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梨大서 41년째 구두수선 허완회씨 *-
BY paxlee ON 11. 27, 2011
梨大서41년째구두수선허완회씨
한가지일을40년간계속해왔다면그를장인(匠人)이라고불러도손색없을것이다.이화여대에구두장인이있다.구두만드는사람이아니라고치는이다.그는"구두만드는건일이고고치는건예술"이라고했다.열다섯나이에이대앞에서구두를만지기시작해올해까지41년째그는굽을갈고밑창을뜯고바느질을한다.이대헬렌관1층구두수선집주인허완회(56)씨이야기다.
이화여대헬렌관1층에41년째이대생과교수들의구두를고쳐주는허완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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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아주지는않아요.자존심때문에.서비스로닦아주는적은있지만돈받고닦아주지는않습니다."장인이말했다."구두닦는건군대갔다오면누구나할수있어요.그게무슨기술이야.나는구두수선하는사람이오."이대생들사이에서이구둣방은’두명이가면안되는집’으로알려져있다.둘이가서자리차지하고떠들면허씨가’일하는데방해된다’며쫓아내기때문이다.
전북남원출신인그는중학교를졸업한뒤1970년이화여대정문앞’전통구둣방’에서일을시작했다.스무살좀넘어서는신촌기차역근처에’이화사’라는구둣방을차렸다.그는"내인생철학이소꼬리보다닭대가리가되는것이어서구두수선으로한국1등이되려고했다"고말했다.
신촌역일대가개발되면서이대를떠나명동과경기광명시에서일하다가다시이화여대로돌아온게1990년3월이다."이대에서전화가왔더라고요.학교구내에서구두수선점을할생각이없느냐고요.그래서한달쯤고민한뒤에들어왔어요.대학구내로들어온다는건내맘대로가게문을여닫을수없다는거잖아요.학교의구성원이되는거죠.쉽게말해코가꿰는거니까고민이되더라고요."이후오늘까지토·일요일을제외하곤단하루도문을닫은적이없다.초등학교때받은6년개근상을아직도자랑스러워하는그는"어디가부러지면모를까,학교가멀쩡히돌아가는데아프거나힘들다고문을안열수는없다"고했다.
―41년을이대에서만일했으니어떤교직원보다장수했네요.
"처음엔누나들구두를만졌고곧내또래들구두를고치다보니동생들이손님이됐어요.이제는막내딸뻘애들구두를고치죠.재학생이졸업한뒤에교수가되어다시오고,다시그딸이또이대에입학해내손님이됩니다."
인터뷰는최근이틀에걸쳐이뤄졌다.그때마다재학생과교수는물론,졸업생과퇴직교수,교직원들이줄지어구두를들고찾아왔다.2008년에정년퇴직한미술대학이성순교수가마침구두를고치러왔다가"내가40년단골이고,지금교수로있는내동생,강사인내딸이모두아저씨단골"이라며"구두고치러다른데가본적이없다"고했다.허씨는"역대총장구두도모두내가고쳤다"며"김동길박사(연세대명예교수)도항상여기로구두를보냈는데한2,3년뜸한걸보면어디편찮으신가보다"고했다.
―구두수선이보통남들로부터부러움을사는직업은아니죠.
"그렇죠.그런데이업을하는사람들은모두나를부러워해요.이대안에서하니까.이대가여자대학으로는동양에서최고잖아요.그최고의대학졸업생과교수들이모두나를인정해주잖아요.내가잘하는건딱하나,구두수선이에요.그리고나를알아주는곳도딱한군데,이대뿐이에요."
―어떻게최고라고자신합니까.
"학생들이가져온구두를보면알수있어요.다른데서한번고친걸보면대부분어설프더라고.내손님이전국에서오고미국에서도와요.유학갔다가우편으로보내는거지.그런데다들’우리동네에선안된다더라’며가져오거든요.그러니까내가한국최고지."
6.6㎡(약2평)나될까싶은공간에서그는평생일해왔다.거리의구둣방과다른것은천장이높다는것,그리고고기굽는전기그릴이한쪽에있는것이었다.
―전기그릴은무슨용도입니까.
"본드가미지근해야잘붙어요.그래서보통난로를쓰죠.근데너무더워.어느날집에서삼겹살을구워먹는데이게괜찮겠더라고.그래서가져와써보니좋아요.덜덥고넓어서편리해요.세계어디에가도이걸로구두고치는사람은없을겁니다."
그의구둣방에앉아서여러가지를처음알게됐다.멋쟁이들은하이힐을1주일쯤신으면굽을간다는사실,뒤축높은새구두를가져와축을조금잘라내는사람들이의외로많다는것,그리고매끈한구두밑창에우둘투둘한밑창을덧대어신는다는것이다.허씨는"멋쟁이들에게구두굽은남자들의담뱃값같은것"이라고했다.
―굽을잘라낼거면왜높은구두를삽니까.
"그게여자예요.키도커보이고싶고멋있을것같아서자신감을갖고샀는데너무힘든거지.저렇게작은굽이그체중을견디는게신기한거요.진짜공주들은그런고통을다참아요.친구들이’너그거너무높지않니?’하고물으면’아니,난낮은건못신어’라고대답하죠.다거짓말이에요.그리고집에가서는끙끙앓지요."마침졸업반이라는학생하나가꽤높아보이는구두를가져와서밑창을덧대다가"(굽높이가)6㎝까지는괜찮은데7㎝부터는너무힘들다"며맞장구를쳤다.
가장흔한손님은닳아버린굽을떼고새굽을다는사람들이었다.손톱보다도작은하이힐굽을펜치로떼어내고새굽을박아넣는데드는시간은길어야30초정도였다.그는"여기에세계적인굽들이다와요.그래도안되는게없어요"라고했다.
