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빛그자체다.
제주도는이빛깔을기본축으로자신들만의고유하고독특한세계를변증법적으로창출한다.따라서
본래,기자와경원대산악부는150여미터에이르는성산일출봉동벽을등반하려고했다.성산일출봉동벽은1978년12월크로니산악회(회장현동욱)에의해초등되었다.그러나그루트가어느곳에있는지정확하게기록되어있지않아제주산악인들에게그루트의위치를문의했으나확인할수없었다.
루트가개척된지21년이되었는데그사이등반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다면동벽루트는소금기에의해볼트나하켄이모두부식되었으리란생각이들었다.따라서루트를찾느라고시간을허비하는것보다새로운루트를개척하는것이났다는판단이섰다.성산일출봉암질과등반선을확인하기위해3월5일기자는일출봉을찾았다.일출봉을조금멀리서보았을때는등반선이멋이있어개척이가능하리라생각했지만벽밑으로내려가암질을확인한결과,잘부서지는퇴적암계통의바위이기때문에등반불가판정을내렸다.기자가대안으로찾은곳은중문암장.이곳은93년찾았을때도개척되어있지않았고올해1월,제주도눈꽃축제때다시찾았지만그때까지개척이안된미개척지로보여경원대산악부와개척하기로했다.
중문암장은중문관광단지안에있는하얏트호텔바로아래해안가에위치한다.이암장의암질은현무암으로,육각형의바위기둥으로이루어진주상절리형태의암장이다.주상절리는화산에서분출된낮은온도의용암이해안으로흘러내리다가차가운바닷물과만나용암이식으면서형성된육각형의균열된바위를말한다.중문암장은크게세구역으로나눌수있다.
해수욕장으로늘푸르른소나무처럼바닷물이보이고우리는머리칼을가르는싱그러운바람을맞으며아무도밟지않은모래톱에발자국을남겼다.모래사장이끝나고주상절리에서떨어져나온퇴석지대를따라걸어가자1구역이나오고.하얏트호텔에서바다로힘차게떨어지는10여미터의폭포를지나니돌로쌓아올린해녀탈의실이보였다.바로이곳부터2구역암장이시작된다.
탈의실에서가까운잡석지대에앉아잠시쉰뒤등반준비를했다.첫번째개척할루트는탈의실에서20여미터떨어진곳으로,낙석위험이별로없고비교적쉬워보이는직상크랙으로잡았다.심동희씨가장비를챙긴뒤출발지점의크랙을올라쌍크랙으로진입했다.그는쌍크랙중간에프렌드하나를박고쌍크랙이끝나는지점의작은오버행밑에너트1개를설치한뒤,조심스럽게우측크랙으로진입한다.
그후하켄3개와프렌드3개를크랙에설치하고약22미터지점에확보한다.그는한숨을돌리고바다를한동안바라보고나서이종서씨에게
이번루트도크랙으로이루어진직상코스.하단훼이스를시원스레올라가던심씨는중단으로진입하자마자루트가어려워지기시작해선지하켄4개와프렌드3개를설치하면서인공등반으로올라갔다.많은시간을소모한후,그는약25미터되는지점에가까스로확보용하켄을2개박고하강했다.2개의루트를개척한후첫번째루트는’푸른물결의선율(5.9)’로,둘째루트는’어느모델의하루(5.10b)’로이름지었다.두개의루트개척을마친뒤,다음날등반시간을줄이기위해고정자일을설치하고바다에떨어지는저녁햇살을뒤로한채서귀포숙소로돌아왔다.
3월7일,아침부터비가올것만같은날씨.걱정이앞섰다.어제하얏트호텔쪽에서중문해수욕장으로내려오는길을알게되어암장까지쉽게접근할수있었다.하얏트호텔에서바다는폭풍주의보가내려진뒤라검푸른기운을머금고,가까운바다에는피항한중국어선들이대규모선단을이루어장관을이루고있었다.오전10시.제주시에사는경원대OB산악회의라태균씨(31세·제주경매정보사)와한국하켄클럽의김동진(34세),김기태씨(33세)가가세했다.서준영기자가주마링해촬영준비를마치자심동희씨가’푸른물결의선율’을오르기시작했다.
그는어제보다부드럽게작은오버행고빗사위를우측으로진입해3개의고정하켄을지나볼트에확보할즈음,또한편에서는김동진씨와김기태씨가’어느모델의하루’를톱로핑으로번갈아등반했다.점차어두워지기시작한날씨는부슬부슬내리는봄비는대지를적셨고빗방울은더욱굵어져그칠줄모른채내렸다.
우리는등반을포기하고자일을회수해날씨가개이기기다렸으나비바람이몰아쳐이후의취재일정을취소할수밖에없었다.3월8일은모든사람들이제자리로돌아가는날.등반에참여했던모든이들이자신의맡은일을찾아서울로,제주시로,서귀포시로돌아간다음기자는혼자다음날까지날씨가좋아지기를기다렸다.그러나다음날은아침부터비가내렸다.
3월10일,비는오지않았으나날씨는흐렸다.제주시에서넘어온서기자와오한철제주주재기자(32세)와함께지난번제대로취재못했던중문암장을등반한뒤외돌개를등반하기로하고중문으로향했다.흐린날씨때문에시간을까먹다가오전11시가되서야오한철씨가’푸른물결의선율’등반에나서는데그의등반모습은첼로를켜는첼리스트처럼신중하고조심스럽다.그런이유때문인지그의등반자세는빈틈이없는것처럼보였다.
그는상단크랙에고정하켄1개를추가로설치한다음1마디확보용볼트에도달했다.이곳등반을마치고’어느모델의하루’를등반하려했으나시간이여의치않아외돌개를등반하기로했다.서귀포에들러점심을먹고외돌개등반에나섰다.외돌개는80년대초제주산악인들이개척등반한루트들이있는데,해풍에의해확보물들이부식되자다시볼트작업을해루트들을보강했다.93년까지당시까지’거산(5.11b)’등7개코스가개척되었고,올3월현재12개코스가있다.
그가운데우리가등반대상지로삼은곳은’해적(5.11a)’.15미터인이코스의하단은약100도의구멍홀드로구성된오버행으로쉬운편에속하지만상단은홀드가좋지않는직벽훼이스이기때문에고도감이대단했다.기자가푸른물결이일렁이는바다를떨치고선등에나선다.발밑으로검푸른파도가일어서고기자는하단을넘어세번째볼트를지나몇번의추락을거듭한뒤가까스로확보용볼트에도달했다.
‘해적’등반을마치자이미해는기웃기웃서쪽으로넘어갔다.오후5시,등반을마친후오한철주재기자와인사를나눈뒤서둘러제주시로넘어갔다.검푸른물위에떠있는제주의야경을내려다보며언제까지저물빛이우리가슴에그대로남아있을지생각하는동안비행기는서울시계로접어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