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등반] 유럽 알프스 [1] *-

[해외등반]유럽알프스

뻔뻔한알프스원정대의생고생5종세트

한미선,채미선,이명희(39)세명의언니는모두동갑내기이며함께즐겨원정을나가는데,통상‘아줌마원정대’로불린다.이들과뉴페이스인아가씨서화영(34·설우산악회),그리고내(김영미·31·강릉대산악부)가함께줄을묶게되었다.나름‘젊은것들’에속하는두아가씨는도매금으로아줌마로넘어가는것에극도로민감한반응이다.

나는산을다니기시작한후18번의크고작은해외등반중,여자끼리만의등반은처음이다.동성끼리지만나에겐이부분이가장생소하다.각기다른산악회에소속돼인수에서,빙장에서,암장에서혹은동대문장비점골목귀퉁이에서만나던인연들이알프스까지발이닿았다.‘우먼알프스펀익스페디션(WomanalpsFunExpedition)’이라는팀명칭대로즐거운건더즐겁게,힘든것도‘펀(FUN)’하도록!펀펀(FUNFUN)하게~!뻔뻔한원정대가되자면서말이다.

산은친한친구의집을찾을때처럼

우리는샤모니의조문행씨가운영하는알핀로제게스트하우스에베이스를차렸다.이곳에서로체샤르를등정했던변성호형,파트너인허한구형과함께아르장티에르(Aig.d’Argentiere·3,902m)의밀리우(Milieu)빙하를고소적응차등반하기로했다.

샤모니도착4일째,제1회동계올림픽이열렸다는그랑몽테(LesGrandsMontets)의케이블카에서내리니피부에닿는자욱한안개가서늘하다.로낭(Rognons)빙하를내려설때만해도아르장티에르빙하건너편의산장이보였다.화이트아웃으로로낭빙하위에서두어시간동안고생하다원점으로되돌아가는길에GPS로좌표를확인하며산장으로향하는현지등반가들을만났다.그들에게양해를구해함께산장까지동행한다.

한시간반이면가는거리를화이트아웃으로헤매다도착한산장-.그러나예약이되어있지않았다.산장예약문화에익숙하지않은우리의실수다.하지만그들의배려로빈자리를배정받을수있었다.더불어CAF(ClubAlpineFrancais)에서가입한산악보험증으로50%의할인을받고산장을이용할수있었다.

다음날새벽4시30분산장을출발해,6명이안자일렌을하고60도정도의밀리우빙하로오르는헤드랜턴불빛을좇아간다.금방병풍처럼펼쳐진레드로아트(LesDroites)뒤로해가솟아오른다.찬공기가신선하다.눈부시게아름다운아침이다.이런걸행복이라고할까?진정한나를찾아가는기분이다.

고소적응차쉬엄쉬엄6시간만에아르장티에르정상에도착했다.적응이되면3시간이면넉넉히도달할수있을듯싶다.어쩌면뛰어올라가듯가고싶은마음이다.정상에서코르테스(Courtes),드로아트(Droites),자르딘(Jardin)의멋진풍광을배경으로기념사진을찍고느긋하게햇살을즐기며같은코스로하산해산장에도착했다.

하루더머무르겠다는계산으로산장에도착했으나산장주인은굉장히심하게화가난상태다.우리의배낭을걷어차며당장5분내로산장을나가라며화난얼굴로크게소리쳤다.우리는주섬주섬짐을챙겨쫓겨나는기분으로로낭빙하근처에비박지를잡았다.기분은몹시불쾌했지만,그것만잊는다면잠이들기에아까울정도로아름다운밤이었다.

▲코스믹에귀디미디케이블카에서발레브랑쉬설원으로내려서는대원들.
샤모니에도착해,우리가잘못한부분을확인하고사과하기위해프랑스어에능통한조문행사장을통해산장에연락했다.그들은여전히화가나있었다.첫째산장예약을안한점,둘째대원중한명이보험증이없었으나특별히할인해준점,셋째산장을사용하고깨끗이청소하지않고나갔다는점이다.표면적인실수외에서로잘못된이해때문에복합적으로발생한문제다.

근본적인것은의사소통의문제와문화의차이로인한오해다.결국해결을보지못한채사과도못한상황이라개운치가않다.이번의경우를통해등반보다문화적인것,의사소통에관해다시반성하며배운다.산을찾을때엔친한친구의집을방문할때처럼,산의예절에대해기본적인개념을늘숙지해야하겠다.

외국남자등반가들에게엉덩이보여줄수야

샤모니에돌아오니한미선언니가도착해있다.회사의상사눈치를보며어렵게얻은휴가로,알프스를찾은한미선언니는심기가불편하다.즐거운등반을방해하는날씨때문이다.아침에일어나하늘을보면웃고있어도눈물이나는기분이다.샤모니에비가내리면3,000m이상엔눈이쌓인다.그러다보니샤모니는저온현상으로춥다.샤모니에서멋진유럽남자들틈에끈나시티한번입어보자고준비했으나카고백구석에구겨져있고,우모복을입고시장을보러간다.

