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히말라야 50년 등반사 [2] *-

[한국히말라야50년사특집|등반사]
1993년여성에베레스트원정성공은여성산악인의저변확대에큰몫

1991년가을대산련이겨냥한시샤팡마-초오유연속등정시도는시샤팡마등정에그쳤다.이미1988년에베레스트와로체를동시등정한바있는대산련으로서는한시즌에두봉을한꺼번에겨냥해절반의성과를거둔다.같은시기한국히말라얀클럽대도순서만바뀐초오유-시샤팡마에등반한다.

이때부터가까운거리에놓여있는두봉우리의장점을이용해대개능력있는팀들은두봉우리동시에연속등정을겨냥하는추세가나타난다.시샤팡마-초오유는단골메뉴가되고,다울라기리1봉-안나푸르나1봉,파키스탄의K2-브로드피크,가셔브룸1봉-2봉이주대상이된다.

1992년가을남선우·김영태에의해초오유와시샤팡마중앙봉첫연속등정에성공하게되고,1993년엄홍길·민경태에의해서도이루어진다.이두팀모두시샤팡마주봉이아닌시샤팡마중앙봉(8,008m)을오른것으로기록됐다.

▲박영석원정대가2009년세번도전에서개척한에베레스트남서벽코리아루트
1996년한국히말라얀클럽은다울라기리1봉-안나푸르나1봉등정에성공하고,2000년이후에14좌완등을목표로했던많은팀들은시간과경비를절약하기위해더블헤더(DoubleHeader),심지어한시즌에세봉우리를오르는트리플헤더(DoubleHeader)까지행한다.특히부산희망원정대는2007년K2-브로드피크,2008년마칼루-로체,2009년마나슬루-다울라기리1봉,2011년가셔브룸1봉-2봉을올라단일팀세계최단기간인5년4개월만에14좌를완등하는데이방식이주효했다.한국에서트리플헤더첫기록은2009년봄김재수와고미영이헬기를이용해베이스캠프를이동하며네팔의마칼루-캉첸중가-다울라기리1봉을등정한원정이다.

원정대파견대수의양적증가는다양한등반의형태로나타나게되어히말라야등반은다변화한다.그중하나가횡단등반이다.1993년히말라얀클럽대(대장오인환)의허영호가티베트의노스콜로올라네팔의사우스콜로하산한다.네팔입경으로불법월경이문제가되고하산루트에다른한국대가있다는점을염두에두었더라도등반은분명높은위험을감수한것이다.

이러한시도는2006년박영석이같은루트를통해북쪽에서남쪽으로횡단해한국인으로는두번째로성공한다.두팀모두이기록으로‘세계최초’를들먹이는것은외국등반가의기록을배려하지않는행동이될수있다.2005년한국루팔벽원정대(이성원대장)는횡단이목적은아니었지만남벽을올라서벽으로하산하는결과를낳았다.

1993년대한산악연맹이주관한여성에베레스트원정대는한국최초의여성8,000m급원정대로세계최고봉인에베레스트에원정대장지현옥과최오순,김순주가등정한다.이원정은등정이라는업적이외에도전국의여성산악인을고루선발해훈련함으로써여성산악인의저변확대에큰몫을했다.

이원정대에참여했던여성산악인들은이후좋은성과를거둔다.먼저1991년중국의무즈타그아타(7,546m)한국초등을이룩해냈던지현옥은1997년가셔브룸2봉,1998년가셔브룸1봉등,30대후반에들어서면서더욱열정적인등반을펼쳐한국을대표하는여성산악인으로자리를굳히던상황이었다.그러나1999년안나푸르나1봉을등정하고하산도중추락사한다.그녀는8,000m급4개봉을등정한첫한국여성산악인이다.

지현옥의이름이잊혀갈때즈음한국에는신세대여성산악인이새롭게대를잇는다.2000년대8,000m14좌여성세계최초등정레이스에뛰어든오은선과고미영이다.최초라는타이틀을거머쥐려는여성산악인은두명의한국인뿐만아니라스페인의에두르네파사반,오스트리아의겔린데칼텐부룬너,이탈리아의니베스메로이등이봉우리등정수에서는앞서며각축전을벌이고있었다.그러던도중11번째봉우리였던낭가파르바트를등정하고하산하던고미영이실족사한다.

