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히말라야진출50년사
한국히말라야황금기와군웅할거
1990년대의히말라야등반은한국이고봉등반의적응기를거치고본격적으로의미있는활동과기록이배출되기시작한시기로볼수있다.에베레스트를포함한낭가파르바트(8125m),캉첸중가(8586m)등8000m급14좌를향하는원정대가주를이루는가운데,닐기리북봉(7061m),타르케캉(7202m),추렌히말등히말라야의봉우리를오르려는원정대가끊이지않는시기이기도했다.그중특히주목받은원정은남난희대장을필두로여성만으로꾸려진로부제(6145m),임자체(6183m)원정이었다.이원정대는1993년최초로여성원정대가에베레스트를등정하기위한훈련등반으로진행되었다는점으로주목받았고,실제에베레스트원정에올라지현옥,최오순,김순주대원이정상에오르며,세계3번째로여성이세계최고봉에오르는기록을낳는다.또한같은해에같은장소에서박영석이국내최초에베레스트무산소등정을해내고,허영호가국내최초에베레스트북릉~북동릉~남동릉횡단등반을성공하기도한다(네팔쪽하산을허가받지않아물의).
90년대들어허영호,엄홍길,박영석등의14좌기록들이늘어가는가운데,94년에는한왕용이초오유에오르며첫8000m봉우리를등정한다.후일14좌기록을달성하게될영웅들의얼굴이나타나기시작한것이다.이렇듯8000m급봉우리등정자들이많아지는가운데,1995년에는한국산악계의오랜숙원이었던에베레스트남서벽을최초로등정하기도했다.한국산악계의기록수립자들의얼굴이가시화되는가운데1997년박영석이다울라기리,가셔브룸1봉,가셔브룸2봉,초오유,로체에오르며한해동안8000m급봉우리를5개연속등정하는기록을수립(로체는후일정상에오르지못하고40m전에서하산했다고고백)하며8000m급14좌완등기록을늘렸고,93년에베레스트에오른지현옥은97년가셔브룸1봉,98년가셔브룸2봉,99년안나푸르나를등정하며한국여성최초로8000m봉우리4개에오르는기록을수립하기도했으나하산중에실종되어안타까움을남기기도했다.
이때MBC박상수기자가한국TV카메라기자최초로8000m봉우리를등정하는기록도있었다.한편1997년한국산악회는가셔브룸4봉(7925m)에서서벽중앙립초등기록을세우며코리안루트를개척하는성과를거두었고,1998년탈레이사가르원정대는비록실패에그쳤지만한국최초로히말라야알파인스타일방식을채택하는과감성을보였다.이두등반은히말라야등반에대해높이가아닌난이도를도입한원정으로기억되어야할것이다.이어1999년에는경남산악연맹의조형규가51세의나이로가셔브룸2봉에올라8000m봉한국최고령기록을수립했고,제주산악연맹이초오유를등정해제주산악인최초8000m봉등정하는등소소한기록들도남았다.
밀레니엄시대=14좌러시의시대
세기가바뀐2000년대에들어서자한국의14좌등정욕이눈에띄게들끓기시작했다.산악단체,대학산악부,단위산악회에서출정하는원정대의대다수가8000m급봉우리에집중되는현상을보였으며,2000년한해에만동국대의마칼루원정,대한산악연맹의에베레스트원정(대한산악연맹7대륙정상등정),광주시산악연맹의K2원정(남남동릉·박정헌한국최초무산소등정)등7개의원정대가8000m급봉우리등정에성공하는양상을보였다.이중한국히말라얀클럽에서떠난K2원정대에서엄홍길이등정에성공해국내에서는최초,세계8번째로히말라야8000m14좌완등기록을수립한다.이어박영석도브로드피크(8047m)와시샤팡마를등정하며K2를제외한나머지13개봉우리완등을달성한다.
