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제7대 자연경관 선정 제주도] 사려니숲길 르포 *-

[세계제7대자연경관선정제주도]사려니숲길르포
아바타적분위기의신역(神域)을노닐다
봉개동~붉은오름입구10km…완경사내리막숲속길
▲사려니숲길중반부를지나면울창한삼나무숲사이로길이전개된다.비에젖은삼나무숲에흠뻑배들었던정갈한기운이길로흘러나오는것같다.

제주도말로사려니,살안이,혹은솔안이의살,솔은신성한곳을뜻한다고하니,사려니숲길은곧신역(神域)의숲길이다.실제걸어보면과연신의땅이라할만하게사려니숲은짙고아름다우며,간혹안개가끼면신령스러운분위기가물씬하다.제주올레19개코스에속해있지는않지만그올레길들에못지않은인기로사람들을불러모으고있다.이태전개방된이래매년방문자수가배로늘고있다고한다.

이제제주도가세계7대자연경관에선정되기까지했으니사려니길찾는사람들이얼마나늘어날지-.한겨울눈이깊이쌓이는때도입구까지제설작업이되어여러사람이찾아온다고한다.문득졸음에서깨어나창밖을본다.엄청난숲사이도로를버스는서행하고있다.와이퍼가버걱거리는앞차창밖으로내다뵈는도로의저끝까지아름드리삼나무숲이다.날이흐린데다숲은넓고짙어서,숲속깊은곳은숫제한밤중이다.

‘아무리인기가좋다해도이렇게비가부슬거리고쌀쌀한가을날에는한적하겠지’하는추측은터무니없는것이었다.종종굵은빗방울이후득이는데도사려니숲길출발점을지나는2차선아스팔트길은입구양쪽으로1km쯤차량들이늘어서있었다.주말에는날씨불문하고이런상황이라한다.11월6일일요일오늘은올해단풍빛으로는마지막일것이라하여특히많은사람이몰려온것같다고숲해설사강송화씨는말한다.

▲사려니숲길입구.

사려니길은한라산동사면,제주시봉개동절물오름남쪽비자림로중간(교래사거리에서1112번비자림로를따라5km쯤서진한지점)부터서귀포시남원읍한남리사려니오름까지이어지는15km숲길이다.다만중간지점부터사려니오름까지는사전신청해야가볼수있으며,연중개방하는구간은교래리~붉은오름간약10km다.각지점의들목엔두아름쯤되는커다란통나무형상의조형물을세워사려니숲길입구임을알려주고있다.

해발590m에서440m로완만한내리막


일방통행길이아니므로어느한곳을특별히출발점이라말하는건무리다.다만비자림로에서붉은오름방향이전체적으로내리막이어서사람들대부분이북쪽교래리의비자림로중간기점을출발점으로삼는다.비자림로출발점이해발590m정도,붉은오름아래종점이440m다.

우정사려니숲길로들어설것도없이입구주변삼나무숲산책만으로도그만이겠다싶다.강송화해설사의말로는1930년대제주도가벌겋게헐벗었을때제주도민들이일본에가속성으로자라는삼나무를보고들여와바로이곳일대에처음심기시작했다.그래서이곳사려니숲길입구주변의삼나무들은수령이80년쯤으로유난히굵은것이라한다.이곳에서키운묘목들이제주도곳곳으로퍼져나가지금같은삼나무숲천지가되었다고한다.

▲비를맞으면서도사려니숲길의마지막단풍빛을즐기려찾은사람들.

노랑,파랑우비를걸친사람들이줄지어사려니숲길로접어든다.바닥에붉은색의‘송이’라부르는제주도특유의화산파쇄석을깐,농로처럼널찍한길은자전거도얼마든지다닐정도지만탐방객이많아지며출입을금했다.입구안쪽50여m지점의길가에자그마한안내소와안내자가있지만입장료는받지않는다.

일제때의남벌이나6·25전화(戰禍)도피해간것일까.사려니숲길주변수목들은육지부보다한결풍성하고짙다.온화한기후로생장이빨랐던덕인지수목들이굵고육감적이다.굵은줄기의큰키나무들을간혹팔뚝만한굵기의덩굴식물들이휘감았고키작은관목이나관중,고사리등속도무성하다.강송화씨가말한다.“활엽수종은거의가때죽나무나서어나무예요.저기세로로길게무늬가나있고옆으로멋지게휜나무가때죽나무죠.”

▲사려니숲길개념도

아름드리곰솔나무처럼표피가거친수목줄기들엔푸르스름한이끼가두툼하게덮여있어전체적인분위기가저유명했던영화‘아바타’의숲풍경을연상시킨다.이런아바타적숲분위기는한겨울을제외하곤봄부터늦가을까지이어진다고한다.추적이는빗줄기에떨어진단풍잎들이핏빛처럼붉다.

“이제마지막단풍이에요.오래지않아눈이내릴겁니다.”
강송화씨는겨울사려니숲길풍경도아름다우니그때도한번다시와보라권한다.
빗물이모이고모여내륙처럼냇물로흐르는게아니라어딘가움푹팬곳에서고일것만같은평지길이지만,길을가로질러뚜렷한물길이지나고있다.새왓내라는내로,40여개오름들사이로흘러내린물줄기들을모아이윽고제주도남동쪽표선바닷가로쏟아져내리는길이25.7km의천미천(川尾川)지류다.