―휴가도한번안갔습니까.
"휴가를어떻게가요.3박4일여행이란걸내인생에서가본적이없어요.금요일저녁에출발하면기껏해야일요일까지2박3일이죠.언제나거기에가면구두아저씨가있다는믿음을줘야하는데어느날말도없이문을닫아봐요.특히졸업생들이일부러찾아왔는데그러면안되죠."
이대멋쟁이들의구두를40년넘게손봐주느라거칠어진허씨의두손.장갑을안끼는왼손이더거칠다.오른쪽은허씨가“40년만에저런구두는처음본다”고할만큼망가져버린부츠.허씨는“물론고칠수있다”고했다./주완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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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는"외부에서졸업생들이가져오는일감이무시못할만큼많다"고했다."내휴대폰에는엄청나게많은전화번호가한가지이름으로저장돼있어요.졸업생.성은졸,이름은업생.하하하.이름도모르고얼굴도몰라요.그런데졸업생이란건알아.졸업생전화는조금각별하게받고하죠.쉽게말해단골을관리하는거죠."
한학생이구두에올리브오일이스며들어얼룩졌다며울상을하고들어왔다.허씨는대번에"이건안되겠다"고했다.
―안되는것도있군요.
"그렇죠.허허.확실한건내가안되는건어딜가도안돼요.어려운건없어요.되는것과안되는게있을뿐이죠.기술자가’어렵겠다’고말하는건돈을더받으려고하는소리이고,정말어려워서어렵다고하면그건기술자가아니에요.나는한푼더벌려고안되는거된다고안합니다.나는손님을VIP대접안하거든.내인생에서내가VIP지.사람들은내기술을돈주고사는거예요.강남어디가면사모님사장님하면서차에다가구두실어주고한다는데,난그런것못해요."
그가"88학번졸업생이가져온것"이라며부츠한켤레를보여줬다.가죽은멀쩡한데밑창이너덜너덜해진신발이었다.그는"이런걸고치는게예술이고작품이지,공장에서구두찍어내는게무슨예술이냐"고했다.
그의작업복바지는본드얼룩으로누더기가됐다.싸구려를사서한달쯤작업복으로입다가버린다고했다.
―앞치마를입으면되지않습니까.
"몸을아끼면일이제대로되지않아요.일감이몸에딱달라붙어야일을다부지게할수있어요.내가여기서와이셔츠에넥타이매고일해봐요.일이되겠어요?한번은교수님이좋은의자를선물하겠다기에’이일은편한자세로는안됩니다’하고사양했죠.구두고치는게얼마나복잡하고정교한일인데뒤로젖혀지는의자에앉아서합니까."
―구두만봐도사람의성품을알겠군요.
"물론이죠.그런데학생들이와서그렇게물어보면’그런게어디있어?’하고말아요.안그러면’저는어떤것같아요?’하고꼭묻거든.그렇다고있는그대로말해줄수있어요?"
―구두와성품이어떤관계입니까.
"구두를어떻게신느냐와그사람의성격이정확하게정비례합니다.굽이다닳아서구두가달그락거리면민망해야정상인데,’누가이걸보겠어?’하고신고다니는학생들이있죠.구두가그런데뭐는다르겠어?거기까지만얘기할게요.그래서멋쟁이들이공부도잘해요.모양내려면부지런해야하거든.그게얼마나귀찮은일인데요."
―대학생은청바지에운동화가더어울리지않나요.
"70년대말까지만해도채플끝나고점심시간이면,이화교에서말발굽소리가들렸어요.따가닥따가닥하고.다들하이힐을신고다녔다고요.근데요즘애들은다들운동화를끌고다니잖아요.그냥산에가도되겠더라고.그러다가4학년때취업면접가려면하이힐신어야되잖아요.그러면너무힘든거야.취직은잘안되고하이힐은힘들고.그러니까’내가왜이걸신어야돼?’하면서구두에화를내죠.여자는야금야금만들어지는거예요.조금씩하이힐을신고훈련을해야돼요.짧은치마입고높은구두신으면얼마나조심하고신중해지는지알아요?그게바로여자다운거예요."
―며느리볼때는구두를보겠군요.
"아마도보겠죠.하하하."그는장성한아들둘을두고있다.
마침면접을앞둔학생이굽을갈러왔다.허씨는"얼른나가서본전찾아야지.학교에다얼마나갖다바쳤냐"하더니"면접이라니까서비스다"하며구두를깔끔하게닦아줬다.
―40년동안학교분위기도많이바뀌었죠.
"옛날엔데모하면90%가정치데모였죠.물러나라뭐이런게많았어요.요즘은등록금내려라,건물짓지말아라,뭐공개하라이런학내문제로바뀌었어요.데모많이하던시절에학생들간첩으로몰아서잡아가고,참많이들다치고희생됐죠.거기비하면최루탄때문에내가고생한건아무것도아니죠."
―그렇게단골이많으면사업을늘릴수도있을텐데요.
"안그래도이대목동병원사람들이병원에도하나내달라고해요.그래서’그럼여기일은누가하고?’하니까’아,그렇지’하더군요.사람을쓰면되는데내솜씨가나오나요.그리고누가요즘이런일하겠어요.나는어렸을때먹여주고재워주면감사하다고해서월급없이일을배웠어요.요즘엔시급으로받는아르바이트천지잖아요.돈벌기가얼마나쉬워?그런데일배우겠다고덤비는젊은이가없어.자기눈높이에맞추면할일이천지에널렸는데."
허씨의수선솜씨를보고있자니집신발장의낡은구두들이저절로떠올랐다.구둣방앞뜰엔40년이족히넘었을플라타너스들이줄지어햇살을받고있었다.
-글/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