1982년한국산악계에첫번째세계초등정을안겨준고줌바캉원정대의제3캠프모습
새로운세기를맞이한해에히말라야14좌완등자를배출한한국산악계는그기세를이어지속적으로히말라야에서의기록을만들어낸다.먼저2001년6월박영석이K2등정에성공하며세계9번째의히말라야14좌완등자가되며한국은14좌완등자를2명배출한국가가된다.2002년초에도부산클라이머스클럽의원정대가콩데(6187m)를등정하며국내최초히말라야빙벽등반의기록을만들었고,한국도로공사원정대가시샤팡마남서벽신루트(코리안하이웨이)초등기록을세운다.한편2002월드컵개최성공을기원하는비전Q프로덕션의에베레스트원정이성공해국민들에게희망을주기도했다.이어2003년에는전북산악연맹원정대로참가한한왕용이가셔브룸2봉과브로드피크를연달아등정해국내3번째로히말라야14좌완등자가된다.
또한김창호가딜리상사르(6225m),아타르코르(6189m),하이즈코르(6105m),빅마브락(6150m)등4개봉우리를단독으로초등했고,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원정대가나와즈브락(5800m)을신루트로초등하는기록도세운다.이렇듯2000년대초반은히말라야의8000m14좌완등기록과알파인스타일등정,초등정,거벽등반과같은의미있는기록이연이어지며한국이산악강국으로자리잡을수있는토대를마련했다.히말라야에서의세계기록수립자가생겨나고그기록을뒤따르거나새로운기록을만들려는한국산악인들의활동이끊이지않던와중에,이미기록을수립한산악인들도꾸준히활동을이어나갔다.2000년14좌완등이후국제적관점으로는위성봉으로분류되어14개봉우리에서는제외되어있지만,엄연히8000m이상의고도와난이도를갖춘로체샤르등의거봉을등정하려했던엄홍길이2004년캉첸중가의서봉인얄룽캉(8505m)을등정하며8000m급15개봉우리등정이라는기록을세운다.
국내3번째14좌완등자인한왕용도‘클린마운틴원정대’라는신개념의원정대를계획하여,본인이올랐던14좌봉우리들에대한청소등반을진행하기시작했으며,2004년에는K27300m지점까지오물을수거했다.2004년말에서2005년초에는박정헌과최강식등젊은나이의산악인이순수알파인스타일로촐라체(6440m)북벽을등정하는진기록을수립하기도했다.젊은나이에세계가주목할만한기록을수립한그들이었지만남서릉으로하산중조난을당해5일만에극적으로생환하는일을겪게되며,조난기간중의동상으로인해그들은손가락과발가락의대부분을잃기도있었다.촐라체알파인스타일원정을포함해로부제서봉(6145m)의남서벽신루트등정,낭가파르바트루팔벽등정및횡단하산등2005년까지는8000m급고봉뿐만아니라신루트공략을위한원정이나알파인스타일로접근하는등로주의방식의원정이다수포함되어있었다.
2006년에들어서면서한국산악계의히말라야원정은8000m급14좌에집중되는양상을보이기시작한다.먼저2006년봄시즌에에베레스트를찾은한국원정대가10개나집중되는기현상을보인다.이중박영석의횡단등반이나한왕용의청소등반같은조금다른스타일의등반도포함되어있었으나,2006년한해동안의다른히말라야원정대도초오유와낭가파르바트,가셔브룸1ㆍ2봉등과같은14좌에해당되는봉우리로집중되어기록을의식하는한국산악계의매너리즘을우려하는풍토가생기기도했다.그나마NEPA원정대의탈레이사가르북벽한국초등정,한국산악회의꽁데샤르(6093m)동계등정등의원정대들이14좌를대상지로하지않는원정을펼쳤을뿐이다.