시간남짓걸어다리가좀피곤하다싶은데,마침길오른쪽에정자가나선다.비를그으며간식들기엔안성맞춤인자리다.정자가선이곳에서물찻오름길이갈라지는데자연휴식년제로출입을금한다는플래카드가걸려있다.물찻오름(水城岳·717.2m)을보고싶다는민원이많아,아마도2013년쯤엔개방될것이라한다.강송화씨가청산유수로말을쏟아낸다.

“제주도에는아홉군데물저장능력이뛰어난오름이있어요.이곳물찻오름과물영아리,물장오름,어승생악,금오름,원당봉같은오름이에요.물찻오름은지하에서솟아오르던용암이중간에굳어서그릇같은역할을해주어서물이차오른다고해요.그래서물찻오름이죠.”


사람과친숙해진노루,도망가지도않아

▲1사려니숲길에서만난어린숫노루.사람을보고도도망갈생각을하지않았다. 2사려니숲길가의,누군가가난했을이의무덤. 한라산동면의대표적등산기점인성판악쪽갈림길목에서길이왼쪽으로크게휘어나간다.성판악방면길도휴식년제로묶여있으며,이즈음부터서귀포시관할로바뀐다.“이근처는오뉴월이면잎이무성해져서주라기공원같아져요”하는강해설사말에주위를둘러보니유난히굵은수목들이많이우거졌다.서귀포쪽으로들어서자녹나무과식물들이많이뵌다.

이일대가곶자왈지형의특징이두드러지는곳이라며강해설사가가리키는숲속은땅이고랑이진듯울퉁불퉁하다.곶자왈이란바위가많은곳이란뜻으로,제주도전체가용암지대이긴하지만유난히크고작은바윗덩이들이많은곳을이르는말이라한다.이런데의수목은흙이많은곳에비해성장이매우더디어서,저기팔뚝처럼가늘어서수령이고작10년생쯤돼뵈는것도실은20~30년쯤되었을것이라한다.

“잠깐스톱!쉿!”

앞선일행이그러면서몸까지낮춘다.길바로옆의숲에서자그마한숫노루한마리가풀을뜯고있다.사람들과많이익숙해져서인지곁눈질로흘끔거리면서도도망가지않는다.빵을던져주면먹을까,저어린숫노루한테는특식이아닐까어쩌고떠드는소리에그예노루는숲속으로몸을감춘다.

오른쪽으로목제데크를깐샛길이뵌다.‘치유와명상의숲’이라따로간판을세워둔것으로보아숲이유난스레좋은가보다.모두들이길로접어든다.역시,한결굵고크게자란활엽수목들이주변공간을채우고나선다.데크길은구불구불숲속여기저기를기웃거리고나서다시주탐승길쪽을향한다.

어느덧비는그치고늦가을파스텔톤치유와명상의숲을빠져나오는순간이마를건드리는서늘하고도정갈한기운-.바로앞암녹색으로짙디짙은삼나무숲이근원지다.제주도사람들은삼나무를쑥대낭이라부른다.곧쑥대처럼빨리크는나무(낭)이라는뜻이다.그쑥대낭숲전체에투명한액체로머금어진듯한정갈함이조금씩숲밖으로흘러나오고있다.

▲비에젖은사려니숲길의허공과땅을장식한단풍잎들.

그숲속데크길로들어가본다.길이끝나는숲가운데자궁처럼자리한작은휴게공간에는이미우리처럼쑥대낭숲기운에이끌린몇사람이수백가닥비에젖은삼나무줄기들이모여서서이룬맑은어두움의아늑함에조용히취해있다.삼나무숲옆주탐승로의정자에모여앉아도시락을드는사람들모습이편안하다.이미비자림로~붉은오름간10km길을5분의3쯤지났다.사람들은차를놓아둔비자림로쪽입구로대부분발길을되돌린뒤여서사려니숲길은휑하니비었다.

길가삼나무숲아래에숲을가꾸는조형물인듯외담을두른단아한무덤한기가자리했다.제주도무덤들은짐승이나해충박멸을위해놓은불길이범접하지못하도록반드시돌담을둘렀다.돌이흔한제주도이긴하지만네모나게반듯이다듬기는쉽지않았을것이다.그래서가난한집무덤은대개외담,부잣집무덤은겹담을둘렀다.

붉은오름입구에다다른다.붉은오름(529m)은옛적벌거숭이민둥산이었을때붙인이름.이제는전망대에오르기전에는화구륜을한바퀴빙돌아도바깥이전혀보이지않을만큼숲이짙어졌으니푸른오름이라이름을바꿔야하지않을까.화구륜을돌아내려오기까지는1시간쯤걸린다.

갑자기저아래도로변이시끌벅적하다.앞질러내려간일행들이한남리사려니숲길입구의포장마차에서오뎅과막걸리로판을벌였다.비가부슬거리거나말거나,상큼한숲탐승을끝내고속이출출해진우리에겐도저히그냥지나칠수없는유혹이다.

▲1명상의숲길은아바타의한장면같다. 2굵은교목부터작디작은풀까지고루품고있는사려니숲.

-글·안중국편집장/사진·허재성기자/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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