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 갑장산(805.7m) *-

▶▶상주특집갑장산805.7m

용흥사앞주차장~남석문~정상~갑장사~용흥사계곡~주차장

‘상주’하면갑장산이지요!

취재를맡은갑장산이워낙유명한곳이어서그간여기저기서말은많이들었지만생면부지의산이라갑장산에대해서잘아는동행이절실했다.그래서내려가기전에갑장산전문가두명에게도움을구했다.상주의산에대해서는둘째가라면섭섭할전문가인상주시청문화체육과전병순계장과몇해전갑장산을605회나오른것이화제가되어인터뷰를한적이있는MS저축은행상주지점장장영기씨.10월에있을‘상주감고을축제’준비로눈코뜰새없이바쁘다는전계장은대신믿을만한다른이를소개시켜준다.

장영기씨도따로동행을구해놓았는데,재밌게도두사람이말한인물이일치했다.상주시복룡동에서도이터와마운틴이큅먼트를취급하는아웃도어용품점‘삼백레포츠’를운영하는성명(47세)씨.훤칠한키에시원시원하고성실함이느껴지는말투,매장한켠을차지하고있는TANNOY스피커로세팅된오디오세트가그의취향과성품을짐작케한다.삼백산악회총무이기도한그는고맙게도산악회회원중세명을더섭외해두었다.

예비군중대장출신인이병열(60세)씨와산악회산행대장안병철(43세)씨그리고홍일점인상주다문화센터한국어강사인이미숙(39세)씨다.여기에장영기씨,성명씨까지저마다갑장산전문가들인5명이동행하니천군만마를얻은듯든든하다.갑장산으로이동하는길,내심이른가을을기대했는데바람없이해만쨍하다.

“후텁지근한게날이무척덥네요.”

“아직한두주더바짝뜨거워야합니다.여름내내비만내려서농사다망치게생겼거든요.마지막더위가가기전에해가잘나야지그나마올농사기대해볼만합니다.”이병열씨가늦더위가오히려다행이라며농사걱정을한다.하루가멀다하고비만쏟아붓던하늘을향해울상을짓던농부들에겐여름끝에찾아온이햇살이여간반가운게아닐것이라고하였다.

지천동솔숲을지나도착한넓은주차장.비구니수행도량인용흥사와상주4장사중하나인갑장사들머리를겸하는이곳은갑장산을찾는이들대부분이산행기점과종점으로삼는곳이다.상주시종합관광안내도가선주차장은그러나평일이고성수기마저지나서인지텅비었다.산행코스를묻자장영기씨가용흥사남쪽능선을따라갑장산에올랐다가정상아래헬기장에서야영을하면좋을것이라고추천한다.

찻집‘귀래정’을지나산길로접어들자‘정상3.2km’라적힌예쁜이정표가반기고곧묵무덤을지나솔숲사이로길이이어진다.속절없이떠나가는여름을붙잡으려는가,목이터져라울어대는매미소리에귀가멍해질지경이다.

까마귀도아는갑장사공양시간

울창한숲에덮인등산로,그러나숨이턱턱막혀오는더위는어쩔수가없다.대형배낭가득야영채비로패킹해온안병철씨와성명씨는벌써땀범벅이되었다.전날밤약간과했던술자리때문인지안병철씨는힘든기색이역력하다.가다쉬기를반복하며1시간30분남짓오르자왼쪽으로조망이트였다.“이기자님,저기허연바위가상사바위입니다.그옆에기와건물이갑장사고요.갑장사위에잘록한부분에오늘야영할헬기장이있습니다.

헬기장바로위로정자가보이죠?”갑장산마니아인장영기씨가조목조목짚어가며친절한설명을한다.헬기장까지는아직길이멀다.벌써오후6시를훌쩍넘겼는데크고작은봉우리두셋은더넘어야한단다.잠시뒤닿은전망바위,습해진공기때문인지갑장산북쪽을가로지르며뻗은청원-상주간고속국도와상주시가지풍광이희미하다.그너머로노악산실루엣이하늘금을그렸다.

“까악-까악-”머리위로까마귀몇마리가나타나더니갑장사쪽으로날아간다.“까마귀도공양시간되니까밥먹을라고깍깍거리며절로찾아가는기라.우리도후딱가서밥먹자고.”이병열씨의말에모두웃음보가터진다.곧해가질것같아모두걸음을서두른다.갑자기커다란바위두개가길을막고섰다.남석문이다.바위사이로난재미난길,통과해돌아보니한쪽바위가웅크린채잠이든양의모습을빼다박았다.잠시뒤또나타나는거대한입석둘.연이어진남석문의두번째문이다.

두번째바위를지나3분쯤갔을까,주능선동쪽으로조망이트이며낙동면풍광이한눈에든다.해질녘이라아쉽긴하지만발아래용포리다랑논이며복우산(508.7m)너머김천의산들이펼친아름다운산너울이무더위속에힘들게오른걸음을보상해준다.멀리낙동면물량리를지나는낙동강도가늠된다.고개를돌리니정상부가손에잡힐듯잘보인다.그런데온통바윗덩이다.낙동면쪽은아예깎아세운절벽이어서아찔하기까지하다.해가지고길도험해우리는주능선을버리고갑장사로이어지는산허리길로방향을튼다.