히말라야14좌완등자들은기록에만족하지않고계속새로운등반을이어나갔다.사진은에베레스트횡단등반에성공했던2006년의박영석원정대
2007년의히말라야원정도전년과비슷한양상을보여대다수의원정대들이8000m급고봉에집착하는모습을보였다.다만이해에는새로운진기록들이수립되는등의성과가있어전년과조금다른결과가있었다.먼저박영석원정대가에베레스트남서벽에신루트를개척하려는등반이주목을받았다.박영석원정대는7700m지점의4캠프까지진출하여신루트개척을코앞에둔듯했으나눈사태로인해한국산악계의샛별이었던오희준,이현조를잃는안타까운결과로원정에실패해아쉬움을남겼다.반면다른에베레스트원정대들은진기록을남겼다.
애초한국최고령의에베레스트등정자를배출하자는의도로계획된한국산악회의실버원정대는13명대원중김성봉,이장우(등정시비)가등정에성공해김성봉이66세의나이로한국최고령기록을세웠고,플라잉점프김해원정대는10명의대원이정상에올라한국에베레스트단일팀최다기록과동시에송귀화(59세)대원이한국여성최고령등정기록을수립했다.허영호는단독으로에베레스트에올라개인으로서는3회등정기록을수립했고,로체샤르를목표로한엄홍길원정대도등정에성공해엄홍길은8000m급봉우리16개를오르는기록을세운다.한편으로는청죽산악회팀은힌두쿠시가르무쉬(6244m)를알파인스타일로올라아시아황금피켈상을수상하기도했다.
연이어지는14좌지상주의와경쟁구도
2008년부터는엄홍길,박영석,한왕용이후의히말라야14좌를목표로삼은원정대들의움직임이눈에띄게보이는시대가찾아왔다.먼저2007년K2와브로드피크등정을시작으로히말라야14좌완등을목표로삼은다이나믹부산희망원정대의꾸준한행보와더불어,97년이후세계최초여성14좌완등을목표로히말라야원정을이어오고있던오은선과그뒤를바짝따라붙기시작한고미영의대결구도가산악계의이목을끌었다.특히오은선,고미영두여성산악인의경쟁은07년까지오은선이5개봉우리,고미영이4개봉우리등정으로누가세계최초의영예를누릴지알수없는구도로펼쳐졌으며,08년부터경쟁에불이붙어한해동안오은선이4개봉우리,고미영이3개봉우리를추가등정하며점점거세져갔다.
2009년에도경쟁에따른무리한원정일정이산악계의우려를자아내자대한산악연맹이2010년안나푸르나를마지막봉우리로삼아합동등반을펼쳐공동기록을세울것을제안하는일도있었다.그일정에맞춰09년한해동안오은선은4개봉우리를등정했고,고미영은6개봉우리를목표로계획을잡았다.하지만2009년여름낭가파르바트와가셔브룸1ㆍ2봉을단번에등반하러떠났던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의고미영이낭가파르바트등정후하산중에추락사하여명예를위한경쟁이낳은악재로남는다.결국2010년봄오은선이안나푸르나를등정하며세계최초여성14좌완등자를한국에서배출했으나,오은선과더불어세계최초여성14좌완등을목전에두고있던스페인의에두르네파사반에의해오은선의2009년캉첸중가등정시비가불거지며‘여성최초’의문제를두고세계산악계에논란을일으키는해프닝이생기기도했다.
이는한국산악계가‘과연최초기록이중요한것인가?’라는의문점과등반의목적에관해다시생각해볼만한여지를준사건이었다.하지만이사건을두고오은선만을문제삼는건옳지않다.고미영의사고사이후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의대장을맡으며고미영과함께14좌등정을이뤄가던김재수가고미영의뒤를이어14좌완등에도전하여2011년한국5번째완등자(오은선포함)가되었고,장애인14좌완등을목표로삼고있는김홍빈,단체의목표로나아가고있는다이나믹부산희망원정대와같은원정대들이여전히14좌의거봉을쫓고있었기때문이다.개인이나단체의이러한목표의식이잘못된것이라말할수는없다.삶의본질이목표를설정하고그를이루기위해전진하는것이라볼때,개인이든단체든14좌라는목표를성취하기위해노력하는땀은아름답다.이는오히려그들의목표와방향을문제시삼기에앞서이런방향으로흘러와버린한국산악의흐름에대한반성이앞서야할것이다.
