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 팔경[3] *-
제6경동해무릉계곡

백두대간두타산(1,353m)이품고있는무릉계곡은맑은계류를따라펼쳐진널따란반석과기이한모양으로서있는바위들덕분에명성은오래전부터백두대간을넘어멀리전국적으로퍼져나갔다.정선과동해를잇는옛길로많은시인묵객이지나갔고,그들은항상이곳에들러흔적을남겨놓았다.

숲그늘짙은계곡은하얗게빛난다.무릉계곡의백미로손꼽히는무릉반석(武陵盤石)때문이다.널따란반석에는온갖시구가빼곡하다.예전부터이곳에들렀던수많은시인묵객이남긴흔적들이다.이중에서가장눈길을끄는글씨는단연조선의명필양사언이초서로쓴구절이다.‘武陵仙源(무릉선원),中臺泉石(중대천석),頭陀洞天(두타동천)’.해석하면‘신선이놀던무릉도원/너른암반샘솟는바위/번뇌조차사라진골짝’이란뜻이다.

이렇게빼어난무릉계곡에서꼭해보고픈일.바로탁족이다.아이들은완만한경사의반석위로흐르는물에몸을맡기며물미끄럼을타기도한다.보기만해도시원한광경.따라해볼까하는유혹도생기지만관리사무소측에서는혹시모를사고때문에물미끄럼을막고있으니어른들은체면때문에나서지도못한다.그래도옛선비들처럼그냥발을담그고탁족만즐겨도콧노래가절로나오니이를어이하랴.

무릉계곡탁족이아무리좋아도무릉계곡전체를감상하는일을빼놓으면안된다.흔히무릉계곡이라하면호암소부터무릉반석·삼화사·학소대·옥류동·선녀탕등을지나쌍폭과용추폭포에이르기까지약4km구간을말한다.계곡미(溪谷美)?가히명불허전이니걱정붙들어매도좋다.용추폭포까지왕복2시간30분정도면충분하다.물론시간이허락한다면청옥산이나두타산산행을할수있지만산행준비를단단히하지않았다면이정도에서물러서도괜찮다.

이처럼무릉계곡은오대산소금강과같은계곡형임에도넓을뿐만아니라깊은곳이없어매우안전하다.경관도좋거니와피서즐기기에는이만한곳이없지싶다.그러니어린이가딸린가족이물놀이를즐기며피서하기에는소금강보다는이무릉계곡이훨씬낫다.

제7경삼척죽서루

꿈과낭만이흐르는‘낭만가도’의명풍경들
▲오십천건너편에서바라본죽서루.

“진주관(眞珠館)죽서루(竹西樓)오십천나린물이태백산그림자를동해로담아가니.”
송강정철은관동별곡에서죽서루를이렇게노래했다.여기서진주는삼척의옛이름이고진주관은삼척의객관이다.죽서루는진주관에딸린부속건물이었다.그러니까예전에는이죽서루주변으로관아가자리하고있었던것이다.따라서중요한임무를띤관리나유람하는시인묵객들은이곳에들러시를짓고흥취에빠져들곤했다.

고려시대처음건립돼조선태종때재건된2층누각인죽서루(보물제213호)는누각동쪽대나무숲에죽장사(竹欌寺)가있어죽서루라불렸다하고,또명기죽죽선녀(竹竹仙女)의집서쪽에있어유래한이름이라고도한다.예로부터얼마나이름이높았나하면,고려때이승휴(李承休·1224~1300년)는“이고을은높은누각때문에매우유명해졌구나”하고노래했고,조선시대에는삼척부사허목(許穆·1595~1682년)이“관동팔경중에죽서루가으뜸”이라고치켜세웠다.

죽서루는동해안팔경에서도두개의계곡형명소를뺀다면강가에있는유일한명소다.또한영동지방에누정은셀수없이많아도나라에서보물로지정한것은삼척죽서루와강릉경포대근처의해운정두곳뿐이다.

▲죽서루위층내부.누각에앉아대숲에서불어오는시원한바람을맞으면옛시인의흥취가부럽지않다.

