이하어린이59CHF),그린델발트다운타운로지(www.downtown-lodge.ch/en)조식포함다인실(4~8인)38CHF,2인실45CHF,1인실50CHF.클라이네샤이데크산악로지(www.bahnhof-scheidegg.ch·조석식/조식포함)1~2인실87.5~88.5/67.5~68.5CHF,다인실72.5~73.5/52.5~53.5CHF.빌더스빌의호텔크리스티나(www.minbakswiss.com)는한국인이운영하는숙소로도미토리식방(25CHF)도있고식당도운영한다.1인실90CHF,2인실160CHF,3인실220CHF.이밖에인터라켄과그린델발트일원에는별2개(☆☆)이상수준의숙소가많이있다.

여행정보및열차·곤돌라할인권숙소문의동신항운㈜02-756-7560/1,info@jungfrau.co.kr,www.jungfrau.co.kr.

-글·한필석부장사진·염동우기자/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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