고미영의슬픔뒤에곧바로오은선이2010년안나푸르나1봉을끝으로여성세계최초14좌완등자의기쁨을한국에안겨준다.그런데한국산악계에1984년김영자의안나푸르나1봉동계세계초등정의혹의악몽이되살아난다.오은선의14좌완등에2009년캉첸중가등정의혹이터져나왔고끝내세계산악계뿐만아니라국내산악계도다수가부정적시각을가지게됐다.

에베레스트등정자인최오순,김순주는결혼과출산이후에도계속등반활동을펼쳐최오순이5대륙최고봉에오른다.또2006년변미정의초오유,2006년는곽정혜가에베레스트정상에섰다.김영미는2008년에베레스트를올라7대륙최고봉에완등한다.이외에도김점숙·이명선·이명희·채미선·한미선등이높이는낮지만고난도등반을펼쳤다.

8,000m급14좌완등레이스를통해산악스타탄생

14개거봉한국초등이달성된1995년부터1990년대후반에는국가나단체의기록보다개인의기록을따지게되고히말라야등반에대한언론과방송의관심으로한국은새로운산악스타들이탄생한다.무엇보다14개거봉완등을꿈꾸는한국산악계의엄홍길이다.엄홍길은1988년에베레스트등정이후이렇다할고산등정기록을세우지못했다.특히1977년한국최초로에베레스트를오른고상돈과3극점(에베레스트,남극점,북극점)과7대륙최고봉완등을눈앞에둔허영호등기라성같은선배산악인들의그늘에가려있었다.그러던그는1993년초오유와시샤팡마중앙봉연속등정에성공하고,1995년마칼루·브로드피크·로체3개거봉등정으로한국최고의고산등반가로등극하면서14개거봉완등에대한기대를걸게한다.

▲2009년김형일대장팀이개척한스판틱골든필라신루트

이렇게여러기록이이루어진1995년이후2001년까지근7년간은14개거봉완등레이스를펼친엄홍길과박영석두등반가들이히말라야거봉등반을주도하며레이스가펼쳐진다.결국세계7번째이자2000년K2정상에올라선엄홍길이,이듬해박영석역시K2정상에서14개거봉을마무리지으면서레이스는막을내렸다(그러나한국내의기록과는상이하게세계기록에는박영석이2001년여름K2등정으로8번째로,엄홍길이2001년가을시샤팡마를끝으로9번째로기록됐다).

이어한왕용이2003년브로드피크정상에서14개거봉완등의종지부를찍어11번째로,오은선은1997년가셔브룸2봉을시작으로2010년봄시즌안나푸르나1봉을올라21번째로,김재수가1990년에베레스트등정을시작으로2011년가을초오유를마지막으로28번째로기록돼한국은5명의8,000m급완등자를배출한다.이러한개인14좌등정기록은금년까지김창호가무산소로13좌등정,서성호가12좌,김미곤이8좌,장애우김홍빈이6좌를등정하며뒤를잇고있다.

8,000m급14좌완등후엄홍길은‘히말라야14+2좌프로젝트’를진행하여2004년얄룽캉(8,505m)을,2007년로체샤르(8,400m)포함16좌등정후고산등반에서은퇴한다.현재그는평소존경하던에드먼드힐러리경의업적을따라엄홍길휴먼재단을운영하며네팔오지에학교를설립하는등히말라야원주민들의교육과복지에힘쓰고있다.

한왕용은14좌등정후자신이올랐던8,000m급14좌‘클린마운틴원정대’를꾸려베이스캠프와고소캠프의쓰레기를수거하는친환경활동을펼쳐산악인으로물론,일반인에게도좋은이미지를남겼다.반면박영석은현역에남는다.이후그는7대륙최고봉을등정하고극지로탐험영역을넓혀2004년남극점,2005년북극점탐험을했다.8,000m14좌등정,세계7대륙최고봉등정,3극점을2005년에모두정복해인류최초로그랜드슬램을달성한다.이후진정한그의내면의부름을좇아2009년에베레스트남서벽에코리안신루트를개척하고2011년가을안나푸르나1봉남벽을신루트를시도하다신동민·강기석과함께실종사한다.

한편경남산악연맹팀은히말라야8,000m급3대남벽등정이라는프로젝트를추진해1994년안나푸르나1봉남벽에성공하고1995년은에베레스트남서벽을돌파한해이기도하다.에베레스트남서벽은한국산악계로서는7번째도전에서성공한쾌거로,한국산악계가등정주의를탈피해등로주의로임하는표상이된다.그와더불어박정헌이라는히말라야거벽등반가가탄생한다.박정헌의에베레스트남서벽등반은안나푸르나남벽을오른지한해뒤에이룩해낸것이기에그의출중한능력은인정받을만했다.