이렇게명성을드날렸던,오십굽이나휘돌아감으며흘러간다는오십천물가층암절벽위에지은죽서루에오르면멀리병풍처럼펼쳐진백두대간의산줄기가두눈에든다.고려때는김극기를비롯해이승휴·안축등이흔적을남겼고,조선시대에는이이·양사언·정철등내로라하는당대명사들이이곳에서남긴시가수백편에이른다.물론이제세월이변해죽서루에올라시읊는나그네도드물고,진주관에서버선발로뛰어나오며객을맞아주는아리따운삼척명기들의웃음소리도들리지않는다.그래도2층누각에앉아20개의기둥사이로불어오는댓잎바람을즐기는일은언제나즐겁다.

죽서루의또다른감상포인트는오십천건너편강언덕.죽서루를벗어나엑스포타운으로접근하면서오십천물가에서한번죽서루를올려다보는일을잊지말자.관동팔경을화폭에담은겸재정선도여기에서죽서루를감상했다.오십천죽서루근처에는은어낚시를하는사람들이눈에많이띈다.낚시를좋아한다면낚싯대를준비했다가수박향은은한은어잡이에한번도전해보자.

제8경삼척환선굴과대금굴

조선시대까지만해도삼척은죽서루때문에유명세를떨쳤지만21세기에는석회동굴,특히대금굴덕분에전국적으로이름을드날리고있다.삼척지역에서현재까지발견된동굴은모두50여개.그중에서도환선굴·대금굴·관음굴등이분포하고있는백두대간덕항산기슭의대이리동굴지대(천연기념물제178호)는삼척이‘동굴의왕국’임을알려주는귀중한보물이다.현재개방된동굴은환선굴과대금굴두개뿐인데,환선굴은1997년개방이후840만명,대금굴은2007년6월개방이후2년만에약46만명의관람객이다녀갔다고한다.특히대금굴은그야말로‘대박’을터뜨렸다.

▲전혀훼손되지않은자연그대로의미학을지닌대금굴.개인은인터넷예약이어려울정도로인기가드높다.<사진삼척시청>

환선굴은예약이필요없지만대금굴은반드시인터넷예약을해야만관람이가능하다.두개의동굴을모두보려면대금굴예약시간에맞춰일정을조정하면된다.보통때는대금굴(어른1만2,000원)표를끊으면당일에한해환선굴(어른4,000원)무료입장이가능했지만,성수기인7월25일부터8월15일까지는따로표를끊어야만한다.따라서피서철에둘을모두보려면개인당무려1만6,000원이든다.4인가족이라면5만원이훌쩍넘는액수다.

이런고가임에도대금굴은예약조차쉽지않다.매월1일실시하는다음달치예매가시작5분만에매진되기때문이다.특히가족단위의개인손님이주말에표를구하기란하늘의별따기.여행사나주변상가에서단체표로싹쓸이하는탓이다.이때문에개인관광객들의불만이높지만관리사무소측은“동굴보호를위해인원을제한하기때문에어쩔수없는일”이라고하소연한다.

▲삼척환선굴.남한에서가장규모가크고복잡한구조를지닌석회동굴이다.

대금굴은예로부터알려져있던동굴이아니다.삼척시가2000년삼척세계동굴엑스포를앞두고탐사작업을벌여그존재를확인한뒤7년만인2007년개방했다.무려5억3000만년이란오랜세월어둠속에묻혀있으면서개방전까지사람의손을전혀타지않은덕에폭포와종유석·석순등이거의완벽하게보존돼있다.

‘은하열차’라불리는모노레일을타면동굴외부는인공통로를따라610m달리고,내부에서는인공터널을통해140m지점까지들어간다.모노레일에서내리면높이8m의거대한폭포를비롯해크고작은폭포가흘러내리는‘폭포및광장지역’이다.동굴폭포의화려한색상이아름답지만아직놀라긴이르다.이어‘종유석지역’에들면막대형·기형종유석,동굴방패,동굴진주등다양한종류의석회동굴생성물이휘황찬란하다.전혀훼손되지않은덕에감동은곱절이된다.개방구간의마지막코스는‘호수지역’.연장60m,수심이8~9m에이르는동굴호수는신기함과두려움을함께느끼게해준다.관람시간은모노레일승차시간을포함해약1시간30분.동굴을빠져나올땐마치비밀의극락세계를엿본느낌이다.이래서비싼값에도불구하고인기가그리높은가?

[‘민삿갓’의팔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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