2000년대이후14좌완등을목표로한원정을제외한다른히말라야원정대의풍토도마찬가지였다.2007년강원대산악부의안나푸르나팡(7647m)신루트등정,2008년직지원정대의차라쿠사직지봉(6235m)초등정,서울시립대의무즈타그바투라2봉(7762m)남벽신루트세계초등등에이어2009년Park’s에베레스트남서벽원정대의남서벽신루트개척,K2스팬틱골드피크원정대의스팬틱(7027m)알파인스타일등정등현재까지이어지는초등정,신루트개척을위한원정들이비록의미는있다고할수있으나,21세기에도계속이어가야하는등반형태인지는고민을해봐야할일이다.최근인2011년10월안나푸르나남벽에코리안신루트를개척하러떠났다가사고로실종된박영석,신동민,강기석을보며한국산악계는산을오르는이유를되짚어봐야할시기가왔다.그들의목적과뜻은의미있었지만,행위에따르는안전문제가산악계의이슈로떠오른것이다.이사고는등로주의로발전하는과정에따른시련일수도있지만,한국산악계가큰충격을입었음은부인할수없다.
세계산악계의격랑속에한국의나침반은어디에
2012년한국산악계의히말라야진출이50년을맞이했다.세계산악의흐름보다1세기늦게,그것도일제치하시절일본의영향을받으며근대등산에발을들였던한국산악이지금의모습을이룩한것은괄목할만한일이다.한국보다일찍히말라야원정을시작해1950~60년대의초등정시대와70~80년대의변형등반과동계등정시대등을거친서구의산악문화를우후죽순받아들여,이렇다할시대를나눌새도없이숨가쁘게달려온한국산악계가남긴발전이었다.그것도만년설이쌓인산은커녕,2000m이상의고도를지닌산은찾아볼수없는한반도남쪽의작은나라가히말라야에진출한지50년만에세계인의이목을받을만한등정기록과등정자를배출을한것은한국이산악강국의대열에합류할수있는토대를만든것은분명하다.
하지만이제는대한민국이진정한산악강국인지를곰곰이따져봐야하는시기가도래했다고본다.세계의흐름을쫓아그울타리안에서일궈낸성과와기록들이산악강국임을증명해주는가?그리고등반을함에있어산악강국이되어야할필요가있는것인가?현재세계산악계의흐름도혼돈의시기를겪고있다.자국의산들에서경험과기술을축적하고,미지의세계로눈을돌려히말라야,7대륙최고봉등을섭렵한뒤목적을잃어버린세계의산악인들은삼삼오오로나누어지고말았다.어느지역에서는등정시간을다투는등반형태가인기를끌고있고,다른어느지역에서는고난이도의자유등반을하는등반행위를즐기는등가지각색의모습이다.
물론한국도히말라야를비롯한해외의고봉들에만집착한것은아니다.스포츠클라이밍의김자인이나박희용같은젊은산악인들이세계의흐름에맞는등반행위로좋은성적을거두며이목을끌고있다.하지만전세계적으로산악계의격랑에휩쓸리는지금시기에는한국도‘한국다움’을표방할수있는알피니즘을찾아내어새로운산악문화의형성에힘써야할시기가왔다고조심스럽게제안해본다.한국이히말라야에진출한이래수많은선구자들과희생자들이하얀설산을찾아갔다.반세기를이어온역사를토대로이제무엇을얻고무엇을잃었는지재조명해볼시기가찾아왔다.ⓜ
아마다블람을오르고있는오은선의뒷모습.오은선은세계최초여성14좌완등자를목표로꾸준한원정을이어나갔다.
-글노규엽기자|사진<역동의히말라야>발췌/월간마운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