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산을다니기시작한후18번의크고작은해외등반중,여자끼리만의등반은처음이다.동성끼리지만나에겐이부분이가장생소하다.각기다른산악회에소속돼인수에서,빙장에서,암장에서혹은동대문장비점골목귀퉁이에서만나던인연들이알프스까지발이닿았다.
한시간반이면가는거리를화이트아웃으로헤매다도착한산장-.그러나예약이되어있지않았다.산장예약문화에익숙하지않은우리의실수다.하지만그들의배려로빈자리를배정받을수있었다.더불어
다음날새벽4시30분산장을출발해,6명이안자일렌을하고60도정도의밀리우빙하로오르는헤드랜턴불빛을좇아간다.금방병풍처럼펼쳐진레드로아트(LesDroites)뒤로해가솟아오른다.찬공기가신선하다.
고소적응차쉬엄쉬엄6시간만에아르장티에르정상에도착했다.적응이되면3시간이면넉넉히도달할수있을듯싶다.어쩌면뛰어올라가듯가고싶은마음이다.정상에서코르테스(Courtes),드로아트(Droites),자르딘(Jardin)의멋진풍광을배경으로기념사진을찍고느긋하게햇살을즐기며같은코스로하산해산장에도착했다.
하루더머무르겠다는계산으로산장에도착했으나산장주인은굉장히심하게화가난상태다.우리의배낭을걷어차며당장5분내로산장을나가라며화난얼굴로크게소리쳤다.우리는주섬주섬짐을챙겨쫓겨나는기분으로로낭빙하근처에비박지를잡았다.기분은몹시불쾌했지만,그것만잊는다면잠이들기에아까울정도로아름다운밤이었다.
샤모니에돌아오니한미선언니가도착해있다.회사의상사눈치를보며어렵게얻은휴가로,알프스를찾은한미선언니는심기가불편하다.즐거운등반을방해하는날씨때문이다.아침에일어나하늘을보면웃고있어도눈물이나는기분이다.샤모니에비가내리면3,000m이상엔눈이쌓인다.그러다보니샤모니는저온현상으로춥다.샤모니에서멋진유럽남자들틈에끈나시티한번입어보자고준비했으나카고백구석에구겨져있고,우모복을입고시장을보러간다.
한미선언니는휴가동안샤모니에12일간체류하며10일동안비만맞고3,000m이상의벽은코스믹리지와에귀디미디(AiguilleDuMidi·3842m)레뷔파루트를등반하고귀국했다.코스믹리지를하러갔을때도,날씨가좋지않아눈보라에다시샤모니를내려가려고했다.차한잔을마시는동안운좋게3,000m아래로는구름바다를이루더니하늘엔해가떴다.에귀디미디설원의안부(ColduMid·3,532m)에텐트를치는동안나는호텔급화장실을준비했다.
자고로높은곳에선먹고싸는게제일중요하되,외국남자등반가들에게언니들의엉덩이를보여주면안될것같은사명감이었다.날씨는안좋고텐트안에서무료한시간을보내던언니들은드라마‘시크릿가든’의현빈노래만나오면현빈닮은등반가를데려오라고한다.“현빈!현빈!현빈!”아무래도언니들이고소가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