결국헤드램프를켜고서야도착한헬기장,생각했던것보다넓고반듯하다.성명씨와안병철씨가잠시뚝딱거리더니어느새든든한타프가세워지고,갑장사에서길어온물로저녁준비에일사불란하다.“우와~산에서어떻게이런걸다먹어요?전김밥만먹는줄알았어요.집에서도해먹기힘든요린데….아까부터저리큰배낭에대체뭐가들었나했어요.완전대박진수성찬입니다.”

충북괴산이고향으로상주총각을만나대간을넘어시집와이제는상주사람이된이미숙씨가성명,안병철씨가떡하니차린저녁상을보더니입을다물지못한다.오늘의메인요리는통돼지수육과묵은김치.야생버섯에조예가깊은안병철씨가아까올라오면서딴갖가지버섯까지더해지며갑장산에서의늦여름행복한밤이깊어간다.

2시간.헬기장에서비박을했던성명,안병철,그리고나,세명이밤새잠잤던시간을합친것이다.이병열,장영기,이미숙씨가밤9시쯤에하산을한후우리는10시에잠자리에들었다.그런데“앵~”한두마리씩시간차를두고달려드는산모기때문에거의잠을이루지못했다.침낭을덮어쓰면습하고더워서견딜수가없고,걷으면모기가달려들고.건초더미를모아모깃불도지폈지만효과는그때뿐이었다.

갑장산은상주의으뜸전망대

“텐트냐타프냐한참을고민했는데,순간의선택이하룻밤을고생시켰네요.”

밤을꼬박지새우고날이희끄무레할즈음에야잠시눈을붙였던성명씨가침낭지퍼를열며아침인사를한다.기대했던일출은물건너간듯,하늘이잔뜩흐리다.혹시나싶어카메라를들고서둘러정상에오른다.서북쪽의상산(694m)만이낮게깔린잿빛구름위로얼굴을내밀었을뿐,낙동면쪽이나상주시내는여백처럼시야에서사라지고없다.

아침을먹고다시올랐을때도갑장산자락을벗어난풍광은여전히오리무중.맑은날에는구미금오산까지오롯이조망된다는데,처음찾아온이방인에게갑장산은낯선채를한다.그러나낯가림하는그자태또한신비롭고아름다워정상에서한참을머물며조망의감흥에빠진다.갑장산정상부는품이그리넓지않다.남북으로발달한능선의동쪽은‘나옹바위’,‘백길바위’라이름이붙은깎아지른절벽이이어지고서쪽은기울어평탄하지가못하기때문.그곳에산불감시초소와통신용철탑,삼각점과1989년에상주산악회가세운정상표지석이있다,

2000년마지막날에상주시가세운갑장산안내석,전병순계장이주도해만든돌탑등이있다.다소복잡해보이지만각시설물이산의크기에반하지않게덩치를줄여풍경이적당하다.낙동면조망터로는이곳이단연최고인듯,위치가기가막히다.상주시가지쪽으로는나뭇가지들로막히는데,대신정상과헬기장사이에팔각정이있다.

용흥사앞주차장에차를세워둔우리가선택할수있는하산코스는헬기장에서문필봉,상산을거쳐능선을따라내려서거나갑장사에서골짜기를따라내려서는두가지다.날이조금만더맑다면당연히능선길인데,오늘은갑장사를둘러보고계곡길을따르는게더나을것이라며상사바위로길을안내하는성명씨.아찔한벼랑을이룬상사바위위로아름드리낙락장송이숲을이뤘다.애틋한사연이전하는상사바위보다솔숲이무척맘에들어그기운을느껴보려괜히어슬렁거린다.

갑장사풍광에놀라다

갑장사는상사바위에서불과몇걸음떨어져있다.여말공민왕때나옹화상이창건했다는설이있는갑장사는최근불에탄후1988년에다시지었다.그래고졸한맛이없지만대신반듯하고정갈하다.위압적이지않은높이의축대에산의크기와조화롭게들어선법당과너무넓어휑하지도또너무좁아답답하지도않는마당,그한곳에자리한어른과키를잴만한높이의정겨운3층석탑이보기에무척편안하다.

마당과법당그리고요사채가만나는곳에꽃을활짝피운배롱나무한그루가지루할것도같은산사의풍광에생기를불어넣고있다.마당가장자리를따라활짝핀키작은꽃들도보기좋다.“청산은나를보고말없이살라하고창공은나를보고티없이살라하네…”라고읊조렸던나옹의법맥이지금도이어지는것인가,여간절간다운게아니다.

갑장산이름과관련해전해오는설두가지가전한다.고려충렬왕이승장사에들렀다가갑장산을우러르고는“영남의으뜸산”이라며명명했다는것과이곳갑장사로인해갑장산이되었다는것이다.어찌되었든지갑장사는위치나규모나꾸밈이갑장산과잘어울리는느낌이다.마당을가로지른안병철씨가배낭을벗더니탑앞에서정성스레합장을한다.잠시쉰후요사채부엌에들러수통을채우고하산을시작한다.깔끔하게정돈된통나무계단길을따라내려서는걸음,나옹선사의선시(禪詩)가귓전을맴돈다.“사랑도벗어놓고미움도벗어놓고물같이바람같이살다가가라하네.”

글사진|이승태기자/사람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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