박정헌은그후2000년K2남남동릉무산소,2002년시샤팡마남벽,가셔브룸2봉남릉에성공한다.이후그는높이는낮지만고난이도를요하는벽등반과알파인스타일로방향전환을모색한다.첫도전이었던촐라체북벽에성공하고하산길에후배인최강식과조난·생존했으나손가락을대부분잃었다.그는좌절하지않고새로운도전무대를찾았고2011년히말라야를패러글라이딩으로횡단한다.

수직탐험은수평으로이어져세계적인탐험가도여럿탄생한다.1995년여름북극점도보탐험에성공한허영호가12월12일남극최고봉인빈슨매시프(4,897m)마저등정,남극·북극점과에베레스트정상을일컫는3극점과7대륙최고봉등정에성공했다.또박영석은산악그랜드슬램으로한국극지탐험의대명사가되었고그의자일파트너오희준은2004년남극,2005년북극,2006년북극등3극점성공은물론8,000급10좌를등정했으나2007년봄에베레스트남서벽신루트등반중이현조와추락사하는비운을맞는다.

홍성택은1994년남극점,1995년에베레스트,2005년북극점도보탐험에성공하고2012년베링해협도보횡단에성공해차세대한국을대표할탐험가로부상한다.

14좌완등레이스펼쳐지는사이등로주의추구하는등반도활발

엄·박·한세산악인이14개완등을목표로질주하는사이등로주의를추구하는산악인들의움직임도활발해진다.1997년말밀어닥친IMF외환위기여파로잠시침체되는듯하던분위기속에서도1997년한국산악회팀은카라코룸을대표하는고난도거벽인가셔브룸4봉(7,925m)서벽중앙립에신루트를남긴다.1995년에이어재도전에성공한것이다.이등반은1988년대전쟈일클럽의갸충캉(7,952m)남서벽변형루트,1998년한국공가원정대(대장김재명)의중국미냐콘카(7,587m)북동릉개척에이은7,000m급에신루트를연쾌거였다.또2007년강원대학교안나푸르나팡(7,647m)원정대는1991년과1997년의실패를딛고동벽~남릉신루트를개척해한봉우리최장기간도전해성공한다.

이후에도한국산악회는고산거벽신루트개척에꾸준히나서1999년아민브락(5,900m)서벽등반과2000년그레이트타워등반,2005년로부제서봉(6,145m)남서벽,2008년CACSar(5,942m)와CoreanSar(약6,000m),2009년우준브락(6,422m)을등반한다.

높이는해발6,000m안팎에불과하지만,수직고1,000m가넘는고난도거벽을향한젊은한국산악인들의도전은인도히말라야에서파키스탄,네팔히말라야에서이루어진다.1997년최승철·김형진·신윤정혼성3인조팀은파키스탄히말라야를대표하는암탑인그레이트트랑고타워(6,283m)하단벽에신루트를뚫고정상에올라서고,최승철은하산길에패러글라이딩으로해발5,200m까지활강하는모험적인등반도펼친다.이등반은1989년광운대의바기라티3봉(6,454m),1992년남가주한인산악회대의네임리스타워(6,239m),그리고1993년서울시립대의그레이트트랑고타워(6,286m)의성공적인등반에잇는성과였다.

이후이런류의등반은큰매력을품어특히카라코룸의암탑에서많은팀이도전해2005년에는네임리스타워남동벽에크럭스존(TheCruxZone)과2008년아딜피크(5,300m)에신루트가개척된다.

▲2011년박영석대장팀이알파인스타일로시도하다실종사한안나푸르나1봉남벽
국내에이드클라이밍(AidClimbing)은주영-정승권에이어최승철·김형진에이르러꽃을피우게된다.이들은1998년에알파인등반에경험많은선배등반가신상만과함께줄을묶는다.목표는1993년이후한국팀의7번째도전에서인도히말라야의난제로꼽히던탈라이사가르(6,904m)의수직고1,500m높이의북벽이다.원정대는어려운구간의루트를완등하나정상설원에서추락사하는비극을맞는다.결국이북벽은2006년네파팀이등정에성공한다.

