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 팔경[2] *-

제3경양양낙산사

▲낙산사해수관음상.2005년화재로검게그을렸으나

지금은예전의인자한미소로사람들을바라보고있다.

속초에서낙산사로가는길.대포항과물치항이발길을막는다.두군데모두횟감이싸고흥정하는재미가넘치는시장이라관광객들에게제법인기있는항구다.시끌벅적한바닷가항구에서흥겹게흥정한뒤싱싱한회한쌈드는맛.이즐거움이없다면대체무슨재미가있으랴.

이렇게부둣가에서회한쌈맛보고길을나서면곧양양낙산사다.관동팔경뿐만아니라동해안팔경중에서도유일한사찰인낙산사는바다처럼크고너른절집이다.의상이관음을친견했다는이절집은오늘날우리나라4대관음성지로꼽히고있다.그러나2005년동해안지역에발생한큰산불로화를입었다.이때일주문과홍예문등건물16채가순식간에불에타버렸고,아름드리소나무로울창하던숲은잿더미가됐다.보타전과홍련암이화마를피할수있었던것은그나마기적이었다.

이후다시복원작업을시작해2006년홍련암요사체인연화당의상량식봉행을비롯해화재로녹아버린보물제479호동종(2005년7월보물지정해제)도원래모습으로복원해제자리를찾았다.또한홍예문누각복원,칠층석탑·공중사리탑보수처리공사등의불사를거듭했고,현재천년고찰의위용을되찾기위한막바지작업이한창이다.

전통적으로낙산사최고의일출포인트는의상대였고,이는지금도변함이없다.예로부터많은시인묵객이이곳에서해돋이를감상하며시를짓고그림을그려왔다.송강정철은<관동별곡>에서낙산사의상대에올라일출을감상했고,겸재정선도붉은해가떠오르는동해를배경으로낙산사를화폭에담았다.현대의사진작가들도“의상대정자와소나무사이로떠오르는태양이가장빼어나다”고말한다.

대한민국국민이라면누구나한번쯤시도했을낙산일출감상은그리만만치않다.날씨탓인데,이길손역시오락가락하는빗줄기때문에아쉽게도회색의바다만바라봐야했다.그렇지만날씨에상관없이언제나들을수있는것은바로홍련암의해조음(海潮音)이아니겠는가.

▲의상대사가수도했다는낙산사의상대.

의상대에서왼쪽의짧은해안길을따르면홍련암.의상이기도를끝냈을무렵관음굴에서갑자기붉은연꽃이떠오르면서관음보살이나타났다는곳이다.훗날의상대사가수도한절벽위에정자를세워의상대라불렀고,관음보살이나타난자리옆에절을지어홍련암이라했다.

귀띔하나하자면,낙산일출을보려면아무래도낙산사주변에서잠을자야할터.템플스테이를이용하는것도괜찮은방법이다.잠자리도해결하고108배를하며1300여년을이어온관음신앙도배우고새벽에일출도구경할수있으니일거삼득이아닌가.

제4경강릉청학동소금강

▲청학동소금강.우리나라명승지제1호로지정됐다.

오대산동쪽기슭에있는청학동소금강은짙은숲속을흐르는맑은계류와불쑥불쑥솟은기암절벽이아름다워1970년에명승지제1호로지정되었다.‘강릉소금강’혹은‘명주소금강’으로불리기도하는청학동소금강.그렇지만동해안팔경리스트에서이청학동소금강과무릉계곡을발견했을땐사실좀의외였다.그건둘의경관이함량미달이라는의미가아니라백두대간기슭이라해색(海色)이없기때문이었다.그럼에도팔경에당당히속한까닭은이둘이동해안에서결코소홀히할수없을정도로인기가높다는방증이기도하다.

청학동에들어선날은굵은빗줄기가오락가락하는날씨였지만,전국각지에서모여든차량으로주차장은가득차있었다.기암괴석을휘돌아내려가는계류는수량이늘어나평소보다더우렁찼다.청학동소금강은폭우가내리면입산을통제하기도한다.관리사무소직원은“동해안일대에호우특보가내리면소금강은입산이통제된다”며“야영장도호우경보가발령되면안전을위해텐트를철수시킨다”고말한다.다행히호우경보도,호우특보도발령되지않은상황.느긋하게발길을내딛는다.

청학동은청학대피소부근의무릉계를경계로하류쪽을외소금강,상류쪽을내소금강으로구분한다.외소금강에는금강문·옥조대·십자소·옥수연등명소가있고,내소금강에는식당암·구룡연·청심대·만물상등이절경을이룬다.이런절경을보며만물상까지왕복3시간정도잡으면된다.산행준비를제대로하지않았다면그이상은무리다.

지금이야산길이잘다듬어져서그렇지원래소금강산길은상당히거칠다.이산길에대한최초기록은율곡이이가남겨놓았다.1569년(선조2년)벼슬에서잠시물러나있던율곡은외할머니의병환을살피러강릉에왔다가이곳이비경이라는지인의말에따라시간을내탐승길에나섰던것이다.이때율곡은<청학산기>에서빼어난산세가마치금강산을축소해놓은것같다고해서이곳을소금강이라불렀고,소금강을끼고있는산세는마치학이날개를편듯한형국이라해서청학산(靑鶴山)이라이름지었다.지금도금강사앞영춘대에는율곡이직접썼다고전해오는‘小金剛’이란글씨도새겨져있다.

▲정철이‘관동별곡’에서다섯개의달을노래한경포대.

<청학산기>를뒤적여보면율곡은청학동소금강의아름다움을학자다운필치로묘사하고있다.440년의세월이지났음에도느낌은어찌이리똑같을까.