▲코스믹에귀디미디얼음동굴을빠져나오자마자펼쳐지는그랑드조라스의전경과구름바다.

눈비안오고바람이불지않는산은없으니,맑은날만골라산에갈수는없다.결국샤모니근교2,000m대에서대상지를찾아브레방(Brevent),발로시네(Vallocine),르브에(LeBuet),가이앙에서암벽등반을했다.비가많이오는날은락블랑(LacBlanc),몽탕베르(Montenvers),플레제르(Flegere)등지에서우산을쓰고트레킹을하며짧은휴가를내어온한미선언니의등반욕구에밸런스를맞췄다.

한미선언니는휴가동안샤모니에12일간체류하며10일동안비만맞고3,000m이상의벽은코스믹리지와에귀디미디(AiguilleDuMidi·3842m)레뷔파루트를등반하고귀국했다.코스믹리지를하러갔을때도,날씨가좋지않아눈보라에다시샤모니를내려가려고했다.차한잔을마시는동안운좋게3,000m아래로는구름바다를이루더니하늘엔해가떴다.에귀디미디설원의안부(ColduMid·3,532m)에텐트를치는동안나는호텔급화장실을준비했다.

자고로높은곳에선먹고싸는게제일중요하되,외국남자등반가들에게언니들의엉덩이를보여주면안될것같은사명감이었다.날씨는안좋고텐트안에서무료한시간을보내던언니들은드라마‘시크릿가든’의현빈노래만나오면현빈닮은등반가를데려오라고한다.“현빈!현빈!현빈!”아무래도언니들이고소가왔나보다.

여자들만있다보니등반얘기를빼면,명희언니의아들보건이이야기나,한미선언니의딸유빈이이야기가자연스럽다.원정을준비하며주말에함께등반할때,두아이들의아빠들은알래스카와스페인으로각각등반을떠나있었다.어쩔수없이언니들은두아이를산에데려와함께등반해야했다.아이들도이런생활이익숙한지라하루종일산에있어도힘든줄모르는것같다.채미선언니가둘째를더낳으라고농담을던지면언니들은애부터낳고오라고한다.그래도가장늦게결혼한채미선언니가가장신혼인가보다.말만터지면‘신랑님’얘기다.그런말들속에언니들이등반할때보다더진중한눈빛으로한마디를던진다.

“영미야,결혼은하지마.아무래도애낳고시댁챙기다보면하고싶은것들을하는데엔한계가있어.”

한계상황에서자신의자아를계발하고등반을지속적으로만들어나가는언니들은본인스스로에대해누구보다더자부심을가져도된다고본다.

▲그랑카푸생보나티루트의첫버째트레버스구간을건너는대원.
2박3일의야영장비를등에짊어지고5개의퀵드로와3개의슬링과자일한동,아이젠을사용해코스믹리지를3시간30분만에등반했다.에귀디미디정상에도착하니기상예보대로먹구름으로가득한하늘에서다시흰눈이설원을향해내려앉는다.

“영미야.나발가락없으면앞으로등반어떻게해!”

8월1일,드디어2일이상연속으로좋은날씨가처음으로찾아왔다.한미선언니를배웅하고우리는그랑카푸생(Grand·Capucin3,838m)으로향했다.이탈리아의헬브로너(Helbronner)로넘어가케이블카근처의설원에텐트를치고루트파인딩과짐데포를위해그랑카푸생으로걸음을재촉한다.등반길이400m의벽앞에서등반을마치고하강하는날렵한가이드와손님을만났다.그들은당일에샤모니에서출발해벽을5시간만에등반하고한시간만에하강했다고한다.벽앞에서개념도를보며더듬듯루트를확인하는내눈엔체력좋고알프스에경험이많은모습들이대단해보인다.그러더니스키를타고순식간에설원속으로멀어진다.

다음날새벽4시30분,기상해서벽앞에서준비를마치고설사면을올라서서신발과아이젠을데포시키고암벽화를갈아신으니벌써오전8시다.벽의좌측에3피치정도의고정로프가있었다.가이드들이빠른등반을하기위해설치해놓은듯하다.캠한조반(0.5호,0.75호,1호,2호)과60m싱글과더블로프각각한동씩두동의로프로선등자만등반을하고나머지는주마를쓰며빠르게올라갈계획을세운다.

트래버스가잦고날카로운바위면에닿아자일이심하게쓸리며손상돼,2피치만주마링하고모두등반을한다.한피치에한시간의속도가계산된다며나는자정쯤에나정상에도착할거같다는걱정을한다.명희언니도하강해서좀짧은스위스루트를오르자고한다.채미선언니는이왕온거맘먹고끝까지가보자며강한의지를표현한다.그의지에합심하고나니모두들눈빛과동작이바빠진다.

▲코스믹리지의크럭스구간에는아이젠홈이파여있다.뒤로에귀디미디가보인다.

-글·김영미(강릉대산악부OB)/사진·원정대/월간산9월호-

-원정대/2011WomanAlpsFunExp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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