최승철·김형진의뒤를그들의동문들이이어2008년익스트림라이더(대장김세준)팀의메루피크(6,660m)북벽신루트개척으로한국히말라야대암벽등반에큰획을긋는다.이미이팀은2003년나와즈브락(5,800m),2004년캐나다배핀섬에서신루트를개척한경험을메루에서유감없이발휘했다.고최승철·김형진이설립한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는대암벽등반가들을양성하고있으며,출신동문들은그들의유지를이어지구상오지에서왕성한활동을벌이는중심에김세준이있다.

1980년대초의세계초등정등반후잠잠하던세계산악계에다시봉우리초등을겨냥해한국초등봉도다수나온다.1996년대한산악연맹팀의충모강리(7,048m)-룽보강리(7,095m)원정과2001년봄시즌전남산악연맹원정대(대장김재명)의중국대설산맥의아이더자(6,618m),2003년포스코팀의시모캉리(7,204m)등정,2003년김창호가파미르의딜리상사르(6,225m)힌두라지의아타르코르(6,189m)와하이즈코르(6,105m)카라코룸의박마브락(6,150m)등4개봉을한시즌에단독세계초등정을이룩한다.그리고그가이끈2008년서울시립대원정대는당시히말라야에남겨진가장높은미등정봉우리였던바투라-Ⅱ(7,762m)에최석문과함께세계초등정한다.

로체남벽등반에성공해히말라야8,000m급3대남벽을마무리짓겠다는한국산악인들의의지도식지않았다.1999년합동대와2004년한국도로공사팀이도전했으나,낙석등의위험과악천후로인해7,550m를최고도달점으로만족해야했다.이렇게멈추지않는거벽등반의열정은2005년낭가파르바트등정으로이어진다.2005한국낭가파르바트루팔대장벽원정대(이성원대장)의김창호·이현조2인조는표고차4,500m의루팔벽직등루트로정상에오른다음반대쪽인디아미르벽으로하산하는횡단등반에도성공한다(이등반은국내의반응과달리유럽에서상당한평가를받아변형신루트개척으로기록됐다).

2011년은한국산악계에비운의해

밀레니엄이후,한국산악계의히말라야진출양상은그색깔이두드러진다.8,000m급14좌한국최초가끝나면서식을줄알았던유행은여전했고개인또는5개정도의대산련각시도연맹이매진중이며7대륙최고봉또는5대륙최고봉목표등의붐이일고,어려운루트와초등을좇는가하면초경량속공등반법인‘알파인스타일(AlpineStyle)’을추구한팀과등반가들이등장한다.

언급된14좌후의박영석의8,000m급에서의행보와또한명은7,000m급에서의김형일이다.김형일은탈레이사가르에서추락사한고김형진의친형으로늦게등반에입문했으나빠르게굵직한경력을쌓는다.2001년과2006년로체남벽등반,2005년트랑고타워크럭스존개척,2008년아딜피크신루트를개척을필두로2009년스판틱(7,027m)골든필라신루트를알파인스타일로개척해국내산악계에신선한반향을일으켰다.그후그는히말라야거벽에알파인스타일로신루트를개척하겠다는익스트림프로젝트(ExtremeProject)를계획한다.2010년가셔브룸5봉(7,321m)북서벽과2011년자누(7,719m)동벽에도전하고그해가을시즌장지명대원과함께촐라체(6,440m)북벽을오르던중추락사한다.

이러한알파인스타일은1980년대초반부터시도되었는데2007년청죽산악회가비록신루트는아니지만힌두쿠시의가르무쉬(6,244m)를등정해아시아황금피켈상(PioletsD’orAsia)을수상해큰자극을받았다고볼수있다.

2011년은한국산악계에비운의한해였다.안나푸르나1봉의고박영석·신동민·강기석과촐라체의김형일·장지명등한국을대표하는산악인을잃었다.어찌이들뿐이랴.1962년첫진출이래반세기동안히말라야에도전하는사이돌아오지못한이들은80여명이넘고한국대에고용된현지고용인까지포함한다면120여명에달한다.

인간이면누구나두려웠을죽음앞에기꺼이섰던이들.이위대한죽음의승리자들이이루고자했던대망과그정신은앞으로한국히말라야등반반세기를이어갈‘바람의말’,룽타가되어후대들의길을인도할것이다.

-글·/김창호기획위원·서울시립대OB/사진원정대/월간산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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