“사방을두루돌아보니,모두석산(石山)이솟아있고푸른잣나무와키작은소나무가그틈바구니를누비고있었다.석산이양쪽으로병풍처럼둘러쳐진가운데냇물의근원이매우먼데,수세(水勢)가거센곳에폭포를이루어맑은하늘에천둥소리가계곡을뒤흔드는듯하였다.물이고인곳에는못이되어차가운거울에얼이없는듯하는가하면,깊고맑고아름답고푸르러낙엽이붙지못하고휘돌아흐르는구비마다암석모양이천변만화하였고,산그늘과나무그림자에이내가섞여어스레하여햇빛이보이지않았다.”

제5경강릉경포대

경포대로유명한경포호는그리넓지않으나오랜옛날부터동해안석호의대명사로서이름을널리날렸다.만약강릉에경포대가없었다면어떠했을까?강릉사람들은대부분“상상도할수없는일”이라고대답한다.경포대가강릉사람들의내면에차지하고있는위상은상상이상이다.무형문화유산은세계문화유산에등록된단오제,유형문화재는오죽헌,그리고자연은경포대.강릉의‘3대보물’이다.

▲연못과정자가잘어울리는선교장.예전에는경포호의범위가이곳까지였다고한다.

속초의영랑호와마찬가지로이호수를제대로즐기려면한바퀴돌아봐야한다.걸어서.예술과문화의향기가철철넘치는경포대호수길은강릉시민들이가장아끼는산책코스다.그들은이른아침호수길을걷거나달리면서건강을챙기고자연스레문학·역사와호흡하니참으로보배같은존재가아닐수없다.

여기서는경포대호수길산책코스,그리고오죽헌까지다녀오는코스를간략히소개한다.경포대해수욕장백사장에서일출이나바다를감상한다음,도로를건너면경포호.예로부터수많은시인묵객이아름다움을예찬한곳으로호수가거울처럼맑다고하여붙은이름이다.호수한가운데떠있는새바위에는월파정이고운자태로앉아있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방해정·금란정등고풍스런건축물을구경하며20분쯤걸으면참소리박물관.세계최대규모의오디오전문박물관이다.그너머오른쪽언덕으로경포대가보인다.조선의명문장인송강정철의<관동별곡>으로알수있듯시인묵객들로부터크나큰사랑을받아온곳이다.당시풍류객들은달이뜨는밤이면이경포대에서달을보며즐겼다.경포대의달은하늘에떠있는달,출렁이는호수물결에춤추는달,파도에반사되어어른거리는달,정자에서벗과나누어마시는술잔속의달,벗의눈동자에깃든달…….이렇게모두다섯개나된다.마침달이뜨는밤이라면정취는곱절이될것이다.그래서인지요즘에는달밤에산책을즐기는사람도적지않다.여름철에는무더위도피할수있으니그야말로일거양득이다.

경포대에서내려서면산책길은호수서쪽을돌아남쪽으로이어진다.서쪽끝에있는3·1독립만세운동기념탑을지나면중간중간시비산책길,홍길동캐릭터산책길등이반긴다.조선시대에중국에까지필명을드날렸던천재시인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년)의생가는호수남쪽의아름드리솔밭안쪽에남아있다.허난설헌생가는소나무와벚나무로둘러싸여있어전통가옥의운치가제법넘친다.

▲경포호남쪽솔밭에자리잡은허난설헌생가.

허난설헌은우리나라최초의한글소설인<홍길동전>을지은교산허균(蛟山許筠·1569~1618년)의누이다.그녀는8세에상량문을지어신동이라는칭송을받고,허균의문장을봐줄정도로출중한솜씨를지녔으나14세에결혼해얻은두딸을잃고시름에찬세월을보내다27세에요절한불운한천재다.초당동허난설헌생가입구에는‘허초희시비’를비롯해당대허씨5문장을기리는시비를세워문학거리가조성돼있다.

허난설헌생가에서호수로되돌아나와동쪽으로걸으며경호교를건너면산책길시작지점인경포대해수욕장앞.만약호수길산책만으로성이차지않아오죽헌답사도도보로곁들이고싶다면경포호서쪽끄트머리의3·1독립운동기념탑주차장에서서쪽으로뻗은경포로를따르면된다.

아스팔트포장도로를걷다보면해운정을지나선교장(船橋莊·중요민속자료제5호)이다.3·1독립운동탑앞에서선교장까지의거리는1km.선교장은‘배다릿집’이라는뜻인데,이는경포호의물이이곳까지차있을때배가드나들던옛지명인‘배다리마을’을한자로바꾼것이다.안채,그리고사랑채인열화당(悅話堂),별채인동별당이멋진조화를이룬다.열화당은도연명의<귀거래사>가운데“친척들과더불어정다운이야기를나누며즐긴다”는구절에서따왔다.연못에는1816년에지은아담한정자활래정(活來亭)이돋보인다.

선교장에서매월당김시습기념관을지나오죽헌(烏竹軒·보물제165호)까지는다시1km정도걸어야한다.조선중기의대학자율곡이이(栗谷李珥·1536~1584년)가태어난몽룡실(夢龍室)은조선초기의건축물로유명하다.신사임당과율곡이직접가꾸던매화나무인몽룡실뒤꼍의율곡매(栗谷梅)는몇년전천연기념물제484호로지정되었다.율곡기념관에는율곡의저서인<격몽요결>과신사임당의글씨·그림등율곡선생일가의유품600여점이전시돼있다.

[‘민삿갓’의팔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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